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2025 전시…‘예술과 기술로 연결된 함께하는 미술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올 한 해 ‘예술과 기술로 연결된 함께하는 미술관’을 비전으로 관객과 만난다. 실험적인 청년작가를 발굴·소개하는 기획전부터 백남준의 목소리로 백남준의 작품을 다시 감상하게 하는 상설전, 지난해 백남준 국제예술상을 수상한 ‘조안 조나스’의 전시 등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심도있게 펼쳐보이는 전시 계획을 들여다 봤다. ■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의 문을 여는 첫 전시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이다. 오는 20일부터 6월29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동시대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고요손, 김호남 등 젊은 작가 8명을 통해 오늘날 새로운 예술의 맥박을 짚는다. 전시명은 지난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선보였던 ‘랜덤 액세스’에서 본땄다. 혁신적인 예술 실험의 현장이었던 당시 전시의 포스터에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몽테뉴의 물음이 담겨 있으며, 절대적 진리와 기존의 관습에 의문을 제기했던 그의 철학이 함축돼 있다. 몽테뉴의 질문은 백남준의 예술적 사유와 공명하고, 시대로 가로질러 오늘날 젊은 작가들이 예술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참여 작가들은 현대 문명의 이면에 잠재된 가치들을 드러내고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켜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부드럽게 허물어낸다. ■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 오는 4월21일부터 내년 2월22일까지 진행되는 상설전 ‘백남준이 말하는 백남준’은 백남준의 목소리로 백남준의 작품을 다시 감상하는 전시다.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를 생소하게 여기는 대중을 위해 작품의 기계적인 작동 원리와 미디어 아트의 감상법에 대해 짧고 명쾌한 설명을 많이 남겼다. 1975년 백남준은 WNET와의 인터뷰에서 고장난 텔레비전을 옆으로 세워 제작한 ‘TV를 위한 선’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줬고, 1984년 NHK와 인터뷰한 프로그램에서는 ‘참여 TV’에 직접 마이크를 부딪쳐 추상적인 영상을 즉각적으로 만들며 이제는 우리가 텔레비전에 반격할 때라고 주장했다. 또한 흑백 진공관 텔레비전으로 구현한 ‘달은 가장 오래된 TV’의 내부 회로를 직접 조작하며 다양한 달의 모습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백남준의 생생한 설명이 담긴 영상과 더불어 초기 대표작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백남준의 손때 묻은 아카이브 사물뿐 아니라 백남준의 개인적인 소회가 담긴 편지글 등이 함께 전시돼 백남준에 대한 한층 더 깊은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 8월7일부터 10월19일까지 열리는 올해 세 번째 전시 ‘태양에 녹아드는 바다’는 오늘날 도시를 뒤덮고 있는 미디어 파사드에 표상된 이미지를 백남준의 비디오 사유를 바탕으로 읽어내는 전시다. 백남준은 1970년대 중반부터 멀티 텔레비전 대형 설치와 레이저 프로젝션을 통해 비디오가 창출하는 경계 없는 비물질적 시공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이 전시는 백남준의 작품 ‘촛불 TV’에서 출발한다. 아날로그 매체가 동시대 기술이 최적화한 디지털 몰입형 미디어 파사드로 전환되면서 백남준과 동시대 미디어 작가의 작품으로 몰입형 미디어 경험에 대한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제시한다. ■ 백남준 예술상 수상작가전 ‘조안 조나스’ 백남준아트센터는 올해 마지막 전시로 백남준 예술상 수상작가전 ‘조안 조나스’를 개최한다. 11월20일부터 내년 3월29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지난해 제8회 백남준 예술상 수상자인 조안 조나스의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조안 조나스는 1960년대부터 퍼포먼스를 시작해 초기 비디오와 퍼포먼스, 시와 조각 등 여러 분야를 통섭하고 융합하며 현대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기후 위기, 생태, 인간과 비인간 친족 관계를 주제로 새로운 영역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돼 자연 파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며 특별언급상을 받았고, 2018년엔 인류의 과학적, 문화적, 정신적 향상에 크게 기여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교토상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해 뉴욕현대미술관 회고전에서는 고령에도 직접 퍼포머로 등장해 즉흥 연주와 공연, 프로젝션이 결합된 총체 예술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는 조안 조나스의 1960년대 초기작은 물론 최근 작업까지 망라해 60여 년에 이르는 그의 창작 여정을 폭넓게 보여줄 예정이다.

[건강칼럼] 다이어트 평생 해야 하나요

2025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이들의 새해 목표는 다이어트다. 매년 계획을 세우는 다이어트는 평생 해야 할까. 대다수 사람이 다이어트를 체중 감량으로만 생각하지만 다이어트의 본질은 ‘건강한 삶의 방식’에 더 가깝다. 다이어트(diet)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스어 ‘diaita’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평생 한다는 것은 단순히 칼로리를 제한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넘어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즉, 다이어트의 본질은 체중 감량 그 이상이고 건강한 삶의 방식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결혼식, 휴가, 건강검진 등과 같은 특정 목표를 위해 단기적인 다이어트에 몰두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종종 ‘요요 현상’을 불러오며 결국 체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증가시킨다. 단기적인 다이어트는 일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이 단기 다이어트의 함정이다. 몸과 마음을 장기적으로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이어트를 평생 한다는 말은 체중 감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식단과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습관은 일상에 쉽게 녹아들 수 있다. ▲가공식품 섭취 줄이기 ▲채소와 과일을 매일 일정량 이상 섭취하기 ▲규칙적인 운동(걷기,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등 이런 습관들은 단순히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식으로 건강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체질, 생활 패턴, 선호도에 따라 다이어트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완벽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즐기면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적으로도 개인의 체질과 패턴 등에 맞춰 한약치료, 침치료, 약침, 그리고 맞춤형 생활관리티칭, 상담 등으로 편안하게 다이어트를 도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이어트를 평생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그렇다’이지만 여기서의 다이어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고통스러운 체중 감량 프로그램이 아니다.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생활 방식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통해 무언가를 ‘포기’한다기보다는 더 나은 자신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평생의 다이어트는 고통이 아닌 건강과 균형을 위한 선택이다.

경기아트센터 사장에 김상회 전 청와대 행정관 내정

경기아트센터 신임 사장에 김상회 전 청와대 행정관이 내정됐다. 앞서 지난달 유정주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내정된 데 이어 경기아트센터 사장까지 내정되면서 이달 중 두 기관의 수장자리가 채워질 전망이다. 7일 경기도, 경기아트센터에 따르면 경기아트센터 임원추천위원회는 사장 공모 절차를 거쳐 2명의 후보자를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추천했고, 김 지사는 김 전 행정관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김 내정자는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김 지사가 최종 임명한다. 김 내정자는 수원 출신으로 한국민예총 수원지부장, 경기국제인형극제 총감독, 제8대 경기도의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정책실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자치발전비서관실 행정관, 대한민국특례시장협의회 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경기문화재단은 이보다 앞서 지난해 12월16일 임추위를 열어 대표이사 후보로 유정주 전 민주당 국회의원 등 2명을 김 지사에게 추천했고, 김 지사는 지난달 20일 유 전 의원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유 내정자 역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될 예정이다. 유 내정자는 제21대 국회의원,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법률플러스] 토지 소유자의 사용·수익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

우리 헌법 제23조 제1항은 재산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면서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재산권의 내재적 한계로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어느 사유지가 종전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또는 도로예정지로 편입돼 사실상 일반 공중의 교통에 공용되는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그 토지를 도로로 제공하거나 그러한 사용 상태를 용인함으로써 인근 주민이나 일반 공중이 이를 무상으로 통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의 점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나 손해배상청구, 토지 인도청구 등 그 토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의 제한 기준에 대해 대법원(2019년 1월24일 선고 2016다264556 전원합의체 판결)은 소유자가 토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보유기간, 소유자가 토지를 공공의 사용에 제공하거나 그 사용을 용인하게 된 경위와 그 규모, 토지 제공 당시 소유자의 의사, 토지 제공에 따른 소유자의 이익 또는 편익의 유무와 정도, 해당 토지의 위치나 형태, 인근의 다른 토지들과의 관계, 주위 환경, 소유자가 보인 행태의 모순 정도 및 이로 인한 일반 공중의 신뢰 내지 편익 침해 정도, 소유자가 행사하는 권리의 내용이나 행사 방식 및 권리 보호의 필요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보장과 공공의 이익 사이의 비교형량을 해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가 도시계획시설사업 추진 과정에서 도로 부지의 기부채납 확약을 했고 관할관청도 실시계획인가에 기부채납 부관을 붙였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가 사업시행을 마치지 못하고 파산했고 도로 부지 소유권을 확보한 새로운 소유자가 도로를 개설해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도로 부지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은 종전 소유자가 도로 부지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보아 그 특별승계인인 새로운 소유자가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5년 1월23일 선고 2024다277885호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즉, 기부채납 확약은 실시계획 등 승인을 위해 부득이 이루어진 것으로 실시계획인가가 실효되고 그 사업계획이 확정적으로 취소된 이상 기부채납 확약만을 들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의 포기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종전 소유자는 사업이 무산돼 도로 부지를 기부채납으로 제공함으로써 얻고자 했던 이익을 실현하지 못한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아니한 채 도로로 사용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은 종전 소유자의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 포기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분당제생병원, 인슐린 저항성·내시경 소견 연관성 논문 SCI 저널 등재

분당제생병원은 소화기센터 박상종 소장, 서준영 과장, 홍혜선·이현탁 전문의의 논문이 SCI 저널인 ‘Scandinavi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등재됐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인슐린 저항성과 내시경 소견의 연관성을 분석해 대사성 증후군의 진단 및 예측에 내시경 검사가 가지는 잠재적 중요성을 밝히기 위해 진행됐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정상적인 인슐린의 작용에 대해 세포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며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면 우리 몸에서 인슐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고혈당증이 발생한다. 연구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들은 미란성 식도염의 발생률이 더 높았고 역류성 식도염의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인슐린 저항성의 정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대로 위의 점막에서 관찰할 수 있는 정맥망 배열의 규칙성(RAC)이 있는 경우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이 낮아졌고 미란성 식도염은 인슐린 저항성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RAC 손실이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RAC는 기존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없는 위 점막에서 관찰되는 내시경 소견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RAC 손실이 대사성 합병증의 표지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이는 인슐린 저항성이 혈관 및 조직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되고 위 점막의 정맥망 배열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홍혜선 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내시경 검사가 대사성 질환의 합병증 예측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 대장 등 소화기 상태 확인뿐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을 확인한 뜻깊은 연구였다”고 말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2월의 팔달문로, 삼춘옥 앞에서

한 해를 전송하고 또 한 달이 지났다. 왕오천축국전의 ‘다시 한 달을 가면’이라는 문장이 떠오른다. 구도자 혜초의 한 달은 멀고 느렸겠지만 현대사회의 복잡성은 장마의 급류처럼 겨를 없이 휩쓸려 간다. 설 지나 입춘이 왔건만 마음의 봄은 도달하지 않고 감동 없는 시간은 황소의 하품처럼 목적 없이 흐른다. 2월은 돌개바람 쓸고 가는 고향 집 마당의 가랑잎 구르는 소리 같다. 삭풍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마른 잎을 돌돌 말아 오르거나 양철지붕을 두드리기도 했다. 마당은 삶을 담는 서정과 서사의 자취 같다. 문틈으로 장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저녁나절, 마당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발소리는 아직 환청처럼 남아 있다. 미학에 비장미(悲壯美)가 있다. 슬픔도 승화된 아름다움이라는 것. 애틋한 어머니의 희생적 삶을 2월에 더욱 느낀다. 맹물같이 흐르는 시간에 누룽지 숭늉처럼 따뜻하고 구수한 고향은 스침만으로 그립다. 지동교 건너기 전 옛 가구거리 길로 접어들면 국밥집 삼춘옥이 머물러 있다. 늑대집과 마산아구탕이 있는 이 골목은 서린 추억의 뒤란 같다. FM 라디오에서 고향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수원시립합창단의 노래여서 제맛이다. 마지막 소절은 먼 고향의 향수를 눈송이처럼 포근히 안겨준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산골짝 깊은 골 초가마을에/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고향 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생각하며 읽는 동시] 같이 가는 길

같이 가는 길 최영재 모두 한 동네로 갈 것처럼 시내버스 정류장에 서 있지만 각자 버스와 눈이 맞으면 반가이 차에 올라 먼저 앉은 손님 둘러본다. 같은 차타고 같은 길로 함께 가는 인연 처음 만난 사이지만 어쩐지 눈맞춤하며 씩 웃고 싶다. 동시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좋은 문학이다. 특히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권하고 싶은 독서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잠시나마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치매 예방에 좋기 때문이다. 이 동시는 시내버스를 같이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같은 차타고 같은 길로 함께 가는 인연/처음 만난 사이지만/어쩐지 눈맞춤하며 씩 웃는다.’ 어찌 이를 어린이들이나 읽어야 하는 동시라고 할까. 같은 방향으로 가는 버스 안의 사람들은 인생길에서 만난 ‘인연’으로 바꿔 읽어도 좋지 않은가. 시작도 모르고 끝도 모르는 우주의 시간 속에서 만난 우리들이다. 이 예사롭지 않은 인연을 놀랍게도 어린이가 읽어야 할 동시가 귀띔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단순 간결한 몇 줄의 언어로 말이다. 시인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할 적에도 전교생 앞에서 그렇게 ‘간결한’ 훈화를 한 걸로 유명하다. 어디 훈화만인가. 시인은 축구 실력도 보통을 넘어 프로에 가깝다. “슛은 말이지요. 반 박자 빨라야 해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시인은 타이밍을 시에도 적용하는 기지 넘치는 작가다. 얼마 전 펴낸 동시집 ‘어린이 명함’에서도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대한한의사협회 “한의계,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위한 제도 개선해야”

엑스레이(X-ray)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무죄가 확정되자 한의계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는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현행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의사와 한의원을 즉각 포함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17일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 A씨에게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2심 판결문을 통해 현행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엑스레이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와 한의원이 누락돼 있지만 한의사와 한의원을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한한의사협회는 4일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료법 제37조 제2항,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제10조 제1항 별표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 규정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를 한정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별표6’ 규정에서 한의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그 밖의 기관’에서 제외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엑스레이 사용에 있어 한의사와 한의원은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놔 의료인인 한의사가 진료에 엑스레이를 활용하는데 불필요한 논쟁거리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법원의 준엄한 판결이 확정된 만큼 이제는 보건복지부가 해당 법령에 지금까지 누락되어 있던 한의사와 한의원을 포함시켜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3만 한의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앞으로 엑스레이를 진료에 적극 활용해 국민에게 최상의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박물관, 6일 국제학술대회 ‘명대 서화예술의 전개와 확산’ 개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오는 6일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 특별전과 연계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명대 서화예술의 전개와 확산’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중국·일본·미국·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술사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모여 중국 명대 서화예술의 발전과 전개, 동아시아적 확산과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다. 행사에서는 양용 랴오닝성박물관 연구원이 ‘중국 명대 회화예술-랴오닝성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를 주제고 기조 발제에 나선다. 또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조선시대 명대 회화의 수용과 변용’을,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조선시대 명대 서풍의 수용과 변용’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이어 여섯 편의 연구 발표가 진행된다.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명대 전기의 화가 대진(1388~1462)의 작품 ‘선종육대조사도권’에 주목해 ‘혜가의 팔뚝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혜가단비(慧可斷臂)에 대한 단상’을 진행한다. 이타쿠라 마사아키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셋슈(雪舟)가 본 동아시아’ 연구발표를 통해 선종 승려이자 일본 수묵화의 대성자로 불리는 셋슈(雪舟, 1420~1506)가 봤던 중국 회화를 상정해 보고 그의 그림이 중국과 한국에서 어떻게 이해됐는지 살펴본다. 최여훈 명지대 강사는 ‘명대 오파회화 속 ‘동천(洞天)’ 이미지’를 통해 명대 오파 화가들이 그린 동천복지 그림들을 동천의 시각화 전통의 맥락에서 짚어본다. 특히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중심으로 ‘초예기자지법(草隷奇字之法)과 사기(士氣)의 전개양상과 함의’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 밖에 임수아 클리블랜드미술관 학예사가 ‘동기창의 ‘강산추제도’, 그 우정과 권력에 대한 기억’을, 오승희 시카고미술관 학예사가 ‘명말 회화에서의 진(眞)과 환(幻)’을 주제로 한 연구발표를 진행한다. 여섯 편의 연구발표에 대한 개별 토론은 장준구(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정은(한국외국어대 교수), 유순영(국가유산청 문화유산감정위원), 고연희(성균관대 교수), 조민주(덕성여대 교수), 정윤회(경기도박물관 학예사) 등 이 분야 연구자들이 나선다. 종합토론은 박은화 교수(충북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로 명대 서화가 조선과 일본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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