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잘났다고 평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이 잘 생겼다든가 재주가 비상하다든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든가 위대한 업적을 성취시켜 놓았다든가 하는 등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어떤 면을 지니고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잘난 사람, 즉 보통사람과 달리 뛰어났다고 평을 받는 사람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북부지방의 남자로는 을지문덕(乙支文德)·연개소문(淵蓋蘇文)·유유(紐田)·온달(溫達)·정지상(鄭知常)·이성계(李成桂) 등이다. 남부지방 여자로는 선덕여왕·기황후(奇皇后)·허난설헌·신사임당·임윤지당·황진이·명성황후 등 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남부지방의 남자가 잘났고, 여자는 북부지방의 여자가 잘났다는 것을 표현한 속설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은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파악하여 생겨난 것은 아니다.
굳이 남남북녀라는 말을 시대적으로 국한시키고, 잘났다는 것의 뜻을 제한하여 사용한다면 약간의 타당성은 찾아 볼 수도 있다. 조선시대의 정치가·군인·학자·예술인 등은 거의 남부지방 출신이었다. 여자의 잘난 것을 미모에만 국한시켜 본다면 강계미인(江界美人)·회령미인·함흥미인이라는 말들이 있듯이 미인의 산지는 모두 북부지방에 있다. 이상하게도 남부지방에는 미인의 산지로 이름난 고장이 없다.
지난 9월2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렸던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북한팀 응원단으로 참가한 북한 여성응원단 280여명이 한결같이 용모가 빼어나 한국의 신문·방송들이 연일 “ 역시 남남북녀!”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미모로만 기준삼는다고 여성단체들의 항의도 있었지만 그것은 북한측을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만일 평양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에 선발된 남한 여성응원단이 참가한다면 아마 북한에선 ‘남녀북남(男女北男)’이라고 했을 것이다. 남남북녀라니, 남한 여성들, 북한 남성들이 모두 못났다는 얘기 아닌가.그러니까 남남북녀라는 말은 함경도 도민의 기질을 이전투구(泥田鬪狗), 강원도 도민을 암하노불(岩下老佛), 제주도의 풍물을 여다석다풍다(女多石多風多)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조잡한 관찰과 성급한 단정에 지나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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