위기의 ‘지역 저널리즘’… 국경없는 ‘생존 해법’ 공유 [인천경기기자협회 창립60주년 특별기획]

로컬 저널리즘, 日 나고야 지역신문을 찾아가다 지난달 말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퇴근시간대 지하철엔 많은 승객들이 탑승한 채였다. 성별도 연령대도 직업도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책이나 신문을 읽는 승객은 찾기 어려웠다. 한국 지하철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나카무라 도시야 나고야대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장은 “일본 신문 시장의 상황을 매우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일본에선 그간 지하철에서 모든 사람들이 신문을 봤지만,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신문이 아닌 온라인 포털 사이트 등에서 뉴스를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신문 구독자와 발행 부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신문 광고 수익 역시 온라인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문요? 안 보는데요.” 온라인 플랫폼 발달로 뉴스 소비 경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독자를 잃어가는 신문 산업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지역신문사 가운데 다수는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인천경기기자협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신문 시장이 비교적 큰 일본을 찾아 현지 언론 상황을 살폈다. 이곳 역시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일본 최대 지역 언론사인 주니치신문사의 경우 발행 부수만 250만부로 국내 1위 신문사보다 발행 부수가 2배 이상 많지만, 독자들의 평균 연령층이 높아지고 청년세대가 더 이상 신문으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크다고 했다. 주니치신문사의 발행 부수는 일본 전체 신문 중에서도 세 번째로 많을 정도로 막강하지만,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는 40%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인구가 감소세인데다 뉴미디어의 홍수로 신문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구독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주니치신문사의 전망이다. 비단 주니치신문사만의 얘기는 아니다. 나고야대학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신문 발행 부수는 지난 20년 전에 비해 45%가량 줄었다. 이런 구독자 감소세는 각 신문사의 운영 문제와도 직결된다. 주니치신문사를 비롯한 다수의 일본 신문사들은 구독료가 전체 수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신문사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일본 현지 신문사들이 생존에 관한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사사가세 유지 주니치신문사 편집위원은 “구독 수입이 70%에 이른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고 독자가 고령화되면서 구독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당연히 구독 수익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답을 찾기가 어렵다.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나카무라 교수도 “신문 구독자가 줄어들면서 다수의 신문사엔 경영 위기가 도래했다. 이런 점이 저널리즘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문 왕국’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 지난 1월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주니치신문사 기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디지털편집부 스미 기자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긴 막대기에 부착해, 노토반도 현장 곳곳을 다니며 지진 직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 스미 기자가 촬영한 영상은 주니치신문사가 자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스미 기자는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일 뿐,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디지털편집부엔 10명이 있는데 앞으로 인원이 보충될 예정이다. 기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문 왕국’ 일본에도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자 현지 신문사들은 저마다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미 기자의 말처럼 뉴스의 소비 행태가 달라진 것일 뿐 뉴스 자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신문사들은 물론, 일본 신문사들도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단 신문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체 홍보지와 언론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주요 시책과 행사 소식을 알려왔던 행정기관에서도 온라인 홍보 채널을 강화하는 추세다. 나고야시청의 경우 하루 10건가량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하고 있다. 매달 홍보 책자를 110만부가량 발행해 각 가정에 배포하는 방식으로도 나고야시의 주요 정책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SNS 관리를 위해 젊은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트렌드 변화에 대응해 온라인 홍보 역시 강화하고 있다. 야마모토 이사오 나고야시 홍보과장은 “기본적으로는 자체 제작 홍보지인 ‘홍보 나고야’를 이용해 시정을 홍보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출입기자들과도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인스타그램이나 엑스 같은 SNS를 운영하고 있고 유튜브 채널도 있다. (플랫폼 변화 등에 따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트렌드가 무엇인지, 새로운 방식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의 취지와 내용 등은 다르지만 신문사와 행정기관 모두 시민들의 달라진 뉴스 소비 양상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나고야대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 이하라 노부히로 교수도 ‘뉴스’의 위기가 아닌, ‘종이 신문’의 위기임을 지적했다. 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를 일주일에 4일 이상 본다는 응답자는 58.8%에 달했다. 나카무라·이하라 교수는 “일본엔 전자판이라고 하는 웹 신문이 있는데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부 신문사의 경우 전자판의 구독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종이 신문 구독자가 줄었다고 해서 뉴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은 아니다. 독자들이 종이 신문이 아닌, 포털 등 온라인으로 뉴스를 볼 뿐”이라며 “일본 신문사들도 전자판을 확대하는 등 달라진 흐름에 대응해 수익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고 수익 역시 디지털 광고비는 약간이나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그럼에도 답은 ‘로컬 저널리즘’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에도 뉴스는 계속 소비되는 만큼 생존의 관건은 저널리즘 구현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사와 학계의 공통된 결론이다. 특히 지역언론의 경우 로컬 저널리즘이 문제를 풀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니치신문사에서 만난 현지 언론인들은 지역언론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의제 선정에 있어 지역을 중심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도요타자동차의 본사가 소재한 아이치현은 그만큼 자동차 산업이 활발한 지역이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정세 변화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마키 요이치 주니치신문사 편집국장은 “지역신문인 만큼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역 뉴스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중심에 배치한다. 국제 기사도 지역과의 연관성을 중심에 둔다. 아이치현은 자동차 공업이 활발한 지역이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라 무역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역주민들도 궁금해하는 소식일 수밖에 없다”며 주니치신문의 편집 방향을 설명했다. 노토반도 지진 이후 현지 상황을 영상에 담았던 스미 기자도 “지진 이후 현지 상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역의 소식을 가장 자세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주니치신문의 구독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로컬 콘텐츠의 잠재력과 그에 따른 지역 신문사의 역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점이 동일한 위기 상황에서도 주니치신문사가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나고야대 글로벌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일본 신문들의 발행 부수는 전년 대비 평균 7.3% 감소했지만 주니치신문사는 6.6%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하라 교수는 “주니치신문사의 주 취재 지역인 도카이 지방 사람들은 비교적 이곳에서 나고 자라고 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특성 탓에 지역 뉴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고, 지역 뉴스에 강한 주니치 신문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결국 신문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저널리즘 구현에 대한 신뢰도가 굳건해야 한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를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거론됐다. 나카무라 교수는 “AI(인공지능)가 정보를 수집하고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은 기자가, 편집자가 확인을 해야 한다. 한국도 일본도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신문은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여전하고 그에 따른 니즈가 있다. 여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경기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경기신문 이근, 경기일보 박채령, 경인일보 최은성, 기호일보 곽정화, 인천일보 전민영, 중부일보 신지현, 협회 사무국장 강기정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⑥가톨릭 신앙의 구심점 구도심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는 멕시코 가톨릭의 중심인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이 있고 구도심 곳곳에는 콜로니얼 시대 교회와 수도원이 있다. 멕시코시티 북쪽 테페익 언덕에는 중남미에서 가장 유명한 과달루페 성지가 있다. 이곳은 1531년 아스텍 원주민 후안 디에고에게 성모 마리아가 발현해 메시지를 전한 곳으로 멕시코인들에게는 가톨릭 신앙의 구심점이다. 과달라하라 구도심 아르마스 광장에는 대표적인 고건축물인 도리스 양식의 대성당이 있고 구도심 곳곳에는 엘 사그라이오 성당, 성 자포판 대성당, 성 이시드로 성당, 성 베드로 성당, 나자렛 예수 성당 등 오래된 중세 교회가 여럿 있다. 과달라하라대학 부근에는 고딕의 복고풍인 신고딕 양식의 성체성사 속죄교회가 있다. 2004년 세계 성체대회 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이 교회를 찾았으며 성당 밖에는 교황 방문 기념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에스파냐풍 중세도시로 예찬하는 과나후아토 구도심에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과나후아토 성모 대성당이 있고 이곳에는 7세기에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방 장인이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상을 삼나무로 만든 1.15m 크기의 고대 성모 조각상이 있다. 과나후아토대학 옆에는 1765년 예수회가 지은 예수 성심 교회가 있고 돔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의 향연은 굴절과 투과로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분홍빛이 예쁜 산 미겔 데 아옌데에는 플라밍고처럼 우아하게 우뚝 솟은 첨탑을 가진 산 미겔 대천사 아르칸젤 교회가 있다. 거대한 조각품을 옮겨 놓은 듯 섬세함과 정교함의 극치를 이룬 교회는 에스파냐 세비야 대성당 중앙 제단의 플라테레스크 양식을 교회 첨탑과 중앙 파사드에 옮겨 놓았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름답다. 구시가지 입구 라 팔마와 산 안토니오 교차로에는 동화 속 요정이 사는 마을의 교회처럼 외관 색상이 새하얀 성 안토니오 교회가 있다. 박태수 수필가

천주교·개신교 등 혼란 속 성탄절…'민주주의' 강조

혼란한 정국 속 성탄절을 맞아 종교계에서도 ‘위기 극복’을 골자로 한 미사와 예배가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5일 정오 서울 중구 소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를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했다. 이날 정 대주교는 “아기 예수님께서 구유에 계신 모습은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면서 “성탄이 다시금 희망의 시기임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0시에 거행된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에서 정 주교는 “올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과 갈등 속에서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면서 “민주적이고 헌법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 전체의 행복과 공동선을 향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주교는 “우리 사회가 비록 두려움과 불안 속에 빠져 있지만, 정의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면서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신교 주요 교회도 전국 각지에서 성탄 예배를 드리며 ‘민주주의’를 설파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25일 오전 9시 진행된 성탄절 예배에서 “그리스도인들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도록 앞장서자”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성탄절 예배를 앞두고 발표한 성탄 메시지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국민은 물론 1천200만 성도가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으로 계속 고통과 갈등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하나님의 크신 위로가 함께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님과 성도 여러분 앞에 머리 숙여 회개한다”면서 “한국의 정치가 백척간두에 선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했는지 참회하며 깊은 반성과 기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9시 성탄 예배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함께 참석했다. 국민의힘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 최은석 대표비서실장, 조배숙 의원, 조정훈 의원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송기헌 종교특별위원회 기독교위원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해식 당대표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법률플러스] 내란죄

형법 소정의 범죄들은 크게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로 구별된다. 내란죄는 국가적 법익에 대한 죄의 상징과도 같은 범죄이다. 내란 행위는 국가 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행위이므로 동서고금의 국가들은 모두 이를 중형으로 처벌했다. 우리 형법도 마찬가지이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내란’으로 규정하면서, 그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금고로,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금고로,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금고로, 각 처벌하고 있다. 형법은 본래 수괴(首魁)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나 2020년 12월8일 형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우두머리’라는 표현을 도입했다. 내란죄의 미수범도 처벌한다(형법 제89조). 내란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음모하는 행위, 내란죄를 범할 것을 선전·선동하는 행위도 3년 이상의 유기징역·금고에 처한다(형법 제90조). 요컨대 내란죄는 선전·선동, 예비·음모, 미수와 기수를 불문하고 모두 처벌되는 중대한 범죄이다. 형법 제87조 전단의 내란은 영토내란(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할 목적의 내란)이며 후단의 내란은 헌법내란(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이다. 여기서 국헌 문란의 목적이란 무엇일까. 형법 제91조는 친절하게도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또는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으로 정의한다. 내란죄와 유사한 범죄로 반란죄가 있다. 군형법(제5조)은 작당(作黨)해 병기를 휴대하고 반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반란죄로 처벌하고 있으며 특히 수괴의 경우 사형으로 처벌한다. 그러나 군형법은 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군형법 제1조 제1항)이라는 점에서 내란과 다르다.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헌법 제66조 제2항). 대통령직의 기능을 보호하고 국가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는데, 이것이 이른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그가 현직에 있는 한) 수사, 기소, 형사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내란죄는 그 자체로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에 정면으로 반하는 중대한 행위로서 이는 향후 헌법상 책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대통령의 선언과 다름없다. 따라서 재직 중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에게도 불소추특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 헌법 제84조의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열아홉자는 바로 이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형법은 공소시효를 규정한다. 예컨대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25년이다. 그러나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헌정질서 파괴범죄(형법의 내란죄·외환죄, 군형법의 반란죄·이적죄)는 공소시효 적용이 배제되므로(위 법률 제3조 제1항), 내란죄는 영원히 처벌의 대상으로 남는다.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미로 속 아이’ 外 [신간소개]

■ ‘미로 속 아이’ ‘서스펜스 마스터’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소설 ‘미로 속 아이’를 출간했다. 책은 아버지에게 30억 유로를 물려받은 상속녀이자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명성을 얻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오리아나는 출판사를 설립해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커리어 우먼이다.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드리앙 들로네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가 프랑스 칸의 레렝 제도 해상에 정박해둔 요트에서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쇠꼬챙이로 무자비하게 폭행당해 정신을 잃은 상태로 요트 갑판에 쓰러져 주변을 지나던 배에 탑승해 있던 여학생 두 명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병원으로 실려 간 오리아나는 사경을 헤매다가 숨지고 니스 경찰청 강력반이 수사를 맡는다. 추적 수사에 집중하던 경찰은 오리아나의 지난날에 대해 알아갈수록 흥미로운 비밀들을 알기 시작한다. 책에는 화자 4명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이들은 저마다 처한 현실에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들의 욕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20년 동안 마지막 한 줄에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고 밝힌 저자의 말처럼 끝까지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소설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첫 그림책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이다면’으로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 황금바람개비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은 작가 마리야 이바시키나가 새로운 그림책을 출간했다. 전 세계 특별한 서점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 보인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다. 책에는 한국의 독립서점 2곳을 포함해 전 세계 서점 25곳의 모습을 담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한때 탱고 공연장이었던 건물에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대극장의 천장 아래 서가가 들어서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 같은 흥미로운 모습을 그림과 함께 꾹꾹 눌러 담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도미니카넌 서점은 13세기에 지어진 고딕 성당을 개조해 자리 잡은 곳이다. 몇백 년에 걸쳐 마구간, 공연장, 권투 경기장, 자전거 보관소, 심지어 뱀 사육장으로도 쓰였던 이곳은 이제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와 프레스코화를 그대로 보존한 채 책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에 간판도 없이 문을 연 일본의 모리오카 서점은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가지 책만을 판매하는데, 책은 딱 일주일 동안 판매된 후 다른 책으로 바뀐다. 책은 세계 곳곳의 개성있는 서점에서 사람, 책, 공간이 어우러진 순간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멋진 화풍으로 담아냈다. 건축학을 전공한 예리한 작가의 시선과 다정한 예술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을 신선하게 풀어냈다.

현대인 고질병 ‘거북목·어깨통증’...푹~ 빠져서 보다간 악! 소리 납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깨뭉침과 거북목은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떠올랐다.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이 누적되면 목 통증뿐만 아니라 목 디스크와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거북목 증후군은 목뼈의 정상적인 C자 곡선이 사라지고 일자형 또는 역C자로 변형되는 상태를 뜻한다.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잘못된 자세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거나 모니터, 노트북의 위치가 너무 낮을 경우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목과 어깨의 근육과 인대가 긴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점차 일자형으로 변하게 된다. 성인의 머리 무게는 약 4~6㎏이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무게를 더 무겁게 느끼게 되며 목이 받는 하중이 크게 증가한다. 고개를 15도 숙이면 약 12㎏의 하중이 가해지는데, 이는 2ℓ 생수통 6개의 무게와 비슷하다. 고개를 45도 숙일 경우 무게는 약 22㎏, 고개를 60도 숙일 때 약 27㎏으로 늘어나 7세 어린이의 무게를 목이 버티는 셈이 된다. 잘못된 수면자세, 높은 베개 사용, 운동 부족, 목과 어깨 근육의 불균형 등도 거북목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거북목 증상이 위험한 이유는 목 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의 무게가 특정 부위에 집중되면 정상적인 C자 곡선 머리에서 목뼈와 디스크에 과도한 압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목디스크가 돌출되거나 탈출하면서 신경을 자극하게 된다. 신경이 압박되면 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와 팔로 퍼지고 손끝까지 저림이나 감각 저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고개를 젖힐 때 통증이 악화하며, 손가락의 감각 둔화나 근력 약화도 동반될 수 있다.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잘못된 자세가 지속되면 목의 C자 곡선이 무너지면서 퇴행성 변화가 가속화된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목디스크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북목과 목 디스크를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악화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고개를 세우고 눈높이에 맞게 모니터를 조정해야 한다. 등을 곧게 펴고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지 않도록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병행해야 한다. 수면 시에는 목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높이의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너무 높은 베개나 딱딱한 목침은 피하고, 편안하게 목을 지지해줄 수 있는 쿠션있는 베개를 선택해야 한다. 차 원장은 “평소 목과 어깨의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정기적인 스트레칭이 좋다. 어깨를 열고 고개를 뒤로 젖히는 등의 스트레칭은 목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통증이 지속되거나 악화할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 적절한 의료의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책으로 만나는 크리스마스…‘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外

연말이 다가오면 ‘다짐’의 순간이 많아진다.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며 부족함을 채우겠다는 마음,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풍족함을 비우겠다는 마음, 저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는 시기다. 성탄절에 맞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기 좋은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독서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상징과 전통, 따스함을 나누며 소중한 메시지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 ■ 다정한 겨울 풍경이 주는 위안…‘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추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76세의 나이로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의 인생철학과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사랑스러운 겨울 풍경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인다. 이 책은 모지스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함께 따뜻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예술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삶을 대하며 소소한 행복을 소중히 여겼다. 책 속에서도 그녀는 한적한 마을의 겨울 풍경,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모닥불, 그리고 사람 간의 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진정한 기쁨을 전하고자 한다. 삶의 일상적인 순간들이 얼마나 큰 행복을 줄 수 있는지, 또 크리스마스가 가진 순수한 의미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특별히 가족과 연말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에서 모지스 할머니가 그려낸 겨울 풍경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 속 한 장면처럼 마음을 감싼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을 만나보길 권한다. ■ 꿈과 감동의 판타지…‘달러구트 꿈 백화점’ “당신이 원하는 모든 꿈이 이곳에 있습니다.” 꿈을 사고파는 상상 속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출간 이후 국내 대표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는 사람들의 꿈이 상품으로 거래된다. 독자들은 백화점을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삶과 꿈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를 얻는다. 취업 준비생인 페니는 청년들의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해 꿈을 사고파는 독특한 세상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한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이 백화점은 꿈을 고르고 감정을 대가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꿈 속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거나 뜻밖의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뭉클한 이야기들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며 삶과 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편의 꿈 같은 판타지에 빠져들고 싶다면 제격인 책이다. 특히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 돈보다 소중한 나눔의 가치…‘크리스마스 캐럴’ “스크루지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스마스 문학의 고전,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가족과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이야기는 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돼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주인공 스크루지는 돈만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지만 유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된다. 디킨스는 이 소설을 통해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아내며 ‘베푸는 마음’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느끼게 한다.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과 첫사랑을 상기시키며 그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들춰낸다. 현재의 유령은 그의 냉혹한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미래의 유령은 그가 변하지 않으면 맞이할 외로운 최후를 예고한다. 구두쇠였던 스크루지가 깨닫는 삶의 교훈은 여전히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 책을 통해 한층 따스한 겨울을 즐겨보길 바란다. ■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랑의 이야기…‘위시’ “사랑이 두려움보다 강하다는 걸 잊지 마.” 영화 <노트북>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전하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 그의 데뷔 20주년에 집필한 작품 <위시>는 주인공 매기의 첫사랑, 그리고 마지막 크리스마스 소원을 담은 소설이다. 매기는 암으로 인해 삶의 끝자락에 서 있다. 그녀는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첫사랑 브라이스를 만나 가장 행복했던 자신의 16살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사랑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닫고,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과 따뜻함을 간직한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풍경 묘사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눈처럼 포근한 이 로맨스 소설은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연말을 맞아 사랑과 추억을 되새기며 한 해를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소리꾼의 입, 고수의 손이 만드는 판소리... ‘구구선 사람들’ [공연리뷰]

지난달 8일 판소리 레미제라블 ‘구구선 사람들’이 안양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소리꾼과 고수가 모여 만든 판소리 작업공동체 입과손스튜디오의 레미제라블 토막시리즈의 최종판인 이 작품은 이 세상을 배 한 척에 담아 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그려 내고 있다. ■ 소리꾼의 입, 고수의 손이 만드는 판소리 2017년 창단한 입과손스튜디오(이하 입과손)는 소리꾼의 입과 고수의 손이 모여 만든 판소리 작업공동체다. 판소리라는 연희 양식이 가진 여러 가능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며 고유의 예술적 요소를 선택적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주로 한다.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전통의 가능성’과 판소리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한다. 소리꾼 이승희·김소진, 고수 이향하·김홍식·신승태, 프로듀서 유현진으로 구성된 입과손은 전통·창작·협업의 판소리를 지향한다. 그중 전통적인 판소리가 갖는 의미를 보존하되 입과손만의 재해석을 가미해 무대에 올린 ‘동초제 심청가’와 ‘강산제 수궁가’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의 갈래에 속한다. 입과손의 핵심 프로젝트인 ‘창작 판소리’는 기존의 문학작품을 판소리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판소리 동화시리즈 안데르센’을 필두로 2020년부터는 ‘레미제라블’의 ‘팡틴, 마리우스, 가브로슈, 자베르’ 등 네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판소리 레미제라블 토막소리시리즈’ 연작을 진행했다. 지난달 8일 안양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판소리 레미제라블-구구선 사람들’은 3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한 레미제라블 토막소리시리즈의 최종 작품이다. ‘구구선 사람들’은 인물에 집중했던 이전 작품을 한데 모아 각 인물이 어우러져 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 ‘세상은 불완전한 한 척의 배’ 하루하루를 버티며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사람들. 정처 없이 떠가는 배 위에서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온전한 안정을 찾기 어렵다. 무대에 등장한 소리꾼은 과연 배 위의 삶만 그렇겠냐고 되묻는다.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나 구구선 사람들이나 매한가지 아니겠냐며. 구구선은 100에 가닿지 못하고 99에 그치고 마는 모자란 세상을 닮은 배 한 척이다.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레미제라블 같은 고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자칫 무겁고 슬프기만 한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입과손은 친근함을 택했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은 ‘장씨’,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는 ‘조병렬’, 미혼모라는 이유로 일을 뺏기고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팡틴은 ‘박미영’, 혁명군의 일원이었던 소년 가브로슈는 ‘가열찬’ 등 발음이 비슷한 배역 이름으로 작품과 무대, 판소리의 벽을 조금은 낮추는 데 성공한다. 소리꾼 2명과 1명의 배우, 드럼, 기타, 키보드, 고수 등 7명이 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한다. 때로는 많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고수가 극에 참여했고 1인 다역은 배우에게도 극을 쫓는 관객에게도 집중력을 요하는 요소가 됐다. 2시간이 조금 안되는 긴 시간 동안 판소리만으로 극을 채우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던 걸까. 입과손의 ‘구구선 사람들’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연극으로 그 구분이 모호해졌고 드럼과 기타가 주도하는 대중음악을 소리꾼들이 노래하기도 했다. 그런 시도는 분명 국악이 낯설고 지루한 청중에겐 도움이 됐겠으나 '진한' 판소리를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무리수로 여겨졌겠다. 문학 작품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것만으로도 ‘창작’의 의미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대서사시에 가까운 레미제라블을 우리의 소리로 부르길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흥미롭고 반가운 도전이었다. 마침내 구구선에서 바라본 저 끝에 육지가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구구선에 남아 있는 구구선 사람들도 이제 99에서 100으로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어쩌면 그 희망이 100으로 도달하기 위한 1이었을지도

청소년 위한 크리스마스 클래식 선물…성정문화재단 ‘24회 성정청소년 열린음악회’ 성료

(재)성정문화재단이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클래식 공연을 선사했다. 성정문화재단은 지난 11일 수원 수일초등학교에서 시작해 17일 김포 운양고등학교, 20일 안양 성문중학교에 이어 ‘제24회 성정청소년 열린음악회’의 마지막 공연을 23일 부천 정명고등학교에서 마무리했다. 성정문화재단이 24년째 이어가고 있는 성정청소년 열린음악회는 매년 11~12월 경기도내 초·중·고등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선사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다. 성정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재능기부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이 누려야 할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재단이 지난 1994년부터 무료 순회공연을 열어 청소년의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부천 정명고등학교에서 선보인 음악회는 성정문화재단의 104번째 공연으로 플루트, 바이올린,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금관오중주 등 다채로운 악기와 목소리가 어우러져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클래식과 현대 음악에 이어 친숙한 영화 음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닐루파르 무히디노바가 거쉰의 ‘섬머타임(Summertime)’ 등을 연주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소프라노 자원이 헨델의 ‘울게하소서(Lascia ch‘io pianga)’ 등으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베이스 김대엽이 ‘My Way’와 ‘백학’을 불러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가 하면, 소프라노 자원과 베이스 김대엽이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로 듀엣 무대를 장식해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금관5중주 그룹인 라온브라스 앙상블이 영화 ‘겨울왕국’, ‘캐리비안의 해적’의 삽입곡 등 청소년들이 쉽게 접했던 곡들을 연주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정자 성정문화재단 이사장은 “음악 감상은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아티스트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는 음악회로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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