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첫 클래식...‘모차르트 이펙트’

모차르트 음악과 함께 모차르트와 그의 아내 콘스탄체가 등장해 영유아를 그의 음악 세계로 안내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2월과 7월 수원SK아트리움 수원시향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영유아 음악 교육 프로그램 ‘모차르트 이펙트(Mozart Effect)’를 선보인다. 해당 프로그램은 그동안 나이 제한으로 공연장에 올 수 없었던 1~7세 영유아와 부모를 위해 마련된 2025년 수원시향의 신규 사업이다.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 아이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창의력과 감성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모차르트 효과(effect·이펙트)’라고도 불리는 모차르트 음악은 규칙적인 리듬과 명료한 멜로디를 통해 영유아의 집중력 향상과 언어 발달 촉진, 감성 지능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음악 특성을 기반으로 수원시향은 회차마다 영유아들이 생애 첫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 접하게 될 공연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으로 마련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첫 번째 회차는 1~4세 영유아에게 ‘스파클링 스트링스(Sparkling Strings)’를 주제로 현악8중주가 모차르트의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20일 진행되는 두 번째 회차에는 ‘마술피리와 윈드(Magic flute and Winds)’를 주제로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인 ‘마술피리’의 수록곡들을 목관5중주와 금관5중주가 연주한다. 모차르트와 그의 아내 역을 맡은 배우들은 무대에서 음악과 악기를 소개하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이어져 몰입감을 높인다. 7월에는 5~7세 유아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자세한 사항은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을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자유로운 예술정신 계승…‘제8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 참여 극단 모집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은 오는 6월 30일까지 ‘제8회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에 참여할 극단을 모집한다. 노작홍사용창작단막극제는 나라 잃은 시기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앞장섰던 노작 홍사용 선생의 삶을 기리고,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계승하고자 시작됐다. 화성시가 주최하고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한다. 이번 단막극제는 문학관에서 진행하는 연극제의 특성을 살려 단막희곡의 연극성과 문학성에 두루 비중을 둔다. 대상(단체상) 1개 극단, 희곡상(개인상) 1인에 각각 1천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창작단막극제다. 본선 진출 3개팀에게는 공연지원금 450만원(극단 400만원, 작가 50만원)이 주어진다. 응모는 출품, 공연, 수상 이력이 전혀 없는 순수 창작 단막희곡만 가능하며 6월 30일까지 문학관 공식 이메일로 참가신청서와 관련서류를 보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노작홍사용문학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심은 지원 극단과 작가명을 가린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고 선발된 3개 극단의 본선 경연은 올 가을 노작문학축전 기간에 산유화극장에서 무료 공연으로 열린다. 대상과 희곡상은 심사위원의 현장 본심으로 최종 결정된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8년을 잇는 창조와 감동의 역사를 만들어 준 그간의 참가 극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참신하고 열정적인 연극인, 작가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이천문화재단, 오는 7일 이천아트홀에서 2025년 신년음악회 개최

(재)이천문화재단은 오는 7일 오후 7시30분 이천아트홀 대공연장에서 희망과 행복을 기원하는 ‘2025 이천문화재단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신년 음악회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봄의 소리 왈츠’ 등 주옥 같은 명곡들로 이뤄져 다채롭고 웅장한 관현악의 진수를 선보인다. 카운터 테너 이동규는 팬텀싱어4에서 준우승한 ‘포르테나’의 멤버 중 한명으로 ‘파리넬리의 환생’이라고 불리며 18세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입문해 전 세계 유명 콩쿠르를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특히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이 초연됐던 역사적인 오페라단인 함부르크 국립오페라단에서 한국인 카운터 테너 최초로 오페라 라다미스토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훌륭한 실력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섬세한 표현력과 다채로운 색채감을 갖춘 러시안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롱티보 크레스팽 콩쿠르 2위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한 가장 촉망되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테크닉과 풍부한 감성 표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 밖에 마에스트로 최영선의 지휘 아래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합을 맞춰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마에스트로 최영선은 과천시립교향악단과 (재)국립오페라단의 부지휘자를 역임했으며 서울예술고교, 수원대 등에 출강했다. 현재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전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 교육에 힘쓰고 있고 성신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경희 시장은 “변화와 생명력의 상징인 을사년(乙蛇年)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해 지난해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새해의 힘찬 성장과 새로운 변화가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 경기도 무명의병 역사문화강좌 ‘강산의 의로운 장부들’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이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 역사문화강좌’를 개최한다. ‘강산의 의로운 장부들: 대한제국기 경기도 무명의병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한 이번 강좌는 구한말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지만 기록되지 않아 신원이 불분명한 경기도 무명의병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는 기념사업 중 하나로 마련됐다. 구한말 무명의 의병을 발굴하고 기념·지원하는 사업이 경기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개화기 의병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사전교육 프로그램이다. 강좌에서는 경기도 의병이 누구이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조명해 독립운동에서 광복으로 이어졌던 의병정신의 가치를 기록에 근거한 역사학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강좌는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3주 간 매주 수요일 경기문화재단 강의실에서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 12일에는 박환 고려학술문화재단 이사장이 ‘수원지역 민족운동사 연구현황과 의병연구’에 대한 강좌를 한다. 19일에는 성주현 1923 제노사이드연구소 부소장이 ‘한말 경기남부 의병항쟁의 전개와 특성’에 대한 강의를 선보인다. 26일에는 김명섭 단국대 박사가 ‘경기의병의 항일현장에서 미래를 만나다’를 주제로 시민과 만날 예정이다. 강좌는 역사애호가 뿐 아니라 새로운 창작 소재를 찾고 있는 예술가 등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자세한 프로그램 정보는 경기역사문화유산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수강신청은 경기문화재단 통합예약포털 ‘지지씨 멤버스’를 이용하거나 전화 접수를 하면 된다.

천주교 수원교구, 이성효 주교 송별·감사미사 거행

천주교 수원교구는 지난 1일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이성효(리노) 주교의 송별·감사미사를 거행했다. 이 주교는 수원교구 사제로 33년 지내며 그중 14년을 수원교구 총대리 주교로서 교회와 교구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지난해 12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제6대 천주교 마산교구 교구장으로 임명됐다. ‘송별·감사미사’에선 교회와 교구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이 주교에게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제단, 본당 총회장, 수도자, 교구 평협 임원과 평신도 등 950여 명이 참례해, 마산교구 교구장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이 주교를 위해 기도했다. 이 주교는 강론을 통해 “수원교구 신자들과 수도자, 사제들은 저의 진정한 스승이었다”며 “‘감사, 기도, 겸손’의 보화를 가지고 마산에 가서 잘 살겠다”고 말했다. 환송사에 나선 동창 사제 대표 송영오(베네딕토·원삼 주임) 신부는 “이성효 주교님은 깊은 경륜과 학식을 넓히신 최고의 준비된 교구장”이라며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처럼, 마산교구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 달라”고 전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이성효 주교님을 모시는 마산교구 신앙공동체는 충만한 기쁨을 누릴 것이라 믿는다”며 “수원에서 있었던 수많은 은총의 시간을 추억하며 새로운 사목지인 마산으로 가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 주교의 ‘제6대 마산교구장 착좌식’은 오는 12일 오후 2시, 창원컨벤션센터 3층에서 거행된다.

새 단장한 인천문화예술회관, 4월부터 전시실 대관

인천문화예술회관은 수준 높은 전시 유치를 위해 2025년 상·하반기 전시실 대관 신청을 받는다고 2일 밝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은 대전시실(834.4㎡, 252평), 중앙전시실(246.5㎡, 75평), 소전시실(318.9㎡, 97평), 미추홀전시실(333.9㎡, 101평) 등 4개 전시실을 오는 4월부터 12월까지 빌려준다. 신청은 3일 오전 9시부터 오는 3월4일 오후 6시까지 받는다. 희망자는 인천문화예술회관 누리집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시 통합예약시스템, 또는 방문·우편·이메일 등의 방법으로 제출하면 된다. 심사를 거쳐 오는 3월 말 누리집 공고와 개별 연락을 통해 신청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인천문화예술회관은 보다 쾌적한 전시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천장, 벽, 바닥을 새롭게 꾸미고 공간에 맞는 음향 및 조명 시스템을 구비했다. 로비에는 전시 홍보를 위한 LED 게시판을 설치했다. 오는 4월초 개관 30주년 및 새 단장 기념 기획 전시를 열어 시민들과 다시 만날 계획이다. 고은화 인천문화예술회관 관장은 “리모델링을 마쳐 새롭게 단장한 전시실을 시민들께 다시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히 준비해 관람객을 맞겠다”고 밝혔다.

음유시인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가 선사하는 ‘슈만’

독일 가곡(Lied)의 최고 해석자이자 음유시인,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가 한국을 처음 찾는다. 성남문화재단(대표이사 서정림)은 성남아트센터 개관 20주년을 맞아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 리사이틀’을 3월 9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바리톤 크리스티안 게르하허는 감미로운 음색과 마치 시를 낭송하는 듯한 가볍고 섬세한 발성, 기교적 요소를 덜어낸 정제된 해석으로 독일 가곡 분야의 최고 해석자로 꼽힌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300여 곡에 달하는 슈만의 가곡 전곡을 녹음해 슈만 가곡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성악가로 평가받았다. 영국의 클래식 전문 잡지 그라모폰(Gramophone)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나고 매력적인 가곡 가수’라는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이날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게롤트 후버가 함께한다. 후버는 게르하허와 슈만 가곡 전곡 녹음을 비롯해 거의 모든 가곡 앨범과 연주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서 크리스티안 게르하허는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인 슈만의 가곡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작곡가 스스로 ‘내 모든 작품 중 가장 낭만적’이라고 손꼽은 ‘아이헨도르프 시에 의한 리더크라이스’를 비롯해, 안데르센의 시에 곡을 붙인 ‘다섯 개의 노래’, 1950년에 작곡된 ‘세 개의 노래’, ‘여섯 개의 노래와 레퀴엠’까지 슈만 가곡의 모든 시기를 포괄하는 작품들이다. 게르하허가 평생 슈만을 사로잡은 동화와 신화의 세계부터 신비로운 자연풍광까지, 슈만 가곡의 밀도 높은 서사를 아우르며 작품 내면에 담긴 섬세한 감정과 깊은 울림을 표현할지 기대된다.

치(雉)의 ‘설계 최소면적’은?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설계에는 설계 기준이 있다. 최소치, 최대치, 표준치다. 수원화성을 지을 당시 적용됐던 설계 기준을 찾아보자. 장인들 간 입으로 전해진 치의 설계 최소 면적은 얼마일까. 수원화성에 설치한 시설물은 19종류에 60개다. 각각 주어진 목적과 기능을 갖고 방어에 임한다. 이 중 치는 외관상 가장 보잘것없지만 모든 시설물 중 기본 방어시설이다. 적이 성벽에 가까이 붙게 되면 성에서 방어가 매우 어렵다. 성 위에서는 가까이 접근한 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출된 좌우로 마주하는 치’에서 적의 옆구리를 협공하면 적들도 어찌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치의 주기능이다. 화성에는 순수한 치가 여덟 곳이 있다. 여기에 사실상 치의 역할을 하는 여덟 곳을 포함하면 모두 16곳이 된다. ‘순수한 치’는 동1치, 동2치, 동3치, 서1치, 서2치, 서3치, 남치, 북동치 여덟 곳을 말한다. 사실상 치는 포루(군졸) 다섯 곳에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동북노대를 합해 여덟 곳이다. 치의 규모는 의궤에 치의 둘레 길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둘레길이란 성 밖으로 돌출한 좌측면, 바깥면, 우측면, 3면의 길이를 합한 길이다. 그러나 아군 병사가 실제 사용하는 면적은 여장 안의 면적이 된다. 설계에는 공간마다 설계 최소 면적이 있다. 그 공간에 필요한 최소 면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호텔의 욕실, 대학 기숙사의 1인실, 종합병원 2인실 병상 등의 최소 소요면적을 의미한다. 성역 당시 수원화성에 적용한 설계 최소 소요면적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의궤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기록은 없지만 당시 감동이나 장인들 사이에 전해지던 설계 기준은 있었다고 확신한다. 치성의 최대 돌출길이, 홍예문의 최저 높이 등이다. 오늘은 화성에서 치의 설계 최소 면적, 최소 소요면적은 얼마일까. 성역 당시 장인들의 기준을 찾아볼 예정이다.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 치 8개 중 남치와 서삼치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록이 있어 가능하다. 의궤 기록에서 시작해보자. “서삼치는 여장 양쪽 끝이 원성 안으로 3척이 들어갔다”, “남치의 여장 제도는 서삼치와 같다”는 기록이다. 실제로도 서삼치와 남치는 모양이 특이하다. 여장이 성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왜 성안으로 여장이 들어왔을까. 성안으로 들어온 여장 길이만큼 내탁 너비가 좁아지게 된다. 내탁 사용에 지장이 크다. 내탁에 지장을 주면서 여장을 늘린 것은 아군 병사가 사용할 치의 내부 면적이 부족해 공간을 늘리는 대책이었다. 성안 쪽으로 면적을 확장해 부족한 치의 사용 공간을 늘려준 것이다. 서삼치와 남치를 올라보면 누구나 “폭이 왜 이리 좁아” 또는 “이 면적으로 뭐 할 수 있겠어”라고 하게 된다. 왜 이렇게 작은 면적의 치를 만들었을까. 이유는 서삼치와 남치가 설치된 위치의 지형이다. 성 밖 쪽의 지형을 보면 전후좌우 모두 급경사 지형이다. 이런 경사 지형에는 돌출 길이를 길게 할 수 없다. 이런 급경사에는 좌우 폭을 넓게 할 수도 없다. 따라서 규모가 작아지고 실 사용 면적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위치에 꼭 배치해야 했다. 또 치의 기능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 면적은 확보해 줘야 했다. 대안은 없을까. 위치도 살리고, 최소 면적도 살리는 방법으로 정조는 여장을 성안으로 연장해 면적을 늘려 최소 소요면적을 확보해 준 것이다. 이젠 최소 소요면적을 찾아보자. 먼저 치의 규모를 살펴보자. 큰 규모부터 북동치 20보, 동삼치 17보, 동일치 17보, 서일치 16보 1척, 동이치 16보, 서이치 14보 5척, 서삼치 14보 4척, 남치 14보 2척이다. 가장 큰 치는 북동치이고 가장 작은 치는 서삼치와 남치다. 실사 용면적을 살펴보자. 순내부 면적은 큰 면적부터 북동치가 10.5평, 동삼치 10.2평, 동이치 7.7평, 동일치 7.7평, 서일치 6.6평, 서이치 5.5평, 서삼치 4.1평, 남치 4.1평 순이다. 서삼치와 남치는 확장 이전 면적이다. 북동치가 가장 큰 면적이고 서삼치와 남치가 가장 작은 면적이다. 같은 치이지만 가장 작은 서삼치는 가장 넓은 북동치의 반도 안 된다. 이 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서삼치와 남치의 실사용 면적이다. 모두 4.1평이다. 무엇을 의미할까. 첫째, 서삼치와 남치의 4.1평은 치의 최소 소요면적에 미달한다는 의미다. 미달하기 때문에 이 두 치는 여장을 성안으로 들여오면서 면적을 확장한 것이다. 둘째, 서이치 5.5평은 치의 최소 소요면적에 충족한다는 의미다. 충족하기 때문에 서이치까지는 여장을 확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면 최소 소요면적은 얼마일까. 서삼치와 남치의 확장 후 면적을 계산하면 된다. 얼마만큼 늘렸을까. 의궤에 “여장 양쪽 끝이 원성 안으로 3척이 들어갔다”고 했다. 늘린 길이는 3척으로 0.93m이고 늘어난 면적은 2.3㎡로 0.7평이다. 늘어난 면적을 합하면 서삼치와 남치는 4.8평이 된다. 즉, 치의 최소 소요면적은 4.8평이다. 결론은 ‘성역 당시 치의 설계 최소 면적은 5평(坪)’라 할 수 있다. 기록은 없지만 당시 장인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고 적용되던 설계 기준이 최초로 밝혀진 것이다. 성안으로 여장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치의 최소 소요면적 기준을 지키려 노력한 장인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은 성역 당시 장인이 적용한 설계 기준을 알아봤다. 위계가 가장 낮은 시설물이지만 남치와 서삼치에 면적을 늘려 최소 소요면적을 지켜준 정조의 엔지니어링 마인드를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옛 일기·향약에서 발견하는 시대상, 국립민속박물관 ‘일기류 소장품 총서’ 등 발간

‘1882년(임오, 고종19) 1월 27일. 왜인 화방의질이 인천에서 개인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두어 달 동안 날씨가 추워 유행성 감기가 크게 유행하였다.…2월 21일. 세자께서 민규호의 가문 사람과 혼례를 올렸다. 동요에 “양반 삼대가 백성에게 장가드니 좋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왜인들이 마음대로 도성 안을 출입하였다. 살아도 죽은 것만 못한 것이 우리나라 백성들이다.’ 조선 후기 충청도 홍주 일대에 살던 최진익(1816~?)은 17세가 되던 1832년부터 71세의 노인이 될 때까지의 흔적을 개인 일기로 남겼다. ‘포옹일기’라는 표지 서명을 한 33장의 책 1권엔 자신의 가정사 경제상황, 나라의 크고 작은 사건이 개인의 입장에서 기록돼 있다. 경기도 광주 사촌과 서울 어의동 기대 일대에 거주하던 평산 신씨 가문의 신현(1764~1827), 신명호(1790~1851), 신명연(1792~1854)씨는 1818년 1월1일부터 1822년까지 해마다 3~5개월간 일상을 기록했다.  평산 신씨 가계 일록으로 명명된 자료는 신현 집안의 각종 대소사가 기재돼 있고 상장례와 묘소관리, 경제생활, 노비들의 활동, 왕실의 주기적인 의례, 조정 관원의 인사 등이 기록됐다.  신현이 1808년~1821년까지 썼던 일기는 경기도박물관이 15책의 필사본을 소장 중인데, 이후의 내용을 보완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이 ‘일기류 소장품 총서: 제1~3권(가계 일기, 개인 일기 1‧2)’과 ‘향약鄕約과 계契’ 2종의 소장품 자료집을 발간했다.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관련 고문헌 소장품에 담긴 생활사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으로 ‘일기류 소장품 총서: 제1~3권’에선 매일의 기록에 담긴 생활문화의 가치를, ‘향약鄕約과 계契’에서는 상생과 연대의 정신을 살필 수 있다. 일기는 쓴 이에 따라 다르나 조정의 관리로서 겪은 궁중의 숨겨진 모습이나 지식인으로서 주변에서 보고 들은 주요 역사적 사건의 서술, 평범한 농부와 선비의 매일의 일상 등이 담겨 있다. 설, 단오, 추석 등 세시풍속의 풍경, 농업과 숯가마 경영과 같은 생업 현황, 가족 및 주변인과의 교유 등에 이르기까지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의 폭이 넓다. 옛 일기라 해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날짜와 날씨로 기록을 시작하고 각자의 일상과 국가적 사건 등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총서에 수록된 일기 속 당시 일상들과 마주하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문회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옛 일기는 공동체에 속한 문제나 시국에 대한 걱정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고 오늘날과 상황이 이어지거나 연상되는 것도 있어 흥미로운 자료 중 하나”라며 “연속 사업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상장례 기록을 묶어 당시를 살펴보는 자료집을 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장품 자료집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⑩ 찬란한 노을… 칸쿤 해변의 유혹

커피숍에서 4시간 동안 자료를 읽고 정리한 후 체크인 시간이 돼 호텔로 돌아간다. 칸쿤 호텔 지역은 온 천지가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과 스킨스쿠버 등 액티비티 투어 여행사, 쇼핑몰과 호텔뿐이다. 이따금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온 우리나라 젊은이의 대화 소리도 들린다. 길가에는 관광객을 태워 어디론가 떠나기를 기다리는 택시들이 아열대 야자수처럼 줄지어 서 있다. 호텔에 들어서자 로비 한쪽에서는 왁자지껄한 여행객의 목소리가 들리고 투숙객을 위한 음료수와 시원한 맥주, 신선한 해산물을 썰어 그 위에 레몬즙을 뿌린 세비체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조리 카트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로비가 다른 곳의 호텔과는 좀 이색적이다. 2층 방으로 들어서니 카리브해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지고 탁 트인 시야로 바다를 더 가깝게 느껴지며 에메랄드빛 물결은 온몸을 푸르게 물들일 듯 일렁인다. 해변 카페에서 귀에 익은 라쿠카라차가 흥겹게 흘러나와 멕시코에 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테라스에 앉아 아래층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한다. 리듬의 반복적인 추임새가 흥겨운 라쿠카라차는 1910년 멕시코 혁명 때 농민들 사이에서 즐겨 불렸던 4분의 3박자 민요다. 당시 처참했던 농민의 삶과 처지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이 노래는 원래 에스파냐의 민요 가락으로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한 무슬림을 몰아내던 ‘레콩키스타’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이 곡에는 멕시코 농민들의 삶을 소재로 한 가사를 붙여 지역에 따라 여러 버전이 애창되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칸쿤의 해질녘을 즐긴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낮과 다른 초저녁 풍경이 펼치고 찬란한 햇빛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엔 수많은 색이 어울려 오묘한 저물녘 노을빛을 자아낸다. 산란하는 빛의 향연은 어떤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렵고 그 빛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 왜 칸쿤이 세계 최고의 해변과 석양의 명소인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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