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예총, ‘2025 예술인 기회소득’ 원안의결 환영 성명 발표

(사)경기민예총이 지난 31일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예산 원안의결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2025년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을 지속할 수 있게 돼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경기민예총은 성명을 통해 “지난 30일 예산안 처리가 법정 처리 기한을 넘기며 늦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문화예술 현장의 예술인들이 많은 걱정을 했었다”며 “예술인들이 걱정했던 이유는 상임위를 통과한 예술인 기회소득 예산이 예결특위를 거치며 중요 쟁점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예술인 기회소득은 오래전부터 현장의 예술인들이 ‘예술이 가진 공공재적 가치’를 중단 없이 확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기회소득 덕분에 많은 예술인들이 창작과 예술 활동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결과적으로 도민들의 문화적 삶이 풍성해졌다”고 강조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경기도 민선 8기 핵심사업인 ▲예술인 ▲장애인 ▲아동돌봄 분야 등의 ‘기회소득’ 정책 가운데 하나로, 예술이 가진 공공재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환경을 조성하고,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표로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를 제정, 2023년부터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예술인 기회소득을 시행했다. 지난해 도내 거주(용인, 성남, 고양, 수원 제외)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은 연 150만원을 지원 받았다. 올해 예술인 기회소득은 예결특위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부침을 겪었으나 원안이 의결됐다. 김태현 (사)경기민예총 이사장은 “공연장 대관 여부를 고민하던 부천의 한 무용가는 지난해 예술인 기회소득으로 개인 무용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고, 안산의 한 극단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밀렸던 월세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이처럼 예술인 기회소득은 생계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예술을 포기하고자 했던 많은 이들이 예술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게 한 마중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지난해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받은 많은 예술인들이 이를 통해 연구나 학습에 투자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도민들이 더 질 높고, 수준 높은 예술을 접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정책은 늘 예산의 문 앞에서 위기를 겪는데, 앞으로도 긍정적인 취지 그대로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민예총은 정책이 지속되는 데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역할이 컸다며 성명에서 감사의 뜻도 내비쳤다. 경기민예총은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도 의원들에게 현장 예술인들의 의견을 전달했고, 다행스럽게도 2025년에도 정책은 지속됐다”며 “황대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수원3)과 유영두(국민의힘·광주1)·조미자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남양주3) 등 문체위 소속 의원들은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문화예술의 힘이 중요함을 이해하고, 예술인 기회소득 예산을 지키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끝으로 “기회소득뿐만 아니라 문체위 의원들은 경기도의 2025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에서 시대 변화에 발맞춘 정책 추진을 위해선 최소 3%의 문화·예술·체육·관광 예산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경기도 행정부에서 제출한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을 300억원 넘게 순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사)경기민예총은 문화예술 현장 예술인들을 대표하여 이러한 경기도의회 문체위의 모습에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⑦역사 유물 가득한 ‘오악사카’

과나후아토에서 산 미겔 데 아옌데로 가는 길목에는 멕시코 건국의 아버지이자 혁명가인 미겔 이달고 신부가 태어난 곳인 돌로레스 이달고시가 있다. 이곳에는 멕시코 혁명을 기념하는 이달고 박물관이 있다. 혁명의 발원지이자 그가 성직자로 봉직했던 아토토닐코 대성당은 현재 혁명의 성지이자 그가 가톨릭 성인품에 오르며 기독교 성지가 됐다. 오악사카 외곽 쿠일라판에는 에스파냐 정복 이전 고대 문명과 정복 초기 에스파냐와 도미니크 사상이 충돌한 흔적이 남아 있는 중세 수도원 산티아고 아포스톨과 16세기에 짓기 시작해 아직도 완성하지 못하고 도미니크 수도원 문장이 새겨진 ‘지붕 없는 교회’가 있다. 시내 중심에는 16세기 초에 지은 오악사카 대성당이 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는 오악사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토 도밍고 데 구스만 교회가 있다. 이 외에도 오악사카 시내에는 고독의 성모 대성당, 산 펠리페 네리 교회, 자비의 성모 교회가 있고, 지금은 고급 호텔로 변신했지만 옛 모습을 간직한 산타 카탈리나 수도원 건물이 있다. 오악사카에는 산토 도밍고 대성당과 예전 수도원을 리모델링해 고대부터 현대까지 멕시코 고고학과 역사 유물을 소장·전시하며 다양한 학술 활동을 활발히 개최하는 주립 문화박물관이 있다. 이처럼 오악사카에서는 사포텍과 믹스텍 문명의 몬테 알반과 미틀라의 유물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콜로니얼 시대 초기 멕시코인의 신앙관과 예술 문화를 볼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단 하나 남은 코뿔소와 어린 펭귄의 여정”…어둠 지나는 어른 위한 동화 ‘긴긴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며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 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긴긴밤’ 中) 어둠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 같던 밤이 저물고 다시 아침이 밝아왔다. 유난히 길고 길었던 지난해, 소중한 존재들을 떠나보낸 아픔과 상처를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곁에 남은 사람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손을 맞잡고,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 ‘긴긴밤’을 지나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극복할 가장 강한 힘은 ‘사랑’이 아닐까. 새롭게 떠오른 해, 지난 2021년 출간한 도서 ‘긴긴밤’(문학동네 刊)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다. 긴긴밤은 지구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책은 뿔이 잘리고 다리가 불편한 코뿔소와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펭귄이 함께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을 다룬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란 코뿔소 ‘노든’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흰바위코뿔소다.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코뿔소는 소중한 이를 다 잃고도 ‘마지막 하나 남은 존재’의 무게를 온 영혼으로 감당하고 있다. 노든은 울타리가 되어준 친구들이 가득했던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 자유를 찾아 야생의 넓은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다. 새로운 세상은 녹록지 않았지만, 그의 곁에는 언제나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친구들이 존재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엉뚱하지만 특별한 코뿔소’라고 불러준 아내, 야생에서 동물원에 갇힌 노든에게 악몽을 꾸지 않고 긴긴밤을 견딜 방법을 알려준 친구 ‘앙가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 ‘치쿠’까지. 밀렵꾼에 의해 아내와 아이가 곁을 떠나고, 친구들도 하나씩 곁을 떠나지만 그럼에도 노든이 긴긴밤 다시 걸을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보여줬던 단단한 사랑의 힘 덕분이다. 그리고 그의 곁엔 전혀 다른 존재의 어린 펭귄이 나타난다. 노든과 어린 존재의 만남은 사실 기적이었다. 친구 ‘웜보’와 ‘치쿠’가 전쟁 속에 버려진 알을 온몸으로 지켜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부탁한 어린 존재에게 노든은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전한다. 노든은 어린 존재를 위해, 치쿠의 마지막 부탁을 지키기 위해 어린 펭귄과 함께 긴긴밤을 건너며 파란 지평선의 바다로 떠난다. 사랑하는 이들의 몫까지 살아내야 하는 노든과 악착같이 생을 지켜내는 어린 펭귄, 모든 것이 다른 두 존재는 사랑의 힘으로 걸어 나간다. 동화는 언젠가 펭귄이 노든의 곁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로 힘차게 향하듯 어른으로 자라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코뿔소로 살게요.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이리 와. 안아 줄게. 그리고 이야기를 해 줄게. 오늘 밤 내내 말이야. 너는 파란 지평선을 찾아서, 바다를 찾아서, 친구들을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전해 줘.”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에는 우리가 겪는 죽음과 이별, 전쟁 등 현실의 아픔이 녹아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이야기는 내내 온기를 잃지 않고 희망적이다. 서정적 그림과 함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일들과 감정이 깊이 있는 질문과 그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글로 풀어지며 울림을 준다. 수단의 실제 삶에서 동화를 이끌어낸 루리 작가는 글과 그림을 통해 ‘긴긴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책은 5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지난해엔 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도 제작돼 오는 5일까지 대학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흰바위코뿔소와 아프리카 펭귄, 코끼리 등 각기 다른 동물의 이야기를 네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그려내며 100여분의 시간을 채워나간다.

나태주 ‘풀꽃’ 시인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어... 너와 함께면 먼길도 가까워” [신년인터뷰]

새로운 해가 뜨면 우리는 또 매일의 출발선에 선다. 저마다의 짐을 짊어지고 경쟁을 하고, 괜찮은 척하지만 때때로 초라해지고 작아지기도 한다. 올해로 등단 55주년을 맞은 나태주 시인(80)은 ‘하루 종일 밝은 세상/반짝이는 사람들 사이/누비고 헤매고 다녔지만/마음은 여전히 어둡고 불안했지/이제는 나 반짝이지 않아도 좋아/억지로 환하고 밝지 않아도 좋아’(‘안녕, 안녕 오늘아’ 중)라며 그의 수많은 시를 통해 ‘너’와 ‘나’는 소중하고 ‘우리’는 꽤 괜찮다고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지난 12월 하순 충남 공주풀꽃문학관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키보다 곱절은 높은 철제 사다리에 올라 삐죽 웃자라난 나무의 가지를 치고 있었다. 방문객들의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에 그는 “잠깐 기다려봐” 하고 달래며 모두 응했다. 자기 소개는 그의 시만큼이나 참, 소박했다. “저는 공주에 살면서 시 쓰는 나태주입니다.” Q. 문학관을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마음을 많이 쓰던데, 대중과 늘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A. 안 봐주면 서운할 테니까. 타자와의 일이 힘들 때도 많다. 그런데 작가는 문장을 많이 가진 사람이고 나이 먹은 사람은 인생 경험이 많다. 학자는 지식과 이론이 많고 부자는 돈이 많고 직위가 높은 이는 권력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걸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 공유의 방법이 소통이다. Q. 시인이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는 건가. A. 그래서 조금 괴로울 때도 있다. 강연이나 글 요청 수가 많은데 다 들어주기는 어렵고 거절은 못해서 마음이 힘들다. 젊었을 땐 내가 세상에 요구했는데, 나이가 먹으면서 세상의 요구가 나에게 온다. 나의 요구를 세상이 들어주지 않으면 섭섭하지 않나. 마찬가지다. 세상이 나에게 요구했는데 내가 안 들어주면 세상이 섭섭할 거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 나에게 섭섭하게 느끼지 않도록 여러모로 노력한다. 예전엔 내가 길을 몰라서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길을 물었는데 이제는 이 사람, 저 사람, 나에게 와서 길을 묻는다. 그래서 새해에 내는 시집에 ‘길’이란 시가 수록됐다. ‘예전엔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나에게 와서 길을 물으니/ 나더러 어쩌란 말이냐’.(웃음) Q. 매일이 바쁜데 요즘 어떤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나. A. 우울하고 복잡한 날들이다. 국가와 사회적으로 여러 불편한 일이 있으니 그렇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지구적 인류의 상황은 철학자 한병철 선생 말에 따르면 ‘피로사회’에서 이젠 ‘불안사회’가 됐다. 희망은 밝고 환하고 아름답고 일이 잘 풀리고 좋을 때 갖는 게 아니다. 나쁠 때, 절망적일 때, 어두울 때, 힘들 때 갖는 거다. 그래서 새해엔 더더욱 우리 모두 희망이 필요하다. Q. 희망을 우리는 어떻게 건져내고 어떤 길을 비추며 살아야 할까. A. 희망은 살기 위한 노력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유대인들이 갇혔을 때도 희망을 가진 사람들은 죽음의 질곡에서 기어코 벗어났다. 희망을 가지려면 가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새겨라. 사랑은 호기심, 믿음, 존경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호기심 정도에 끝나 버리는 것 같다. 헌데 믿음으로, 또 존경까지 나가야 한다. 나는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 있다. 집사람이다. 내가 많이 엉뚱한 짓을 하는데 그래도 믿어 준다. 그래서 더 엉뚱한 짓을 한다(웃음). 사실 믿어 주니 미안해서 엉뚱한 일을 조금 하다 얼른 돌아오려고 한다. 이게 중요하다. 그래서 서로 믿을 필요가 있다. 알고도 속아 주고, 슬그머니 져 줄 필요도 있다. Q. 지금 우리 사회에선 슬그머니 져 주고 또 속아 주는 그런 마음을 찾긴 어려운 것 같다. 정치·세대·성별 모든 분야에 갈등이 만연하다. A. 우린 모두 적당히 오염돼 있고 이기주의자다. 그래서 슬그머니 져 주고 또 내어 주는 거래가 필요하다. 우리 정치·사회판을 보면 거래는 없고 착취만 있다. 다섯 번의 경쟁이 있으면 두 판 정도는 내어 주고 세 판 정도 이기는 게 제일 좋다. 내 것도 좀 내어 주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한쪽이 모두 이기고 독식하는 구조가 어느 순간 만연해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독야청청(獨也靑靑)은 절대 안 된다. 혼자 잘났고 혼자 똑똑한 독야청청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청청’이지 ‘혼자 청청’이 아니지 않나. Q. 코로나19때, 또 지금처럼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작가의 시로 위로를 얻는 이들이 많다. A. 코로나 시절에 책이 제일 많이 팔렸다. 내 시가 대중에게 지지 받는 건 내 호소만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호소와 고백을 들려 주세요, 내가 바꿔서 시로 써 드릴게요’ 해서 인 것 같다. Q. ‘풀꽃’ 시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다. A. 내가 이 시를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쓰고 열 번 이상 말한다(웃음). 사실 이 시는 세상을 거꾸로 보고 쓴 시다. 세상이 어둡고 우울하기 때문에 희망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 시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라는 건, 너를 예쁘게 보려고 애쓰는 나를 말하는 거다. 억지로, 힘 내서 노력하는 거다. ‘예쁘다’고 하면 예뻐지는 거니까. 삶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삶은 고달프고 지난하다. 그렇기에 그 반대의 삶을 희망하고 추구한다. 내 시들은 그런 반대의 노력을 표현한 거다. Q. 시대를 읽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A. 이 시대를 살아가며 고민을 가진 청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순간이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바로 그때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2022년),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2024년) 시집에서 ‘나’는 단수의 나이지만 사실 ‘너’들을 포함한 다수다. 나도 날마다 넘어질 것 같고 지치고 고달프더라. 거기서 나오는 나의 말이 그 시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말들은 다른 사람들, 특히 청춘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은연중에 떠오른 거다. 그래서 이건 나와 당신들, 그들과의 공동작업이다. Q.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이렇듯 우리는 함께 간다. 중요한 건 함께 가면서도 혼자서 간다는 거다. 나 스스로 별명을 짓자면 ‘자발적 고독자’다. 혼자서 자기 길 잘 가는 사람은 무언가를 이룬다. 요즘 많은 이들이 혼자 있는 걸 너무 두려워한다. 그래서 주관없이 타협하고 부러지고 억지로 섞인다. 그러면 끝내 자기를 잃는다. 자기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잊기 쉬운 자기다움을 찾고, 스스로 자기 길을 가고 빛나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자아 정체감이 없으면 물이 넘쳐 흘러가는 것처럼 휩쓸려 간다. 무리 속에 또 군중 속에 매몰되고 만다. Q. 새해에 우리가 이뤘으면 하는 소망이 있나. A. 2025년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새해다. 한 해가 온다는 건 매일의 태양과 365개의 달님을 공짜로 받는 거다. 그밖에 별과 물소리와 새소리, 나비, 구름, 또 푸른하늘을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이 받겠나. 우리는 새해를 맞으면서 이미 엄청나게 많은 선물을 가슴에 안았다. 위기와 실패, 절망은 늘 그 다음 것을 찾는다. 탈출과 성공, 희망이다. 새해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희망을 찾아나설 거다. 벅차고 힘들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게 즐겁고 좋은 마음으로 나아가자. 앞을 바라보고 희망을 만들어 나가면 향기로 가득 찰 것이다. 그러면 다시 365개의 새로운 날을 맞는 새로운 해가 기적처럼 올 거다. 당신과 내가 맞는 새해는 기적이다. 끝으로 나 시인은 시를 찬찬히 읊으며 인터뷰를 마쳤다. - 먼 길- 나태주 함께 가자/ 먼길// 너와 함께라면/ 멀어도 가깝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 나도 그 길 위에서/ 나무가 되고/ 너를 위해 착한 바람이 되고 싶다. “‘먼 길’ 그 속엔 춥고 어두워도 함께 가자란 뜻이 있다. 모두가 ‘내가 있어 네가 있다’가 아닌,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 ‘당신 덕이다’ 이렇게 바꿔 생각하면 좋겠다. 억지로 노력이라도 했으면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서로 좋아지지 않을까.” 나태주 시인은... △1945년 3월 충남 서천 출생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 퇴임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로 등단 △소월시문학상,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윤동주문학대상 등 수상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등 시집과 산문집 190여권 출간 △제43대 한국시인협회장, 공주문화원장 역임 △공주풀꽃문학관 설립·운영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바다의 천재들’ [신간소개]

■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 조선시대 왕조와 양반가의 기록화와 기념화는 누가, 왜, 어떻게 그렸을까. 또 이 그림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사진기가 없던 시절, 조선 왕실에서는 총천연색의 기념화를 남겼다. 왕실에서는 국가의 예와 격식의 기틀을 세우고 전승하기 위해, 국가 행사의 시행 전 실수와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그림으로 미리 그려 예행을 하기도 하고, 행사가 끝난 뒤 후대에 기록하기 위해 남기기도 했다. 궁중기록화는 숙종, 영·정조대를 거쳐 대한제국 시기까지 이어졌다.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30여년간 궁중기록화를 연구해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을 출간했다. 원고지 약 3천매 분량의 책에는 도판 600여장이 수록됐다. 궁중기록화의 연대기부터 제작 동기와 준비 과정, 제작의 명분 등을 샅샅이 다뤘다. 특히 그림의 진모를 보여주기 위해 큰 판형을 사용하고, 도판의 배치를 과감하게 했을 뿐 아니라 질 좋은 인쇄 상태를 위해 종이까지 특별히 선별했다. 책을 통해 조선 궁중기록화의 총체를 알 수 있다. ■ ‘바다의 천재들’ “바다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또 다른 행성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심해로 유유히 잠수하는 거대한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 무리지어 대형을 바꾸며 포식자를 교란하는 멸치 떼, 바닷물에서 튀어 올라 수면 위를 활공하는 날치까지.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방식은 육상 생물과 확연히 다르다. ‘바다의 천재들’은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다 생물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색하는 책이다. 물리학자 빌 프랑수아는 수중 환경의 물리적 특성과 그에 적응한 바다 생물이 지닌 생존 기술의 원리를 특유의 유머와 비유를 버무려 유쾌하게 전달한다. 멸치는 피부의 은빛 층이 거울처럼 빛을 반사해 주변 배경에 섞여 자신의 모습을 사라지게 하는데, 이는 장비를 만드는 공학자들에게 유망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책은 바다 생물들이 지닌 다양한 능력에서 찾아낸 단순한 원리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기법으로 그린 생생한 그림과 함께 바다 생물의 놀라운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땀 실로 엮은 담담한 바람…갤러리 베누스, 김순철 작가 초대전 ‘About wish’

거친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리고 다듬어 한지라는 소재를 만든다. 겹겹이 쌓아 올린 한지 위에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한다. 힘을 가해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구멍을 통해 화면의 앞과 뒤를 왕래하며 실을 쌓아간다. 하남에 위치한 갤러리 베누스에선 오는 1월 2일부터 바느질로 시간을 빚고 그 안에 담담한 일상의 바람을 눌러 담은 김순철 작가 초대전 ‘About wish’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에 면실로 바느질하여 실(絲)을 오브제로 한 회화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전통을 재해석 한다. 닥나무 껍질을 다듬어 제작한 요철감 있는 한지 위에 자수의 기법을 접목하며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해 오고 있다. 황금빛으로 쌓아 올린 도자기는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중앙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색색의 꽃은 에너지와 생명력을 내뿜는다. 김영순 평론가는 “자기주장이 강한 한지의 물성은 자유로운 표현을 욕망하는 작가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체험됐다”며 김순철은 그러한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평했다. 작가는 오랜 작업 과정의 의미가 자신을 비워내고자 하는 내면과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한지 위에 바느질, 고단하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수많은 생각을 동반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潛行)에 들게 한다는 것.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짧고 깊은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느릿한 시간은 치유(治癒)와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노동과 내면에 집중한다. 그에게 바느질 행위의 매개인 실은 스스로와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연결 통로이며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는 “화면의 전면과 뒷면을 분주히 왕래하며 쌓여가는 실의 집적은 내면 또는 주변과 소통하며 삶을 이어주는 생명과도 같은 시간의 축적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오랜 작업 과정을 통해 겹겹이 쌓아 올린 실은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으로 전진한다.

천 개의 얼굴 가진 ‘뱀’ 조명…국립민속박물관, 을사년 특별전 ‘만사형통’

국립민속박물관이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오는 3월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만사형통’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 스리랑카 지역의 뱀이 조각된 가면,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최초로 공개한 뱀 관련 세계민속 자료도 만날 수 있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의 모습이 담긴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이지 개념은 민간에 퍼지며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일상 용품에 활용됐다. 남남동쪽을 가리키며 오전 9~11시를 가리켰던 뱀은 해시계, 나침반, 생활용품에 담겼다.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뱀을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지혜를 조명한다. 뱀은 주로 어리석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에 ‘시왕도(十王圖)’, ‘게발도(揭鉢圖)’ 같은 그림에서는 뱀에게 심판받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았던 ‘미심’ 등의 생활용품에서는 뱀을 피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3부 ‘신성한 뱀’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는 뱀이 조각돼 있다. 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 사용했던 가면, 공예품 등을 통해 신비로운 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박물관이 영화를 만났다…경기도박물관 ‘제1회 박물관영화제’ 개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영화’와 ‘유물’을 결합한 특별한 영화제를 선보인다. 경기도박물관은 오는 10~26일 박물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해설을 덧붙이는 ‘제1회 박물관영화제’를 진행한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영화제로, 그동안 별개의 장르로 인식됐던 영화와 전시가 박물관의 유물을 매개로 만나 유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특히 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졌던 박물관이 역동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박물관영화제는 박물관인이 주체가 돼 만들어간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이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고 박물관·영화계 전문가 12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한다. 영화제는 3개의 섹션으로 분류된다. 첫번째 섹션은 ‘조선의 시간 속으로: 영화와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조선시대 유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경기도박물관의 특성에 따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관상’, ‘왕의 남자’, ‘역린’ 등 7편을 상영한다. 두번째 섹션은 ‘빛을 향한 기억: 일제 강점기와 광복 80주년의 성찰’이다. 경기도박물관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암살’, ‘말모이’, ‘동주’ 등 190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 3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세번째 섹션은 ‘특별상영: 황진이, 그녀를 살아내다’로, 1986년과 2007년에 각각 개봉한 영화 ‘황진이’를 볼 수 있다. 영화를 상영한 뒤에는 ‘GV(Guest Visit) 토크 콘서트’가 이어진다. 경기도박물관의 학예사가 나서 영화와 유물을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다. 영화 ‘관상’이 상영된 후에는 박물관의 대표 소장 유물인 ‘우암 송시열 초상’을 통해 영화 속 주인공이 권력자들의 얼굴을 관찰하며 읽어내는 장면과 초상화의 시각적 요소를 비교한다. 초상화가 당시 사회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탐구해 초상화가 지니는 상징성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역린’이 상영된 뒤엔 박물관의 소장 유물인 ‘책가도’를 통해 영화를 다시 짚어본다. 영화엔 정조가 평상시 거처하는 편전 어좌의 배경에 병풍화인 ‘책가도’가 둘러쳐 있는 장면이 나온다. 학예사는 정한종의 ‘책가도’를 통해 정조가 추구한 문화를 통한 왕권강화책의 일단면을 설명한다.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당시 새로운 복식 유행의 핵심 포인트는 ‘좁은 소매통에 짧은 저고리’, ‘풍성한 치마’였다. 영화 ‘상의원’ 속 복식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복식을 비교해 당시 민중이 갈망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이 밖에 영화제에선 ‘다양성을 담다: 박물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도약’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열린다. 박물관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영화와 유물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방안 등을 모색한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영화 속 유물은 늘 소재, 장식 등 부차적으로 취급됐다”며 “그러나 박물관에서 만나는 영화는 유물을 매개로 영화와 유물에 대한 해석의 폭을 무한대로 넓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봉사도 ‘맞춤형’... 같이 읽고, 함께 즐거운 낭독·점자 봉사

금전 등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회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자원봉사’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 분야를 검색할 수 있는 ‘자원봉사 포털’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제작에 참여하는 봉사 등 다양한 자원봉사의 세계를 소개한다. ■ 봉사도 ‘맞춤형 자원봉사’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겨울이 되면 너나없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다. 연말연시에 행하는 나눔과 봉사도 좋지만 일상에서 봉사를 실천할 순 없을까. 아주 작은 불편을 감수하면 혼자 혹은 함께 모여 봉사하고 세상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봉사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마음뿐이던 자원봉사를 시작하고 싶은데 막상 어디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 내게 꼭 맞는 ‘맞춤형 자원봉사’를 검색할 수 있는 ‘1365자원봉사포털’를 둘러보자. 행정안전부 산하 단체 (재)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246개의 전국자원봉사 센터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지역, 분야 등 자신의 조건에 맞는 자원봉사를 조회할 수 있다. 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상세 정보를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어 시간과 에너지 낭비 없이 마음 먹은 대로 봉사를 실천할 수 있다. 청소년·어르신 돌봄, 환경정화 활동, 특정 행사 보조 자원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날짜와 시간대, 인정시간도 자세히 표기돼 있어 봉사활동 인증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도 적합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체육자원봉사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문화품앗이’는 문화체육자원봉사의 수요·공급 연결시스템이다. 문화·체육 분야의 시설 및 단체 등은 봉사자를 모집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개인, 동호회, 전문가들은 봉사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문화 체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 소개된 봉사는 단순히 기존의 자원봉사 외에도 문화 행사를 관람·체험할 인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어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참여할 프로그램이 많다. 한편 지난 10월 부산에서는 ‘인류의 힘, 자원봉사를 통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2024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가 4일간 열렸다. 197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대회를 개최한 이 행사는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원봉사 국제행사로 격년으로 개최된다. 전 세계 94개국 1천400여명의 자원봉사 관계자가 참여했으며 인류의 위기에서 자원봉사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과 자원봉사의 역할에 대한 기조강연, 토론회, 세미나, 전시체험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유엔이 정한 ‘2026년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를 앞두고 자원봉사의 중요성과 인식을 높이기 위한 공론의 장이 됐다는 평이다. ■ 귀로 듣고, 손끝으로 읽는 도서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각장애인 수는 25만767명이며 그중 경기도가 5만4천916명으로 가장 많았다. 시·군별 통계로는 수원(4천513명), 고양(4천172명), 부천(3천568명), 용인(3천480명) 순으로 시각장애인 인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지위 향상과 완전한 사회 참여를 위해 설립됐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운영하는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과 북부 점자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도서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원봉사가 1년 내내 진행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도서는 음성도서와 점자도서로 구분된다. 두 종류의 도서를 제작하는 데 선행돼야 할 작업은 기존의 책을 일정 규칙에 맞게 워드로 타이핑하는 일이다. 음성도서는 낭독봉사자가 직접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읽어 녹음하는 방식과 텍스트 파일을 음성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소리로 변화하는 방식이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저희 연합회는 낭독봉사에 지원한 분들에 한해 기본교육 1회를 진행한 후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다”며 “낭독봉사자는 결원이 생길 때마다 모집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신규 낭독봉사자를 선발했다”고 소개했다. 3년 만에 진행된 신규 낭독봉사자 모집에 18명이 지원했고 3명이 선발됐다. 현재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낭독봉사자는 총 30명으로 10명씩 조를 이뤄 3개조로 활동하고 있다. 기존 도서 외에 1년에 네 번 발행하는 소리소식지 등을 녹음한다. 봉사자들은 짧게는 4~5년, 길게는 15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봉사자 대부분 직업이 있는 분들로 책 1권을 녹음하는 데 2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낭독봉사가 목소리가 좋고 글만 잘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있으나 장단음 표현, 정확한 발음과 등장인물에 따른 약간의 연기력 등이 필요해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래에는 개인 녹음장비 보유 등 녹음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봉사자들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녹음을 한 후 파일을 도서관에 전달하고 있다. 한 권을 한 번에 녹음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최대한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한 후 녹음해야 들을 때 이질감이 없다. 한편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은 음성도서 외에 점자도서도 있다. 비장애인이 종이책과 E-Book 등 취향에 따라 책을 선정하듯 시각장애인도 취향에 따라 도서를 고른다. 점자 도서를 만드는 첫 번째 과정도 음성 도서와 같이 텍스트를 워드로 입력하는 ‘입력봉사’ 작업이다. 입력봉사자들은 일반 활자도서를 텍스트로 입력하는데 이때 점역을 위해 정해진 교정규칙에 맞게 특수기호를 입력해야 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특수기호의 경우 점자로 변환할 수 있는 기호가 한정돼 있다”며 “제한된 특수기호 안에서 선택해 입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도서에서 글씨 크기, 굵기, 밑줄 등으로 텍스트마다 강조하거나 차이를 주는 부분을 점자책에선 들여쓰기로 표현한다. 대제목의 경우 들여쓰기 여섯 번, 소제목은 들여쓰기 몇 번 등 점자책만의 규칙과 약속이 있는 것. 관계자는 “점자도서를 위한 텍스트 입력이 익숙한 분들은 들여쓰기 등을 반영해 해주시고 초보 봉사자들은 텍스트만 입력하고 넘긴다”며 “능숙한 봉사자들이 1차 교열을 거쳐 점역에 필요한 규칙을 확인하고 오타 검수 등 크로스 체크를 거친다”고 말했다. 점자도서 역시 1권의 책을 제작하는 데 2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며 과정도 간단치 않다. 입력봉사의 경우 기업의 사회공헌팀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으나 입력물과 결과물이 비례해야 하기 때문에 기관에서 제작 감당이 가능한 만큼만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의 총 장서량은 1만2천312권으로 점자도서 2천476권, 녹음도서 3천526권, 오디오북 2천567권, 화면해설영화 163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도서에 비해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음성·점자도서는 신간 등 도서관 이용자가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도 바로 읽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도시각장애인도서관은 연간 100권 제작을 목표로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고 정보이용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유아부터 초등생까지...연령대별 분화,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 [공간의재발견]

인천 서구에 위치한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서구청이 건립하고 인천시교육청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연령대별 분화된 자료를 구비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여기도록 조성하고 있으며 성인 독자를 위한 비대면 독서 프로그램 운영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 구청이 만들고 교육청이 운영하는 도서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 어린이도서관은 11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공도서관 수가 지난해 기준 1천271개인 것과 비교하면 10% 남짓한 비율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 그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2021년 개관한 인천 서구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서구청이 건립하고 인천시교육청이 위탁 운영하는 어린이전문도서관이다. 구청과 교육청이 연계하고 협업해 탄생한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이 갖는 의미는 크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놀이마루, 영유아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동아리실, 프로그램실, 옥상정원 등을 갖추고 있는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보다 분화된 연령별 자료를 구성해 어린이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 시설 중 다른 도서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놀이마루’가 있다는 점이다. 취학 전 영유아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 공간은 말 그대로 미취학 아동과 보호자가 도서관에서 놀고 쉬면서 공간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배려한 주민복지 공간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넷째 주 월요일 아침에 다음 달 사용 신청을 받고 있으며 평일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80분씩 6회 운영된다. ■ 성인 이용객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지만 어린이만을 위한 도서관으로 한정되지 않기 위해 성인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저자 혹은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SNS로 함께 읽기’는 성인 이용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달 선정된 도서를 도서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후 시민들의 참여를 접수한다. 독서 참여 및 확인을 위해 인상 깊은 부분을 발췌하거나 서평 및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 매달 수요일 저녁 예술, 문학 등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는 수요인문학 강의도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성인 대상 인문학 강의는 모두 비대면으로 야간에 운영돼 인근 직장인들이나 원거리 거주자들이 편하게 참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용자 배려 프로그램 구성은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이 위치한 인천 서구가 구도심인 가좌동부터 신도시인 청라와 검단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서구 내 이동에도 편도 1시간이 걸릴 정도로 이동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착안해 비대면·야간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이용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과 서구도서관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 가족 모두 책과 친해지기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과 서구도서관도 출산율 감소, 인구절벽 시대에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은 태어난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 만큼이나 임산부를 위한 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내년부터 ‘임산부와 태중 아기를 위한 아기마중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서구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동네산책 프로젝트 ‘읽걷쓰 도장찍기 여행’을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에서도 연계해 ‘어린이를 위한 읽걷쓰’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읽고, 걷고, 쓰는 책 동네산책’을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자료실에서 나눠준 읽걷쓰 활동지를 기반으로 독서를 한 후 감상문을 쓰고 가족과 동네를 걸으며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젝트다. 활동지에 기록한 읽걷쓰 내용을 기한 내 제출하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증정하며 어린이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참여가 가능하다. 이뿐만 아니라 서구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이 어린이 독자를 위한 그림책을 선별해 직접 연출·제작한 ‘그림책 읽어주는 사서’도 흥미롭다. SNS 등을 통해 영상으로도 접할 수 있으며 기존의 그림책 외에도 서구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뚝딱뚝딱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글과 그림을 활용해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됐다. 가재울꿈어린이도서관 주소 : 인천 서구 건지로334번길 45 운영시간 : 평일(월~목): 오전 9시~오후 6시(종합자료실 오후 8시까지)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 휴관일 : 정기휴관일 매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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