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싸워온 인류사 담아낸 송병준 소방위, “안전의식 강화 계기 되길”

현직 소방관, 인류사 핵심인 소방의 역사 출간
‘물불’ 안가리는 소방 현장과 이론·상식  담겨
불의 발견·화재진압 등 인류의 노력 8부로 구성

송병준 소방관(좌측)이 중앙소방학교 교육훈련과 동료인 윤종찬 소방관과 지난 2022년 화재교관으로 근무하던 때. 송 소방관은 현직 소방관으로서 현장과 이론을 담아 소방의 역사를 총망라한 책을 펴냈다. 본인 제공
송병준 소방관(좌측)이 중앙소방학교 교육훈련과 동료인 윤종찬 소방관과 지난 2022년 화재교관으로 근무하던 때. 송 소방관은 현직 소방관으로서 현장과 이론을 담아 소방의 역사를 총망라한 책을 펴냈다. 본인 제공

 

“소방의 최우선 목적이 인명을 구하는 일이 된 건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의 시간과 소방 교육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법규 위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와 맞지 않는 용어나 사실들이 일정한 테두리에서 계속 반복되는 현실에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소방 시설들이 실제로 어떤 기능들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화재로부터 나를 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9월 출간한 ‘소방의 역사’의 저자 송병준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소방위는 책을 펴낸 계기에 ‘실용성’을 언급했다. 국내 소방에 관한 도서나 자료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대부분이 법령 해설서, 관련 자격증을 위한 수험서 등에 해당한다. ‘소방의 역사’는 인류사의 핵심인 소방의 미시사를 탐구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그 자체가 처음이자, 현직 소방관이 관련 분야 역사서를 집필한 경우도 매우 희귀하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교육에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화재 현장에서 일하던 송병준 소방관은 지난 2019년 연구 논문으로 제24회 전국 소방공무원 교육훈련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소방학교의 교수 요원으로 임하며 그는 소방공무원 공통 교재의 재·계정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화재 교관으로 활동하며 소방의 역사가 인류사의 발전과 함께함을 알게 됐다.

 

‘소방의 역사’(부키刊)
‘소방의 역사’(부키刊)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문명 생활을 시작했지만, 한편으로 불은 인간의 생명까지도 파괴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소방의 발전은 대도시의 형성에 이바지했다. 1820년대 영국에서는 미용사이자 화가 겸 작가인 에이브러햄 위벨이 당시 영국의 사설 소방대가 행하는 소방 활동의 목적이 인명 보호보다는 건축물인 재산 보호에 치중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접이식 사다리에 바퀴를 단 피난 기구를 만들었다.

 

1666년 런던에서 발생한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을 위한 자금 모집 수단으로 주택대출상품과 화재보험이 고안되기도 했다. 화재 이후 도시 재건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있다. 1462년 한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대화재 발생 이후 세종은 1431년 화재 진압대 격의 금화군을 편성했다.

 

송병준 소방관이 지난 2022년 중앙소방학교에서 화재교관으로 근무할 당시 훈련장을 점검하던 모습. 본인 제공
송병준 소방관이 지난 2022년 중앙소방학교에서 화재교관으로 근무할 당시 훈련장을 점검하던 모습. 본인 제공

 

이처럼 책은 불의 발견과 화재를 막기 위한 그간 인류가 들여온 노력을 들여다본다. 총 700쪽, 8부로 구성된 책은 ▲물을 비롯해 불을 끄는 물질인 ‘소화약제’ ▲양동이에서부터 소방펌프 등 ‘소화 기구’ ▲영국의 수동 소방펌프에서부터 사다리차 등 ‘소방차’ ▲건축물 화재의 파수꾼 ‘경보 설비’ 등에 관한 역사를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펌프와 동력기관 등 ‘소방의 작동 원리’ ▲건축물 화재의 수호자인 ‘스프링클러’ 등 현대의 가장 중요한 소방 시스템을 구체적인 사례와 이미지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저자는 “매년 국내에서만 4만여건의 화재가 일어난다”며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이 내가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가 안전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감수성을 키워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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