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⑧ 드라마틱한 문화예술의 장

멕시코의 찬란한 고대 문명과 문화유산은 화려할 뿐만 아니라 전국에 고대 유적이 남아 있어 고고학계에서는 메소아메리카 문명 대국이라 평가한다. 멕시코시티에 있는 국립인류사박물관에서는 유럽인이 발을 들이기 이전 멕시코 고대 문명과 역사의 흔적을 볼 수 있고 원주민 문화도 접할 수 있다. 특히 메소아메리카의 어머니 문명이라고 불리는 올메카인의 거두석과 아스테카 문명의 ‘태양의 돌’을 비롯한 다양한 고대 유물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멕시코시티에는 차풀테펙 성과 국립 예술의 전당이 있고 다양한 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한 소우마야 미술관에서는 시기별로 다양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입구에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을 만날 수 있고 6층에서는 로댕의 작품 외에도 유명 조각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한곳에서 드라마틱한 멕시코 문화와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테킬라의 깊은 주향(酒香)을 맛볼 수 있는 본고장 과달라하라는 멕시코 대중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유랑 악사 마리아치의 전통음악과 차로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의 중심지다. 구도심을 여행하다 보면 다양한 예술 문화 공연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멕시코 제2의 도시답게 경제적으로도 발전하는 경제 상황과 다양한 혼합 문화를 느낄 수 있다. 광산 도시 과나후아토 구시가지 중심에는 라파스 광장과 규모는 크지 않아도 깜찍하게 아름다운 우니온 정원이 있다. 저물녘 정원 앞에서는 화려한 중세 시대 복장 차림의 ‘카예호네아다’라 불리는 과나후아토 대학생 공연 그룹인 ‘에스투디안티나 과나후아토’와 함께 연인의 비극이 담긴 키스 골목 ‘카예혼 델 베소’를 걸으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을 수 있다. 박태수 수필가

명절 음식 200% 즐기기…"명절증후군 조심" [설 특집]

민족 대명절 설이 찾아왔다. 가족과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건 좋지만, 명절이 끝난 후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건 골칫거리로 남는다. 명절 음식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한다. 아울러 소화불량·피로감·근육통·불면증 등 명절증후군을 벗어날 수 있는 대처요령도 함께 전한다. ■ 남은 잡채·전·나물…새 요리로 재탄생 먼저 잡채가 남았을 경우 ‘피자’로 재탄생시키는 법이 있다. 도우 위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잡채와 치즈를 듬뿍 올린다. 마지막으로 오븐에서 10분 정도 구워주면 완성이다. 잡채의 고소한 맛과 치즈의 짭짤함이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동그랑땡이 남았다면 볶음밥은 어떨까.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동그랑땡과 밥, 그리고 간장, 참기름, 계란 등을 넣고 볶아준다. 동그랑땡의 고기와 야채가 볶음밥의 풍미를 더해준다. 남은 전을 활용해서는 찌개를 끓일 수 있다. 냄비에 물을 붓고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그리고 전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양념장과 함께 끓여주면 된다. 전의 고소함과 매콤한 국물이 어우러져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된다. 금방 상하기 쉬운 나물류는 비빔밥으로 만들기 제격이다. 그릇에 밥을 담고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 계란 등을 올려준다. 마지막으로 쓱쓱 비벼주면 나물 비빔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나물의 신선함과 고추장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건강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 명절증후군 시달린다면, 반드시 ‘휴식’부터 다만 명절음식은 대부분 고칼로리인 데다가 과도한 섭취로 체중과 혈당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주의가 당부된다. 소화불량이 왔을 시엔 소화제를 복용하거나 지압을 해보자. 대표적인 지압 부위로는 손바닥 중앙의 '합곡혈', 발바닥 중앙의 '용천혈' 등이 있다. 혈악순환을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 데 효과적이다. 매실차도 소화를 돕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매실에는 유기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외 장시간의 가사노동, 이동에 따른 피로 등으로 근육통이나 불면증 등에 시달릴 위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몸이 피로하면 소화 기능을 비롯한 신체·정신적 기능이 평소보다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해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좋다. 경기도 내 한 한방병원 관계자는 “가벼운 산책으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틈틈이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명절증후군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상태가 심각할 경우 전문 병원을 찾아 명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이상은, 황세희 함께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그라데이션-G’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2025년 신년음악회 ‘그라데이션-G’으로 올해 첫 문을 연다. 오는 2월 8일 오후 4시 용인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2025년의 주요 키워드인 그라데이션K, 한국의 K-컬쳐가 세계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융합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김성진 예술감독의 지휘로 아쟁과 하프, 노래 협연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국악관현악의 다채로운 매력과 감동이 기대된다. 공연은 다가오는 봄 ‘경계를 물들이다’라는 콘셉트에 맞춰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다섯 개의 작품이 구성된다. 떠오르는 신진 작곡가 양동륜의 ‘새놀음’과 땅밟기 작곡가라 불리는 중견 작곡가 김대성의 ‘금잔디’를 포함해 김희조 작곡의 아쟁협주곡 ‘박종선류 아쟁산조’, 황병기의 ‘달하노피곰’을 재해석한 손다혜 편곡의 하프 협주곡 등을 선보인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10위권에 선정된 싱어송라이터 가수 이상은도 출연한다. 이상은은 ‘공무도하가’와 ‘어기여디어라’, ‘언젠가는’으로 관객들에게 치유와 위로 그리고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특별히 무대에서 선보이는 ‘박종선류 아쟁산조’는 지난해 3월 타계한 금당 박종선의 1주기를 기리는 의미로 김영길 명인(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역임)이 직접 연주해 더욱 의미가 있다. 현대 창작 국악의 창시자 황병기의 ‘달하노피곰’은 20년 전 초연된 가야금협주곡(지원석 편곡)에 이어 하프협주곡(손다혜 편곡)으로 새롭게 탄생될 예정이며, 프랑스 하프 콩쿠르 1위 수상자 황세희 하피스트가 직접 연주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관계자는 “한국의 K-컬쳐가 세계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융합하듯, 2025년 청사의 해에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워지고 사랑받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공연 정보는 경기아트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인터파크 티켓, 전화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국악으로 여는 새해…뱀띠·가족과 함께하면 할인 혜택도 [설 특집]

설 맞이 전통 공연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무료 공연도 많고, 3인 이상·뱀띠·한복 착장 등의 조건만 갖추면 주어지는 할인 혜택도 다양하다.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 가족들과 문화생활을 즐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 서울 국립무용단 설명절 기획 ‘2025 축제 祝·祭’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이 설명절 기획 ‘2025 축제 祝·祭’를 29일과 30일 양일간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무용단은 2018년부터 ‘새날’ ‘축제’ 등 명절 기획공연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2025 축제’는 지난해 선보인 ‘축제’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제가 ‘신을 위한 축제’였다면 이번 작품은 ‘왕을 위한 축제’로 변형해 한층 웅장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한다. 총 7개 작품이 3장에 걸쳐 펼쳐질 이번 공연은 한국무용이 생소한 관객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통춤 본연의 멋에 감각적인 소품을 더해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연출을 더했다. 1장 ‘구나(驅儺)’, 2장 ‘연향(宴饗)’, 3장 ‘국중대회(國中大會)’로 구성될 이번 공연은 각각의 장마다 다양한 춤을 담고, 그 춤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구성돼 있다. 국립극장 홍보팀 관계자는 “전통 무용이라고 해서 지루한 것이 아닌,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동시대성을 살린 공연”이라면서 “별다른 언어 없이 몸으로 표현되는 예술이어서 가족단위 나들이객이나 관광객에게 더 없이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별히 이번 공연은 뱀띠 관객 및 3인 이상 관람객에게 30%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1월 29~30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울산시립예술단, 설 비나리 을사년을 맞아 울산시립무용단 소속 국악단이 우리 전통의 소리로 무대를 채운다. 국악관현악, 판소리, 판놀음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우리 음악의 향연으로 국악과 연희의 감동을 선사한다. ‘앞날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뜻의 ‘비나리’를 시작으로 국악관현악 ‘민요의 향연’, ‘태화의 외침’을 연주하고 사회를 맡은 국립남도국악원 단원 정유정이 ‘경기민요’를 부른다. 1월 29~30일 오후 5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되며 전석 무료로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1월 29~30일 오후 5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 청주시립국악단, ‘얼씨구! 설이로구나’ 청주시립국악단은 설 당일인 29일 오후 4시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설날 특별 공연 ‘얼씨구! 설이로구나’를 선보인다. 청주시립국악단의 2025년 첫 공연이자 140회 정기연주회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과 시민들을 위해 마련됐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도록 전 연령 관람가,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구정놀이’로 서문을 열고 국악관현악 ‘반달환상곡’, 관현악을 위한 3중 협주곡인 ‘무산향’ 등을 연주한다. 마지막 무대는 국악밴드 AUX가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새타령’, ‘밀양아리랑’ 등을 흥겨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1월 29일 오후 4시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 ■ 부산, 2025 설맞이 공연 ‘무사태평’ 국립부산국악원이 모두가 평안하고 무탈한 한 해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맞이 공연 ‘무사태평’을 개최한다. 전통 음악과 무용, 연희가 어우러진 이번 무대는 관객이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새해의 문을 여는 기원과 축원의 무대인 ‘문굿과 비나리’, 지역 대표 민요를 엮어 재구성한 ‘민요 연곡’, 북소리로 새해의 염원을 담아낸 ‘영고놀이’ 등 3막으로 구성된다. 본 공연 전 1시부터 야외마당에서는 떡 메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행사와 북, 장구, 징, 꽹과리를 직접 연주해볼 수 있는 전통 악기 체험도 진행된다. 48개월 이상부터 관람 가능하며, S석 2만원 A석 1만원. 한복을 입고 공연을 보거나 뱀띠 해 출생자는 50% 할인 혜택이 있다. 공연을 관람한 모든 관객에게 새해 달력과 떡을 증정한다. 1월 29일 오후 3시 국립부산국악원 대극장(연악당)

[공감, View] 새해는 찬란하길... 外

#1. 새해는 찬란하길 신년이 되면 많은 사람이 새 마음으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한 해를 기약하며 소망을 기원한다. 올 새해엔 태양을 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설레던 아침을 저만큼 밀어냈다. 지난해 연말 마무리가 어수선한 달로 채워졌으니 아직 마음이 버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냉정하게, 올곧은 정신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마음의 평화와 이 땅의 평화를 명상과 기도로 조용히 기원한다. 어렵고 힘든 가운데 우리 서로 힘을 내 새로운 해 만물의 좋은 기운을 서로의 마음에 나누면 좋겠다. #2. 세상의 순리 인간도 자연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길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서경(書經)에 하늘을 대신해 정치를 하는 관리가 도덕을 등지면 재앙은 맹화보다 더 맹렬하다 했다. 요즘 국민의 마음이 둑 터진 강물처럼 내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3. 영웅의 주인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은 웅장하고 힘이 넘친다. 원래 작품명은 ‘보나파르트’로 베토벤이 각별히 아낀 곡이다. 이 곡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민중을 대변해 줄 거라 믿고 만든 곡이다.
하지만 황제로 즉위하자 독재와 야망만 채우는 것에 분노한 베토벤은 보나파르트 악보 표지를 찢어 버렸다. 진정한 영웅은 베토벤 자신과 국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1804년 베토벤의 통찰력에 내심 존경의 마음이 깃든다. 2025년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애쓴 우리 국민들! 이번 주말은 ‘영웅’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길 권해 본다. #4. 새 옷 입고 새해가 되기 전 방문 창호지를 벗겨내고 새로 옷을 입히는 일은 연중행사였다. 손잡이 부분에 곱게 말린 잎들을 넣어 그럴싸하게 무늬 꽃을 만드는 지혜는 언제나 예술이다. 아침 햇살이 드리우면 창창해진 방문 창호지에 단풍잎이며 꽃잎들은 더욱 빛을 더한다. 아마 어릴 적 감성을 자극하던 단초가 아니었을까. 홍채원 사진작가

가장 과학적인 치료약 ‘한약’② [알기쉬운 한의약]

한의학은 고조선 시대에 발생해 삼국 시대부터 중국, 일본, 인도, 이란(페르시아), 아랍, 동로마제국 등의 의학과 교류하면서 연구, 전승, 발전했고 고대로부터 장기간의 임상(臨床)과 통찰을 통해 수많은 치료 경험과 체계적인 이론체계를 갖춘 학문이다. 임상 1, 2, 3상을 통해 많아야 5천명 내외, 10년 남짓의 기간 임상실험을 통과한 약물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확실한 처방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한약재나 한약 처방이 이미 의서에서 효과가 검증됐기 때문에 이를 통해 신약을 개발할 경우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에서 한약 처방을 타블렛이나 정제 형태로 형태를 바꿔 출시하는 경우가 많고 신약 개발 후보물질도 한약재에서 추출하는 경우가 다수인 이유다. 실제 임상에서 수없이 많이 처방되는 한약을 기반한 양약을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이 무수히 많다. 항바이러스 독감치료제로 쓰이는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에서 추출했으며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에서 얻은 살리실산으로 만든다. 유방암, 난소암, 폐암 등에 효능이 뛰어난 미국 BMS사가 만든 택솔(taxol)이라는 항암제는 주목나무의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인 파클리탁셀로 제조된다. 전문의약품 중에서도 급성기관지염에 쓰이는 브론패스정(숙지황·목단피·오미자·천문동·황금·행인·백부근), 위염에 처방하는 스티렌정(애엽), 골관절증, 류머티스관절염에 사용되는 조인스정(위령선·괄루근·하고초), 골관절증에 진통소염제로 사용되는 레일라정(당귀·모과·방풍·속단·오가피·우슬·위령선·육계·진교·천궁·천마·홍화), 신바로정(자오가·우슬·방풍·두충·구척·흑두), 기능성 소화불량에 사용하는 모티리톤정(현호색·견우자), 진해거담제로 상기도 감염이나 기관지염에 처방되는 시네츄라시럽(황련, 아이비엽), 어지럼, 이명, 말초동맥 순환장애, 기질성 뇌기능 장애에 사용하는 기넥신정(은행잎), 타나민정(은행잎) 등도 모두 한약 처방을 그대로 제형만 바꾸거나 성분을 추출해 만든 약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해 복용하는 변비에 자주 사용되는 아기오과립(차전자) , 다이어트, 혈당 조절 등에 처방되는 살사라진(방풍통성산), 간 기능 개선에 쓰는 우루사(웅담) 등도 있다.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에 있어 생약 개발이나 천연물 유래 약물 개발 연구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이미 임상실험을 충분히 거쳐 검증된 처방들이 고전 의서에 기록돼 있으므로 성공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약은 현대 의학의 신약 개발 과정의 관점에서 그 무엇보다 안정적이며 효능이 검증된 가장 과학적인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명절엔 우리 술"…옛 방식으로 빚는 '경기도 전통주 3선' [설 특집]

우리 조상들은 명절에 집을 찾는 손님에 대한 예의로 직접 빚은 술을 대접하곤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희석식 소주가 탄생하면서 누룩을 만들어 전통 방식으로 빚던 술이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이상균 전통주연구개발원 대표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1천200년대부터의 전통주 기록을 살펴보면 그 종류가 500가지 정도 되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100가지도 안 되고 그 중 현재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술은 더 적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술 역시 종류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조상들의 정성을 보존하기 위해 지금도 옛 방식으로 술을 빚는 이들이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 재현되거나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전통주 중 대표적인 3가지를 소개한다. ■ 새해 첫 술 ‘도소주’…포천 쌀·인삼으로 재현 새해 첫날 마시는 도소주는 ‘사악한 기운을 잡는 술, 악귀를 물리치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쁜 기운과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어른부터 아이까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향해 앉아 한 잔씩 마시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현재는 새해라고 해서 도소주를 마시는 문화가 거의 없지만 포천에 위치한 전통술 박물관 산사원 만큼은 이 문화를 계속 지켜나가려 하고 있다. 산사원은 전통주 제조업체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전통 누룩 방식으로 술을 빚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더불어 겨울에는 포천의 쌀과 인삼으로 빚은 도소주를 시음할 수도 있다. 산사원 관계자는 “도소주가 나쁜 기운을 쫓는다 여겨진 이유는 술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약재 때문”이라며 “시음하신 분들은 인삼의 향이 좋고 목 넘김이 깔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 달콤한 향 ‘문배술’…김포서 5대째 문배술은 문배나무의 과실과 비슷한 향이 난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우리나라 전통주 중 드물게 쌀이 들어가지 않는 증류주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김포에서 5대를 걸쳐 이 술을 빚고 있다. 김포의 문배주는 다른 첨가물 없이 조, 수수, 누룩으로만 만들어지며 군더더기 없이 투명한 빛깔과 깔끔한 맛,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추운 평안도 지방에서 전해져 온 술이기 때문에 도수가 높아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도 있다. 김포 문배주양조원 관계자는 “본래 평양에서 빚어지던 술인데 한국전쟁 이후 조상들이 남쪽으로 내려와 고향과 가까운 접경 지역에서 다시 만들기 시작한 술”이라 소개하며 “지역에서도 유명하지만 술맛이 좋고 역사와 전통이 깊어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이기도 하다. 그 점이 다른 지역 문화재와는 차별화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동화 속 붉은 술 ‘감홍로’…파주서 명맥 경기도에서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평안도 지방의 술이 또 있다. ‘춘향전’에서 몽룡과 춘향이 이별주로 마셨다는 감홍로(甘紅露)다. 말 그대로 ‘단맛이 나는 붉은 술’이란 뜻이다. 향과 빛깔이 은은하고 따뜻한 기운의 약재가 들어가 겨울에 마시면 몸의 찬 기운을 가라앉혀 준다. 감홍로는 파주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전통을 계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기숙 감홍로 명인은 “좁쌀 누룩으로 만든 소주를 두 번 증류해 계피, 진피, 정향 등 8가지 약재를 넣고 우린다. 맑은 소주에 약재를 더한 술이라 약이 부족한 시절엔 약 대신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수가 높지만 약재에서 나오는 달큰함과 향긋함이 있어 따뜻한 물에 희석해 차처럼 마시기도 한다. 이 명인은 “우리가 술을 마시면서 열을 방출하면 반대로 속이 차가워져 탈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조상들이 따뜻한 기운의 감홍로를 그런 식으로도 드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에는 가족들이 모여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회포를 푸는 시간을 많이 갖는 만큼 귀한 우리 술을 선물하거나 나눠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지역 전통주 양조업계 종사자들은 “우리 명절에 전통주를 마시는 것 자체로 우리 고유의 것이 지켜진다는 의미가 있다. 외국 술도 좋지만 명절에는 전통주가 더 뜻 깊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과음은 안 좋으니 적당히 마시며 즐겁고 안전한 설을 보내달라”고 전했다.

윷놀이가 귀신 쫓는 놀이였다고?…설명절 전통놀이 되새겨보기 [설 특집]

넷플릭스가 선보인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세계인이 한국 전통놀이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도 곳곳에서도 설을 맞아 여러 전통놀이 행사를 여는 등 우리 고유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경기일보는 설에 되새겨볼 만한 전통놀이 3가지를 소개한다. ■ ‘귀신 대가리 부서뜨리기’…미신과 함께 전래된 윷놀이 윷놀이는 옛날부터 공동체를 결합시키는 마을 축제였다. 단순한 놀이가 아닌, 풍년을 기원을 소망을 담아 던지는 의식이기도 했다. 정초에 윷을 가지고 그해의 길흉 및 농사를 점쳐보는 윷점에서 윷놀이가 비롯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내 곳곳에서 윷놀이는 미신과 함께 전래됐다. 예를 들어 포천 지역에서는 ‘귀신날’이라 불리는 정월 16일, 바깥 출입을 삼가고 윷놀이를 하며 ‘귀신 대가리를 부서뜨린다’고 믿는 미신이 있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수원 정조테마공연장 설맞이 전통놀이마당에서는 대왕 윷놀이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무료 행사이니 부담 없이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근심은 바람에 실어 떠나보내자…연날리기 전통적으로 연날리기는 ‘액막이용 행사’였다. 연의 기원 또한 사람들 마음에서 불안함을 잠재우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신라 선덕여왕 때 비담염종이 반란을 일으키자, 김유신 장군이 불 붙인 연을 공중에 띄운 뒤 ‘선덕여왕의 승리를 암시하는 하늘의 뜻’으로 소문내 민심을 안정시켰던 것이다. 정월 초하루, 사람들은 연에 ‘액(厄)’자를 쓰고, 자신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함께 적어 연을 날리다 연줄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안 좋은 기운이 연과 함께 빠져나갔다고 믿었다. 지금도 수원특례시 창룡문 앞에서는 연 날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연날리기 동호회가 열릴 정도로 연을 날리는 일에 열정적이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하늘 가득 가오리연, 방패연, 물고기 연 등 형형색색의 연들이 장관을 이룬다. 부천시청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전통 연날리기 행사가 열리고, 시흥시는 오는 2월28일까지 연꽃테마파크에서 ‘호조벌 연날리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 혼자, 또 다함께…제기차기 제기차기는 개별적·집단적으로 할 수 있는 대중적인 놀이다. 제기는 엽전이나 넓적한 돌, 단추 등을 넓은 종이나 비닐, 헝겊 등으로 싸서 만들었다. 경기도 지역에서도 설 명절에 제기를 찼다. 양주시에서는 여럿이 둘러 모여 차는 것을 ‘동네방네 제기차자’라 부르며 단체로 제기차기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성남시에서도 농촌 지역에서는 볏짚을 둥글게 말아 제기를 찼다고 하며, 옛날 엽전으로 비닐우산의 비닐을 덮어서 제기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번 설, 가족들과 함께 전통놀이를 되새겨 보며 시간을 두 배로 즐기기 바란다.

“열 네살에 매료된 양주별산대놀이, 이젠 운명”…이수자 ‘윤동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②]

아버지와 함께 양주별산대놀이 보존회를 처음 찾은 열 네 살의 남학생의 눈에서 초롱초롱 빛이 났다. 연구생들의 화려한 의상과 장구·피리 등 삼현육각의 울림, 전승교육사의 열정적인 가르침이 그의 마음을 울렸다. 소녀시대와 티아라, 빅뱅 등등 한국 가요계의 아이돌 그룹이 첨단과 유행을 이끌며 10대들의 마음을 흠뻑 적실 때, 그는 오롯이 이 과거의 놀이에, 예술에 매료됐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온통 탈춤 생각뿐이었다. 동아리 역시 양주별산대놀이를 택했고 열일곱의 나이에 전수자를 거쳐 스무 살에 국가무형유산 양주별산대놀이 이수자가 됐다. 현재 26명의 양주별산대놀이 이수자 중 막내인 윤동준씨(27)의 이야기다. 설 명절을 앞두고 양주시 부흥로의 양주별산대놀이전수회관에서 만난 윤씨는 영하의 날씨에도 야외에서 탈을 쓰고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하루하루, 매일매일 윤씨는 자신의 기량을 닦고 익히고자 과거의 유산에 자신의 몸을 던진다. 그는 “‘양주별산대놀이’ 전승을 오래 전부터 ‘운명’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양주별산대놀이를 하겠다고 하니 아버지께서 ‘정말 하고 싶냐’고 여러 번 되물으셨어요. 대답하는 순간마다 내 눈이 그렇게 반짝였다고 하시더군요. 슬럼프도 있었지만 꾸준히 양주별산대놀이를 하는 것 보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싫든 좋든 이제 이것밖에 할 수가 없겠구나’ 하는 운명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양주별산대놀이는 춤과 무언극, 덩담과 익살이 어우러진 민중놀이로 250여년 전부터 양주에 정착돼 전승되다 1964년 국가무형유산 제2호로 지정됐다. 양주는 현재 서울지역의 본산대가 소멸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본산대패의 탈놀이를 정착시킨 곳이다. 양주별산대놀이는 춤사위가 부드럽고 우아하면서도 손목과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모든 춤사위를 깔끔하고 산뜻하게 처리한다. 특히 각 과장과 배역이 세분화돼 있고, ‘중(승려)’ 관련 과장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윤씨 역시 주전공으로는 ‘옴중’을, 부전공으로는 ‘말뚝이’를 선택해 이수자 시험을 통과했다. 전체 8과장8경으로 이뤄진 양주별산대놀이는 1과장부터 8과장까지 각각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윤씨가 주로 맡는 ‘옴중’ 역은 전 과장에서 절반 이상을 출연하고, 독무를 하는 장면도 있어 까다롭게 여겨진다. 더욱이 자세를 낮게 해 무거우면서도 강력하게 흩뿌리는 ‘용틀임’ 등의 춤을 추는 ‘옴중’은 하루 이틀의 연습으로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윤씨는 “허리를 숙이고 다리로 버티면서 호흡을 타는 게 정말 힘들다. 자세뿐 아니라 진중하고 엄숙한 감정을 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노력을 많이 했다”며 “6시간 공연을 끝내고 나면 기진맥진하지만 ‘잘 봤다. 어린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다. 든든하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양주별산대놀이를 배우고 있는 이들은 연구생 3명을 포함해 6명이 전부다. 전수자는 아직 없다. 전통을 이어가는 윤씨와 같은 청년들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다. 윤씨의 꿈은 양주별산대놀이 한 과장의 후일담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취발이가 버리고 간 아기 마당이의 미래’를 그려보는 식이다. 전통을 살리되 후일담을 만들어 장면의 폭을 넓히겠다는 당찬 목표다. 이와 함께 윤씨는 30여개의 배역을 모두 배워 전승교육사, 나아가 보유자가 되길 꿈꾼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양주별산대놀이’를 하려는 청년들이 적어지는 게 걱정”이라며 “양주에서 나고 자란 나는 자칭 ‘전통지킴이’다. 더 열심히 기량을 갈고 닦아 ‘양주별산대놀이’가 지금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더욱 알려져 인기를 얻고 보존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현재에도 너무 재밌고 의미있는 문화예술이란 걸 알게 되실 거예요. 제가 택한 길을 묵묵히 걸으며 이러한 양주별산대놀이의 매력을 많은 분들께 알리도록 온 힘을 쏟겠습니다.” 옴중 탈을 쓴 윤씨의 춤이 다시 한 번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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