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정비… 유산보호 활동 연속성 높여야” [사라져가는 국가유산지킴이]

국가유산지킴이 수난 ‘문화재 돌봄 사업’과 역할 중복, 지원 전무 경기도 국가유산지킴이가 ‘유산 보호’라는 제 역할을 수행하고, 이의 지속적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선 활동 매뉴얼 등 시스템을 정비해 제도의 실효성과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봉사자의 개념인 국가유산지킴이는 청소 도구, 보수 장비, 홍보용 리플렛 등을 사비를 털어 준비한다. 국가유산 관리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원이 전무해 지킴이의 봉사정신, 사명감 등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에서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지난 2023년 10월 ‘경기도 국가유산지킴이 활동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킴이 활동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보장했으나, 지원이 이뤄진 적은 없다. 반면 유사한 조례가 제정된 충청북도는 올해 단양에서 열리는 ‘국가유산지킴이 전국대회’에 4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보은, 2015년 청주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이어 세 번째 지원이다. 충북은 이같은 지원을 통해 지킴이 활동을 대중에게도 홍보·공유하고 단양의 문화유산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충청남도 역시 ‘국가유산지킴이 단체 활동 지원’ 사업으로 올해부터 지킴이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 1천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협력으로 지킴이 활동을 보장하는 동시에 이들의 활동 일정, 성과, 이력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지킴이 제도의 활용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도는 전국 17개 시·도 중 여섯 번째로 국가유산이 많고 관할 지역이 넓어 행정 인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국가유산지킴이의 손길이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국가유산기본법’ 시행으로 유산의 보호 범위가 지정문화재·등록문화재 중심에서 비지정 문화유산까지 확대됐는데, 비지정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공식 활동하는 단체는 국가유산지킴이가 유일하다. 류호철 안양대 교양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문화유산의 현장 관리 주체가 없어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고 자발적으로 가꿔나가는 지킴이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킴이 활동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구를 지원하고, 국가유산 출입을 허가해주는 등 활동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 우수한 지킴이를 위한 포상·교육을 확대해 공공성과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국가유산지킴이 관련 조례가 2년 전 만들어져 준비가 미흡했다”며 “경기지역 지킴이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지킴이는 ‘국가유산을 가꾸는 문화’, 성숙한 시민의식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제도”라며 “재교육 시스템 등을 도입해 제도를 체계화해 나가는 중이다. 지킴이 제도가 더 안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영될 방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출입금지에 모욕… 국가유산지킴이 ‘수난’ [사라져가는 국가유산지킴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1580403

출입금지에 모욕… 국가유산지킴이 ‘수난’ [사라져가는 국가유산지킴이]

국가유산지킴이 수난 줄어드는 경기도 ‘국가유산지킴이’…지원 대책 시급 #1. 지난해 5월 본격적인 관광철을 맞아 경기도 ‘수원화성’을 청소하려 모인 ‘국가유산지킴이’ 20여명이 입구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주말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끝내 수원시화성사업소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원화성의 정화활동을 하는 국가유산지킴이로, 사비를 털어 옷가지와 청소용품 등을 마련했지만 이 같은 제재로 정작 활동한 횟수는 손에 꼽는다. #2. 비슷한 시기 하남시의 비지정문화재인 한 향교의 주변 환경 정화를 위해 현장을 찾은 국가유산지킴이 40명 역시 향교 유림회의 반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입구에서 두 시간 넘게 승낙을 구했지만, “들어오지 말라”며 고성이 오간 끝에 지킴이들은 결국 되돌아가야 했다. 국가유산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민관협력체계로 마련한 ‘국가유산지킴이’가 현장에서 유산 보호의 역할을 제지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지킴이는 생활 속에서 소외된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정확한 매뉴얼이나 활동 권한 등이 없어 유산 보호의 역할을 오롯이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지킴이는 국가유산청이 지난 2005년 인력·예산 등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1만여점의 국가유산을 관리하기 위해 추진한 제도다. 국가유산지킴이를 희망하는 이들은 9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한 뒤 국가유산청의 위촉을 받아 4년간 국가 지정, 시·도 지정, 비지정 문화유산 등을 선택해 정화·홍보·학술 등의 활동을 해나간다. 하지만 국가유산지킴이들은 역할만 부여받고 권한이 없어 대다수가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유산을 관리하는 사업소에선 출입을 통제하기도 하고 비지정 유산의 경우 일반 관리 주체와의 갈등도 있어 국가유산 정비를 위한 출입조차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위촉되는 경기도의 국가유산지킴이 수는 줄고 있다. 도내 국가유산지킴이는 지난 2021년 531명에서 2022년 347명, 2023년 182명, 지난해(10월 기준) 59명 등으로 3년간 89% 감소했다. 재위촉을 받은 인원 역시 2020년 1천869명에서 2022년 1천256명으로 줄었다. 현재 도에서 활동하는 국가유산지킴이는 2천100명으로 도내 국가유산 7천441개에 비하면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022년 지킴이로 활동한 A씨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봉사하러 갔는데 오히려 출입 현장에서 제지 당해 아이들 보기에 부끄러웠다”며 “국가유산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으로 시간과 사비를 써가며 갔는데 문전박대를 당해 이후 지킴이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지킴이 경기인천권거점센터 관계자는 “지킴이는 문화유산 관리의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는 유일한 제도지만, 의무와 역할만 부여받고 권한은 없어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고 그 수조차 줄고 있다”며 “지킴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매뉴얼 정비… 유산보호 활동 연속성 높여야” [사라져가는 국가유산지킴이]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1580389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행궁동에서

처음 그대를 만날 때처럼 설렘 속에 건너온 한 해가 고삐를 풀고 달린다. 일월도 벌써 어둡다. 설을 앞둔지라 부모님의 부재에 더욱 공허하다. 한 해의 전시 계획과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한 행간을 헤집는다. 나의 어반스케치 교실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분주히 신작로를 달린다. 출발선은 같지만 관심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빨리 혹은 천천히 적응하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잘하려는 의지가 엄숙하다. 나도 그렇다. 삶은 견뎌내는 것. 미켈란젤로의 등쌀이 버거웠던 다빈치의 고뇌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한 부분이었다. 나의 교실에 젊은 중국 여성 한 분이 들어왔다. 한국인 남편을 둔 이린님이다. 한국말과 문화를 잘 터득했다. 그와 중국말로 소통하는 남자 한 분이 있다. 현역 시절 삼성의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했다는 김동석님이다. 처음 교실에 왔을 땐 처녀 넓적다리 본 부처님 제자처럼 과묵했다.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사라지고 이웃과 도무지 교섭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시간이 흘러 한 분기를 넘겼다. 그런데 이 수줍던(?) 경상도 남자의 태도가 일시에 바뀌었다.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같이 마시고, 가끔 술 한잔도 응전한다. 사회생활의 결격사항이 전혀 없는 게 이상하다. 불문율의 세월은 인간이 제도권에서 이탈하는 걸 무시로 방관하고 있다. 그림까지 잘 그리니 말이다. 나혜석 생가터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깃든 행궁동 골목길을 그가 은근히 담아냈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겨울철새

겨울철새 이경화 벼를 베고 난 들판에 차디찬 바람 몰고 온 집 나갔던 기러기 떼로 몰려 와 흩어진 낱알 허겁지겁 먹고 있어요 염치는 있는지 여문 곡식 거둔 뒤에 몰래 들어와 살그머니 눈치 보며 먹고 있어요. 적막한 들판 반가운 손님 겨울 들판은 쓸쓸하다 못해 적막하기 그지없다. 곡식은 말할 것도 없고 들풀마저 떠난 허허로운 들. 여기에 찬 바람까지 불어와 냉랭하기만 들. 그러나 이 적막한 들판을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오는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 바로 겨울 철새들이다. 그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와서는 한바탕 놀다 간다. 시인은 이 고마운 친구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듬어 안았다. 추수 끝난 빈 들판에 떨어진 곡식을 ‘훔쳐’ 먹는 그들을 나무라기는커녕 장난기 가득한 필치로 그려 놓았다. ‘염치는 있는지/여문 곡식 거둔 뒤에 몰래 들어와/살그머니/눈치 보며 먹고 있어요.’ 염치, 눈치란 말이 참 재미있다. 아니, 그 의미를 곱씹게 한다. 농사꾼이 거둬 가고 남긴 낱알을 주워 먹는 걸 염치로 아는 기러기가 우리네 인간보다 나아 보인다. 염치를 아는 이런 기러기에 비하면 우린 언제부턴가 참으로 염치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치도 마찬가지다. 어디 주위의 눈치 보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부끄럼을 가르칩니다’란 소설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런 제목의 소설이 나왔을까 싶다. 올해는 제발 염치를 아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여기에 주위의 눈치도 보며 사는 우리가 됐으면 참 좋겠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생명의 외형과 그 아래 맥동하는 일렁임, 머무름, 스러짐의 기록...갤러리위 '정윤영: 초록 아래'

‘사는 것,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약한 듯 보이지만 여린 싹이 움틀 때 찢어지듯, 포효하듯 터져나오는 ‘식물’의 강인한 이면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작가가 있다. 용인 갤러리위에서는 생명의 외형과 그 아래 맥동하는 일렁임을 기록한 정윤영 작가의 초대전 ‘초록 아래’를 선보이고 있다. 정 작가는 지난해 국제청년예술가협회가 주최하고 갤러리위가 주관하며 한국미술협회가 후원한 ‘2024 YOUNG ARTIST CONTEST’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갤러리위에서는 올해 첫 기획전으로 정 작가의 작품 38점을 펼쳐보인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국민대 석·박사 과정에서 서양 회화를 전공한 정 작가는 불교미술과 서양 회화를 접목한 독특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캔버스가 아닌 반투명한 비단 위에 쌓아 올린 작업엔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고민이 녹아있다. 이번 전시는 선명하고 밝은 색채와 부드러운 생동감을 전해주는 선적인 리듬이 조화를 이룬 추상화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절개된 꽃의 단면, 잎의 줄기 등 식물 이미지가 담겨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대표작 ‘이른 봄의 붓꽃처럼’이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다. 가로 10m, 세로 2m 규모의 대작이다. 작가는 지난 봄 피었던 붓꽃을 드로잉과 사진 등으로 기록해 뒀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회화 작품으로 옮겨왔다. 겨울에도 우직하게 살아내는 붓꽃은 주로 봄에 꽃을 피우지만 짧은 수명 탓에 이내 시들고 만다. 작가는 붓꽃을 통해 ‘절망의 아름다움’, 동시에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녹여냈다. 정 작가는 지난한 투병을 통해 생명의 유한함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이에 생명에 대한 갈망과 애착, 생명의 지속을 위한 성찰 등은 작가의 작업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불완전한 생의 단면, 상실과 결여로 얼룩진 미완의 상태를 담아내기도 한다. 형체가 없고 빛깔도 뭉개진 작품들이다. 전시장에 놓인 ‘나의 붉은 꽃에게’, ‘갓 터진 보라’ 역시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지만, 식물을 떠올리게 그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물의 동물적인 부분을 형상화했다. 또 신체의 일부가 연상되기도 한다. 작가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에서 오는 위기의식을 뭉개지고 유동하는 형상으로 표현했다. 전시에선 식물이 초록 빛을 내기까지의 생장 과정, 생명력과 역동성 등을 담은 ‘초록의 끝에서’, ‘검정을 노랑으로 칠하고’, ‘테’ 등을 만날 수 있다. 정 작가는 “작품엔 순응과 저항 사이의 미묘한 상태, 있는 그대로의 생명의 흔적을 담아냈다”며 “전시를 통해 여려보이는 겉모습일지라도 그 안에는 엄청난 힘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길 바란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전시를 봐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28일까지.

E-순환거버넌스, 초록우산에 사회공헌기금 3억5천만원 전달

E-순환거버넌스가 자원순환 캠페인으로 발생한 기금 약 3억5천만원을 초록우산에 전달하며 환경보호 실천과 함께 경기도 내 저소득층 아동들의 건강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된 ‘모두비움, ESG나눔 자원순환 실천대회’에서 E-순환거버넌스로부터 사회공헌활동 기부금 3억5천만원을 전달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열린 전달식에는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 정덕기 E-순환거버넌스 이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기부금은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E-순환거버넌스의 ‘모두비움, ESG나눔 캠페인’을 통해 마련됐다. E-순환거버넌스는 개별 가정을 방문해 폐기되는 전자제품을 수거하는 ‘대국민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 뿐만 아니라, 기관·기업에서 폐기되는 전자제품을 회수하고 배출량에 따라 ESG성과를 제공하는 ‘모두비움’, ‘ESG나눔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금을 마련했다. 기부금은 초록우산에 의해 경기도 내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보육·학습·의료·주거비 형태로 지원돼, 아동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양육 환경에 보탬이 될 예정이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이번 후원은 환경보호 가치와 함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원하는 ESG 실천의 대표 사례”라며 “앞으로도 언제나 아이들 곁에서 아동과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순환거버넌스는 캠페인을 시작한 지난 2022년 64개 기관・기업이 참가해 약 8천 톤을 재활용했으며, 올해에는 대폭 증가한 380개 기관・기업이 참가해 연말까지 약 2만5천 톤의 폐전기・전자제품이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래 뮤지컬 주역들... 꿈·열정 태웠다 [처음예술 난장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

뮤지컬을 향한 청년들의 꿈과 열정이 녹아든 ‘2024 처음예술 난장-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18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의 시상식을 열고 본선에 진출한 5개 대학(팀)에 각각 트로피와 상금을 전달했다.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은 경기도에서 공연예술 관련 전공을 하는 대학생과 청년 예비 예술인을 대상으로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도형 청년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들을 단계별로 지원해 경기지역 공연과 실용음악의 창작 기반을 마련하고 청년 예술인과 도민이 함께 즐기는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앞서 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6월 ㈔한국뮤지컬협회와 업무협약을 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도내 11개 대학에서 13개팀, 총 400여명의 대학생들이 페스티벌 예선에 참여했고 이후 심사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5개 대학이 지난 5일부터 14일간 열띤 경연을 펼쳤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연출부터 연기, 안무, 음악, 무대 제작까지 뮤지컬 제작 과정을 오롯이 해내며 아이디어와 창의가 돋보이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7개월간의 여정을 끝으로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는 한세대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를 두고 벌어진 재판을 모티브로 한 작품 ‘HOPE’를 선보인 한세대는 안정적인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 배우들 간의 호흡 등이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HOPE’의 연출을 맡은 박윤성 한세대 학생은 “제1회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많은 도움을 주신 교수님들, 또 여러 날을 함께 고생한 배우와 스태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우수상은 대진대에 돌아갔다. 대진대 학생들은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기를 격렬한 록 음악과 열정적인 춤으로 표현해낸 작품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펼쳐 보였다. 특히 대진대는 음악에 맞춰 떨어지는 프로페셔널한 조명 큐잉, 창의적인 동선과 움직임, 인상적인 연기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연출을 맡은 박선애 대진대 학생은 “이번 작품을 하며 배우, 스태프들 모두가 각자의 아픔을 빗대보는 시간과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며 “모든 순간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 작품 내용처럼 우리 모두 앞으로 더욱 빛나는 나비가 돼 훨훨 날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스펠링 비’를 무대에 올린 동서울대가, 장려상은 ‘형제는 용감했다’를 선보인 예원예술대와 ‘종의 기원’을 선보인 단국대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최우수연기상은 △대진대 임솔균(남자 부문) △한세대 성수현(여자 부문)이 수상하며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와 함께 심사위원상으로는 △예원예술대 김민지(연기 부문) △단국대 장성훈(연기 부문) △동서울대 김단아(연기 부문) △한세대 박영준(조명 부문) △대진대 박선애(연출 부문) △동서울대(앙상블상) 등이 수상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경기문화재단은 대상 수상팀에 1천만원, 최우수상 500만원, 우수상 300만원, 장려상에 각 100만원을 지급했다. 또 최우수 연기상은 각 100만원, 심사위원상은 각 50만원을 시상했다. 유희성 심사위원장은 “뮤지컬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공연예술의 꽃’”이라며 “뮤지컬계의 주역이 될 경기도 학생들이 기량을 겨루면서 발산한 젊음과 신선한 창의력에 놀랐다. 페스티벌을 통해 경기도 뮤지컬이 성장하고 도민의 뮤지컬 접근성이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축하공연으로 뮤지컬 배우 이건명이 뮤지컬 넘버 ‘임파서블드림’과 ‘지금 이 순간’을, 성악가 김현수가 ‘목숨인가 사랑인가’, ‘Non ti scorda di me’를 불러 현장 분위기를 더욱 달궜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장은 “경기권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뮤지컬 페스티벌인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며 “창작자, 연기자, 스태프의 길을 갈 수 있는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성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미래의 뮤지컬인을 교육하는 뮤지컬 학과가 경기도에 30개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다”며 “청년들에게 도약의 기회를 주고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최초로 페스티벌을 열었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문화예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 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자 인터뷰 한세대 ‘HOPE’ ‘경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세대 학생들은 “4개월간 50여명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있는 공연을 올리기 위해 밤낮 없이 똘똘 뭉쳤다”며 “교수님의 가르침, 팀원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좋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세대는 지난 18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뮤지컬 ‘HOPE’를 선보였다. ‘HOPE’는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로 원고를 태워 달라는 말을 남긴 채 요절한 요제프의 재능을 지키기 위해 베르트가 그의 남은 원고를 소중히 보관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HOPE’의 연출을 맡은 박윤성 한세대 공연예술학과 학생은 “‘HOPE’는 한 배역이어도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하며 연기의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어 연기에 목말라 있는 학생들과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며 “2차 세계대전이라는 겪지 못한 시대적 상황과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노력했고, 또 주인공 호프가 30년간 원고를 소유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을 깊이 느끼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세대의 HOPE가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은 데엔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표현된 장면의 창의성이 한몫했다. 극 중 ‘요제프 K’가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종이를 찢는 장면이 있다면 한세대의 HOPE엔 ‘K’가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을 통해 고통의 감정을 배가하는 장면을 넣었다. 또 엄숙하고 거대한 재판장에 힘을 줘 30년간 재판장에서 느끼는 호프의 무거움, 진중함 등을 표현했다. 박윤성 학생은 “연출, 연기, 스태프 등을 하며 많은 학생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옳게 가고 있는 것인지 고민을 할 때가 많다”며 “경기도를 대표하는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니 예술인으로서 설정한 방향에 인정과 공감을 받은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하게 해준 경기문화재단에 감사하다”며 “페스티벌이 열리는 동안 다른 대학 학생들의 공연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o’Object 오’오브젝트’

멀리서 보면 낯설다. 무엇인가 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자주 볼 수 있는 한 톨 한 톨의 작은 콩들이다. 멀리서 보니 익숙해 또 한 발자국 가까이 들여다봤다. 따뜻한 일상의 풍경은 하나하나가 컴퓨터로 그린 듯 완벽해 오히려 낯설고 차갑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파주시 파주출판도시)이 2025년 첫 기획 전시로 지난 1일 개막한 ‘o’Object 오’오브젝트’는 작가들이 몰입하고 있는 현장에 자주 등장한 오브젝트에 주목한다. 오브젝트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캔버스를 통해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하며 변형된다. 전시엔 시각적 대상에 자기만의 주제를 투사하고 회화적 실험을 깊이 있게 실천하는 김지원, 정정엽, 홍경택, 김영성 작가의 작품이 걸렸다. 여러 연작 중 맨드라미를 가장 긴 호흡으로 이어오고 있는 김지원 작가의 시선은 겨울에 어둡고 탈색되고 스러져 버린 맨드라미에 가닿았다. 언뜻 보면 날카롭고 섬세한 터치로 사실적으로 표현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초점이 흐려진 것처럼 붉은 덩어리로 그려진 부분도 발견하게 된다. 지속적인 변화를 겪는 작가의 내면을 맨드라미로, 또 겹겹이 쌓아 올린 물감층을 통해 색다른 감상을 할 수 있다. 정정엽 작가는 살림을 하며 자주 마주할 수 있는 곡식을 캔버스로 옮겼다. 그가 그린 곡식은 알알이 모이고 흘러 다른 어떤 것이 된다. 작은 팥, 콩 알갱이, 녹두 한 알은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나간다. 평소 자신이 마주하는 작은 존재들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펼쳐온 정 작가의 시선과 커다란 호흡이 불어 넣어진 작은 존재의 이야기가 색다르게 펼쳐진다. 일상과 현실이 가상세계처럼 펼쳐진 공간도 있다. 홍경택 작가의 작품에선 음표가 모여 악보가 완성된 듯, 작가가 자유자재의 붓질로 창조해낸 일상의 풍경이 필기구와 책 등으로 정교하게 구축됐다. 김영성 작가는 사물 속 생물이 들어간 모습을 극사실적 정물화를 통해 구현했다. 유리와 금속 등의 차갑고 매끈하게 가공된 사물은 섬세한 돌기, 섬모, 털과 같은 생물의 조직 묘사와 정교한 조화를, 혹은 생경함을 이루며 치밀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형다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선임 큐레이터는 “작가들이 주목한 오브젝트는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작가의 의도적 시선과 몰입에 의한 고밀도의 인내가 필요한 그리는 행위를 거쳐 캔버스에 흥미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며 “우리에게 익숙하기에 막상 그림 앞에 다가서는 순간 마주하게 되는 낯선 감정은, 그림으로써 세계를 통찰하고자 하는 작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고 밝혔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한국 과학소설, 어디까지 왔니?” 세계 3대 SF문학상 후보작 ‘너의 유토피아’ 外

정보라 작가의 ‘너의 유토피아(Your Utopia)’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세계 3대 SF 문학상인 ‘필립 K 딕상’ 후보작에 올랐다. 한국 작가가 유명 SF 문학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F, ‘공상과학’ 장르는 낯설고 어색하다는 인식 속 국내에선 불모지로 통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 들어 가장 주목 받는 장르 중 하나로 꼽히더니 지난 10년 새 5.5배나 성장(인터넷 서점 ‘알라딘’ 판매 통계)하며 자리잡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미래를 예측한 SF소설의 상상력은 로봇과의 공존에서 야기될 윤리와 도덕 문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비생명체와의 감정 교류 등 곧 인류가 당면할 여러 철학 사유와 고민을 엿보게 한다. SF장르가 지금 시대 주목받는 이유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독자까지 사로잡은 국내 작가들의 대표작 세 권을 소개한다. ■ 정보라 ‘너의 유토피아’ 지난해 1월 미국에서 번역 출간된 정보라 작가의 ‘너의 유토피아’는 15일 한국어 개정판이 출간된 데 앞서 한국어로 쓰인 작품이 해외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았다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정 작가는 앞서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각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상을 받기도 했다. ‘너의 유토피아’는 2021년 출간된 ‘그녀를 만나다’의 개정판으로 총 8편의 단편을 통해 상실을 애도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가 떠나버린 황량한 행성에서 고장 난 휴머노이드를 태우고 배회하는 스마트카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을 꼭 닮은 의료용 휴머노이드 ‘314’는 “너의 유토피아는 어때?”라고 질문한다. 망가진 세계에서도 더 나은 곳을 향한 간절함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아프게 다가온다. ■ 천선란 ‘천 개의 파랑’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에 빛나는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은 소설을 넘어서 연극과 뮤지컬 등 타 장르까지 활발히 확대되며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품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우연히 인지능력 칩이 들어간 휴머노이드 기수(騎手) ‘콜리’가 연골이 무너지는 말 ‘투데이’를 위해 스스로 낙마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동물과 로봇, 인간이 서로 다른 종을 넘나드는 연대를 그리고 있다. 인지와 학습 능력을 갖춘 기수인 로봇 ‘콜리’가 최고의 속도를 달리기 위해 고통스러워하는 말을 위해 낙마하고, 이러한 말을 살리고 싶어하는 인간 ‘은혜’가 펼치는 사랑과 책임, 희생이란 가치는 깊은 울림을 준다.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난해 2019년 6월 출간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총 7편의 단편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반문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진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다. 그곳에선 완벽함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다. 그런가 하면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가족과 생이별한 할머니 과학자가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다룬다. 포스텍 대학원 출신의 과학도인 작가 김초엽은 작품을 통해 2019년 ‘제43회 오늘의 작가상’이라는 영예를 안았고, 2023년에는 비중화권 작가 최초로 중국의 양대 SF문학상을 모두 받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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