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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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河

동서를 막론하고 전쟁이 많았던 시대는 군인이 영웅이었다. 임진왜란을 당해 나라를 지킨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우리는 성웅이라고 존칭한다.

옛날 서구의 영웅은 선교사들이었다. 미개척지에 들어가 고생도 하고 죽기도 하였다. 1960년대 미국은 인권운동의 물결 속에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영웅시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를 마르크스주의자로 공격했었다. 결국 영웅이라는 말은 시대에 따라 혹은 개인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아이들은 운동선수나 좋아하는 가수를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일제 때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수를, 그리고 황영조, 이봉주 선수를 영웅이라고 하듯이 꿈을 이룬 사람은 영웅이다. 홈런을 많이 때린 맥과이어 같은 야구선수를, 박찬호, 박세리, 황선홍, 홍명보 같은 선수들도 영웅이다. 이렇게 영웅의 대상과 개념도 진화된다.

미국의 경우 최고의 영웅들은 무보수 봉사자들이라고 한다. 성인의 31%가 이 일에 나서고 있다. 병원·교도소·탁아소·노인복지시설·경찰서·교회·재활시설 등 수 많은 곳에서 대가를 받지 않고 주 몇시간씩 일하는 무보수 봉사자들의 노동력을 임금으로 환산한다면 연간 1천500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들도 영웅이다. 부모들은 아무런 대가없이 자녀를 낳고 기르고 가르친다. 그 희생과 사랑은 영웅 칭호를 듣기에 충분하다. 3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부부들도 영웅이다. 3분의 1이 헤어지는, 앞으로는 2분의 1이 헤어질 지 모르는 세상에서 처음 만난 남녀가 30여년을 인내하고 용서하며 살았으면 영웅이다. 학교 교사들도 영웅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은 성자라고도 할 수 있다. 부모 곁을 떠나온 어린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가슴에 인격과 사랑을 심어주는 초등학교 교사야말로 정말 영웅이다. 오늘날의 영웅은 전쟁터에서 용맹을 떨치는 군인도 아니요, 권력자도 아니다. 말 없이 희생하는 사람, 이름없이 봉사하는 사람,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스스로 휴지를 줍는 사람들이 영웅이다. 영웅이 많은 사회는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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