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雉)의 ‘설계 최소면적’은?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설계에는 설계 기준이 있다. 최소치, 최대치, 표준치다. 수원화성을 지을 당시 적용됐던 설계 기준을 찾아보자. 장인들 간 입으로 전해진 치의 설계 최소 면적은 얼마일까. 수원화성에 설치한 시설물은 19종류에 60개다. 각각 주어진 목적과 기능을 갖고 방어에 임한다. 이 중 치는 외관상 가장 보잘것없지만 모든 시설물 중 기본 방어시설이다. 적이 성벽에 가까이 붙게 되면 성에서 방어가 매우 어렵다. 성 위에서는 가까이 접근한 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출된 좌우로 마주하는 치’에서 적의 옆구리를 협공하면 적들도 어찌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치의 주기능이다. 화성에는 순수한 치가 여덟 곳이 있다. 여기에 사실상 치의 역할을 하는 여덟 곳을 포함하면 모두 16곳이 된다. ‘순수한 치’는 동1치, 동2치, 동3치, 서1치, 서2치, 서3치, 남치, 북동치 여덟 곳을 말한다. 사실상 치는 포루(군졸) 다섯 곳에 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동북노대를 합해 여덟 곳이다. 치의 규모는 의궤에 치의 둘레 길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둘레길이란 성 밖으로 돌출한 좌측면, 바깥면, 우측면, 3면의 길이를 합한 길이다. 그러나 아군 병사가 실제 사용하는 면적은 여장 안의 면적이 된다. 설계에는 공간마다 설계 최소 면적이 있다. 그 공간에 필요한 최소 면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비즈니스호텔의 욕실, 대학 기숙사의 1인실, 종합병원 2인실 병상 등의 최소 소요면적을 의미한다. 성역 당시 수원화성에 적용한 설계 최소 소요면적에 대한 기록은 없다. 의궤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기록은 없지만 당시 감동이나 장인들 사이에 전해지던 설계 기준은 있었다고 확신한다. 치성의 최대 돌출길이, 홍예문의 최저 높이 등이다. 오늘은 화성에서 치의 설계 최소 면적, 최소 소요면적은 얼마일까. 성역 당시 장인들의 기준을 찾아볼 예정이다.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 치 8개 중 남치와 서삼치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록이 있어 가능하다. 의궤 기록에서 시작해보자. “서삼치는 여장 양쪽 끝이 원성 안으로 3척이 들어갔다”, “남치의 여장 제도는 서삼치와 같다”는 기록이다. 실제로도 서삼치와 남치는 모양이 특이하다. 여장이 성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왜 성안으로 여장이 들어왔을까. 성안으로 들어온 여장 길이만큼 내탁 너비가 좁아지게 된다. 내탁 사용에 지장이 크다. 내탁에 지장을 주면서 여장을 늘린 것은 아군 병사가 사용할 치의 내부 면적이 부족해 공간을 늘리는 대책이었다. 성안 쪽으로 면적을 확장해 부족한 치의 사용 공간을 늘려준 것이다. 서삼치와 남치를 올라보면 누구나 “폭이 왜 이리 좁아” 또는 “이 면적으로 뭐 할 수 있겠어”라고 하게 된다. 왜 이렇게 작은 면적의 치를 만들었을까. 이유는 서삼치와 남치가 설치된 위치의 지형이다. 성 밖 쪽의 지형을 보면 전후좌우 모두 급경사 지형이다. 이런 경사 지형에는 돌출 길이를 길게 할 수 없다. 이런 급경사에는 좌우 폭을 넓게 할 수도 없다. 따라서 규모가 작아지고 실 사용 면적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위치에 꼭 배치해야 했다. 또 치의 기능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 면적은 확보해 줘야 했다. 대안은 없을까. 위치도 살리고, 최소 면적도 살리는 방법으로 정조는 여장을 성안으로 연장해 면적을 늘려 최소 소요면적을 확보해 준 것이다. 이젠 최소 소요면적을 찾아보자. 먼저 치의 규모를 살펴보자. 큰 규모부터 북동치 20보, 동삼치 17보, 동일치 17보, 서일치 16보 1척, 동이치 16보, 서이치 14보 5척, 서삼치 14보 4척, 남치 14보 2척이다. 가장 큰 치는 북동치이고 가장 작은 치는 서삼치와 남치다. 실사 용면적을 살펴보자. 순내부 면적은 큰 면적부터 북동치가 10.5평, 동삼치 10.2평, 동이치 7.7평, 동일치 7.7평, 서일치 6.6평, 서이치 5.5평, 서삼치 4.1평, 남치 4.1평 순이다. 서삼치와 남치는 확장 이전 면적이다. 북동치가 가장 큰 면적이고 서삼치와 남치가 가장 작은 면적이다. 같은 치이지만 가장 작은 서삼치는 가장 넓은 북동치의 반도 안 된다. 이 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서삼치와 남치의 실사용 면적이다. 모두 4.1평이다. 무엇을 의미할까. 첫째, 서삼치와 남치의 4.1평은 치의 최소 소요면적에 미달한다는 의미다. 미달하기 때문에 이 두 치는 여장을 성안으로 들여오면서 면적을 확장한 것이다. 둘째, 서이치 5.5평은 치의 최소 소요면적에 충족한다는 의미다. 충족하기 때문에 서이치까지는 여장을 확장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면 최소 소요면적은 얼마일까. 서삼치와 남치의 확장 후 면적을 계산하면 된다. 얼마만큼 늘렸을까. 의궤에 “여장 양쪽 끝이 원성 안으로 3척이 들어갔다”고 했다. 늘린 길이는 3척으로 0.93m이고 늘어난 면적은 2.3㎡로 0.7평이다. 늘어난 면적을 합하면 서삼치와 남치는 4.8평이 된다. 즉, 치의 최소 소요면적은 4.8평이다. 결론은 ‘성역 당시 치의 설계 최소 면적은 5평(坪)’라 할 수 있다. 기록은 없지만 당시 장인들 사이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오고 적용되던 설계 기준이 최초로 밝혀진 것이다. 성안으로 여장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치의 최소 소요면적 기준을 지키려 노력한 장인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은 성역 당시 장인이 적용한 설계 기준을 알아봤다. 위계가 가장 낮은 시설물이지만 남치와 서삼치에 면적을 늘려 최소 소요면적을 지켜준 정조의 엔지니어링 마인드를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옛 일기·향약에서 발견하는 시대상, 국립민속박물관 ‘일기류 소장품 총서’ 등 발간

‘1882년(임오, 고종19) 1월 27일. 왜인 화방의질이 인천에서 개인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두어 달 동안 날씨가 추워 유행성 감기가 크게 유행하였다.…2월 21일. 세자께서 민규호의 가문 사람과 혼례를 올렸다. 동요에 “양반 삼대가 백성에게 장가드니 좋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왜인들이 마음대로 도성 안을 출입하였다. 살아도 죽은 것만 못한 것이 우리나라 백성들이다.’ 조선 후기 충청도 홍주 일대에 살던 최진익(1816~?)은 17세가 되던 1832년부터 71세의 노인이 될 때까지의 흔적을 개인 일기로 남겼다. ‘포옹일기’라는 표지 서명을 한 33장의 책 1권엔 자신의 가정사 경제상황, 나라의 크고 작은 사건이 개인의 입장에서 기록돼 있다. 경기도 광주 사촌과 서울 어의동 기대 일대에 거주하던 평산 신씨 가문의 신현(1764~1827), 신명호(1790~1851), 신명연(1792~1854)씨는 1818년 1월1일부터 1822년까지 해마다 3~5개월간 일상을 기록했다.  평산 신씨 가계 일록으로 명명된 자료는 신현 집안의 각종 대소사가 기재돼 있고 상장례와 묘소관리, 경제생활, 노비들의 활동, 왕실의 주기적인 의례, 조정 관원의 인사 등이 기록됐다.  신현이 1808년~1821년까지 썼던 일기는 경기도박물관이 15책의 필사본을 소장 중인데, 이후의 내용을 보완하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이 ‘일기류 소장품 총서: 제1~3권(가계 일기, 개인 일기 1‧2)’과 ‘향약鄕約과 계契’ 2종의 소장품 자료집을 발간했다.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관련 고문헌 소장품에 담긴 생활사적 가치를 발견하는 것으로 ‘일기류 소장품 총서: 제1~3권’에선 매일의 기록에 담긴 생활문화의 가치를, ‘향약鄕約과 계契’에서는 상생과 연대의 정신을 살필 수 있다. 일기는 쓴 이에 따라 다르나 조정의 관리로서 겪은 궁중의 숨겨진 모습이나 지식인으로서 주변에서 보고 들은 주요 역사적 사건의 서술, 평범한 농부와 선비의 매일의 일상 등이 담겨 있다. 설, 단오, 추석 등 세시풍속의 풍경, 농업과 숯가마 경영과 같은 생업 현황, 가족 및 주변인과의 교유 등에 이르기까지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의 폭이 넓다. 옛 일기라 해서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날짜와 날씨로 기록을 시작하고 각자의 일상과 국가적 사건 등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총서에 수록된 일기 속 당시 일상들과 마주하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문회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옛 일기는 공동체에 속한 문제나 시국에 대한 걱정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고 오늘날과 상황이 이어지거나 연상되는 것도 있어 흥미로운 자료 중 하나”라며 “연속 사업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상장례 기록을 묶어 당시를 살펴보는 자료집을 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장품 자료집은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⑩ 찬란한 노을… 칸쿤 해변의 유혹

커피숍에서 4시간 동안 자료를 읽고 정리한 후 체크인 시간이 돼 호텔로 돌아간다. 칸쿤 호텔 지역은 온 천지가 관광객을 위한 레스토랑과 스킨스쿠버 등 액티비티 투어 여행사, 쇼핑몰과 호텔뿐이다. 이따금 이곳으로 신혼여행을 온 우리나라 젊은이의 대화 소리도 들린다. 길가에는 관광객을 태워 어디론가 떠나기를 기다리는 택시들이 아열대 야자수처럼 줄지어 서 있다. 호텔에 들어서자 로비 한쪽에서는 왁자지껄한 여행객의 목소리가 들리고 투숙객을 위한 음료수와 시원한 맥주, 신선한 해산물을 썰어 그 위에 레몬즙을 뿌린 세비체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조리 카트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로비가 다른 곳의 호텔과는 좀 이색적이다. 2층 방으로 들어서니 카리브해가 손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지고 탁 트인 시야로 바다를 더 가깝게 느껴지며 에메랄드빛 물결은 온몸을 푸르게 물들일 듯 일렁인다. 해변 카페에서 귀에 익은 라쿠카라차가 흥겹게 흘러나와 멕시코에 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테라스에 앉아 아래층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감상한다. 리듬의 반복적인 추임새가 흥겨운 라쿠카라차는 1910년 멕시코 혁명 때 농민들 사이에서 즐겨 불렸던 4분의 3박자 민요다. 당시 처참했던 농민의 삶과 처지를 바퀴벌레에 비유한 이 노래는 원래 에스파냐의 민요 가락으로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한 무슬림을 몰아내던 ‘레콩키스타’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이 곡에는 멕시코 농민들의 삶을 소재로 한 가사를 붙여 지역에 따라 여러 버전이 애창되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닷가를 산책하며 칸쿤의 해질녘을 즐긴다. 해가 뉘엿뉘엿 지자 낮과 다른 초저녁 풍경이 펼치고 찬란한 햇빛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엔 수많은 색이 어울려 오묘한 저물녘 노을빛을 자아낸다. 산란하는 빛의 향연은 어떤 형용사로 표현하기 어렵고 그 빛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 왜 칸쿤이 세계 최고의 해변과 석양의 명소인지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박태수 수필가

책과 재즈, 대화가 있는 곳... 문턱낮은 '카페서점 마을회관'

카페서점 마을회관 독립서점이 좋은 이유는 대형서점과 달리 특정 분야의 책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카페서점 마을회관’은 철학과 인문학 분야 책을 한곳에 모아 지역의 관심 있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공간을 꾸몄다. 책과 음악 토론이 있는 곳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에서 음악과 종교철학을 공부한 윤요한 대표는 사이사이 방문한 유럽에서 받은 영향과 유학 경험을 토대로 오래전부터 이런 공간을 꿈꿨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내는 동안 자본주의적 가치에서 벗어난 환대와 소통이 있는 공간들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웃 간에 자유롭게 문을 열고 왕래하던 쿠바 사람들의 모습이 큰 영감을 줬습니다.” 카페서점 마을회관은 2019년 문을 열 당시엔 동천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2층은 사무실이나 병원, 식당이 주를 이루는 이곳에 서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방문객들에겐 신선함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외부와 차단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유입되는 것 같은 분위기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인근에서 문화공간으로 이용되던 카페 ‘마이너 스윙’ 자리로 옮겨 카페와 서점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독립서점과 문화 공간이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카페라는 형태가 책과 한 발 가까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1층은 카페, 2층은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곳에 오시면 책과 음악, 토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문화가 있는 환대의 공간 카페서점 마을회관은 들이는 책의 80% 이상을 철학·미학·인문학 분야로 꾸미고 있다. 서점 방문객들의 소통을 위해 오픈 초기부터 글쓰기 모임, 시 모임, 주말 독서회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6개월 동안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함께 읽은 기억은 윤씨에게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곳으로 서점을 옮기면서 서점 방문객도 다양해지고 공간 활용도도 높아졌습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재즈 콘서트를 열고 있고 일요일은 격주로 문학과 사회 비판에 관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요. 원하면 독서모임 공간도 지원해 드리고요.” 윤씨가 미국과 유럽의 여러 공간에서 느꼈던 ‘환대’는 이 서점의 주요 키워드다. 오는 분들이 즐겁고 편하게 쉬다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과 지역 기반 작가들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그야말로 ‘마을회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래서 방문객들은 윤씨를 ‘이장님’으로 부르기도 한다. “새해에는 디트리히 본회퍼, 자크 라캉, 만해 한용운 등 3대 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 서가를 꾸미고 월 1회 대화를 갖고자 합니다. 미술, 음악 등 예술 활동 수업도 오픈할 예정이고 정기적으로 진행될 낭독회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카페 혹은 서점으로 한정된 공간이 아닌 그야말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차도 마시고 책도 읽다 가실 수 있도록 언제나 환대하겠습니다.”

“세계적인 바로크 앙상블...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아니?

세계적인 바로크 앙상블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I Musici Veneziani)가 새해를 맞이해 수원을 찾는다. 18세기 베네치아 귀족 살롱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화려한 의상을 더해 바로크 오페라의 황금기를 재현할 예정이다. 수원문화재단은 다음 달 18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2025 신년음악회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내한공연’을 선보인다. ‘베네치아의 음악가’란 의미를 담은 이탈리아의 이 무지치 베네치아니 오케스트라는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등 베네치아 출신의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1996년 베네치아 컨서바로티 졸업생들에 의해 창단됐다. 비발디의 ‘사계’부터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들과 함께 어우러져 바로크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로 구성된 ‘바로크와 오페라’를 공연하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무지치 베네치아니가 매 시즌 정기공연을 펼치는 살론 카피톨라레는 베네치아 최고의 콘서트홀로 각광받고 있다. 베네치아의 살아있는 문화유산으로 불리는 이들은 음악뿐만 아니라 화려한 무대 연출로도 유명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300년 전 이탈리아를 방문한 듯, 18세기 바로크 시대 복식과 장신구를 그대로 착용한 연주가들의 무대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피가로의 결혼’, ‘세비야(세빌리아)의 이발사’, ‘돈 조반니’, ‘라 트라비아타’, ‘라보엠’ 등 오랜 시간 전 세계에서 사랑 받은 오페라 아리아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한 의상과 완벽한 하모니, 아름다운 아리아가 어우러지는 무대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물론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잊지 못한 감동과 전율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로 티켓은 수원SK아트리움 누리집과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추운 겨울, 이불 속 떠나는 소설 여행…‘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外 [신간소개]

눈발이 휘날리고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따뜻한 이불 속에서 즐기는 독서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영하의 날씨에 마땅한 여행지를 찾기 어려울 때, 따뜻한 차 한 잔에 무릎담요를 걸치고 재미있는 소설을 집어들면 겨울여행 준비는 끝난다. 이불 속 읽기 좋은 소설을 모아봤다. ■ 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 (엘릭시르 刊) 요네자와 호노부가 ‘소시민’ 시리즈 중 마지막 책 ‘겨울철 한정 봉봉 쇼콜라 사건’을 출간했다. 지난 2004년 첫 출간한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부터 ‘여름철 한정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으로 이어져온 계절 한정 디저트의 이름을 딴 장편 4부작이 20년 만에 마무리된다. ‘소시민’ 시리즈는 학교를 배경으로 일상의 사건들을 다루는 학원 청춘 미스터리다. 특히 요네자와 호노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시리즈로,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미스터리 분야 최상위권을 기록한 대표 시리즈이기도 하다. 책은 달콤한 제목과는 다르게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오사나이와 함께 하교하는 길에 뺑소니 사고를 당한 고바토가 큰 부상을 입고 대학 입시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는 3년 전 고바토가 해결하려 했던 친구의 뺑소니 사고와 너무 닮아 있었다. 고바토는 ‘침대 탐정’이 돼 꼼짝없이 누운 채로 3년 전의 사고와 자신의 실패를 되짚어보며 추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관련 없어 보이던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며 진실이 드러난다. ■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북파머스 刊) “올해 가장 아름다운 소설”, “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위대하고도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 지난해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에 선정된 리사 리드센의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얻고 있는 호평이다. 북유럽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출간되기도 전에 미국의 서점협회가 ‘다가오는 시즌의 최고 데뷔작’으로 이 책을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도 출간된 소설은 저자가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의 메모를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소설은 주인공 ‘보’가 삶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내내 어려웠던 아들과의 관계와 여러 문제들을 차차 풀어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며 독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보’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를 원했지만 엄격하고 매몰찬 아버지를 결국 삶에서 지워버렸다. 그러나 그 역시 아들에게 단 한 번도 “나는 네가 정말 자랑스러웠다”는 말을 해주지 못했다. 소설은 미처 나누지 못한 진심을 용기내어 전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따스한 곳을 향해 떠나는 한 노인의 아름다운 여정을 담는다. 세대간의 소통, 가족간의 사랑, 오랜 우정, 뜨거운 화해와 온화한 작별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3-⑨ 찬란한 불빛, 웅장한 음악… 오악사카 황홀한 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과나후아토 구도심에는 과나후아토 박물관과 콜로니얼 시대 건물을 개조해 설립한 민속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이 지역에서 발굴한 고대 유물뿐만 아니라 이곳 출신 화가 호세 차베스 모라도의 갤러리가 있다. 그리고 멕시코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벽화 그림의 선구자 오로스코와 함께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에스파냐문화와 메소아메리카 인디오문화가 조화를 이룬 도시 산 미겔 데 아옌데의 자갈길을 걷다 보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콜로니얼시대 상흔을 느낄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도심 중앙 대성당 옆에 있는 예쁜 안뜰 정원을 돌아보고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재능 있는 공예가와 장인의 크고 작은 공방의 창작품이 여행객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 이 도시는 북미 은퇴자가 살기 좋아하는 도시이고 공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북미 은퇴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오악사카는 쿠바 여행길에 만난 독일 청년이 ‘멕시코에서 가장 멕시코다운 삶을 엿볼 수 있는 도시’라고 추천했다. 이곳에는 이곳 출신 화가 루피노 타마요 박물관이 있고 19세기 말 유럽 낭만주의 양식으로 지은 오악사카대학 중앙 건물과 현대미술관도 있다. 저물녘 어둠이 드리울 때 구도심 중앙 소칼로 광장에서는 찬란한 불빛 리듬을 타고 흐르는 황홀한 밤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인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악사카는 사포텍 원주민 출신 최초의 대통령 베니토 후아레스의 고향이라 원주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의 위상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데 멕시코시티 국제공항 명칭도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이고 여러 종류의 지폐에도 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으며 광장이나 공원 등에 동상이 세워져 있다. 박태수 수필가

금연·금주, 알코올과 니코틴 중독성 때문에 단순 결심으론 실패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금주와 금연을 목표로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무엇보다 술을 자주 접하는 애주가일수록 금연의 성공은 더욱 어렵다. 31일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최근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200명(남자 155명, 여자 45명)을 대상으로 흡연 실태를 파악한 결과 조사에 응한 200명의 환자 중 흡연자는 총 70%(140명)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남자는 77.4%(155명 중 120명), 여자는 44.4%(45명 중 20명)가 흡연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65세 이상 남성의 경우 55명 중 비흡연자가 단 6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들의 흡연율은 일반인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의 경우 술과 담배를 함께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담배의 주성분인 니코틴은 지용성 물질인데 술을 마실 경우 체내에 더 잘 녹아들게 되기 때문에 건강에 더 좋지 않다. 알코올은 니코틴과 각종 유해 성분의 흡수를 촉진시키고 간의 니코틴 해독 기능도 약화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단력과 자제력이 떨어지는 음주 상태에서 흡연 욕구는 평소 때와 달리 더욱 참기 어렵다. 음주로 인해 니코틴 분해 속도가 빨라지면 금단현상이 심해지고 흡연량은 물론 산소결핍 현상을 초래해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실제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이를 해독하기 위해 간에서 산소의 이용량이 늘어난다. 이때 담배를 피우게 되면 산소결핍 현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담배의 니코틴 성분이 위산의 분비를 촉진하고 음주 후 속쓰림의 원인이 된다. 특히 겨울과 같은 추운 계절에 술을 자주 접할 경우 세로토닌 농도 저하로 인해 우울증은 물론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발생 가능성과 사망 위험성이 높아진다. 하운식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술과 담배는 중독성이 높은 물질인 만큼 단순한 의지만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며 “신년 계획으로 세운 금연과 금주에 성공하고 싶다면 본인의 지역 내 중독관리지원센터나 전문병원의 체계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용인 남사도서관, 공원과 호수를 벗삼아 책과 휴식을 마주하다

지난해 경기도가 선정한 우수도서관 중 용인시 공공도서관 6곳이 선정됐다. 그중 2018년 개관한 남사도서관은 이듬해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한 곳으로 공간감이 극대화된 곳이다. 공원과 호수, 책과 휴식이 있는 남사도서관은 인근 주민들에게 ‘도세권’의 자부심이 돼 주는 곳이다. 용인, 2024 우수 공공도서관 6곳 선정 경기도는 지난해 6월 도내 31개 시·군의 283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장서의 충실성, 관장의 전문성, 공간·시설 혁신, 독서문화진흥 우수사례 등 12개 항목을 토대로 우수도서관 12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 구성, 기흥, 남사, 모현, 보라, 이동꿈틀 등 용인시 공공도서관 6곳이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됐다. 용인시 공공도서관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상호대차 서비스를 주5회로 확대하고 희망도서 바로 대출제 시행 등 다양한 독서 진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도서 이용 편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감한 장서 확충에 투자하는 등 시민 중심의 도서관 운영과 정책은 6년 연속 경기도 도서 대출 1위 도시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용인시 내 20개의 공공도서관 중 처인구에 위치한 남사도서관은 2018년 개관 당시 기존 도서관에서 보기 드문 통합형 개방 공간을 조성해 층별 경계를 없애고 층고를 높여 공간감을 극대화한 건물로 주목받아 2019년 제24회 경기도건축문화상을 수상했다. 연면적 3천382㎡, 지하 1층(보존서고), 지상 2층의 건물은 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미디어창작실, 디지털자료실, 다목적실, 휴게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반도서 5만1천864권, 아동도서 3만2천511권, 원서 등 기타 도서 5천474권 등 총 8만9천849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남사도서관은 처인구 남사읍 남사화훼단지가 지역 대표 산업임을 고려해 ‘원예’ 특화도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원예 특화 도서 857권을 소장하고 있으며 ‘원예특화 북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며 도서관 내 모든 식물을 남사화훼단지를 통해 구매하는 등 다양한 식물을 활용해 열람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화 주제와 관련된 프로그램 운영 시 강사 초빙 및 재료 구입도 남사화훼단지와 연계해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예 프로그램으로는 지역 화훼업체와 장애인복지시설, 남사도서관이 협업해 진행하는 ‘원예치유수업’이 있다. 화훼업체에서 수업에 필요한 원예 재료를 지원받고 독서를 연계해 장애인들의 심리를 치료하는 독서프로그램이다. 이와 더불어 비장애인 시민들이 오래 키울 수 있는 반려식물을 직접 식재하고 독서도 하는 ‘반려식물 돌봄교실’, 유아 및 초등학생들을 위해 수업시간마다 원예 도서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식물을 택해 직접 심어보는 ‘독서원예’, 그 외 셀프씨앗심기, 꽃꽂이 동아리,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산체험(트레킹) 및 남사텃밭 가꾸기도 예정돼 있다. 지역 특징 살린 ‘원예’ 특화 도서관 남사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기본인 장서의 충실성 확보를 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와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주제별로 장서를 구성하고 자료 유형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원예 특화도서 수집은 남사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특징 중 하나다. 한편 우수한 자료를 구비하는 것만큼 이용 활성화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공공도서관의 또 다른 숙명이자 과제다. 남사도서관은 매월 용인시 사서들이 직접 선정한 주제로 큐레이션한 도서를 전시하는 ‘책으로(路) 채움’ 코너와 도서관의 특화 주제를 활용한 ‘원예특화 북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책으로(路) 채움’ 코너는 사서들이 책을 선정한 후 직접 작성한 소개 문구가 함께 전시돼 있어 이용객들의 눈길을 끈다. 또 매년 시민들이 투표로 직접 선정한 ‘올해의 책’ 서가를 운영하고 분기별로 ‘베스트셀러 고정서가’를 운영해 상시 대출 중인 인기 도서를 남사도서관에서는 언제든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남사도서관에서는 취침 전 독서문화 조성을 위한 ‘잠자리 독서(Bedtime Reading)’ 책 꾸러미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잠자리 독서 책 꾸러미 대출 서비스는 부모 및 보호자가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읽어 주기 좋은 도서를 꾸러미로 대출하는 서비스로 0~6개월, 6~12개월, 12~24개월, 24~36개월 등 아이의 월령별로 총 4단계로 구분돼 있다. 총 30개의 꾸러미가 1층 어린이자료실 내 영유아열람실에 상시 비치돼 있어 ‘책 육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남사지역은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언론의 주목을 받지만 이전에는 전통적인 농촌지역으로 교육·문화 접근성이 낮았다. 몇 년 전부터 인근 아파트 단지 입주가 진행돼 인구가 증가하면서 남사도서관은 책을 읽는 장소 이상의 의미 있는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 창작실은 PC, 카메라, 녹음 및 음향 장비, 영상편집 프로그램, 조명 장비, 크로마키 등 전문적인 미디어 제작 장비를 갖추고 있어 영상 촬영 및 편집 등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공간이다. 용인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관해 실습할 수 있고 영상편집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디어 제작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용인시민들이 1인 크리에이터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용인시에는 남사도서관을 포함해 20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특화 주제와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점에서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바로대출제’, 원하는 책을 구입해 주는 ‘희망도서서비스’, 365일 이용 가능한 ‘스마트도서관’, 원하는 도서를 가까운 도서관에서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통합상호대차서비스’, 매월 마지막 주 대출권수 두 배 확대 등 이용자 편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독서 진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용인 남사도서관 주소: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한숲로 61 주중: 오전 9시~오후 10시, 주말: 오전 9시~오후 5시 (매월 첫째·셋째 월요일 정기휴무)

말 못할 그 사정…항문 고름 방치할 경우 ‘치루’ 발생

괄약근으로 이뤄진 ‘항문’은 우리 몸에 중요한 소화기관이자 배출기관이다. 그러나 연약해서 상처를 입을 경우 회복이 잘 안되며, 대변과 접촉하는 특성상 세균감염도 쉬워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탓에 질환의 초기 증상을 가볍게 넘겼다간 일상에 큰 불편함을 가져오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윤순석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항문 내부 벽에는 원활한 배변을 위해 윤활 작용을 하는 분비물을 내보내는 항문샘이 존재한다”며 “이 샘은 움푹 파인 구조로 세균이나 이물질이 침투하기 쉬운 탓에 염증이 생겨 농양(고름)이 차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종의 고름 주머니인 항문 농양이 터질 경우 항문샘과 통로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치루’라고 하며, 대체적으로 항문 농양이 생긴 환자의 70%가 치루를 겪게 되며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치루는 괄약근을 지나는 염증과 고름의 ‘샛길’이 생기는 것으로 발생할 경우 항문 주위가 반복적으로 붓고 아프며 고름이 잡힌다. 또한 주변에 볼록 튀어나온 구멍(외공)이 만져지며, 외공을 통해 고름이나 가스가 나오게 되는데 앉거나 걷는 것이 불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치루는 정도에 따라 단순 및 복잡 치루로 구분한다. 단순 치루는 치루의 길이 하나뿐이고 내괄약근 밖을 침범하지 않은 채 항문 쪽으로 얇게 주행하는 형태를 보인다. 반면 복잡 치루는 단순 치루와 달리 샛길이 외괄약근 상당 부분을 포함하거나 외괄약근 위로 올라가는 등 깊고 넓게 발생하며, 크론병이나 결핵성 장염으로 발생한 치루, 재발성 치루, 여성의 경우 치루 위치가 질 쪽으로 주행했을 경우 괄약근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발생한 치루 등도 다발성 복잡 치루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초기 항문농양 상태에서는 고름을 빼고 좌욕만으로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치루로 발전했을 때 완치 방법은 수술 뿐”이라며 “수술은 괄약근에 있는 1차 병소를 제거하고 누관을 처리해주는 것이 기본원칙이지만 여러 개 샛길이 퍼져있는 복잡 치루의 경우 더욱 어렵고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실이나 탄성 밴드, 배액관 등으로 괄약근을 동여매, 괄약근 손상은 피하면서 절개하는 ‘치루 절개술’과 치루관을 통해 고무줄을 넣어 올가미 처럼 묶는 ‘씨톤(seton)’, 괄약근간을 지나는 치루관을 묶어 대변이 외괄약근까지 진행하지 못하도록 막아 치루를 낫게 하는 ‘괄약근간 누관 결찰술’ 등 괄약근 손상을 줄이면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으나 환자 케이스에 따라 적용 여부가 모두 다르다. 윤 교수는 “치루는 뚜렷한 예방 수단이 없어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가 가장 바람직하므로 관련 증상이 보일 때 병원을 찾는 게 좋다”며 “복잡 치루의 경우 내괄약근 안쪽 및 관통과 외괄약근 안쪽 또는 관통 그리고 외괄약근 선회, 발굽형 등 발병 형태가 다양해 정교한 계획 수립과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는 수술인 만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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