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마지막 달력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위태롭게 걸렸다. 마지막은 못다 한 아쉬움에 대한 낙차 큰 상실감을 준다. ‘벌써’라는 시간적 상실감과 결국이라는 수용의 의미가 포함된다. 마지막 잎새, 마지막 수업. 마지막 여행 등 마지막은 저마다 아픈 결말의 마침표를 찍고 있다. 세류동 어린이집을 지날 때 쇼윈도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 해가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예수 탄생의 기쁨을 나누는 행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겐 한 해를 축복하는 거룩한 의식적 욕망이 있는 것이다. 한 해 동안 고마운 분을 떠올리고 한 해 동안 쌓인 죄와 슬픔과 아쉬움을 위한 성찰의 시간일 수도 있다. 며칠 전 11월에 폭설이 내렸다. 창밖의 눈 소리에 수강생들은 들떠 있었다. 당장 카페로 가서 수업하기를 바랐다. 눈은 빨간 단풍나무 가지에 수북이 쌓였다. 11월의 첫눈은 참으로 뜻밖이다. 그 대신 영화 러브스토리의 ‘Snow Frolic’을 켜 놓고 옛 생각을 돌려봤다.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가 눈밭에 벌렁 드러누워 있던 장면, 그녀의 백혈병에 눈물을 흘렸던 추억이 지금은 신파극 같지만 내가 순수한 10대였다는 사실이 그리웠다. 마음 메마른 지금은 잃어버린 여행가방처럼 허탈할 뿐이다. 문득 이런 시가 떠 오른다. ‘저 파란 하늘의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언저리에/무언가 소중한 물건을/나는 잊어버리고 온 것 같다. 투명한 과거의 정거장에서/유실물계 앞에 섰더니/나는 도리어 슬퍼지고 말았다.’ -다니카와 슌타로 ‘슬픔’

[청소년 Q&A] 학교·학원·집···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하지 않아요

Q. 고등학교 입학 후 학교, 학원, 집, 학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치고 행복하지 않아요.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것도, 앞으로의 제 진로를 선택하는 것도 부담스러워요. 저는 언제 행복을 느낄 수 있나요. A. 2023년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트레스 원인이 ‘성적·진로에 대한 부담감’ 36.1%, ‘학업’ 25.9%, ‘외모’ 10.2%, ‘부모님과의 갈등’ 9.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청소년이 주로 성적, 진로, 학업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학교, 학교를 마치면 학원, 학원을 마치고 집에서 잠깐 쉬면 다시 비슷한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성적과 진로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까지 더해진다면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반복되고 지치는 일상이 끝난 미래에 필연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반복적인 일상이 지속되는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매일 15분의 시간을 내어 ‘작은 휴가 시간(mini vacation)’을 가져보세요. 이 작은 휴가 시간 동안 좋아하는 일을 해보세요. 좋아하는 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종이에 브레인스토밍을 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을 활용해 시원한 벤치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모두가 잠든 조용한 시간에 얼굴 팩을 하며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창밖을 구경하거나, 마음이 맞는 친구와 짧은 통화를 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작은 휴가 시간에 꼭 지켜야 할 중요한 사항은 이 순간만큼은 학업과 진로 고민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한 손에 영어 단어장을 들고 음료를 마시지 말아 보세요. 학업이나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또는 청소년전화1388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송다은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한국 전통예술의 깊이 되새기고 고유의 미·가치 살핀다…‘경기명인전’

도자, 서예 등 전통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명인’들의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예술문화명인 경기지회는 오는 6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2024 한국예술문화명인-경기명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서예 명인 이순금 경기지회장을 비롯해 권태영, 김수영, 김애경 등 경기 지역 작가 22명의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도자기 명인, 떡공예 명인, 규방공예 명인, 전통보자기 명인, 공예 옻칠 명인, 전통서각 명인 등이 만든 복식, 자수, 음식, 꽃꽂이, 도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김종민 공예 옻칠 명인은 ‘충효’를 강조하기 위해 용을 문자화 해 자개로 장식한 ‘충효 머릿장’을 선보인다. 서인석 목공예 명인은 차도구 세트인 ‘차 한잔의 여유’를 출품했다. 건조된 물푸레나무를 목선반으로 다듬고 손잡이, 꼭지 등을 조각한 뒤 옻칠을 하고 색을 입혀 화려함을 살렸다. 특히 이순금 명인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을 강조한 ‘무위자연’의 뜻을 담은 작품, 김초혜 시인의 ‘어머니’·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을 담은 서예 작품들을 공개했다. 이 밖에 이양우 청자조각 명인의 ‘백자모란문매병 주병’과 ‘청자상감연속문항아리’, 이유미 공예 명인의 ‘무와유…경계를 넘어서’, 이윤자 화예 명인의 ‘다시, 꽃으로’ 등을 볼 수 있다. 이순금 지회장은 “우리의 예술과 문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고난과 변화의 시기를 거쳤지만,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오며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고유의 미와 가치를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도 감동이 담긴 예술작품과 명인들이 발굴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도 뮤지컬 배우다!'... 경기문화재단·경기도,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

경기도 대학생들이 다채로운 뮤지컬 무대로 공연 경험과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내년 1월 경기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축제는 경기지역 공연예술 분야의 대학생과 청년 예비 예술인을 대상으로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도형 청년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이들을 단계별로 지원해 경기지역 공연과 실용음악의 창작 기반을 마련하고 청년 예술인과 도민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축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9월 참가 단체의 접수를 끝낸 뒤 지난달 12개 단체의 예선 심사를 완료했다. 심사위원장인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을 필두로 오은성 뮤지컬 프로듀서,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2일 본선에 진출할 5개 단체가 선정됐다. 본선 진출 팀과 작품은 한세대의 ‘HOPE’, 단국대 1팀의 ‘종의 기원’, 대진대의 ‘스프링 어웨이크닝’, 동서울대의 ‘스펠링 비’, 예원예술대의 ‘형제는 용감했다’ 등이다. 이종규 이사장은 “예선 심사에선 참가자들의 가창과 연기를 바탕으로 한 기량, 작품의 완성도, 팀워크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으며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연출적 요소 등 스태프들의 역할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들의 뮤지컬에서 기성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함과 뜨거움을 느꼈다”며 “본선 진출과 수상 여부를 떠나 청춘의 한 시기를 지금처럼 순수하고 뜨겁게 보내면 언젠가 꿈꾸는 무대 위에 선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본선은 내년 1월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치러지며 단체당 3일간의 심사로 진행된다. 시상식은 본선 심사 마지막 팀의 공연 이후 열릴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단체별 대상 1천만원, 최우수상 500만원, 우수상 300만원, 장려상(2개 단체) 100만원이 지급된다. 또 개인별 최우수 연기상(2명)은 각 100만원, 심사위원상(5명 내외)은 총 300만원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본선에 참가한 모든 단체는 제작지원금 500만원을 받는다. 본선에 앞서 이달 중에는 ‘본선팀 오리엔테이션’과 다양한 ‘도민참여 이벤트’도 열릴 예정이다. 이종규 이사장은 “처음 개최된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은 날로 발전하는 한국 뮤지컬 산업에 뜻깊은 자양분이 될 것이며 뮤지컬 관련 학과가 가장 많이 포진해 있는 경기지역 대학들에도 좋은 동기가 될 것”이라며 “1회 페스티벌 심사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 페스티벌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말,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연말을 근사하게 보낼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들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인천시립합창단은 오는 12일, 올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희망을 노래하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마련한다. 합창 연출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안지선의 짜임새 있는 무대 구성과 뮤지컬 팝스 오케스트라의 성대한 연주가 더욱 풍성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오는 19일에는 인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송년음악회 ‘초코케잌’을 선보인다. 조현경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합창곡과 탭댄스를 비롯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창작음악극 ‘초코케잌’을 꾸며 특별한 감동을 전한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27일 지난 6년간 시향의 역동적인 비상을 견인해 온 이병욱 예술감독의 퇴임 기념 연주회 ‘The Choral’로 2024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기악의 조화를 도모해, 인류 대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로 합창의 거장 모르텐 로리젠의 ‘오 얼마나 큰 신비인가’와 베토벤의 최후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20일 우리 절기의 의미를 고찰하며 춤으로 담은 ‘동지(冬至) - 춤 서린 풍경’으로 찾아온다. 정가의 고아한 선율과 함께 왕과 왕비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태평성대’를 통해 평안을 염원하고, 화사한 부채춤과 재액을 막는 의미로 추었던 진쇠춤, 긴 수건을 들고 한을 풀어내는 도살풀이를 통해 액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동지의 전통적 의미를 담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대표 브랜드 공연 ‘커피콘서트’도 2024년의 마지막 무대를 펼친다. 18일 동구문화체육센터에서 가곡 ‘겨울나그네’를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와 호흡을 맞춰 슈베르트의 감성을 완벽히 재현할 예정이다. 신병철 인천문화예술회관장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선물같은 송년 무대를 준비했다”며 “인천문화예술회관과 함께 뜻깊은 한 해를 마무리를 하시길 바라며, 더없는 행복과 추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10일 개최

매혹적인 연주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바이올린의 여제’ 사라 장(장영주)이 성남 공연을 시작으로 5년 만에 독주회에 나선다. 성남문화재단은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은 1990년 만 8세에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세계 무대에 존재를 알렸다. 이듬해 음반 회사 EMI 레이블(현 워너클래식)과 세계 최연소 음반녹음을, 1994년에는 만 13세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유럽 데뷔 무대를, 1995년에는 전도유망한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최연소 수상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사라 장은 이후 베를린·빈·뉴욕·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핀커스 주커만, 쿠르트 마주어, 콜린 데이비스, 리카르도 무티, 주빈 메타, 사이먼 래틀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신동의 아이콘’에서 ‘데뷔 35년 차 연주자’로 자신만의 눈부신 길을 만들어 나갔다. 이번 공연은 사라 장의 2019년 전국 리사이틀 투어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독주회다. 사라 장은 이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도시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사라 장의 성남아트센터 공연은 2005년 개관 기념 공연 이후 19년 만이다. 무대는 브람스 초기작인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C단조’로 막을 올린다. 브람스가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을 위해 슈만, 디트리히와 함께 작곡한 작품으로, 그 중 브람스가 작곡한 3악장 스케르초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이어 브람스의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이자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독창적인 표현력과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와, 활달하고 기민한 바이올린 선율로 유명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는 이차크 펄만, 레이 첸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협연해 온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함께한다. 티켓은 R석 10만 원, S석 8만 원, A석 6만 원, 합창석 4만 원이며, 성남아트센터 누리집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 [알기쉬운 한의약]

한의원을 방문하는 아이의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 아이는 감기를 달고 있어요”다.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산다’고 생각된다면 진짜 감기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경우 대부분 만성비염인 아이들이 많다.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이라 열이 나거나 몸살 및 목이 아프거나 하는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하면서 콧물, 코 막힘, 기침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같은 만성비염은 전신증상은 거의 없고 콧물, 코 막힘, 재채기 등 국소적인 부분에만 증상을 보인다. 힘들어하거나 아프지 않고 잘 노는 아이가 코에 국한된 증상을 보인다면 비염증상을 의심해야 한다. 비염은 약만 계속 먹는다고 낫는 질환이 아니다. 하지만 감기로 생각해 항생제를 오래 복용해 내성이 생겨 완치도 되지 않고 병원을 돌며 먹는 약이 많아지는 경우를 봐 왔다. 비염은 면역과 연관이 있는 질환이다. 면역이 약해지거나 예민해져 바깥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병이다. 한의학적으로 폐한증이라고 해 호흡기가 차다는 표현을 쓴다. 호흡기가 차고 면역이 약해 찬 공기가 들어오면 따뜻하게 만들기 어렵고 먼지가 들어오면 청소하기 힘들어지기에 온도 조절을 위해 코 점막이 부어 올라 코가 막힌다. 코 내부의 면적이 넓으면 온도 조절이 쉽기 때문이다. 또 이물질을 청소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걸 보충하기 위해 콧물을 만들어 낸다. 호흡기가 찬 아이들이 찬물이나 아이스크림, 찬 음료를 자주 먹는 건 좋지 않다. 과거보다 비염환자가 많이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으로 과거보다 잘 먹고 병원도 많이 늘어 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도 비염환자는 과거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고 하니 영양 상태나 병원 치료와는 연관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야 한다. 여러 논문에서는 비염이나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이 늘어난 것은 너무 깨끗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찬 음식을 많이 먹고 설탕 섭취가 많아 장내 유산균이 줄어드는 등의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렇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감기를 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생활습관을 바꿔 차가운 음식과 초콜릿, 사탕, 젤리 같은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줄이고 일찍 자고 적당한 운동을 해 면역력을 기르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약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면역(免疫)의 문자적인 의미는 역병을 면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우리 몸의 능력을 키워 병에 대항하는 힘을 말한다. 면역을 키우는 습관이 중요하다.

‘좋아할수록 짙어지는 공간’... 책방 짙은 [우리동네 독립서점]

김포시 장기동에 있는 ‘책방 짙은:’ 대표 최수이씨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던 때 9년간 운영하던 미술학원 문을 닫게 됐다. 그 시기에 다시 읽게 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최씨에게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자유를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2021년 3월 2일 책방 문을 열었다. ‘좋아할수록 짙어지는 공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용기를 얻은 최씨는 책방 이름을 고민하며 ‘책방 조르바’를 떠올렸다. 그런데 막상 ‘그리스인 조르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생소한 이름이었고 조르바를 아는 사람들의 반응도 호불호가 강했다. 그러던 와중에 2019년 발간한 본인의 책 ‘낡아가지만 아름다워서’의 소개글이 떠올랐다. “책방 이름을 고민하며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제 책에 저를 소개하며 ‘무엇엔가 빠지면 한껏 짙어진다’고 써둔 것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저는 무엇인가를 좋아하고 몰두하면 끝없이 깊이 빠지고 짙어지는 사람이에요. 책방은 저의 정체성을 담는 곳이니까 ‘좋아할수록 짙어지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짙은:’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책방 짙은:’은 주로 시와 그림책, 고전 도서를 들여놓고 있다. 상시 운영하는 독서 모임도 고전 낭독, 시, 그림책, 글쓰기, 커피 등 책과 관련된 것 혹은 다양한 취미를 향유하는 사람들과의 모임 위주로 하고 있으며 박소란 시인의 현대시 강독, 박초월 과학전문 번역가와 함께 과학책 읽기, 사진작가 허윤정의 사진수업, 박수밀의 고전문학 강의, 황진희의 그림책 테라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점에서 진행하는 전시와 북토크는 책방을 찾는 분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입니다. 보다 풍부하고 지속적으로 준비해 독자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문화적으로도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책을 만들고 창작물을 전시하는 책방 ‘책방 짙은:’의 블로그에는 그간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다. 서울을 벗어난 서점에서 평소 만나고 싶었던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인 듯 “김포에 살고 있는게 너무 좋다” 혹은 “김포로 이사가고 싶다”는 반응이 많다. “문화공간 역할을 하는 책방이 있다는 것은 동네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북토크 신청이 순식간에 마감되는 바람에 더 많은 독자를 모시지 못할 땐 저 역시 많이 아쉬워 벽을 터서 공간을 넓혀야 하나 고민하기도 합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나의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박준 시인을 초대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독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 많은 북토크를 제공한 ‘책방 짙은:’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며 ‘책방 짙은:’만의 색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을 팔고 북토크를 기획하고 문화 행사를 준비하는 일은 다른 책방에서도 이뤄지는 보편적인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책방 짙은:’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지난 2년간 ‘창작그룹 짙은:’과 진행해 온 사진수업과 그 결과물로 배출해 낸 독립출판 작가들, 그리고 책방을 갤러리 삼아 전시를 꾸려온 일들이 돌파구가 돼 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책을 팔고 작가를 만나는 것을 넘어 책을 만드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또 창작자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책방 공간을 확장하고 싶고요. 요즘은 ‘책방 짙은:’의 4년간 일들과 창작그룹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매거진 ‘Creative Route’ 창간호 출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거진 제목처럼 ‘책방 짙은:’이 창작자들의 산실이자 그들에게 길을 안내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과도한 사용으로 유발되는 손 질환, 종류와 치료법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 과도한 사용으로 무리가 갈 수 있는 부위 중 하나는 손이다. 손은 27개의 작은 뼈들이 모여 복합적인 관절을 이룬다. 손을 쓰지 않고 생활하기는 어려운 만큼 장시간 반복적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손의 과도한 사용은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손가락의 움직임은 거의 모든 활동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손가락에 통증이 지속되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며 “손에 발생하는 통증 부위별로 의심할 수 있는 질환도 달라 통증이 지속되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의 과도한 사용으로 유발되는 질환 중 첫 번째는 류머티스 관절염이다.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하고 잘 펴지지 않고 대칭적으로 양쪽 손의 중간 마디가 아프고 붓는다면 의심할 수 있다. 면역 체계가 정상적인 관절 조직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심해지면 손가락 관절 변형이 일어나 구부리거나 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관리로 증상이 완화된다. 두 번째는 손가락 골관절염이다. 주로 나이가 들면서 손가락 관절의 연골이 닳고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손가락 끝과 두 번째 마디 관절에 통증이 생기며 마디가 두꺼워진다. 증상과 통증은 류머티스 관절염과 유사하지만 연골이 마모된 부위에 국소적으로만 통증이 나타난다. 치료는 손 활동을 줄이고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고 관절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 건초염(드퀘르벵 증후군)도 유의해야 한다. 엄지손가락을 움직이거나 손목을 돌릴 때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반복적인 손목과 손가락 사용, 특히 엄지손가락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 힘줄에 염증이 생기며 발병한다. 스마트폰 사용, 키보드 타이핑, 무거운 물건을 드는 작업 등으로 손목 힘줄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염증이 생긴다. 민슬기 원장은 “손목을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며 “손목 보호기나 밴드를 착용하면 손목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힘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고 전했다. 체외충격파 치료도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을 완화해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은 손가락을 굽히거나 펼 때 ‘딱딱’하게 끊기거나 걸리는 느낌이 나면 의심할 수 있다. 손가락 중에서도 세 번째, 네 번째, 엄지손가락에 통증이 잘 발생한다. 손가락의 힘줄과 이를 감싸는 활차 사이에 마찰이 발생해 힘줄이 엉키거나 걸리며 나타난다. 통증이 심할 경우 손가락을 굽히거나 펼 때 ‘딱’ 하는 소리나 저항감이 느껴지고 갑자기 손가락이 풀리면서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다섯 번째로 부상 후 이유 없이 지속적인 손목 통증이 발생하거나 손목을 회전할 때 ‘뚝’ 하는 파열음과 함께 통증이 느껴진다면 삼각섬유연골복합체(TFCC)를 의심할 수 있다. TFCC는 손목의 새끼손가락 쪽에 위치한 복합적인 구조물로, 뼈, 인대, 힘줄, 연골이 결합된 삼각형 형태를 띠는 부위다. 손목이 꺾이거나 회전하는 동작에서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손상될 수 있다. 손목의 유연성과 근력 강화 운동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손끝으로 만나는 ‘조선 도자기’의 세계…경기도자박물관 ‘도자기와 닿다, 도자기 와닿다’

진열장 속 조선시대의 도자 유물이 전시장 한가운데로 나왔다. 손끝으로 도자기의 문양을 느껴보고, 향을 맡아 도자기의 쓰임새를 확인하거나, 제작과정을 소리로 들어보며 도자기가 생생하게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은 26일부터 도자유물을 확장된 감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무장애 전시 ‘도자기와 닿다, 도자기 와닿다’를 선보이고 있다. 박물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판과 음성 해설 뿐 아니라 경계선 지능인과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쉬운 해설을 곁들였다. 특히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가 전시를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물의 높이와 동선을 설계했다. 전시는 도자기의 제작과정, 문양, 형태·기능을 살펴볼 수 있는 3부로 구성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선백자의 제작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실제 도자 유물이 있다. 유물들은 1467년 광주에 만들어진 국영 백자가마 ‘사옹원 분원’ 가마터에서 수습된 것이다. 유약이 없는 도자, 유약이 녹다 만 도자, 도장을 찍어 아름다운 문양을 남긴 도자들을 차례로 만지고 비교해가며 조선시대 도자 이야기에 절로 녹아든다. 진열장 속에 있는 ‘백자 소문 항아리’를 3D 프린터로 만든 달항아리를 만져보거나, 폴리엔 바바스의 작품 ‘나에게 말해줄래요’를 통해 도자 제작 과정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폴리엔 바바스는 380도의 가마를 열어 유약이 식으면서 도자기에 금이 갈 때 나는 소리를 녹음했는데 부드러움에서 딱딱함으로, 유연성에서 고정성으로 물질이 변하는 순간을 기록했다. 특히 조선시대 봄·여름 제사에 사용한 코끼리 모양의 그릇인 ‘분청상준’과 ‘백자상준’을 3D 프린터로 본딴 체험물을 만져보며 유물의 특징을 손 끝에서 느껴볼 수 있다. 코끼리가 항아리를 짊어지고 있는 듯한 입구의 형태, 실제 코끼리를 보지 못해 만들어진 코가 짧은 형상의 코끼리, 몸통에 세 줄의 선을 그어 장식한 형태 등을 생생히 마주한다. 또 전시에선 석고 모형에 아쿠아, 커피, 풀 등의 향을 입혀 푸른색, 코발트 블루, 적갈색 등 다양한 색의 도자기가 향기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도자기의 문양을 손으로 감각하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터치 세라믹’이 전시됐다. 박물관이 협업해 개발한 터치 세라믹은 도자기의 벌, 꽃, 나비 등 문양을 만지면 각각에 알맞는 음악이 나와 오감으로 도자를 느낄 수 있다. 전시에선 ‘백자청화 산수문 사각연적’을 본딴 체험물이 전시돼 문양에 따른 약 10곡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시를 기획한 김진영 학예연구사는 “감각의 확장은 감상의 확장을 의미한다. 도자기에 손길이 닿는 행위를 통해 도자기가 비로소 마음에 와닿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며 ‘모두의 박물관’, ‘다감각 박물관’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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