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하면 초가집, 논, 밭, 동산, 보리밭, 배추밭, 고추밭, 냇가, 버드나무, 황소가 떠오른다. 노고지리소리, 뻐꾸기소리, 매미소리, 다름이질 소리도 생각난다. 농부들이 새참먹는 모습, 옥수수 따는 모습, 새싹 돋아나오는 마을 풍경, 모기불 피워놓은 앞마당, 원두막, 마을어귀의 느티나무, 이엉 엮는 모습, 군불 때는 모습, 설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농촌이 근대화하면서 총가지붕은 자취를 감추고 트랙터를 이용한 논갈이, 방제기를 이용한 농약살포, 비닐하우스 재배단지, 경지정리된 논길, 마을길 달리는 경운기, 승용차가 있는 농가 대문 앞 풍경으로 변했다. 요즘은 농촌에 도시사람들이 고급주택을 지어놓고 살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농촌 형성은 서기전 3000년∼서기전 2000년경부터 1∼4세기 사이에 비롯 되었으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와같은 추측은 삼국지, ‘위지’나 후한서 ‘한전(漢傳)’등의 문헌자료에 의하여 뒷받침된다. ‘위지’에는 부여족이 철기와 음력을 사용하였고, 농경의례인 영고(迎鼓)를 행하였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농촌의 입지는 선사시대 이래 경작지·연료·물의 공급이 용이하고, 수해 등의 재해를 피하기 쉬운 곳을 택하였다. 그래서 산개지 이외에는 배산임수의 산간이나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은 옛날처럼 깨끗하고 아늑함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새들이 노래하는 동산은 난개발로 무너지고 파헤쳐진다. 송사리가 헤엄치던 냇물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오염돼 간다. ‘깨끗한 농촌을 만들자’는 연중캠페인이 벌어지고 매년 3월과 11월을 ‘페비닐·폐영농자재 집중수거의 달’로 정할 지경이 됐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깨끗한 농촌환경을 만들려는 자발적인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자원재생공사 같은 곳에서 농업인들이 수거해 놓은 폐비닐이나 농약병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탓도 적지 않지만, 농경지에 폐비닐이 나부끼고 폐농약병이 굴러다니는 일차적인 책임은 농촌의 몫이다. 농촌의 주인인 농업인이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농촌과 우리 농산물이 외면당할 수 있다. 환경, 특히 농촌환경은 한번 파괴되고 나면 다시 복구되기 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논, 밭, 동산, 냇물이 흐르는 환경을 지키는 일은 농촌의 책임이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02-11-1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