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클린턴
白山
미국의 민주당은 텍사스주와는 악연인 것 같다. 민주당의 케네디 대통령이 1963년 암살된 곳이 텍사스주 댈라스시다. 케네디 집안은 맏형인 대통령의 죽음 뒤에도 동생들이 한동안 정치 명문가를 이었다. 클린턴의 후계자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나섰던 고어에게 신승끝에 당선한 지금의 공화당 부시 대통령 또한 텍사스주 출신이다.
악연에 개인적 원한까지 겹쳐 부시 및 클린턴 두 미국의 현대 정치 명문가의 싸움이 한창이다. 내일 치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두 집안이 벌이는 공방이 자못 높다. 부시는 주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동생 젭 부시를 비롯, 공화당 후보를 돕기위한 미 전역의 순회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은 한 공식석상에서 “부시는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라 선택된 대통령”이라며, 투표로 우열을 가리지 못해 법원의 판결로 당선을 확정지었던 부시의 아픈곳을 독설로 꼬집었다. 이에 부시측은 “힐러리는 극단적 자유주의자”로 비방 광고를 내보냈다.
두 집안의 원한은 2000년 대선에서 비록 아들 부시가 클린턴의 후계자를 물리쳐 설욕하긴 했으나 1992년 대선서 현직 대통령이던 아버지 부시가 클린턴에게 패배한데서 시작됐다. 클린턴은 케네디 이후의 정치 명문가로 여겼던 부시집안의 자존심에 치욕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클린턴은 퇴임 후 자신의 전임 대통령으로 걸프전을 주도했던 부시 아버지를 빗대어 아들 부시의 대이라크 강경책에 대해 ‘ 제 아버지의 훈수를 받았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했다는 미국에서도 개인 감정의 이런 앙숙이 있는 것을 보면 국내 정치권의 앙숙을 그리 나무라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인 저네들의 원한 싸움은 말에 그치고 선거로 심판받는데 비해 국내 정치인의 원한 싸움은 정치보복으로 치닫는 점이 다르다. 돌이켜 보면 케네디 형제들도 가고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으로서 선박왕 오나시스에게 개가한 재클린도 가고 오나시스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죽어 지나고 보면 다 허망한 것을 생전에는 이토록 이판새판의 일처럼 감정에 절치부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인지, 좋은 것은 뭣이며 싫은 것은 뭣인가를 부시가와 클린턴가의 싸움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 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