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부터 영화계까지…200여개 단체·5천명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6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퇴진 촉구 문화예술인‧단체 시국 선언'에서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이 예술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나경기자
6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진행된 '윤석열 퇴진 촉구 문화예술인‧단체 시국 선언'에서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이 예술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나경기자

 

6일 국내 각계각층 문화예술인들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게 한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김홍신, 나희덕, 문성근, 유홍준, 정지영, 현기영, 이창동 등 전국 예술인 5천여명과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사)한국작가회의 등 200여개 단체가 시국 선언문에 연명하며 문학‧연극‧영화‧무용‧음악‧공연·전통예술 등 전 장르의 문화예술계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윤석열퇴진예술행동(준)은 6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김평수 한국민예총 이사장,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김대현 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장, 박정의 서울연극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백 이사장은 계엄령 사태에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현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6일 오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촉구 문화예술인‧단체 시국 선언’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제창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6일 오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촉구 문화예술인‧단체 시국 선언’에서 참석자들이 선언문을 제창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현장에는 젊은 예술인도 자리를 지키며 동참했다. 뮤지컬 업계에서 스태프로 근무하는 김수진씨(가명·23)는 “예술은 사람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자로서 과거에 비해 무대에서 자유롭게 ‘풍자’를 하는 것에 대한 분위기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며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업계에서 활동하는 30대 윤현정씨(가명)는 “예술 활동에 대한 예산이 계속 삭감되며 현장에서는 그 위기를 몇 배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독립영화의 제작 지원 경로는 확연히 줄어들고, 제작 편수도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며 “또, 부산국제영화제 등 대표적인 행사를 제외한 영화제 대부분이 당장 내년에도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애초 7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오전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며 탄핵소추안 표결 시점이 하루 앞당겨질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장소와 일정이 변경됐다. 주최 측은 “표결 일정과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해 탄핵에 더욱 힘을 싣고자, 하루 일찍 선언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현장은 한때 급박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6일 오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촉구 문화예술인‧단체 시국 선언’에서 김평수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6일 오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촉구 문화예술인‧단체 시국 선언’에서 김평수 (사)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참석자들은 문학·연극·영화 등 예술계 단체 시국 선언문을 인용하며 입장을 밝히고, 예술 행동에 나섰다.

 

강욱천 한국민예총 사무총장은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헌을 문란케 한 윤석열은 더 이상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공정과 상식,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예술인은 각자의 예술 언어로 무장해 저항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며 계엄령 사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백 이사장은 “같은 영화를 봐도 누군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언론과 출판이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은 국민 기본권의 제한이자,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영화인에게 위헌적인 블랙리스트를 작동한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내란죄 현행범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이 예술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나경기자
이날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이 예술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나경기자

 

국내 대표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 김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작가회의 성명서를 낭독하며 “윤석열의 야간을 이용한 기습적인 계엄령 선포와 합리적 근거가 없는 포고문은 국회의 정치활동을 억압하고 국민의 일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열거할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짓밟는 범죄 행위임이 분명하다. 국민의 이름으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작가회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표 직후인 4일 새벽 ‘계엄 철폐’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당신(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각 단체의 성명 발표와 함께 이삼헌 (사)한국민족춤협회 이사장은 5분가량의 ‘예술 행동’을 통해 억압과 분노를 몸짓으로 표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준동 영화제작자(가운데) 등은 문화예술인 일동의 선언문을 낭독하며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이나경기자
이준동 영화제작자(가운데) 등은 문화예술인 일동의 선언문을 낭독하며 ‘즉각 수사’를 촉구했다. 이나경기자

 

이날 기자회견은 김평수 한국민예총 이사장 등 예술인들이 ‘12.3 친위쿠데타에 대한 문화예술인 시국 선언문’을 공동으로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윤석열 구속 처벌을 촉구하는 예술인 일동’은 시국 선언문을 통해 “내란 책동한 윤석열과 친위 세력을 구속하라”고 선언했다.

 

예술인 일동은 “여기 ‘21세기 오이디푸스’가 있다. 비극의 원인이 오로지 자신에게 기인한데도 이를 바깥에서 찾고자 했던 어리석은 심문관이 바로 그 사람이다”라며 “자신을 제외한 범인 찾기에 골몰하던 윤석열은 마침내 국민 모두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고 내란을 획책해 이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제 눈을 파낸 후 왕좌에서 물러났지만, 우리는 그에게 그런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이어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에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끈질기게 묻고, 우리는 이에 응답하기 위해 야만의 현장을 속속들이 기록할 것”이라며 “권력이 군대를 동원하여 시민을 겁박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민과 함께 저항의 현장에 함께할 것이다. 윤석열이 내란 행위에 책임을 지고 처벌이 조속하게 집행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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