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서 ‘갈리는 소리’ 나면, 충돌증후군 의심해야

직장인 박모씨(41)는 최근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뚝뚝’ 소리가 나 진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다. 운동을 하거나 물건을 들 때, 관절에서 갑자기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어깨를 움직일 때도 ‘뚝뚝’, ‘딱딱’ 소리가 날 때가 있는데,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리와 함께 통증이 있다면 어깨충돌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 충돌증후군, 자연 회복 능력 저하 시 손상 파열로 진행 가능성 커 어깨충돌증후군은 어깨를 감싸고 있는 회전근개 힘줄이 견봉(어깨뼈)과 반복적으로 부딪히면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 과도한 어깨 사용, 선천적으로 뼈에 기형이 있거나 회전근개 손상을 방치한 경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힘줄 내의 석회의 침착(석회성 힘줄염)팔을 들어 올릴 때 힘줄이 견봉 아래 공간을 지나며 압박을 받는데, 특히 60~120도 각도에서 충돌이 가장 심해져 통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반면 120도 이상 팔을 완전히 올리면 견봉과의 간섭이 줄어들어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팔을 움직이지 않거나 낮은 각도로 유지할 경우 증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초기에는 인지하기 어렵다. 팔을 올리거나 특정 자세에서 힘이 빠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는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인해 어깨 힘줄이 점점 손상되고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이를 방치하면 힘줄의 파열이 계속 진행돼 어깨 기능이 크게 저하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선천적으로 견봉의 구조가 평평하지 않고 구부러진 경우 충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스포츠 활동이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직업군에서도 발생 확률이 높다. 또한 중장년층의 경우 회전근개 손상의 자연 회복 능력이 저하되어, 충돌 증후군으로 인한 손상이 파열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회전근개 파열이 동반될 경우 팔을 앞으로 뻗거나 위로 들어 올린 뒤 천천히 내릴 때 10초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힘이 빠져 팔이 툭 떨어지거나 특정 각도에서 팔을 움직일 때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어깨를 움직일 때 갈리는 듯한 소리나 걸리는 느낌과 함께 날카로운 통증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 초기엔 주사와 스트레칭으로 관절 회복…초기 발견이 중요 어깨충돌증후군의 치료는 마찰을 줄이고 회전근개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며, 주사 치료와 물리치료를 통해 염증을 완화하고 스트레칭 운동으로 관절의 유연성과 운동 범위를 회복해야 한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프롤로주사 치료 등이 있으며, 염증을 줄이고 손상의 진행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힘줄이 심하게 찢어진 경우,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적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원인이 되는 견봉 뼈의 일부를 다듬어 충돌을 예방하고, 회전근개가 부분적으로 손상되었을 경우 봉합술을 시행해 기능을 회복한다. 이 과정은 작은 절개를 통해 진행되므로 회복이 빠르고 부담이 적다. 민슬기 원장은 “어깨에서 소리가 나고 통증이 동반되는 증상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어깨충돌증후군은 밤에 통증이 심해져 숙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머리를 감거나 옷을 입는 등의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며 “조기에 치료하면 간단한 시술로 회복할 수 있지만, 계속된 마찰로 회전근개 파열이 심할 경우 좀 더 정교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삶의 감각 깨우는 책 찾는 당신께'... 동네 책방지기의 감각적인 '큐레이션'

책과 나무는 닮은 구석이 많다. 나무는 책의 뿌리이자 시작이요, 책은 나무에서 비롯된 물성으로 그 위에 새겨진 이야기다. 나무 공방이자 책방인 ‘니어바이북스’는 나무가 자연의 이야기를 품듯 책을 통해 저자와 독자의 시간을 담는 공간이다. 삶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 니어바이북스는 2년 전 나무 공방 ‘니어바이’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던 1층을 책방으로 단장하며 문을 열었다. 책방지기 지안씨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책을 좋아하고, 책이 주는 위로와 깨달음을 경험했다. “언젠가 나만의 서점을 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최근에 이뤄진 셈이다.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니어바이북스를 열었습니다. 디자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저의 관점이 반영된 공간이죠.” 지안씨는 나무 공방에서 책방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함께한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에디터 싱아, 인생을 굽듯 정성스럽게 빵을 굽는 가윤과 함께 책 큐레이션을 논의하고 책방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서로에게 힘이 돼 주며 책을 중심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나누는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산 지 10년이 넘은 지안씨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며 컴퓨터로 하던 디자인을 나무로 옮겨 작업하고 있다. 배우자와 나무 공방을 준비하며 우연히 우드카빙을 경험했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우드카빙은 어느새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이 됐고, 그 과정에서 손의 철학을 담은 책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습니다. 책은 나무 공방의 여정에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돼 줬습니다. 나무와 책은 공간에 따뜻함과 깊이를 더해 주고 사람들에게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하는 특별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찾는 ‘나의 서점’ 니어바이북스의 서가는 세 명의 책방지기의 취향과 개성, 전문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학과 철학, 예술과 디자인, 자연, 음식, 환경, 그림책 등 다양하고 감각적인 책들을 큐레이션한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두고두고 볼 책들, 삶의 감각을 일깨우는 책들, 생각의 틀이 바뀌고 눈과 귀가 트이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니어바이북스가 제안하는 108권의 고전을 소개하기 위해 책방지기 셋이 머리를 맞대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니어바이북스는 서점을 운영하며 다양한 책 모임으로 지역 이웃들과의 연대와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계획된 ‘니어바이북스 고전 108’ 프로젝트 외에도 정기 모임 ‘책걸음’, 비정기 책 모임 ‘책한잔’, 청소년 북클럽 ‘B613’, 그림책 모임 ‘그림숲 산책’ 등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새로운 마을에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서점이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양평의 작은 동네 책방이 누군가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나의 서점’이 될 수 있도록 니어바이북스가 더 깊고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작품은 같아도 완전히 다른 두 세계, 뮤지컬과 영화사이

하나의 원작이 무대와 영상 콘텐츠로 탄생하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시작점인 무대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의 관계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고 말한다. 배우 중심 vs 연출 중심의 예술 지난해 11월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개봉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고 국내의 크고 작은 이슈로 흥행은 주춤했지만 뮤지컬과 영화를 좋아하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으며 두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무대와 영상의 교류는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50년대에는 뮤지컬 작품이 무대를 거쳐 영화화되는 수순을 밟던, 뮤지컬 영화 전성시대였다. 당시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무대용 뮤지컬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누리자 이를 영화화하는 데 적극 나선다. 대중에게 친숙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리 포핀스’,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 세계 문화시장에서 사랑받게 된 배경이다. 원종원 교수는 “무대는 하루에 한 번, 그것도 공연장을 직접 찾아오는 관객만 볼 수 있지만 영화로 기록하면 인건비 없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상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며 “소위 돈벌이가 되는 문화산업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뮤지컬 영화의 느린 전개는 점차 대중의 입맛에 맞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인기가 다소 주춤해진다. 그 해결책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원스’, ‘라라랜드’ 등 원작 없이 영상을 위한 뮤지컬 영화가 등장했다. 또 공연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볼거리, 영화만의 연출을 담은 ‘시카고’,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 ‘백 투더 퓨처’, ‘킹콩’, ‘비틀주스’, ‘반지의 제왕’ 등 영화를 무대용 뮤지컬로 꾸미는 ‘무비컬’의 등장도 무대와 영상에 활력을 주는 요인이 된다. 원 교수는 “1950년대와 2000년대 제작되는 무대 원작이 있는 뮤지컬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대와 영상의 차별화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무대를 본 사람도 영화의 파격이 궁금해 영화관을 찾고, 뮤지컬 영화를 본 사람은 원래 무대의 연출이 궁금해 공연장을 찾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 원 교수는 그 대표적인 예로 ‘시카고’를 꼽았다. “‘시카고’가 뮤지컬 영화로 제작됐을 때 많은 사람이 1만원이면 영화를 볼 수 있는데 누가 20만원을 내고 공연장을 찾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오히려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 모두 관객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위키드’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영화’가 카메라의 샷을 통해 신(scene)과 시퀀스를 만들고 이야기를 구현하는 ‘연출 중심의 예술 장르’라면 ‘무대’는 열린 공간에서 배우의 동선과 움직임, 전체적인 구도의 전개를 통해 스토리를 완성해내는 ‘배우 중심의 예술 장르’다. 원 교수는 “이런 차이점이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감상을 느끼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라며 “뮤지컬 영화 ‘위키드’는 이런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원소스’의 유명세보다 ‘멀티유즈’의 아이디어가 우선 원 교수는 뮤지컬 원작을 영화화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단, 앞서 말한 것과 같이 1950년대 식의 단순한 영화화·영상화로는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봤다. 원 교수는 “어떻게 무대와 차별화되는 실험과 파격을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같은 이야기의 무대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다른 이미지, 차별화된 묘미를 담아냈을 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뮤지컬과 뮤지컬 영화는 서로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와 같은 관계”라며 “이것이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기본 방향성이자 오늘날 뮤지컬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산업계에서 ‘OSMU’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소설이 영화로, 영화가 뮤지컬로, 뮤지컬이 뮤지컬 영화가 되는 활용법은 하나의 콘텐츠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콘텐츠 시장의 핵심 프로젝트로 자리 잡고 있다. OSMU에 있어 선구적인 기업인 디즈니는 초창기부터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 등 자신들의 애니메이션에 뮤지컬 기법을 활용해 제작하는 방식을 즐겼다. 원 교수는 “디즈니 최초의 실사 영화였던 ‘메리 포핀스’도 무대 뮤지컬이 아닌 뮤지컬 영화가 시발점이었다”며 “디즈니는 콘텐츠의 다양한 변화를 통한 수요 창출에 일찌감치 관심이 많았던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막이 오른 뮤지컬 ‘알라딘’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대용 뮤지컬로, 무대용 뮤지컬을 다시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든 대표적인 OSMU 작품이다. 앞서 ‘라이언킹’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대용 뮤지컬이 됐다가 다시 실사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진 것과 엇비슷한 구조다. 원 교수는 “무대 예술은 영상이나 애니메이션만큼 빠르고 현란하게 구성하기 힘들다”며 “무대만의 특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익숙하지만 새로운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을 무대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변화시키거나 특수효과를 활용해 마술쇼를 보는 듯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것이 무대 예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 단순히 장르가 바뀌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장르에 걸맞게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매력을 만드는 것이 OSMU의 포인트다. 그런 면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이었던 ‘김종욱 찾기’, ‘영웅’ 등의 영화화는 OSMU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원 교수는 “OSMU의 주요 전략은 원소스(One Source)의 유명세나 대중성에 기대는 것보다 멀티유즈(Multu Use)의 파격과 실험,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콘텐츠들이 이런 부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충분히 매력을 발산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든, 시 쓰기 딱 좋은 나이” 칠곡 할머니들의 유쾌함 담긴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가마이 보니까/ 시가 참 만타/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삐까리다” (박금분作 ‘시’ 중) 돋보기를 들고 눈에 보이는 온갖 재밌는 것을 발견한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할머니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완벽하지 않은 맞춤법이지만 삐뚤빼뚤한 글씨엔 세월이 전하는 지혜가 담겨있다. 시가 될 만한 모든 것을 찾아 헤매며 지나온 삶을 하얀 종이 위에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쓴다. 배움은 당당함을 알려줬고, 시를 찾는 과정은 여든이 넘은 소녀들에게 설렘을 가져다줬다. 지난 1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개막한 라이브㈜의 창작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경상북도 칠곡의 문해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냈다. 문해교육이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부족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이 글을 배우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작품의 원작인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2019)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쓴 김재환 감독이 뮤지컬 예술감독으로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작품은 칠곡리 할머니들의 실제 일화를 재구성해 ‘팔곡리’라는 가상 마을의 문해 학교에 다니는 유쾌한 네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됐다. 한 평생 글을 읽지 못하는 설움을 숨기며 살았던 팔복리의 ‘영란’, ‘춘심’, ‘인순’, ‘분한’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글을 가르쳐주는 문해학교로 향한다. 어느 날, 시사고발 다큐멘터리 PD ‘석구’가 라디오를 통해 할머니들의 사연을 듣고 이들을 찾아온다. 예산 삭감으로 수업 중단 위기에 놓인 문해학교의 선생님 ‘가을’은 석구에게 할머니들이 시 쓰는 모습을 세상에 알리자고 제안한다. 수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말에 할머니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시를 찾기 시작한다. “우리 손주는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니/ 무서워 죽겠다/ …달려가 보듬어 안고파도/ 손주놈 손에 들린/ 동화책이 무서워/ 부엌에서 나가질 못 한다” (강춘자作 ‘무서운 손자’ 중) “우리 어매 딸 셋 낳아/ 분하다고 지은 내 이름 분한이/ 내가 정말 분한 건/ 글을 못 배운 것이지요/ …구십에 글자를 배우니까/ 분한 마음이 몽땅 사라졌어요” (권분한作 ‘내 이름은 분한이’ 중) 이 같은 칠곡 할머니들의 진솔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지난 2013년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최우수상 등을 하고,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뮤지컬 넘버로 경쾌한 멜로디의 노래로 재탄생한 이들의 시는 지난한 세월 속 고난과 희망을 담아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준다. 수줍은 첫사랑이지만 ‘원수’가 된 남편, 지금은 세상을 떠난 하나뿐인 ‘영감’에 대한 인순의 시와 노래는 관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다 이내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손주를 피해 부엌에서 나가지 못하는 설움을 담은 영란의 시와 노래는 깊은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특히 딸로 태어나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분한의 이야기는 세대를 뛰어넘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글자를 배우니 행복하고, 무엇이든 시가 될 수 있다며 ‘지금이 시를 쓰기 딱 좋은 나이’라 말하는 할머니들의 마지막 노래 한바탕은 객석의 앉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제의 인물들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그 진솔함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창작 단계에서부터 돋보인 작품이다. 제작사 라이브㈜는 문해 학교 학생들을 대본 리딩 현장에 초대하기도, 출연 배우들이 문해 학교를 방문해 함께 수업을 듣기도 했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작진은 그 과정에서의 고민과 깨달음에 관해 이야기했다. '춘심' 역을 맡은 배우 박채원은 "원작인 책이나 영화가 있었기에 탐구할 재료가 이미 있었지만, 배우들이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건 문해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들이 은행에서 숫자를 몰라 애를 먹었던 일 등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나누시는데, 슬픈 일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돌아오는 길에 다같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그날 수업 이후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깊어졌다"고 회상했다. 오경택 연출가는 "시를 읽었을 때, 한 인간의 삶이 어린아이에서 소녀, 젊은 시절을 거쳐 결혼하고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가 되는 일련의 과정이 압축된 삶의 힘이 느껴졌다"며 "솔직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는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작품은 매회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지난 19일 열린 초청 공연에는 전국 문해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문해교육 기관 관계자 300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21~22일에는 간식을 증정하는 ‘급식 날’, 25~26일에는 객석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는 ‘졸업 앨범 촬영’, 26~27일에는 마지막 공연을 마친 배우들의 무대인사 ‘졸업식’이 예정돼 있다. 김 감독은 “태어나 뮤지컬을 처음 본다는 할머니들이 어린아이와 같이 즐겁게 즐기는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며 “젊은 관객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공감하며 문화예술을 즐기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작품은 오는 27일까지.

미술관 옆 도서관... '양평 도서관' 사색 즐기며 책도 읽자

양평군이 지난해 6월 20일 양평도서관 개관식을 갖고 정식으로 개관했다. 그간 양평군립도서관으로 사랑받아온 양평도서관이 더 넓은 부지에 최신 시설을 갖추고 양평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랜드마크 양평도서관은 지난해 6월 20일 개관했다. 지난 1993년 건립된 양평군립도서관은 양평군 최초의 공공도서관으로 독서문화 보급에 앞장서며 군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노후한 건물과 독서공간 및 편의시설이 부족해 이용객들의 불편이 누적됐고 이에 양평군립도서관과 어린이도서관을 신축 이전에 양평도서관으로 새롭게 건립했다. 도서관과 군립미술관, 평생학습센터, 문화원 등이 한 울타리에 건립됨에 따라 방문객들의 이용 편의성이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평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군의 거점도서관으로 군민이 책과 함께 성장하는 배움터이자 다양한 지식정보를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총면적 7천320.9㎡,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 양평도서관은 양평역과 비교적 가까워 대중교통으로도 방문이 용이한 편이다. 실내에서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양감섬과 물소리길 산책로 등 양평군 내 명소와도 가까워 새로운 랜드마크로 관심을 받고 있다. 1층은 어린이자료실, 유아자료실, 유아휴게실을 배치하고 어린이 전용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어린이를 배려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2, 3층은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어 열린 독서공간을 제공한다. 계단으로 꾸며진 ‘스텝마루’ 형태의 좌석 104석이 마련돼 있으며 언제든 계단에 걸터앉아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독서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2층은 3개의 동아리실과 80석 규모의 다목적실이 조성돼 있으며 3~4층 및 옥상은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층별로 남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덱(deck)을 꾸몄으며 개방감을 극대화해 딱딱한 분위기의 도서관이 아닌 독서와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관 외부의 야외 정원은 다양한 수목이 식재돼 있어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실내에서 정원을 바라보거나, 잠시 걸으며 사색을 즐길만한 작은 공원 역할을 톡톡히 해 도서관이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도서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조명·음향 시설과 멀티미디어실, 370석의 극장 등은 양평도서관이 자연과 장서에만 의존하는 도서관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임을 확인하게 한다. 특히 최신 OTT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노트북을 대여하는 등 군민들이 좋아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책 읽는 도시 양평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양평도서관은 2025년을 시작하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도서 문화를 체험하고 책 읽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체험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아이 천 권의 기적’ 사업을 운영한다. 어려서부터 독서 습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독서를 생활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접한 양평군립미술관과의 연계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과 함께하는 어린이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양평군 어린이들이 예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쌓도록 돕는다. 한편 양평군은 ‘책 읽는 도시 양평’을 2025년 비전으로 품고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인 ‘양평 한 책’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과 양평군 관광자원을 연계한 독서 힐링 프로그램 ‘독서 웰니스’ 사업도 추진한다. 한편 도서관 로비 전면에 배치돼 있는 서가 ‘내책네책, 북적북적’엔 군민들이 기증한 도서 1만6천여권이 빼곡히 꽂혀있다. 지난해 3월 1일부터 4월 19일까지 각 마을별로 도서 기증을 받았고, 군민들은 두께 2.5cm×가로 16cm×세로 22.5cm의 규격에 맞는 도서를 기증해 도서관 서가를 꾸미는 데 일조했다. 약 1만6천권의 도서로 조성된 기증서가는 군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양평도서관은 ‘2028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치에 도전하며 양평의 열약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극복하고 군의 자연과 다양한 문화자원을 연계한 양평군만의 차별화된 독서문화 행사 및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양평도서관 관계자는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양평의 내일을 여는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면서 “지역사회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객석 울린 앙코르 ‘엄마야 누나야’까지…오페라 황금기 재현한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공연리뷰]

18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음악가들이 선보인 무대는 21세기 한국의 관객들에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깊은 울림과 따뜻한 감동을 전했다. 지난 18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수원문화재단의 2025 신년 음악회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내한 공연은 90분 동안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등 이탈리아 거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18세기 오페라의 황금기를 재현하는 갈라 콘서트를 펼쳤다. 화려한 궁정 의상과 원숙한 앙상블, 재치 있는 표정 연기는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앙코르 무대에서 보여준 진심 어린 무대 매너는 관객에게 전달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300년 전 베네치아의 화려한 연회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감동으로 변했고, 이들이 선보인 연주는 바로크 음악을 보다 친숙하고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막이 오르기 직전, 관객들의 얼굴은 호기심의 들뜬 표정으로 한껏 상기돼 있었다. 평일 저녁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900석가량 꽉 찬 객석에는 베네치아 귀족 연회장을 어떻게 재현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등장한 오케스트라의 눈을 사로잡는 복장에 객석은 등장만으로도 즐거움에 박수를 보냈다. 이날 관객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이는 뛰어난 표정 연기와 능숙한 무대 매너를 보여준 소프라노 산드라 포스키아토였다. 특히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 제1막에서 여주인공 로지나가 알마비바 백작이자 가난한 청년 린도로가 보낸 편지를 읽고, 그에 대한 사랑의 의지를 드러내며 부르는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Una voce poco fa)은 천장을 찌를 듯한 화려한 성악 기교가 돋보였다.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바로 이어진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Rigoletto) 제3막에서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곡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은 소프라노와 테너 두 남녀가 보여준 코믹한 연기가 객석을 웃음 짓게 했다. 경쾌한 왈츠풍의 리듬과 우리에겐 ‘갈대’라는 단어를 재치 있게 활용한 광고 음악으로 친숙한 작품은 현장에 밝은 분위기를 더했다. 본 공연에서 가장 열띤 호응을 이끌었던 넘버 중 하나는 오페라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 푸치니의 ‘투란도트’(Turandot) 가운데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였다. “사라져라, 밤이여. 지거라, 별들이여. 해가 뜨면 승리하리라!”를 외치는 곡은 제3막에서 칼라프 왕자가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히고 승리에 대한 확신과 사랑의 결연함이 담긴 아리아로 ‘승리하리라’를 외치는 테너의 깊은 울림과 묵직한 감동이 매력이다. 절정으로 향하는 테너의 독창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고, 끝내 외치는 승리는 객석에서 ‘브라보’를 외치게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19곡의 알찬 무대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4곡의 앙코르 무대였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멀리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18세기 화려한 궁정 의상과 가발을 착용한 베네치아의 음악가가 뱉은 첫 마디에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한국어가 들려오자 깜짝 놀랐던 얼굴들은 이내 감동의 표정으로 변했다. ‘엄마야 누나야’에 이어 ‘그리운 금강산’이 시작되자 머리가 희끗한 한 중장년의 관객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는 이달 충남, 부산, 경남 등 국내 4개 도시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며 한국 관객을 위해 가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4개 도시의 투어 일정의 마무리가 된 수원에서 이들은 ‘그리운 금강산’을 앙코르 무대에 추가로 선보이며 이곳의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했다. “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 산” 한국 관객들을 위해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한 마디 가슴에 손을 하나 얹은 채 부르는 소프라노의 모습은 특별한 말 없이도 관객에게 전달돼 깊은 여운을 남겼다. 객석은 두 팔 벌려 환호와 오랫동안 박수갈채를 보내며 화답했고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의 마무리 인사는 한동안 계속됐다. ● 관련기사 : “세계적인 바로크 앙상블...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아니?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0580136

“세밀함의 예술, 완성에 끝이 없어”…불화장 전수자 ‘정수현’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③]

그림 안에 들어갈 인물을 배치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각각의 인물이 조화롭게 보이도록 얇은 붓으로 초안을 그린다. 한지 종이를 밀가루 풀을 써 벽면에 바르고, 그 위에 초지를 붙인 후 다시 천을 올린다. 종이가 마르며 희미하게 선이 드러나고, 다시 한번 선을 그린다. 채색을 올리고, 음영을 준다. 제일 마지막으로 눈, 코, 입 얼굴을 그리는 개안을 한다. 수개월에 거친 작품은 법당의 점안식을 거치며 비로소 깊은 호흡을 뱉어낸다. 현존하는 유일한 국가무형유산 불화장 보유자인 임석환(80) 장인의 손제자(제자의 제자) 격인 전수자 정수현씨(29)는 불교 미술의 전공자도, 불교 신자도 아니다. 얼굴만 봐선 심오한 종교의 세계와는 사뭇 다른 생기발랄함과 명랑함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는 불화장을 통해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 안녕을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에 깊이 매료됐다. 이에 안산에서 매일 새벽 6시 집을 나서 3시간 동안 각종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일산의 작업실로 향했다. 6개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 도장’을 찍으며 비로소 불화의 길을 걷게 됐다. 정씨는 임석환 장인에게 3년째 전수 교육을 받는 ‘전수생(전수자)’이다. 앞으로 1년가량 더 배움을 이어가 전수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이수자’ 시험(이수심사)을 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대학에서는 불교 미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그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워낙 전통 미술에 관심이 있었고, 처음에는 민화와 단청을 배우다 점차 깊게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 미술과 불화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불화(佛畵)’란 불교의 종교적인 이념을 표현한 그림이다. 만들어진 형태에 따라 ‘벽화’나 ‘탱화’ 등으로, 용도에 따라서는 사원의 분위기를 높여주는 장엄용, 대중에게 불교의 교리를 쉽게 전달해 주기 위한 교화용, 의식에 사용하는 예배용 불화로 나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그동안 불화 장인들은 단청장(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보유자에 의해 전승됐으나, 제작 목적이나 표현 방법의 차이 등 특성을 고려해 단일종목으로 분리되며 2006년 비로소 국가무형문화재로 단독 지정됐다. 20대 초중반의 나이, 종교와도 상관없는 불화를 배우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졸업 후 웹 디자인, 일러스트(삽화) 등의 분야로 들어선 친구들은 ‘불화’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르거나 ‘무서운 그림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씨는 오로지 새로운 작품세계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기쁨만 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 문화재(국가유산)의 상당수는 불교와 관련된 것이 많아요. 글을 몰랐던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예술로 시각화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작업 과정에서 제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불화’ 작업은 끊임없는 인내와 차분함, 참을성을 요구한다. 특히 ‘선’ 작업은 불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승의 스승 때부터 내려오는 습화용 시왕초가 있습니다. 습화란 초(밑그림)를 옆에 놓고 눈으로 보고 옮겨 뜨는 것인데 처음 입문하면 수백에서 수천 장의 시왕초를 그려와야 합니다.” 불화는 보통 바닥에 두고 작업을 이어가는데 오로지 한 팔로만 온몸을 버텨야 하기에 작업이 쉽지 않다. 정씨도 처음에는 자세가 익숙하지 않아 바들바들 떨면서 선을 그렸다. 점차 필력이 길러지며 보다 매끄럽게 선을 그려가는 것을 보며 스스로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앞서 임 장인에게 전수 교육을 받은 이문희 단청장 이수자(서울시 제31호)에게 5년째 배움을 받고 있다. 이 이수자와 함께 수원사의 칠성탱화부터 군산의 동국사, 세종시의 광제사 등에서 작품활동을 펼쳤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그림을 다 걸고 점안식을 하는데, 신도분들이 기도하던 때였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허투루 그리면 안 되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의 꿈은 ‘불화의 세계화’다. “이달 20일부터 선생님과 함께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한국의 불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2025 한국불교예술전’ 전시에 참여하는데, 이처럼 불교미술의 정수인 불화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도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또, 전통 불화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창작의 세계와는 또 다른 한편에서 전통의 가치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거예요.” ●관련기사 : 광대 왔소, 줄을 서시오…줄타기 이수자 ‘한산하’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02580306 “열 네살에 매료된 양주별산대놀이, 이젠 운명”…이수자 ‘윤동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5580062

2025 굿뉴스코 페스티벌,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성료

전 세계에서 해외 봉사를 마치고 돌아온 굿뉴스코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련한 ‘2025 굿뉴스코 페스티벌’이 지난 19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성료했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은 범세계적 대학생 해외 봉사 단체로 ‘내 젊음을 팔아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 라는 슬로건 아래 활동한다. 청소년 교육, 사회공헌, 국내 및 국제 교류, 문화 활동으로 국제적 감각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고, 지구촌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에 노력한다. 이들이 선보이는 굿뉴스코 페스티벌은 지난 1년간 59개국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200여 명의 국내 대학생들이 현지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감동을 시민들에게 나누는 장으로 마련됐다. 이날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는 오세아니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각국 문화 체험부스가 설치됐다. 또한 해외봉사 단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펼쳐져 시민들에게 색다른 이벤트를 선사했다. 행사는 밝고 환한 에너지를 자랑하는 굿뉴스밴드의 ‘젊은 그대’와 ‘세상을 밝히는 빛’을 주제로 한 라이쳐스스타즈가 화려한 막을 열었다. 이어 남태평양의 유쾌한 전통 댄스 ‘마네아베’, 뜨거운 열정을 웨이브로 표현한 중남미 댄스 ‘Libertad’, 화려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댄스 인도 ‘Nacho’, 부족 전사의 에너지를 담은 파워풀한 아프리카 댄스 ‘Kuchoma’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박수 갈채를 받았다. 특히 해외 봉사활동 과정을 통해 겪은 감동 실화를 담은 트루컬은 관객들에게 잔잔하면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했다. 행사에는 박태순 안산시의회 시의장, 이기환 경기도의회 도의원 등 여러 내빈과 1천400여명의 안산 시민이 참석해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우수 해외봉사단원에겐 표창장이 수여돼 큰 박수를 받았다.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김하은 학생과 키리바시로 다녀온 이신영 학생은 안산시의회 의장상 표창을 수상했다.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는 “이러한 마인드가 대학생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파되어 더욱 밝고 복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2025 굿뉴스코 페스티벌’은 11일간 전국 11개 도시를 순회하고 26일에는 일본 오사카 국제교류센터에서 전체 일정을 마무리한다.

"설탕 200배"…제로음료 하루 3캔에 인슐린 수치 상승

설탕의 대체 성분으로 다양한 음료와 식품에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aspartame)이 인슐린 수치를 높이고 동맥 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이하이 차오 교수팀은 제로음료의 주성분인 아스파탐이 든 먹이를 먹은 생쥐에게 먹지 않은 생쥐보다 더 크고 많은 지방 플랑크가 생기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12주 동안 매일 아스파탐이 함유된 먹이를 먹이며 인슐린 및 염증 인자 수치, 지방 플라크 형성 차이 등을 관찰했다. 생쥐의 먹이엔 아스파탐 0.15%가 들어 있었는데, 이는 제로 탄산음료 3개에 든 양과 동일하다. 연구팀은 “설탕보다 200배 단 아스파탐이 단맛 감지 수용체를 속이는 방식으로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입과 장 등에 단맛 감지 수용체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결과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인슐린 수치 상승은 혈관 내벽의 면역 신호 단백질(CX3 CL1)을 활성화해 동맥 내 플라크 축적을 촉진한다.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지방 침전물인 플라크가 동맥 안에 쌓이면 동맥이 좁아지고 탄력성을 잃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의 죽상 경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오 교수는 “동맥 혈관 내벽에 있는 면역 신호 단백질이 혈류 속에 있는 염증 유발 면역 세포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며 “아스파탐을 먹인 생쥐의 면역 세포에서 면역 신호 단백질을 제거하자 유해한 플라크가 쌓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아스파탐 섭취로 인한 인슐린 수치가 심혈관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양한 종류의 식품에 활용되는 인공 감미료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파탐과 심혈관 질환·당뇨병 등의 만성 질환 증가의 연관성이 알려지자 아스파탐 하루 최대 섭취량을 체중 1㎏당 50㎎ 이하로 권장하고 있다. 아스파탐과 심혈관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해당 연구는 과학 저널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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