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① 칸쿤 구도심 속 휴식

멕시코 여정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한 달 동안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아스테카 시대 수도 테노치티틀란 유적과 근교에 있는 테오티우아칸 유적을 탐방했다. 제2의 도시이자 마리아치의 고향 과달라하라를 거쳐 멕시코 혁명의 중심지 돌로레스 이달고, 과나후아토와 산미겔 아옌데를 둘러봤다. 그리고 멕시코 속의 멕시코를 만날 수 있는 오악사카에서 사포텍과 믹스텍 문명의 몬테 알반 및 미틀라 유적을 찾아갔다. 칸쿤 구도심 종합버스터미널 부근 에코 호텔에 나흘 동안 머물며 마야 문명의 주요 유적인 툴룸과 치첸이트사를 둘러봤다. 멕시코 고대 문명 탐방 여행을 모두 마치고 ‘카리브의 욕망’이라고 불리는 휴양도시 칸쿤섬으로 이동한다. 크리스털 호텔에 머물며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덤으로 여행 중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휴식하는 것이 마지막 여정이다. 유적지 탐방 여정을 모두 마쳐 모처럼 오랜만에 늦잠까지 자는 호사를 누린다. 한 달 동안 일정에 쫓겨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여정의 연속이었으나 오늘은 조식 마지막 시간이 다 돼서야 레스토랑으로 내려간다. 웨이트리스는 먼저 알은체하며 반갑게 아침 인사를 한다. 오늘도 퀘사디아를 주문하겠느냐고 먼저 물어 “그렇다”고 하자 그녀는 엄지척하며 퀘사디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박태수 수필가

‘수능 끝’ 꿈 향해 나아가는 수험생들 위한 책…‘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外

수년간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는 ‘수능’이 지난주에 끝났다. 잠못 이룬 시간,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겪어낸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방감을 즐기는 시간이다. 수능과 스무살의 틈에서 꿈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수험생들이 읽기 좋은 책을 모아봤다. ■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퍼스트펭귄 刊) “네가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는 결국 너의 편이다.” 방송과 기업, 대학의 러브콜을 받으며 강연해 온 인문교육 전문가 김종원이 청소년을 위한 인생철학 에세이를 펴냈다. ‘나’라는 존재와 친구와의 관계, 공부와 성적, 꿈과 진로 등에 관한 고민이 커지는 청소년기는 어둡고 막막한 터널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기다. 책에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존감, 관계, 꿈, 가치관, 지성에 관한 70가지의 다정하고 단단한 문장들을 담았다. 청소년 뿐 아니라 직장인, 학부모 등이 찾는 책으로 꼽히기도 한다. 책에서 저자는 ‘하루 5분’을 강조한다.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했던 니체의 말에 따라 책에는 5분 안에 가능한 필사 문장이 수록돼 있다. 저자는 책을 읽으며 하루 한 문장씩 필사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온 마음을 담았다는 저자의 책을 통해 스스로를 믿는 마음, 힘들어도 꺾이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키우는 방법을 알 수 있다. ■ ‘현명한 이타주의자’ (페이지2북스 刊) “이타적인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에 이긴다.” 시간, 힘, 돈을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평가하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 주변엔 다정한 태도로 타인을 존중하며 조용히 존재감을 빛내는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철학·과학 등을 공부한 저자 슈테판 클라인은 “이기주의자가 단기적으로 볼 때는 훨씬 잘사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이타주의자가 훨씬 앞서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뇌과학, 경제학, 사회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의 실험 결과를 들며 ‘이기심이 만연한 세상을 포용하는 이타주의자의 삶’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특히 우리의 뇌는 남을 돕고 관용을 베풀 때 초콜릿을 먹거나 성행위를 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 회로가 자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타주의자가 이기주의자보다 더 자주 행복감을 느끼고 건강하다는 의미다. 책은 남을 돕고 사는 것이 나를 위해 훨씬 유익하다는 진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다정한 사람들은 많이 주면서도 절대 잃지 않는다”는 저자는 미래의 승자가 되기 위해 ‘작고 사소한 친절’부터 베풀어 볼 것을 권유한다.

초록의 자연, 흰빛 비생명과의 호흡…이명희 시집 ‘희고 맑은 무늬가 된 세계’ [신간소개]

시간과 자연은 때로 원형으로 돌아가기도, 직선으로 흘러가기도, 점처럼 끊어져 있기도 하다. 지난달 말 출간한 이명희 시인의 시집 ‘희고 맑은 무늬가 된 세계(더푸른출판사刊)’에는 중년이 된 시인의 내면에 사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또 다른 어린 아이 ‘루시’가 등장한다. 그는 “나와 루시는 그린에서라면 못할 게 없다/ 맨땅에다 대고 헤딩을 한다지만 그린은 그린하다는 것만으로 푹신함을 선사했다”(‘루시’)고 말한다. 지난 2020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을 통해 등단한 이명희 시인은 총 3부, 58편의 시로 이뤄진 이번 작품에서 ‘그린’과 ‘흰빛’, 자연과 비생명체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곁’을 지켜주는 존재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고유의 영역을 존중한다. “색이 과하게 진하거나 연한 연두는 아니죠/ 나는 올리브를 좋아해서 그린이 되었어요…나는 어디에 있나요/ 나는 거기에 없나요…한 떨기 살아있는 그린 속에/ 올리브…나는 떠도는 계절 속에 살아요/ 쓰고 쓰지만 단단한 씨앗을 품고”(‘올리브그린’) 시인은 매일 아침 올리브 나무에 물을 주며 하루하루 모습을 바꿔가는 사계절의 모습을 바라봤다. 초록빛의 자연에서는 단단한 생명력이 느껴지기도, 인내의 힘이 전해지기도,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한 방황이 느껴지기도 한다. “불 속에 넣는다/ 차츰 분명해지는 가닥가닥/ 어쩌면, 처음부터 선명하게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두려움 같은 건 필요 없다/ 아우라가 문득, 단단해진다…눈앞에 하얗게 펼쳐지는 단아함/ 희고 맑은 무늬가 된 세계/ 고여드는 생의 각진 흐름들…” (‘백자를 읽다’) 조선의 백자에 대한 감상은 삶의 순환으로 이어졌다. 이 시인은 “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아무것도 없는 흰색 도화지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재가 되어 다 타고 남은 가루 역시 흰빛”이라며 “흰빛은 바탕색이면서도 동시에 최후의 빛깔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효숙 문학평론가는 “이명희 시인은 생명의식을 관념에만 가두지 않고, ‘자연’다운 비인간 생명체들과 호흡을 나누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평했다.

구리문화재단, 2025년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총 4개 공연 선정

구리문화재단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내년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이 더욱 폭넓은 순수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지역 공공 공연장에 일부 사업비를 지원해준다. 이에 따라 내년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국·도비 지원사업을 추진, 첫 성과로 이번 사업에 총 4개 공연이 선정돼 사업비 2억3천600만원을 확보했다. 선정된 작품은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 감자다의 오페라 ‘양촌리 러브스캔들’, 고블린파티의 ‘공주전’, 카로스타악기 앙상블의 ‘타악기와 놀자’, 움직임 팩토리의 ‘살로메’ 등이다. 한편 재단은 올해 총 16건에 13억4천300만원 규모의 문화사업 지원금을 확보해 운영했으며 하반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지역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 및 찾아가는 대중음악 콘서트 등 2건, 국비 3억원과 위탁사업비 4억1천500만원을 추가로 확보한 바 있다. 진화자 구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국·도비 재원을 바탕으로 문화사업 분야 콘텐츠를 확장하고 예술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지역을 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팔달산 기슭에서

며칠째 따뜻하더니 계절이 본색을 드러낸다. 추위는 툰드라의 늑대처럼 거칠게 닥쳐올 것이다. 작업실 뒷문은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밀폐되리라. 벚꽃이 필 즈음 뒷문을 열면 비로소 봄빛을 들여놓을 수 있을 것이다. 겨우내 난로가 피어 있고 작업도 움츠릴 수밖에 없다. 전시도 뜸하고 외부와의 소통도 겨울잠을 잘 것이다. 수강생들과 식사 후 커피 한잔할 요량으로 전망 좋은 산자락 골목길을 오른다. 그런데 뜻밖의 청초한 길이 빛과 그림자 사이로 열렸다. 아스팔트 위의 꽃 같은 골목길은 오르는 정감이 있다. 지나간 청춘은 늘 앞만 보이는 오르막이었지만 이젠 오르막도 내리막같이 좌우가 보인다. 급하게 시간을 굴려 갈 이유가 없다. 오늘 새벽 집을 나올 때 한 미화원이 보도 위의 낙엽을 도로 위로 쓸어내는 걸 봤다. 어떨 땐 모터가 달린 청소기로 마구 쓸어내고 있었다. 소음이 극심했다. 차들이 달리자 낙엽들은 바스러져 심한 먼지를 일으켰다. 무엇이고 한꺼번에 치우려는 관행은 시민의 정서적 여유를 박탈하고 있다. 가로수의 낙엽이 벤치에도 보도에도 시처럼 내려 포근한데 겨울로 이동할 때까지라도 그냥 두면 딱딱한 보도블록보다 낫지 않을까. 짧은 시집 같은 가을을 지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낭만 가득한 길은 도시의 때를 벗을 수 있는 순수한 탄력을 길을 수 있다. 언덕 위의 카페에서 커피 향이 핀다. 그곳에서 저무는 가을에 잠시 머물러 보자.

[청소년Q&A] 학습이 느린 우리 아이,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Q.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 친구를 배려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학습 면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느린 면이 있었고, ‘성장하면서 서서히 배우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기다려도 나아지는 것이 없습니다. 내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A. 어린 시절부터 또래에 비해 살짝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거나 일대일 대화할 때 산만스러움을 보이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거나 했을 때, 혹은 상황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주면 응용이 어려워 보일 때 지능적인 부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느린 학습자’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느린 학습자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말합니다. 경계선 지능이란 지능이 71~84로 평균보다는 낮으나 장애 범주에 해당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학습이 천천히 되고 다양한 상황 판단이 어렵습니다. 감정도 일차원적인 반응이 높아 기분에 따라 행동해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느린 학습자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학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된다는 것입니다. 더 오래, 더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익숙해진다는 것이죠.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잘했다는 칭찬보다는 ‘답답해, 안돼, 하지마, 왜 그러니?,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했어야지’라는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자녀를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녀의 상태를 잘 판단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상태를 잘 파악해 그 아이의 상황,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해 주고 상황에 따라 행동해야 할 것들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의 상황을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능검사를 해보고 전문가의 소견을 받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자존감을 성장시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잘한다고 성취감을 느끼거나 자기효능감을 많이 느껴볼수록 자존감은 성장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와 비교하는 시선이 아닌 스스로가 익히고 아는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반응해 줘야 합니다. 어려우실 경우 언제든 전문가에게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습니다. 전화 문의를 통해 상담 신청이 가능하며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서 온라인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란경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한국 현대미술의 경향을 옛 그림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본다…경기도미술관 '알고 보면 반할 세계'

삶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예술 ‘민화’. 그 속엔 행복·번성·다산 등 이상향이 배어 있거나, 유머와 풍자의 시선이 담겼다. 대중지향적이고, 삶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민화는 ‘K팝아트’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경기도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민화와 K팝아트를 조명한 특별전 ‘우리가 반할 세계’를 지난 15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전통 민화 27점을 비롯해 현대미술 작가 19명의 작품 102점이 설치됐다. 이번 전시는 세 가지 세계관에 따른 섹션으로 구분된다. 더 나은 현세를 위한 이상향의 염원을 담은 ‘꿈의 땅’, 해학적 삶의 태도를 그린 ‘세상살이’, 내세에 대한 상상을 조명한 ‘뒷경치’가 소주제다. ‘꿈의 땅’ 섹션에선 화조도나 백수백복도 등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행복, 건강, 장수, 번성 등을 기원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알알이 맺힌 열매에 다산의 염원을 담은 ‘포도도’, 영험한 동물로부터 액운을 떨치고자 하는 바람을 담은 ‘대호작도’·‘암호도’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염원의 태도는 현대미술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경종의 ‘만수만복’, ‘보물찾기’는 민속적인 요소를 재치있고 현대적으로 풀어내거나, 십장생과 연관된 만화 캐릭터를 숨겨놔 추억과 탐색의 시간을 쌓아놨다. 이인선 작가는 ‘뿔과 뼈’, ‘독과 꿀’ 등 과거 유행했던 스카잔 기법으로 점성술 등과 관련된 상징적 도상을 수놓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민화엔 각각의 재치로 해학과 풍자가 담겼는데, 이 같은 특징은 ‘세상살이’ 섹션에서 잘 드러난다. 깜짝 놀라 휘둥그레한 눈을 한 호랑이, 야무진 까치 등 익살스러운 동물의 모습이 등장하는 ‘호질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쾌락과 타락 등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해학적 관점으로 보여준 김은진의 ‘신의자리-인산인해 2’ 등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민화의 또 다른 키워드인 기복, 주술, 토속신앙은 ‘뒷경치’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신령스러운 동물, 인격화된 신 등 초자연적 영역의 민화들을 볼 수 있는 동시에 현대적 샤먼을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원효대사와 인연을 맺은 요석공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임영주의 ‘요석공주’, 백수백복도 양식을 빌어 상표 문자의 종합체를 그린 지민석의 ‘오문자도(코, 스, 구, 캠, 치)’ 등이 그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삶 가까이에 있는 예술로서 K팝아트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 닮고 싶은 세계,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다채로운 경관으로 펼쳐낸다”며 “이번 전시가 ‘K팝아트’의 재정립을 위한 시금석 중 하나로 작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3일까지 이어진다.

“무가 사라진 2045년, 식탁의 모습은?”…‘발칙한 상상력’ 참여형 교육전시 ‘미래 반찬 연구소’ [전시리뷰]

기후 위기와 이상 기온의 변화는 해마다 우리의 ‘밥상’에도 찾아오고 있다. 환경오염과 폭염으로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더 이상 꽃을 이동시킬 수 없다면, 뜨거운 사막에서 식물이 자랄 만큼의 수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을까, 그리고 식물은 어떤 모습으로 생존하고 있을까. 기발하면서도 발칙한 상상력으로 미래의 식탁을 그려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열리는 ‘미래 반찬 연구소’는 현재와 미래의 식문화를 탐구해 보는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다. 유행을 ‘말랑’하게 받아들이고 ‘통통’ 튀는 상상력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기획전 ‘말랑 통통 미술관’의 2부이다. “스튜디오 1750의 ‘미래 반찬 연구소’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미래 반찬 연구소에서는 어떤 것을 연구하고 있을까요?”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마치 2100년의 지구 혹은 행성에 도착한 것과 같은 ‘생소함’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하늘색, 주황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거대한 모습으로 자리했고, 천장에 매달린 하늘색 꽃잎은 쉴 새 없이 폈다 오므렸다는 반복하며 관람객을 낯설면서도 설레는 공간으로 안내했다. 연구 재료 1번인 ‘흐르는 꽃’은 땅에서 자라나 하늘로 향하는 우리가 흔히 본 꽃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기다란 주황색의 스타킹 모양 같은 이 꽃은 2050년 뜨거운 사막에서 발견됐다. 하나의 뿌리를 갖고 있어 적은 양의 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했으며, 뿌리가 위에 꽃이 아래에 있어 물을 비롯한 모든 영양분이 꽃으로 향한다. 맛은 무화과처럼 꿀맛이 난다. 두 번째 연구 재료인 작품 ‘방울 주머니’는 노란 기둥에 마치 하늘색 사람 머리카락이 삐죽 펼쳐져 있는 야자수와 같은 모습이었다. ‘방울 주머니’는 미래에 무가 더 이상 자라지 않자, 많은 무를 얻기 위해 2045년에 개발된 식물이다. 하나의 기둥에서 잎처럼 자라난 하늘색 기다란 방울 주머니는 지금의 무와 똑같은 맛을 낸다. ‘미래 반찬 연구소’는 2070년 세워진 상상 속 연구기관. 관람객은 직접 흰색 가운의 연구복을 입고 연구소 일원이 돼 미래의 지구에 개량된 과일과 식물을 탐색하고, 이를 식탁 속 재료로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며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상설 체험장에서 ‘분홍 주름 방울 주머니 김치 레시피’, ‘나만의 미래 샐러드 만들기’ 등 프로그램도 참여 가능하다. 세 돌이 지난 딸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곽승주씨는 “어린 자녀가 좋아하는 화려한 색감이 많아서 아이들이 보기에 낯설지 않고 재밌다”며 “기후위기 문제를 생각해 보는 메시지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부부 작가 겸 설치미술가인 ‘스튜디오 1750(김영현, 손진희)’은 “우리가 가장 친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음식을 통해 미래를 생각해 보고, 미술관을 즐겁고 재밌게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겉보기에 작품들은 화려하고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될지, ‘유토피아’가 될지 알 수 없다”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해달라”고 덧붙였다.

위러브유, ‘22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지구촌 가족 응원

기후재난, 경제침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촌 가족을 응원하고자 1만3천명이 희망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재)국제위러브유와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이하 위러브유)는 지난 17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22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이하 사랑의 콘서트)를 열고 지구촌 가족이 함께하는 장을 선보였다. ■ 국제협력·인도주의 정신 담아…지구촌에 사랑을 글로벌 복지단체 위러브유는 인류를 지구촌 가족으로 여기는 ‘어머니 사랑’을 담은 복지 활동을 30년 가까이 펼쳐온 유엔 DGC(공보국) 협력 단체다. 위러브유는 이번 행사에서 해외 기후재난 피해 국가와 국내 복지 소외가정 등에 29만 달러(4억600만 원)를 지원했다. 산불 피해국인 페루·에콰도르·볼리비아·브라질·파라과이와 홍수 피해를 겪은 네팔·방글라데시·태국을 돕고, 서울·인천 복지 소외가정 100가구, 학대 피해아동 그룹홈에 온정의 손길을 건넸다. 국내 거주 몽골인 가정의 의료·생계비도 지원한다. 행사 1부에서 열린 기금 전달식에서 장길자 위러브유 회장은 “기후위기로 심각한 재난을 겪는 국가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피해민들께 새 희망과 용기를 나눠주는 일은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 당연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사랑의 콘서트로 새 힘과 용기를 얻고 새로운 내일의 생활을 힘차게 시도해보길 진심으로 응원한다”며 “우리는 언제나 어려움에 처한 여러분 곁에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파울 두클로스 주한 페루 대사는 “위러브유가 전 세계적으로, 특히 페루 여러 도시에서 펼치는 훌륭한 사회봉사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 특별한 연대 정신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파트리시오 에스테벤 트로야 수아레즈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위러브유 지원이 집과 생계를 잃고 고통받는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위러브유의 관용은 국제협력과 인도주의 정신의 위대한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귀감”이라고 축사했다. ■ 사랑의 콘서트, 더 나은 미래 만든다는 확신 2부 행사는 ‘앞으로’ 등 동요 메들리에 맞춰 귀여운 율동을 선보인 새생명어린이합창단 무대로 막을 올렸다. 이날 재능기부에 나선 가수와 성악가들은 대중가요부터 가곡, 칸초네, 오페라 아리아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름다운 선율로 화합의 무대를 선보였다. 위러브유 회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면서 품격을 더하고 감동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1부에 이어 2부 사랑의 콘서트 사회를 맡은 김병찬 아나운서는 “지구촌 가족과 함께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고 콘서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첫 순서로 무대에 오른 가수 양수경은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를 부르며 관객과 함께했다. 이어 부녀가수 김종환과 리아킴이 ‘위대한 약속’, ‘가족을 위한 노래’로 따뜻한 감성을 전했고, 관록의 배우 겸 가수 김성환이 ‘밥 한 번 먹자’로 푸근한 온기를 나눴다. 또한 소프라노 강민성·정찬희, 바리톤 오유석, 실력파 남성 성악앙상블 라클라쎄 등이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관객들은 콘서트에 흠뻑 빠져들며 지구촌 가족의 행복을 염원했다. 이날 참여한 이태준씨(40)는 “기후재난으로 힘겨워하는 세계인들을 직접 도울 수는 없지만 콘서트를 통해 작은 손길로나마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지만 우리는 지구촌 가족인 만큼 함께 이겨내 보자고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랑의 콘서트는 2000년 첫 무대 이래 22회에 걸쳐 19만여 명이 참여한 위러브유의 연례 복지행사다. 그동안 콘서트를 통해 칠레, 모잠비크, 캄보디아, 요르단, 투발루 등 재해, 물 부족, 빈곤 피해를 겪는 27개국과 국내외 복지 소외가정 등 2만 2천여 가구를 도왔다. 심장병·희소난치병 등을 앓는 어린이 132명의 의료비를 지원해 미래 주역의 소중한 꿈을 지켰다. 매해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를 통해서도 기후변화 취약국과 국내외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국내는 물론 미국, 페루, 필리핀 등지에서도 개최했고, 올해 5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26회 걷기대회를 열었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포항 지진, 세월호 침몰, 대구 지하철 화재, 네팔 지진, 미국 허리케인, 라오스 댐 붕괴 홍수 등 국내외 대규모 재난 때 긴급구호활동에 앞장섰으며 ‘전세계 헌혈하나둘운동’으로 건강한 혈액을 기증하고, 의료 여건이 열악한 국가에 보건·의료용품 등을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 1일부터는 4년째 이어온 겨울맞이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각 지역 관공서와 연계해 다문화·홀몸어르신·조손·한부모가족 등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방한 물품과 김장김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85개국에서 4천531회에 걸쳐 진행된 봉사에는 지난 10월 기준 95만 5천여 명이 동참했다. 이러한 헌신적인 행보로 위러브유는 대한민국 훈장,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금상과 라이프타임상, 캄보디아 국왕 훈장, 에콰도르 국회 훈장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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