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아이가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거 같아요.

Q. 중학교까지 성적도 좋았던 아이인데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무기력해 보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 하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이고 우울해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이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자랍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번 좋은 결과를 바라는 부모님의 바람에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꼭 잘해야 하고 누구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이들에게 번아웃을 생기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번아웃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먼저 부모의 지나친 기대감이 아이들에게 번아웃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기대하고 성과를 바라며 엄격한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이 심리적인 압박을 강하게 받을 우려가 큽니다. 이럴 경우 혹시 부모의 지나친 기대나 간섭은 없었는지. 학습량이 과도하지는 않았는지 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괜찮다 하면서 서울 소재 대학은 가야지, 최소한 이만큼은 해야지 하는 건 아닌지, 기대치가 너무 높은 건 아닌지, 부모가 만성적인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또 가족 간의 많은 대화와 시간을 통해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좋습니다. 부모와의 대화와 유대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나를 지지해 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대화에 집중하며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해 주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김기희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원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영화루가 보이는 풍경

제주도가 고향인 K로부터 설 끝에 호출을 받았다. 겨울빛이 창을 뚫고 사랑채 깊숙한 테이블에 앉았다. 차 한잔과 맛난 정담이 더없이 안온하다. 돌아오는 길에 낡은 골목길을 걸었다. 많은 추억과 경험의 사유가 꾸역꾸역 고여 들었다. 옆구리엔 K에게 받은 조롱박처럼 큰 한라봉이 친절한 충만감을 준다. 생각의 창고가 가득 찬 넉넉함.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 형의 보편적 사상을 빌려 발걸음을 느리게 옮겼다. 주름이 덕지덕지한 여관 골목을 주소지 없는 길냥이처럼 살피다가 익숙한 길에 도달했다. 가끔 막걸리 먹던 추억을 쌓아둔 동막골 전집은 혼자라서 포기하고 옆에 낀 60년 노포 영화루에 들었다. 점심시간이라 테이블이 찼다. 이민이나 타지에서 돌아온 분들이 이곳부터 찾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짜장면 한 그릇에 깃든 추억이 사무치게 그리웠을 것이다. 아직 사장님과 종업원 사이에 오가는 중국말이 정통성과 신뢰감을 보장해 주고 있다. 오늘은 향수 젖은 이 골목길을 트리 희(희영, 희선, 희정)의 에이스(?) 희정님이 그렸다. 70년대 소설 속 창백한 환자처럼 자주 아파 늘 걱정이었는데 요즘은 동료들과 잘 지내고 결강도 없어 다행이다. 그림도 나날이 좋아져 부디 오래오래 우리의 교실에 머물러 주길 바라는 게 나의 내심이다. 설 지나 벌써 정월 대보름이다. 농가월령가는 바야흐로 쌍 제비 옛집 찾듯 분주하고 새 학기 새봄이 그대 앞에 있다.

[법률플러스] 민사소송과 항소이유서

형사재판의 제1심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원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항소장을 받은 원심법원은 항소법원에 소송기록을 송부하고 기록을 송부받은 항소법원은 피고인에게 소송기록 접수를 통지한다. 피고인은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며 만일 그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한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민사소송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제1심판결을 수용할 수 없는 당사자가 원심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점, 항소장을 받은 원심법원이 소송기록을 항소법원에 보내는 점은 형사소송과 동일하다. 그러나 민사소송법에는 ‘항소한 당사자가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 실무적으로는 항소법원이 기한을 지정해 그날까지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제재 규정이 없다. 덧붙여 민사소송 실무에서 ‘항소이유서’라는 용어가 흔히 사용되지만 엄밀하게 보면 민사소송 절차에서는 ‘항소이유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는 ‘항소심에서 처음 제출하는 준비서면’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뿐이다. 항소이유서에 관한 이러한 규율 태도가 민사소송 절차의 지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러한 비판을 수용한 국회는 2024년 1월16일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항소이유서 제도를 명문으로 도입했다. 개정 법률(제400조, 제402의조의2, 제402조의3)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항소장을 받은 원심법원이 소송기록을 항소법원에 보내면 항소법원은 그 사실(소송기록을 접수한 사실)을 항소인에게 통지한다. 항소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항소인이 기한 안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각하한다. 다만 항소법원은 항소인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제1항에 따른 제출 기간을 1회만 1개월 연장할 수 있다(제402조의2 제2항). 그러나 항소법원이 실제로 연장해 줄 것인지 보장할 수 없다. 결국 항소인이 항소 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항소 각하라는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민사소송규칙 제126조의2에 의하면 항소인은 항소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만일 항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위 기한이 경과한 후에 항소이유서에 기재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을 제출하면 법원은 이를 기각할 수 있으므로, 항소이유서는 기한 안에 작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잘(제대로)” 작성해야 한다. 만일 제1심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항소심 기록 접수의 통지를 받은 후 40일에 근접하는 기간이 경과하도록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가 갑자기 변호사에게 사건처리를 부탁한다면 2~3일 안에 항소이유서를 작성·제출해야 하는 변호사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 도입된 제도로 인해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세심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제도는 2025년 3월1일 이후 최초로 항소장이 제출되는 사건부터 적용한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소장유물총서 ‘표류인 문순득 일기’ 발간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개관 후 첫 학술연구 성과로 소장유물총서 ‘표류인 문순득 일기’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서는 박물관이 소장한 미공개 유물의 학술적 가치를 밝히고 대중에게 해양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하고자 기획했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는 우이도 홍어 장수 문순득(文順得, 1777~1847)의 표류 경험을 담은 표해록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문순득은 1801년 홍어 거래에 나섰다 풍랑을 만나 일본 오키나와(유구), 필리핀(여송), 마카오(오문) 등을 거쳐 약 3년 2개월만에 조선에 귀환했다. 조선 후기 최장거리, 최장기간을 표류한 문순득의 기록은 단순 조난을 넘어 당대 문화·경제·외교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귀중한 사료다. 당시 흑산도 유배 중이던 정약전이 문순득의 여정을 ‘표해시말(漂海始末)’로 기록했으나 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후 정약용의 제자인 이강회의 ‘유암총서(柳菴叢書)’에 필사본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소장유물 연구를 통해 박물관이 지닌 ‘표류인 문순득 일기’가 해당 필사본보다 일찍 쓰인 자료임이 밝혀졌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는 종전 자료들에 없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서양 문물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가톨릭을 탄압하던 19세기, 문순득이 필리핀 성당에서 미사를 관찰하며 이를 상세히 기록했다. 또 유럽 범선에 ‘거중기’가 있다고 표현한 부분 등에서도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박물관은 이번 총서를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물 가치를 조명하는 전문가 글을 비롯해 원문 이미지, 국문 번역, 유물 분석 과정을 담은 연구 노트를 포함했다. 또 문순득이 사용한 생존언어와 가마, 담배, 여성 생활, 성당 등 다양한 나라 문화를 조선과 비교한 부록을 수록하기도 했다. 우동식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은 “문순득의 표해 기록이 가진 해양교류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박물관의 첫 연구 결실을 공유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박물관 소장유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해양 유물이 모두의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물관은 소장유물총서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양 유관기관, 대학 도서관 등에 무료 배포했다. 또 국립인천해양박물관 누리집에서도 열람이 가능하다.

중심잡기 예술가 변남석의 ‘NEW 세상의 중심을 잡다’

변남석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밸런싱 아티스트(Balancing Artist)’다. 돌을 세우고, 병을 세우고, 자전거, 세탁기, 공중전화부스 등 크기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서리나 귀퉁이에 중심을 잡아 세운다. 그의 예술성은 CNN, BBC, 디스커버리 채널, FOX TV 등 글로벌 미디어에 출연하며 예술의 경계를 넘어선 독창적인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두바이와 싱가포르, 홍콩, 카자흐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밸런싱 아트를 널리 알리고 있다. ‘중심잡기 예술가’인 그가 이번엔 소리의 균형과 충돌, 공명을 탐구한 전시를 선보인다.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수호갤러리(성남시 분당구) 열리는 변남석 개인전 ‘NEW 세상의 중심을 잡다’는 사물로 균형잡던 그의 기존 작업을 확장한 무대다. 수호갤러리의 2025년 대주제 ‘환경과 예술’을 기반으로 열리는 ‘2025 NEW 세상의 중심을 잡다’ 전시에선 소리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가 어떻게 균형을 이루고 충돌하며 공명하는지를 보여준다. 바이올린과 빗자루 모양을 한 대나무 등이 오브제가 됐다. 환경음, 자연의 소리, 대화 등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지나쳤던 소리들이 조형적 요소로 기능하며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달 26일 오후 2시에는 변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와 관객과 참여형 퍼포먼스가 열린다. “소리는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을 형성하며 감각적 경험을 조직한다. 소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균형을 탐구하며, 우리가 감각하지 못했던 조화를 예술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태종과 세 아들은 어떻게 ‘안녕’을 빌었나…한국 창작무용 ‘녕, 왕자의 길’ [공연리뷰]

무엇이든 뜻한 바대로 행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은 모든 소유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면 ‘행복’마저도 이룰 수 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존(至尊)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안녕’과 ‘평안함’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숱한 삶을 목격해 왔다. 지난달 25~26일 아르코예술 대극장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17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중 하나인 (주)아트로버컴퍼니의 창작무용 공연 ‘녕(寧), 왕자의 길’은 조선의 3대 왕 태종과 그의 세 아들의 운명과 삶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표현 수단인 ‘몸짓’을 통해 “평안한 삶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지존이면서 동시에 아비로서 고뇌했던 한 남자와 권력이라는 소용돌이 앞에 운명이 뒤바뀐 세 아들의 이야기는 전통의 한국무용과 세련된 음악의 결합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태종 이방원. 형제는 물론 처가에도 피의 숙청을 단행하며 왕좌를 지켜낸 인물이자 저물어가는 고려 왕조를 정리하고, 조선이라는 새 시대를 연 개국 공신. ‘피’의 길을 걸어간 태종은 그래서일까 그의 세 아들 양녕, 효령, 충녕에게 ‘평안하다’는 뜻의 녕(寧)을 대군의 이름으로 내렸을지도 모른다. 작품은 총 5장의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돼 인트로 격인 1장 ‘왕좌의 길’에서부터 세 왕자의 인생이 담긴 각 장을 거쳐 욕망과 피로 물든 지난 날을 반추하는 태종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왕좌-무위-구도-태평-평안의 길로 표현된 이들의 춤사위는 네 인물이 다다르고자 했던 ‘평안함’을 보여주며 동시에 우리에게 욕망 혹은 꿈이란 무엇인지 되묻는다. ‘녕(寧), 왕자의 길’은 한마디로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다. 장구와 꽹과리를 등 전통악기와 첼로 등 서양악기의 결합, 살풀이와 같은 우리 고유의 ‘한’의 정서에 재즈와 전자음악의 결합으로 세련됨을 더했다. 첫째 양녕이 걸어간 2장 ‘무위의 길’은 리드미컬한 음악, 자아도취의 표정 연기와 자유분방하고 강한 몸짓, 형형색색의 의상들로 표현됐다. 족쇄 같던 세자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풀어헤친 도포 자락과 춤사위에서 그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진 3장 ‘구도의 길’에서 둘째 효령대군은 한스러운 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역동적인 그의 형과는 정반대의 정적인 무대였다. 앞서 파랑, 노랑, 초록 등의 색색의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던 2장과 상반되는 분위기로 3장에서는 통일된 색상의 바지, 어두운 모자를 쓴 무용수들이 무채색의 단체 군무를 선보인다. 아버지에 의해 운명이 뒤바뀐 형과 자신 대신 왕좌에 오른 아우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놓인 효령. 그의 혼란스러움과 고뇌, 권력에 대한 환멸과 허무는 곡선의 몸짓으로 표현됐다. 승무에서 장삼의 긴 소매를 허공에 흩뿌리고, 무용수들이 펼쳐낸 소맷단의 길을 걸어나가 모자를 벗고 허공을 응시하는 그의 표정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세속을 떠나 진리를 탐구하며 불도의 길을 걸어간 그가 추구하는 ‘녕’은 ‘구도’에 있었다. 최고의 성군이라 불리우는 세종대왕이 된 셋째 충녕의 삶은 4장 ‘태평의 길’에서 표현된다. 그곳은 ‘화합’의 무대라 할 수 있다. 양녕의 역동적이고 자유분방한 춤사위와 효령의 정적이면서도 강직한 몸짓은 충녕에 이르러 직선과 곡선이 모두 어우러진 카리스마와 온화함으로 탄생했다. 일렉트릭과 전통음악의 결합은 분위기를 한층 더하며 백성을 위한 혁파의 길을 걸어간 세종을 나타냈다. 무대의 정수는 태종이 마지막 남겨진 자신의 평안을 찾는 5장 ‘평안의 길’이었다. 무장 가문으로 유명한 이성계 집안의 유일한 문과 급제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도와 건국을 이뤄내고, 왕좌의 길에 오르기 위해 숱한 피를 뿌려야했던 남자. 마지막 장은 태종이 지난 삶을 반추하고 욕망과 피로 물든 지난 넋을 기리는 일종의 살풀이와 같았다. 핏빛의 붉은 조명과 함께 등장한 태종. 복면으로 얼굴을 감싼 무용수들 사이에서 왕은 고통스럽게 자신의 몸을 긁어내기도 사시나무 떨듯 진동하기도 끝내 쓰러지기도 한다. 피비린내 나는 붉은 빛의 군무는 그를 둘러싼 폭풍 같은 정쟁이며 그 사이로 곤룡포를 입은 태종은 살풀이를 춘다. 이내 살풀이 천을 허공에 뿌리고, 날리는 그의 모습은 혈육과 수많은 목숨에 대한 넋을 풀고, 과거를 회상하며 끝내 자신도 평온함과 평안함에 이르고 싶었음을 느끼게 만든다. 흰색 천으로 쓰러진 넋의 얼굴을 덮어나가고 무언의 울부짓음과 절규하는 ‘용의 눈물’은 한 인간이자 군주, 아비로서의 그의 인생을 떠올리게 했다. 최재헌 연출가는 “조선의 역사를 새롭게 풀어보고자 했다”며 “가야금, 거문고와 같은 소리를 풍기는 첼로를 사용하는 등 한국적인 것에 서양의 악기를 접목하고 재즈와 전통음악을 결합하는 등 특히 음악에서 여러가지 각도로 시도해봤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들만큼 평온하길 바랬을 아버지의 마음을 한국무용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며 “자신의 평안함을 위해 욕심도 내고, 후회도 하는 모습은 모두가 공감해봄직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작품은 올해 말 국립정동극장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부럼 깨고 소원빌어요” 정월대보름, 경기도 곳곳서 즐기자

12일(음력 1월15일)은 2025년 을사년 첫 보름달을 만날 수 있는 정월대보름이다. 일찍이 농사를 짓던 우리 민족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자연이 순환하는 모습을 살폈고, 한 해의 가장 커다랗고 둥근 달을 처음 만나는 순간은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날로 꼽혔다. 마을의 평안을 축원하는 마을 제사와 풍년을 기원하는 농점(農占),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액막이, 달집태우기 등 다양한 세시풍속이 펼쳐지는 대보름. 경기도 곳곳의 다양한 체험으로 추억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정월대보름의 풍속에는 즐거움과 함께 조상들의 지혜가 숨겨져 있어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더욱 색다르게 느껴진다. “일 년 열두 달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축원하는 부럼 깨기에는 부스럼 예방과 치아의 건강을 위한 목적이 담겨 있었고, 동네 농악대가 집집을 돌며 즐겁게 놀고 축원해 주는 지신(地神)밟기에는 지신을 진압해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는 의미가 담겼다. 주말인 15일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정오부터 수원문화원 주최의 제36회 수원특례시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 부럼 깨기, 떡메치기, 투호놀이 등 온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 체험’과 수원 지신밟기의 ‘기원 행사’, ‘전통차‧먹거리 체험’ 등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날 축제의 백미는 윷놀이 대회다. 온라인으로 사전 접수한 128팀(1팀 4명)은 현장에서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보는 재미, 즐길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12일 대보름 당일 시흥시·시흥문화원은 오후 1시부터 시흥문화원 신축부지에서 달빛고사와 달집태우기, 부럼나누기와 먹거리, 소원지 쓰기 등 체험부스를 진행한다. 나무와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을 질러 주위를 밝히는 달집태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액운이 떨어질테다. 이와 함께 동별 윷놀이 대회에서는 토너먼트를 거쳐 선정된 최종 1~4등 팀에게 소정의 상품도 지급된다. 같은 날 여주에서도 달집태우기 축제가 한바탕 펼쳐진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달맞이광장에서는 높이15m 지름12m인 달집태우기 축제를 개최한다. 주민들은 한 해의 계획과 소망을 적은 소원지를 달집과 함께 태우고, 이외에도 쥐불놀이용 깡통 만들기, 연 만들기, 윷놀이, 제기차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기원하는 정월대보름의 현대적 의미를 담은 행사가 서울 본관과 파주관에서 진행된다. 본관에서는 액막이 북어를 만들어 일상의 복을 기원하고, 보름달 형태의 무드등을 만들며 오늘 밤도 평안히 맞이하기를 소망해 본다. 파주관에서는 관람객의 소망을 염원하고 기록하는 ‘수장고에 복을 담아두어요’ 행사를 열며 대보름 당일에는 ‘액막이 방패연 모빌 만들기’ 참여형 행사가 마련된다. 한국민속촌에서는 같은 날 오후 2시 5호 광장에서 대보름 집 앞에 오곡을 담아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는 ‘볏가릿대 세우기’ 시연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이 걸어야 할 외교의 길...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 [신간소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신간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을 출간했다. 이 책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의 향후 방향성을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노 전 실장은 외교관과 정치인으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실용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중국이 직면한 네 가지 핵심 과제 노 전 실장은 책에서 ▲중국의 반패권주의는 유지되고 있는가 ▲중국에 대한 투자는 안전한가 ▲북한 핵·미사일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동북아 평화 유지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네 가지 핵심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단순한 탐구를 넘어, 중국의 정책 방향과 경제구조 변화, 글로벌 질서 속 중국의 위상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과연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한다. 특히, 중국이 최근 경제 성장 둔화와 부동산 시장 위기 등 내부적 도전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중국 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 노 전 실장은 중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위기 속 기회’로 규정한다. 그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축, 미국의 대중국 견제 심화, 그리고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 변화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중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제에서의 입지를 유지하려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무역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한국이 나아갈 길은?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적 제언이 담겨 있다. 노 전 실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측면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실리적 외교 전략과 경제적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유지하는 ‘균형 외교’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포함되어 있다. 노 전 실장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돌발변수와 트럼프의 재집권이라는 대형 이슈의 등장으로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 어느 시기보다 슬기롭고 균형 잡힌 한국의 외교가 필요한 때”라며 “시대착오적 이념 외교에서 벗어나 국익 차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2017년 국회의원 초청 강연 원고를 기반으로, 2023년 중국 대학 초청 강연을 위한 보완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가능성에 따른 최종 보완을 거쳐 완성됐다. 저자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내용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으며, 한국의 대중 외교 전략에 대한 현실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25 중국에 묻는 네 가지 질문』은 단순한 경제 분석서를 넘어, 외교·안보·기술 패권 경쟁까지 다루는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노 전 실장은 책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감정적 대응이 아닌 철저한 분석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던지는 네 가지 질문은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이자 해결해야 할 전략적 과제들이다. 글로벌 경제 및 외교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이 책이 한국 사회와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취약계층 문화활동 확대... 문화누리카드 14만원 지원

경기도는 취약계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2025년 문화누리카드 발급을 시작했다고 10일 밝혔다. 문화누리카드는 6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게 문화예술·국내여행·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도에서는 올해 680억원을 투입해 49만939명의 대상자에게 개인별 연간 14만원을 지원한다. 카드 발급 기간은 오는 11월 28일까지이며, 신분증을 지참해 가까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거나 문화누리카드 누리집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문화누리카드 이용자 중 수급 자격을 유지한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올해 지원금이 자동 재충전돼 즉시 사용할 수 있다. 2024년 카드 발급 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거나, 카드 유효기간이 2025년 1월까지인 카드 소지자, 복지시설 발급자 등은 자동 재충전되지 않아 신규 발급 또는 재충전 신청을 해야 한다. 카드 사용 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2월 31일까지다. 문화예술·국내여행·체육 분야의 등록된 가맹점이면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으며, 지역별‧분야별 가맹점은 문화누리카드 누리집 및 고객지원센터를 통해 조회 가능하다. 경기문화재단 문화나눔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가맹점 1천951곳의 등록을 유치해 문화누리카드 사용처를 더욱 확대하고 ‘슈퍼맨 프로젝트’, ‘누구나 누리는 문화놀이터, 누리터’ 등 이용지원 서비스를 강화했다”며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평균 93.75%의 만족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문화재단 문화나눔센터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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