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발명'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돌, 금속, 동물의 가죽과 뼈, 비단 등이 사용됐다. 앗시리아의 왕묘에 부장된 돌에서 볼 수 있는 상형문자, 중국 고대 은나라시대에 거북이 등껍질이나 짐승의 뼈에 기록한 갑골문자 등이 그 예다. 성경은 오랫동안 양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기록돼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대나무 조각에 나무 즙을 이용해 글씨를 쓴 뒤 그 조각들을 끈으로 묶어 책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비단은 이들보다 사용하기가 편했지만 너무 비싸 소수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일강가에서 많이 자라던 갈대류의 ‘파피루스’라는 식물을 이용했다. 파피루스의 줄기를 얇게 저며 가로·세로로 맞추어 놓고 끈끈한 액을 발라서 붙게 한 다음 말려서 종이처럼 사용했다. 종이의 영어 표기인 ‘paper’는 이 파피루스(papyrus)에서 유래된 말이다. 종이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중국 후한 시절의 채륜이다. 그는 AD 105년 나무껍질(꾸지나무의 섬유), 넝마(비단·마의 직물류) 등을 절구통에서 짓이겨 물을 이용해 종이 만드는 법을 개발했다. 요즘처럼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18세기 말 프랑스인 로베르가 개발했다. 그는 말벌이 나무조각을 씹은 다음 침을 섞어서 펄프를 만들어 집을 짓는 것을 보고,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펄프를 이용한 기계 제지법은 급속히 발달했다. 오늘날 컴퓨터의 발달로 종이의 사용이 줄고 있지만 종이는 여전히 지식 전달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종이로 만드는 책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자·인쇄의 발명과 함께 종이의 발명을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은 ‘3대 발명’이라고 한다. 수천년간 인류가 쌓아온 지식은 문자를 통해 저장되고, 종이를 통해 기록·전달됐으며 인쇄를 통해 대량 보급돼 오늘의 인류 문명을 이뤘다. 매일 매일 신문과 책을 대하면서 ‘3대 발명’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생각에 젖을 때가 많다./임병호 논설위원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 갑니다 /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 새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 냇물에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 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윤석중(尹石重) 작사, 정순철(鄭順哲) 작곡의 ‘졸업식 노래’다. 1946년 문교당국에 의하여 제정된 국민(초등)학교 졸업가다. 광복 후 첫 졸업식부터 사용돼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다. 4분의 4박자 다장조로 엄숙하고 다정한 감정이 나타난다.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함께 부르도록 작사돼 있다. 1920년부터 수많은 동요창작을 해오던 작곡가 정순철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한 이 노래는 초등학교의 의식가(儀式歌)로서 오랜 세월동안 불러 내려오는 가슴 뭉클하고 의미있는 노래이다. 또한 오래 오래 기억되는 다정한 노래로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초등학교 졸업식 분위기가 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졸업식 노래까지 바뀌고 있다. 졸업식장이 헤어지는 ‘눈물바다’가 아니라 ‘축제마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졸업생들이 대학생들처럼 가운과 학사모를 착용하고 졸업식에 참가하는 초등학교도 있다. 졸업식 노래도 다양해졌다. 윤석중 작곡의 ‘졸업식 노래’를 합창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동요 ‘앞으로’의 멜로디에 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바꾼 개사곡 ‘세계로 미래로’를 부른다. “앞으로 앞으로…”로 시작되는 원래의 가사를 “꿈으로 세계로 미래로 나가자 … 많고 많은 산이 있어도 우리 꿈 다 이룰 수 있겠지”등으로 바꿔 부르며 흥을 돋운다. “축하해요 오늘은 그대의 날…”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그대의 날(백창우 작사 작곡)’을 졸업식 노래로 부르는 학교도 있다. 졸업생들이 직접 쓰고 그린 작품을 졸업식장에 진열·전시해 놓고 졸업생 전원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과거의 졸업이 이별이라면 현재의 졸업은 새로운 출발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밝고 즐거워서 좋다. 그래도 졸업식 노래만큼은 정순철 작곡의 노래를 먼저 부르고 다시 또 다른 노래를 ‘축가’로 불렀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문화권력?

새 정부 청와대 1,2급 비서관 37명 중 1970∼1980년대 운동권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투옥 경력자만도 10명에 이른다. 내정된 31명의 비서관 중 중앙부처 출신 공무원은 단 한명도 없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만 보면 가히 ‘무혈혁명에 가까운 인사’다. 31명 비서관의 평균 나이는 44.5세다. 운동권이 ‘득세’하고 있는 현상이 뚜렷하다. 운동권의 진출은 문화예술계도 마찬가지다. 현기영(玄基榮)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이 문화예술계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에 임명된 것을 보고 하는 이야기다. 노무현 정부 출범에 따라 문화예술계에도 큰 지형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첫번째 중요 직책 인선이어서 그렇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으로 양분돼 온 ‘문화권력(?)’의 ‘정권교체’를 예고하는 ‘상징적’사건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과 교감이 많은 문화연대집행위원장 강내희 중앙대 교수가 지난 1월 16일 차기정부의 문화정책과 관련한 세미나에서 이미 민예총의 약진을 예고했다. “새 정부에서는 예총 같은 기득권을 누린 단체들은 발을 못 붙이게 하고 민예총 같은 진보개혁 세력이 대거 전진 배치돼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노무현 당선자의 후보시절 문화특보를 지낸 사람도 이기택 전 민예총 사무총장이다. 이기택씨는 대통령직인수위원중 한 사람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예총과 민예총이 규모에 맞게 적절히 안배됐는데 이제 민예총으로 실권이 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는 예총 관계자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예술은 정치가 아니다. 권력도 아니다. 예술 정책에 독점은 없다. 공유가 상식이다. 현기영 원장이 “문예진흥원은 그동안 관료적으로 비치고 운영이 보수적이었다”면서도 “내가 개혁 성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복적’이지는 않으며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을 것”이라는 말도 그런 뜻이다. 예총이나 민예총이나 한국문예진흥원을 혹시 권력기관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임병호 논설위원

엘니뇨

북극의 빙산이 녹아 내리는가 하면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 바다에 잠겨가고 있다. 이미 알려진 이같은 현상은 지구가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다. 화학성 에너지 물질이 내뿜는 오염 가스가 대기권에 꽉 차있으므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오염가스가 지구 둘레를 뒤덮어 농업용 온실의 비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후 현상인 엘니뇨(Elino)도 이 때문에 발생한다. 대홍수로 물벼락을 치는가 하면 대한발로 사막화해가는 지구촌 곳곳의 기상 이변은 인력의 힘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엘니뇨는 1982년 처음 나타난 이후 부정기적으로 되풀이 되곤하는 인류의 재앙거리다. 겨울에 폭우를 쏟아내는가 하면 여름에 우박 사태를 퍼붓기 일쑤다. 1997년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극심한 가뭄 피해를 끼친데 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집중 호우를 쏟아 비상사태 소동이 벌어졌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적도 해상에서 발원한다. 해수면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온난전선 형성에 따라 기상 이변을 일으킨다. 외국의 기상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심한 엘니뇨가 닥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지역에 따라선 1998년 페루에서 2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것 이상으로 더 큰 규모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엘니뇨란 국어사전에도 잘 없는 단어다. 수십년전에는 없었던 이런 기상 재앙이 보편화돼 앞으로 더 가면 어떤 또 다른 이변이 생길 것인지 걱정된다. 그렇긴 하나, 당장 온 한해를 잘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뜩이나 게릴라성 호우 아니면 오랜 가뭄이 되풀이 되곤하는 시달림을 받고 있다. 그때마다 천재다 인재다하여 논란이 되곤하였다. 비록 천재라 할지라도 인력을 다 해야 한다. 장마와 가뭄에 대비하는 자치단체의 최선이 지금부터 강구돼야 한다. 자치단체는 마땅히 지역주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임양은 주필

전임흔적 지우기

중국의 요동반도까지 지배한 고구려 역사는 민족의 긍지다. 만일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우리 민족의 진운이 달라졌을지 모른다. 구리 아차산에서 1천500여점의 고구려 유물이 발굴된 것은 무척 뜻깊다. ‘고구려 테마공원’으로 조성할 만한 것 역시 민족의 웅지와 비상의 상징성이 있다고 보아진다. 전임 시장의 이런 노력이 현임 시장에 의해 백지화 됐다고 한다. 교문중~토평지구 2km 도로구간의 명칭도 전임 시장시절의 ‘광개토대로’에서 ‘장자못대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현임 시장의 의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구려 도시 이미지 사업은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단정이 과연 객관성을 갖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직선 이후 가장 두드러진 폐단 중 하나가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다. 전임자가 벌인 역점사업은 객관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단순히 전임의 것이라는 주관적 이유만으로 무조건 거부되고 있는 경향이 짙다. 현임 시장에 의한 구리시의 고구려 흔적 지우기도 이같은 맥락이 아닌가 하여 심히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자치행정은 단체장 사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치행정은 또 지속성을 요구한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자치행정이 달라져서는 지역주민 복지증진, 지역사회 발전지속이 있을 수가 없다. 영원한 현임은 없다. 현임 시장도 언젠가는 전임 시장이 된다. 현임 단체장이 전임 단체장을 부인하면 그 역시 전임 단체장이 될 때 후임 단체장에 의해 자신도 부인되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임자를 존중하지 않는 풍토에선 현임자도 존중받지 못한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는 치기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보단 잘못된 현임자의 이런 그릇된 풍토부터 지워지기를 참다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다. /임양은 주필

50년 뒤

인간의 수명이 150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의학혁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유전자 속에 있는 특정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해 미리 병원의 맞춤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만이 아니다. 특수한 재능을 지닌 우성 아기를 만드는 것도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고 한다. DNA발전으로 50년 뒤를 내다본 타임지의 미래상이 이럴 것으로 보도됐다. 기왕이면 수백년이지 150세 수명인가, 하지만 어차피 인간 수명의 제한성은 벗어날 수가 없다. 맞춤 진료가 만능은 아니다. 그 때 가면 에이즈나 암 등 불치의 병을 조작된 유전자 세포를 주입하는 세포요법으로 간단히 치료하게 된다지만 에이즈나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 필연적으로 유발한다. 특별 인간인 우성 아기를 만드는 기술이 과연 인류에 공헌할 것인가, 아니다. 인류의 재앙을 불러들이기 십상이다. 또 인간의 정서와 예술적 재능을 갖춘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럼 인간은 무엇이 되나, 컴퓨터에 짓눌린 인간의 예술은 평가받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도대체 150세까지 살아서 뭐 한다는 것일까. 물론 노화를 지연시킨다지만 어떻든 노인 인구의 팽창은 면치 못한다. 지구촌 인구가 꽉차게 되어 사회경제적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인류의 편익증진에 공헌한 과학문명 발달이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미래가 두렵다. 대자연의 섭리, 우주 창조의 신비에 도전하는 인간의 오만이 심히 걱정된다. 50년 후의 미래는 멀지 않다. 지금의 2·3세대들이 사는 시대다. 실로 인간의 극성스럼은 조물주가 인간을 만든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를만 하다. 타임지의 보도가 오보가 돼야 하는 것은 인류를 위해서다. /임양은 주필

소방청 설립

소방청 설립은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약속했었다. 이회창 후보도 공약했다. 상당수의 국회의원도 소방청 설립방안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방청 설립 시도는 모두 중도에 좌절됐다. 정부조직을 책임진 행정자치부가 반대해서였다. 민방위·재난·재해 업무와 소방업무의 연계성이 저하돼 일사불란한 대응이 어렵다는 게 반대 이유다. 소방업무는 청소·상하수도 업무와 함께 전형적인 지방자치 업무이며 소방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므로 일선 소방관서를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관리라는 것이다. 재작년 일이지만 행자부 민방위재난관리국이 전시(戰時)는 물론 화재시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겸용방독면을 만들겠다고 나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은 방독면의 기본 구조도 모르는 ‘무지하고도 위험한’것이었다. 당시 소방국장을 비롯한 소방국은 화재시 방독면을 쓰면 질식사 우려가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소방총감인 소방국장도 민방위재난통제본부장과 같은 1급 상당이지만 직제상 본부장의 지휘를 받게 돼 있어 반대 주장에도 불구하고 겸용방독면 제작은 강행됐다. 방독면 사업은 여러 문제가 제기된 끝에 누더기로 변질됐고, 겨우 만들어진 겸용방독면은 활용되지 않고 있다. 결국 비전문가의 잘못된 판단으로 수백억원의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지만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화재 전문가인 소방국이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소외됨으로써 나타나는 한 단면에 불과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53명에 불과한 소방국 인원으로는 소방정책을 입안하고 법제도를 검토하는 것 조차 힘겹다고 한다. 그래서 특수재해 연구 등 중앙차원에서 해야 할 중요한 기능은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선거운동 기간중 한 소방서에 들러 소방관 복장을 하고 직원들과 사진을 찍으며 “소방청을 신설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당선자의 공약(公約)이 성사될지, 또 공약(空約)이 될지 소방인들과 함께 지켜 보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밸런타인데이 탓

보통 국적불명이라고 하지만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로마시대의 사제였던 밸런타인이 처형당한 날이 2월14일이었다는 설이다. 3세기경 로마에서는 황제의 허락이 있어야 젊은이들이 결혼할 수 있었는데 당시 밸런타인이 몰래 젊은이들을 결혼시켜 주었다가 이 사실이 알려져 처형당했다고 한다. 이 날을 추모해 애인들 사이에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 받는 풍습이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로마의 이교도 축제인 루페르칼리아에서 기원했다는 설이다. 이 축제는 도시의 젊은 여자들이 큰 항아리에 자기 이름을 적어 넣고 남자들이 항아리에서 이름표를 고르는 짝짓기 행사로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당시 이 축제를 비기독교적이라고 생각한 교황이 서기 498년에 2월14일을 성(聖) 밸런타인데이로 바꿔 남녀간에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1477년 2월14일 영국의 한 시골 처녀가 짝사랑하는 젊은 청년에게 구애의 편지를 보내 결혼에 성공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런던의 국립우편박물관에는 부르스라는 이름의 이 처녀가 보낸 구애 편지가 전시돼 있다고 한다. 넷째는 새들이 짝을 지을 때 상대를 고르는 날이 2월 14일이라는 영국과 프랑스인들의 오랜 믿음에서 기원했다는 설이다. 밸런타인데이가 영국과 미국에서 보편화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부터 였는데 한국에까지 상륙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달콤한 사랑을 상징하는 초콜릿이 유행하게 된 것은 1958년 일본의 한 초콜릿 회사의 상술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밸런타인데이가 최근 ‘바가지데이’로 변질됐다. 수제 초콜릿 한 개에 비싼 것은 1만원 이상이며 박스포장만도 4만∼5만원이다. 10만원을 호가하는 초콜릿도 있다. 심지어 몸에 바르는 선정적인 초콜릿까지 등장했다. 애인의 몸에 바른 후 빨아 먹도록 만들어져 있고 바를 때 사용하라고 붓까지 함께 판매한다. 하필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정월 대보름과 겹쳐 우리 고유의 민속명절이 적잖게 외면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 /임병호 논설위원

정부의 돈벌이

복권의 기원은 서양의 경우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서기전 63∼서기14)가 로마를 복구하기 위해 연회에서 복권을 팔고 당첨자에겐 노예·집·배 등을 주었다고 전해온다. 5대 네로(37∼68)가 로마 건설 자금을 충당하려고 발행했다는 설도 있다. 동양에서는 중국의 진나라 때 만리장성 축조 등 국방비 조달을 위해 복권 게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근대적인 복권의 효시는 1530년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가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한 ‘피렌체 로또(lotto·행운)’다. 당첨금을 현금으로 주는 번호 추첨식 복권으로 이 복권이 성공하면서 ‘로또’라는 말이 복권의 보통명사로 됐다. 복권을 발행하는 나라는 현재 100여개국에 이른다. 수익금은 국가의 기간시설 건설이나 의료·복지·체육·교육·문화·관광 등 공익사업에 쓰인다. 우리나라 복권의 유래는 민간협동체인 계(契)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 후기 산통계(算筒契) 등이 그것이다. 산통계는 통이나 상자 속에 계원의 이름이 적힌 알을 넣은 뒤, 그 통을 돌려 나오는 알에 따라 당첨을 결정했다. 근대적 의미의 복권 효시는 1947년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이듬해 열리는 런던 올림픽대회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올림픽후원권’이다. 지금은 주택·체육·기술·복지·기업·관광복권과 신용카드영수증 복권 등 다양한 목적의 복권들이 나왔다. 전국민을 ‘대박 신드롬’에 몰아 넣었던 10회차 로또 복권 추첨이 실시된 지난 8일 밤 8시 44분은 사람들을 ‘정신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다. 행운의 당첨자가 탄생하기 위해선 수백만명, 수천만명의 희생이 따르는데 실질적인 1등 대박은 판매금액의 30%를 챙기는 정부이며 2등은 20%를 가져가는 판매회사다. 그러나 정부는 로또복권 30%가 분배되는 공익기금 사용 부처별 배분율만 정해놨을 뿐 정확한 규정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로또복권 발행으로 당장 생계를 위협 받고 있는 군소 복권 판매상들이 정부를 고소한다고 한다. 귀추가 주목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악수문화

악수는 원래 앵글로색슨계 민족의 인사법이었던 것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퍼졌다. 오대양 육대주의 어느 나라, 어느 민족치고 친교를 나타내는 예법으로 악수를 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일상 생활에서도 악수를 수없이 할 때가 많다. 악수에도 예절이 있다. 동성간에는 윗사람이 먼저 아랫 사람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기혼자가 미혼자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미혼자가 기혼자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부인과 남성 사이에는 부인이 먼저 악수를 청할 때만이 남성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남성이 부인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실례다. 또 부인은 남성에게 장갑을 낀채 악수해도 무방하지만 남성은 반드시 장갑을 벗고 악수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반드시 서로가 상대의 눈을 마주 보면서 악수해야 하는 것은 공통된 기본 예절이다. 한 손으로는 악수하면서 얼굴을 돌려 다른 사람과 얘기하거나 시선을 다른데 두는 것은 윗사람 아랫사람, 선배 후배, 부인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아주 큰 결례다. 악수하면서 손 끝만 살짝 잡거나 아니면 상대의 손이 아프도록 꽉 쥐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다. 일상화된 악수를 제대로 못해 오히려 상대에게 결례를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악수엔 성의가 담겨야 친교의 의미가 살아난다. 건성으로 하는 악수는 오히려 상대에게 불쾌감만 준다. 기왕 악수를 하면서 불쾌감을 끼쳐서는 아예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특히 악수의 공통 예절은 윗사람 아랫사람, 선배 후배, 부인 남성할 것 없이 꼭 유의해야 한다. 악수문화를 제대로 지킬 줄 아는 것 역시 문화인의 예절이다. /임양은 주필

노무현 고스톱

화투(花鬪)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서 건너왔다. 그 이전에는 투전은 있었어도 화투는 없었다. 일본에는 또 명치 때에 포르투갈에서 화투가 전래됐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화투 놀음으로 고스톱이 시작되면서 화투는 열병처럼 번졌다. 외국 공항에서도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고스톱치는 사람은 굳이 묻지 않아도 한국인으로 알만큼 아무데서나 정신없이 즐긴다. 고스톱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떻든 간에 아마 고스톱 칠 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심지어는 일부 신문에서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등 빗대는 표의제목으로 달기도 한다. 이런 신문 제목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의문이나 어떻든 그만큼 보편화된 건 사실이다. 예전에 ‘전두환 고스톱’이란 게 있었다. 신군부가 집권한 뒤였다. 특정한 패를 쥔 사람이 상대가 이미 가져간 패가운데 자기가 필요한 것을 마구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 이른바 ‘전두환 고스톱’이었다. 이도 시류를 타는 건지 한참 성행하다가 어느덧 사라졌다. 고스톱도 룰이 해마다 발전하여 여간 복잡하지 않은 게 자칫 정신을 잘못 차렸다가는 낭패 보기가 십상인 모양이다. 요즘엔 또 ‘노무현 고스톱’이 나와 세간의 화제를 모은다. 미리 약속한 금액을 각기 따로 내어 묻어 두었다가 돼지 홍싸리를 거머쥐는 사람이 묻어둔 금액을 모두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래서 쓸모없게 여겼던 돼지 홍싸리가 인기를 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해서 많이 불로소득을 본 사람은 돈을 많이 잃은 사람에게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것이 또한 룰로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재분배의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 같다. 이는 분배를 강조한 노무현 차기 대통령의 비전을 본 뜬 것으로 보인다. 차기정부의 균형있는 성장과 함께 분배정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조춘부(早春賦)

봄은 대기의 기운에서 느껴진다. 봄은 대지의 기운에서 느껴진다. 봄은 하늘, 그리고 땅속에서 내려오고 움튼다. 녹아가는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만물을 촉촉히 적시는 우수의 빗소리가 봄을 실어 전한다. 얼어붙었던 땅김이 녹아 솟으면서 삼라만상이 회생하는 봄, 봄은 그래서 해마다 맞지만 맞이할 때마다 새삼 새롭다. 웬지 가슴 설레이는 것은 희망이다. 새로운 기대다. 희망과 기대는 지난 날에 못다한 새로운 다짐이며, 새로운 설계다. 조만간 언덕엔 아지랑이 일면서 벌거 벗었던 맨땅에 파릇파릇 풀이 돋아나고, 더 지나면 가로수 또한 떡잎으로 앙상한 가지를 푸르게 장식한다. 생명의 힘이다. 생명의 힘은 신비로울만큼 위대하다. 대자연의 섭리는 이처럼 한치의 어긋남이 없고 또 영원하다. 결빙 속을 파고 드는 봄은 얼어 붙었던 인간의 마음을 녹인다. 마음의 겨울, 닫혔던 마음의 창을 열게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우매했던 가를 일깨운다. 마음의 창을 좀 더 활짝 열어본다. 그럴 수록이 가슴 깊이 적셔오는 봄 기운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아! 이런 것을, 왜 그토록 어리석은 생각에만 사로 잡혔을까, 왜 눈은 그처럼 크게 뜰 줄 몰랐을까하는 상념에 부끄럽긴해도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한가. 억 겁을 이어오고 이어갈 봄가운데 맞는 이 봄을 다시 맞이하기에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연륜 중 기껏 한해에 머무르는 시간의 개념이다. 이처럼 소중한 새봄을 맞이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여 너무 교만하지 말자. 조금은 겸손하자. 그리고 좀 더 멀리 보자. 그러기 위하여 가슴을 열고 봄을 맞이하자. 하늘에서 땅에서 전해주는 이른 봄의 전령, 대자연의 선물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섭리가 있다. /임양은 주필

新귀족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서민층의 고통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지만 일부 부유층의 호화생활과 사치품 소비는 자본주의를 맘껏 향유하고 있다. 아랍권 산유국 갑부 못지 않은 호화사치가 극치를 이루는 곳은 ‘강남공화국’으로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 일대다. 상류·부유층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클럽형 복합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이 곳은 해외 명품 숍을 비롯해 파티장과 퓨전찜질방, 미용과 관련된 최상의 서비스시설을 입점시켜 부유층을 끌어 들인다. 신사동의 모클럽은 5층 짜리 건물로 한번의 방문으로 엔간한 서비스는 이곳에서 모두 해결이 가능하도록 최고 수준의 편의 및 유흥시설을 갖췄다. 피부미용업소 1회 이용료가 60만원이나 된다. 파티장 비용은 50여명이 참석할 경우, 2천만원대를 지불한다. 대실료만 4시간 기준으로 300만원, 병당 20만∼30만원의 샴페인, 1인당 20만원 정도의 식사가 나온다. 통상 15만∼20만원 가량의 참가비를 내고 초청받은 사람들은 전문직 종사자, 정치인 또는 보좌관, 사업가, 재벌 3세 등이다. 이들은 보통사람들과의 접촉을 싫어해서 비슷한 부류들끼리만 어울린다고 한다. 비만치료 및 노화방지, 미용 교정 등을 위한 의료·미용시설로 가득찬 상류층 전용시설도 있다. 프랑스 유명 화장품 회사의 피부미용팀과 제휴한 한·불퓨전형태의 찜질방은 회원권이 1천만원이다. 이른바 ‘新귀족’들의 비밀공간이다. 부유층의 과시는 고등학교 졸업선물에서도 나타난다. 고교를 졸업하는 자녀에게 100만 ~ 300만원을 호가하는 태그호이어, 세이코 시계와 30만 ~ 70만원대의 프라다와 커셀 등 외제 선글라스를 선물한다. 카메라가 정착된 60만 ~ 70만원대 핸드폰은 이미 부유층의 중·고교 졸업 선물로 보편화된 실정이고 , 남녀 정장 선물도 국내 상품보다 훨씬 비싼 외제 정장과 수입 화장품이다. 심지어 스포츠카나 골프채를 졸업 선물로 주는, 그래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내 돈 내가 쓴다고는 하지만 정말 저렇게 돈을 함부로 쓰며 살아도 되나 싶어 돈 많은 사람들이 되레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현실

이라크 바그다드 중심부 ‘해방 광장’은 비특권층의 세상을 보여 준다. 벼룩시장이 벌어지는 이곳에서 변호사·엔지니어·의사·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몇푼의 돈이라도 건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좌판을 벌인다. 바그다드 인근 시아파 빈민 마을인 사담시에서 어린이들은 음식찌꺼기나 돈이 될 만한 물건을 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이라크의 실상이다. 그러나 아라사트 , 카라다 등 번화가에는 아르마니 의상에서 로레일 향수와 소니 디지털 TV에 이르기까지 없는 물건이 없다. 부유층 남녀들은 밤이면 벤츠와 재규어 등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번화가에서 즐기다 무장 경비원들이 지키는 호화저택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10월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100% 찬성을 안겼던 선거 때 후세인의 장남인 우다이는 롤스로이스 최신 모델을 타고 투표장에 나타나 창밖으로 투표지를 내밀기도 했다. 후세인 특권층을 지켜주는 울타리는 공포정치와 지하경제다. 무모한 전쟁과 가혹한 경제 제재로 1980년만해도 아랍 제일의 부국 가운데 하나였던 이라크는 파산 지경이 됐다. 소수 특권층들은 이 틈새를 비집고 암시장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그러나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는 국민들은 공포정치에서 숨을 죽여야 한다. 바그다드의 한 암병동에서 치료약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11세 소년의 운명은 이라크의 현실이다. 이 소년을 살릴 치료약은 암시장에서 2천500달러를 호가한다. 그러나 이 소년의 아버지는 군인으로 한달 수입이 15달러에 불과하다. 한 외국 방문객이 자신이 암시장에서 약을 구입해 주겠다고 해도 담당의사는 자신의 목을 베는 시늉을 한다. 외국인의 이런 자선행위도 반국가적인 음모로 비쳐져 바그다드 해방 광장에서 처형을 당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23년간 지배하는 이라크에는 두 계층만이 존재한다. 후세인 체제의 버팀목인 이른바 후세인 특권층과 대다수 국민들처럼 빈곤과 절망 속에 연명하는 비특권층이다. 그러나 100% 찬성을 받는 후세인은 망명설이 분분하고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 준비를 마쳤다. 덩달아 한반도까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국가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한국의 현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名취임사

“국민여러분,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봅시다. 세계의 모든 국가 국민들, 미국이 당신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묻지 말고 다 함께 자유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봅시다” 1961년 미국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연설 중 일부이다. “‘실족케 하는 일들이 있음으로 인하여 세상에 화가 있도다. 실족케 하는 일이 없을 수는 없으나 실족케 하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도다.(마태복음 18장 7절) 미국의 노예제도가 ‘실족케 하는 일’중 하나라면…그리고 실족케 하는 죄를 짓게 한 자들로 인한 재앙을 징벌하고자 신께서 남과 북으로 하여금 이 끔찍한 전쟁을 치르게 하신 것이라면, 살아 계신 신의 뜻이 아닌 어떤 다른 뜻을 우리가 이 전쟁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역시 미국의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재선 취임 때 한 연설의 일부이다. 1865년의 일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40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인구에 회자하는 ‘명문장’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통치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데다 참모들의 의견만을 좇은 것이 흠이고,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각각 ‘너무 추상적’이거나 ‘공약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그래서 요즘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연설 내용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 취임사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취임사의 기본 방향은 ‘개혁과 통합의 정신, 겸손과 단호의 논조, 힘과 감동의 문장’이라고 한다. 노 당선자는 신뢰, 공정, 성실, 절제, 헌신, 책임을 자신이 중시하는 6대 덕목으로 들고, 개혁과 통합을 기반으로 한 국정의 5대 원리로 원칙과 신뢰, 대화와 타협, 투명과 공정, 분권과 자율, 균형과 통합을 제시한 바 있다. 취임사는 국정의 청사진이자 국민과의 신성한 약속이다. 소설가 김주영씨도 참가한 준비위에서 어떤 ‘감동적인 취임사’가 나올지 기다려진다. /임병호 논설위원

애완동물 버리기

주인 가족이 외박시에 개를 맡기는 개 호텔이 있고 애완견의 발톱까지 손질하는 개전문 미장원이 있다. 동물병원의 치료비가 사람 치료비보다 더 든다. 보험이 안되기 때문이다. 개팔자가 사람팔자보다 낫다는 익살이 이래서 나온다. 그런데도 늙거나 병든 애완동물을 내다버리는 사이비 애호가들로 인해 애꿎은 동물구조관리협회 등이 애를 먹는 모양이다. 일부 보도는 서울에서 지난해 버려진 애완동물이 3천400여마리에 이른 것으로 전했다. 해마다 느는 버려진 애완동물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전염병의 우려도 높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을 못찾은 대부분의 애완동물은 병사하거나 아니면 안락사 시켜 화장처리 된다. 근래 부쩍 늘어난 도둑고양이도 버림받은 집고양이가 태반인 것으로 보인다. 집고양이 때와는 달리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먹이를 주워먹는 바람에 덩치가 웬만한 개만하여 날쌔게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게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놀라곤 한다. 도둑고양이들끼리 번식해 점점 많아져 이의 처리 또한 자치단체가 관심을 가져야할 단계가 됐다. 이런저런 애완동물이 다 버려진 동물인 것은 인간의 비정이다. 하긴, 사람도 늙고 병들면 제대로 대접받기 어려운 세태이긴 하다. 그러긴 하나, 개전문 미장원까지 데려가 가꾼 애완견이 늙거나 병들어 귀찮아졌다하여 내다 버리는 것은 도착된 정서다. 애완동물도 독립된 생명체다. 애시당초 기르지 않았으면 몰라도 기왕 길렀으면 생명체의 가족으로 대해야 한다. 이러지 않고 마치 싫증난 물건처럼 버리는 것은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액세서리같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애완동물 사육가구는 날로 늘어 이젠 거의 보편화하였다. 사육가구만 늘었지 애완동물문화는 수준 이하다. 애완동물을 버릴려거든 아예 키우질 않는게 동물사랑이다. /임양은 주필

'부시'

“알라(신)의 복수(저주)다”라고 했다. 이라크 공보부 관리의 말이다.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의 추락을 두고 그랬다. 얼마전 추락한 미군 U-2 정찰기의 승무원은 낙하산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공중 폭발로 유성처럼 떨어진 컬럼비아호 승무원 7명은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할 수 없는 참담한 주검을 당했다. 상대가 아무리 미워도 주검을 두고 저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상정(常情)이다. 이라크측의 저주는 인간의 상정을 넘어섰다. 컬럼비아호 승무원은 이라크의 미움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저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부시 때문이다. 부시의 이라크 공격 이유는 후세인 독재 붕괴나 대량살상 무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정한 이유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유전 장악을 위해서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부시가 벌인 걸프전 때보다 화력이 5배나 더 막강해진 신예 첨단무기의 실험장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하여 공화당의 전통적 정치자금 줄인 군수산업의 활성화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중동 평화를 해치는 것 역시 사실상 미국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두둔하지 않으면 오늘날 영일이 없는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은 벌써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미국사회 지도층에 많이 진출한 미국이 미국식 정의로 중동의 평화를 어지럽히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인 것이 대이라크 공격을 앞둔 부시식 정의인 것이다. 부시의 정의관은 곧 오만이다. 세계 질서를 자기식으로 주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은 또 방자함이다. 따지고 보면 9·11 뉴욕테러 대참사 역시 부시의 오만과 방자함이 불러들인 재앙이다. 부시의 이라크 공격은 그에겐 일방적인 전쟁 게임을 즐기는 것이 될지 몰라도 인류를 고통 속으로 몰아 넣는다. 당장 석유값이 폭등, 경제가 치명타를 입는다. 이런데도 자기편에 서고, 군대를 파견하고, 전비를 분담하라고 강요한다. 전·현직 대통령인 부시 부자는 아무래도 전쟁을 너무 좋아한다. /임양은 주필

컬럼비아호

1986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성공리에 발사됐다. 하얀 구름꽁지를 뿜으며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나 불과 수십초만에 구름꽁지는 포물선을 그었고 공중 폭발한 챌린저호는 바다에 추락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의 환희가 일시에 비탄으로 돌변했다. 그러부터 17년만인 엊그제 밤 11시. (현지시각 1일 오전 9시10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착륙 몇분을 남기고 시속 2만km로 날며 택사스주 160km 상공에서 대기권 진입을 하다가 폭발했다. 챌린저호가 이륙 직후에 폭발한데 비해 컬럼비아호는 착륙 직전에 폭발하는 비운을 당했다. 챌린저호엔 또 여성 최초의 우주 비행사로 30대 여교사가 고된 훈련 끝에 탑승했었고, 이번 컬럼비아호에는 여류 군의관인 로렐 클라크 해군중령(41)이 탑승했다가 변을 당해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월16일 오전 10시39분 7명의 우주인을 태운채 발사된 컬럼비아호는 16일간의 과학실험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중이었다. 왼쪽 날개의 온도센서 유실로 인한 기체 이상으로 추정할 뿐 확실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폭 23.8km에 길이 56.1m로 선체 무게는 8만741kg에 이른다. ‘컬럼비아’라는 이름은 미국 건국 초기의 탐험선으로 유명한 범선 ‘컬럼비호’를 따온 것이다. 우주 개발이 시작된 이후 발생한 우주선 사고는 1967년 아폴로호의 화재로 3명이 사상한 것을 비롯해 이번이 여섯번째다. 컬럼비아호는 28번재 우주왕복선이다. 우주왕복선의 가장 큰 위험은 대기권 재돌입시와 지구로 활강하는 과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컬럼비아, 휴스턴(NASA)이다. 당신들의 마지막 교신을 듣지 못했다” “(컬럼비아호)로저, 어, 버…(?)”이 순간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것이 마지막 교신이었다. /임양은 주필

金사재기

金사재기 최근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금사재기’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여도 사회정서상 보기에 좋지 않다. 이런 현상은 서울, 수도권을 비롯, 전국적인 것으로 서울이 특히 심하다는데 3천여개의 금은방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 귀금속 도매상 밀집지역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큰손’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40∼50대 부유층 주부들이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금을 사가고 있다는 것이다. 금사재기의 열풍으로 대형 귀금속 도매상에서 팔려 나가는 금액이 하루 10억∼20억원이라면 여간 막대한 금액이 아니다. 현재 금 한돈쭝(3.75g)당 국내 도매가는 5만4천선원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만 1천만원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금괴 밀수입 규모는 1천561억원(39건)으로 전년도보다 40배이상 급증했다. 현재 거래되는 금괴의 대부분이 밀수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세청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같은 금사재기는 유통질서의 문란이나 탈세, 뇌물 수단으로의 악용 등 폐해를 동반할 가능성도 높다. 귀금속 상가에 행운의 열쇠나 금거북이, 금송아지 등 선물용 금덩어리를 사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 외환위기 시절, 서민들이 돌반지부터 결혼반지까지 쾌척했던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일 당시 일부 부유층이 단기차익을 노려 금사재기에 나섰던 사실을 생각하면 세상 인심은 극과 극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지금 금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은 주상복합에 많이 투자했는데 규제가 심해졌고 새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에는 세금이 부과될 것 같아 금쪽으로 투자처를 옮긴다는 것이다. 금사재기는 나 혼자만 살고 보자는 자본주의의 극치 같아서 사회 정서상 괴리감을 준다. 금사재기는 빈부격차 확대 등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부유층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의 의식변화를 요구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심심해서…

심심해서… 이탈리아 작가 보카초(1313~1375)의 소설 ‘데카메론’은 10일 이야기란 뜻이다. 남자 7명, 여자 3명이 무서운 흑사병을 피해 교외로 피신해 있으면서 심심한 나머지 하루에 한 사람씩 아야기하는 형식으로 작품화했다. 수녀원장이 정부의 팬티를 두건으로 잘못 알고 머리에 쓰는 등 갖가지 염소담(艶笑談)은 당시의 귀족들에 저항하는 인간해방으로 묘사돼 르네상스가 가져온 걸작으로 평가됐다. 로버트 벤톤이 감독한 영화 ‘노스바스의 추억’은 빈민층 인간 군상들 이야기다. 주인공 설리(폴뉴먼)역시 가난하고 무지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막노동으로 생활하면서 심심하면 포커와 술로 소일하는 홀아비다. 이혼한 전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워싱턴서 대학 교수로 있으나 그 앞에 나서지 못한다. 아들이 태어난 지 6개월만에 아내와 갓난 아기를 두고 가출했기 때문이다. 요즘 러시아의 부자들 사회에서는 이색 체험이 성행하고 있다고 어느 신문에 났다. 남자는 거지노릇, 여자는 창녀노릇을 심심풀이 삼아 즐긴다는 것이다. 입성과 분장을 통해 거지로 만들고 창녀로 알선하는 업체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한다. 누가 돈을 더 많이 버는가를 두고 내기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젊은 여성들이 돈을 벌겠다고 한국에까지 와 온갖 고생을 하는 판에 본국의 부자사회에서는 심심해서 거지며 창녀노릇까지 한다니 희극인지 비극인지 모르겠다. 소설 ‘데카메론’에는 그래도 풍자와 해학이 담겼다. 영화 ‘노스바스의 추억’은 외로운 사람들의 절제되지 않은 생활이지만 그래도 어둡지마는 않은 따뜻한 인정이 샘솟아 포근한 인간의 정이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러시아의 일부 부자들이 심심해서 즐긴다는 거지와 창녀의 이색체험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한국의 부호들은 무슨 체험으로 심심풀이를 삼는지 또한 궁금하다. 인간은 잘 살든 못 살든 역시 인간이 아니겠는가.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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