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일상, 사라져간 옛 풍경과 그 안의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순수 아마추어 단체 ‘산루리 어반스케치’가 시민과 함께하는 전시회를 선보인다. ‘산루리 어반스케치’ 팀은 다음 달 30일까지 수원시 팔달구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2025 산루리 어반스케치 정기전 ‘아스팔트 위에 핀 꽃’을 개최한다. ‘삭막한 도시에 피어나는 꽃과 같은 그림’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번 전시에는 서양화가인 이해균 작가가 지도하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 어반스케치팀, 매교동 어반스케치팀, 행궁동 현대미술팀 등 총 세 팀의 회원 60명이 참가해 1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도심을 주제로 한 미술 공동체 ‘산루리 어반스케치’는 ‘산루리’(일제강점기 전 수원의 팔달구 매산동, 교동, 중동 일대의 지명)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서양에서 우리나라로 상륙해 트렌드가 된 어반스케치를 다룬다. 어반스케치란 골목과 건물, 사람과 자동차와 카페로 빼곡한 현대인의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며 그 안의 풍경을 그려나가는 장르다. 특히 6년 차에 접어든 올해에는 현대미술 부문을 새로 도입해 ‘도시’를 주제로 도심 속 장소에서 개최하며 시민과 더욱 가까이서 정서를 공유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산루리 어반스케치를 이끄는 이해균 작가는 “이번 전시의 참여자들은 현역에서 은퇴한 아마추어 작가들이지만 전공자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자들이 다수 있다”며 “퇴근길어반스케치팀은 직장 일을 끝내고 야학을 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열정적으로 임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우리 이웃이 살아가는 도심의 풍경을 함께 나누고 추억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전주의 교향곡의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39, 40, 41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경기아트센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오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 아마데우스’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선욱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아 모차르트 후기 3대 교향곡이자 역작으로 불리는 세 곡을 연주하며 우아함의 39번 교향곡, 긴장감 넘치는 40번 교향곡, 웅장함의 41번 등 모차르트의 감각적인 세계를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아버지의 사망, 아내와 자식들의 건강 문제, 급증한 빚 등으로 극심한 고난을 겪던 시기에 창작된 작품들이다. 어려운 환경에도 그는 이 시기 고전주의 교향곡의 정점에 오르며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연주회에서 만나게 될 세 교향곡은 1788년 6~8월 사이 짧은 기간 동안 작곡됐는데, 교향곡 39번과 40번은 강한 감정선과 역동적인 구성을 지녔지만, 41번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중 가장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작품으로 여겨진다. 지휘를 맡은 김 예술감독은 국내외 다양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모차르트의 작품을 완벽하게 해석해 낼 예정이다. 경기필하모닉 관계자는 “세 교향곡은 그 형식과 기법, 정서적으로 매우 뚜렷하게 구분되며, 각각의 특성에 맞는 독특한 색깔을 지닌다”며 “그럼에도 교향곡들은 하나의 연작처럼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이 세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하는 것은 모차르트 음악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섬유예술가로 활동 중인 장혜홍 작가(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관장)의 예술세계가 강원도 평창군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에서 펼쳐진다.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는 4일부터 1, 2 전시장에서 강원특별자치도와 평창군의 후원으로 ‘장혜홍 섬유예술 초대전’을 선보인다.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센터장 권용택)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선 장혜홍 작가의 최근 작업인 추상서정 ‘수원화성의 노을’부터 2024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설치미술에 이르기까지 작가 품어낸 섬유 예술의 다양한 세계를 공개한다. 장혜홍 작가는 40년 넘게 활동한 한국의 대표적인 섬유예술가로 2011년 샌프란시스코 민속뮤지움에서 열린 ‘한국 섬유예술 11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국제전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3대 미술제인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되는 등 국제적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섬유예술은 그 윗대 어머니들 삶의 모든 것”이라 말하며 명주, 조각보 등 우리나라만 만들 수 있는 재료로 전통 염색기법의 깊이를 더해 현대미술로 여성의 삶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선 특히 사계절의 변화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시선과 마주할 수 있다.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온 후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서정적 추상을 시작한 ‘수원화성의 노을’은 한국 전통색으로 만든 염색물감을 칠하며 자개와 많은 혼합재료를 사용해 수원화성의 사계절 변화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또 2024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참가 작품인 ‘흑-Black project’, 팬데믹 기간 작가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뒀던 ‘어는 봄날’ 등 페인팅에서 설치미술까지 현대 섬유 예술의 확장성을 그려낸 작품이 걸렸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의 권용택 화가는 수원 출신의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작가로 강원도 진부에 ‘하오개스튜디오’를 마련해 수원과 진부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2020년 설립된 진부문화예술창작스튜디오는 그동안 100여 건의 전시를 진행하며 ‘남북평화미술전’, ‘수원-평창 평화미술 교류전’ 등 수도권과 지속적이고 다양한 교류전을 선보여 왔다. 관람객 또한 연간 5천여명이 다녀가는 등 지역의 시각문화예술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 시작인 서정적 추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나 스스로도 기대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어서 기쁘다”고 말한 작가의 세계는 이달 29일까지 만날 수 있다.
인천 연수구가 동춘역 지하보도를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만들었다. 3일 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12월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동춘역 5번 출구 엘리베이터 공사와 지하보도 및 6번 출구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구는 이곳에 다양한 작품을 전시해 주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 일상 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최근에는 지하보도 공간을 활용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개최했다. ‘노년의 지혜, 예술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청학노인복지관의 노년 서회화 과정 수강생들이 제작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미술, 민화, 수묵 손 글씨, 한글교실 시화 등 14점을 전시했으며, 특히 이번 전시는 참여 어르신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상 제공했다. 이재호 청장은 “청학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열정과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동춘역 지하보도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다양한 문화행사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2월 7일 금요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성진의 지휘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Op.45’를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홍주영, 바리톤 양준모,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령미사곡’으로 해석되는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 가사가 붙고 입당송(Introitus), 자비송(Kyrie), 거룩하시도다(Santus), 부속가(Sequentia),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등의 순으로 악장이 나뉘어 연주된다. 2월 7일 성남시립합창단이 노래한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독일 레퀴엠)’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슈만과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에 잠겨 쓴 작품으로 185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미사 전례에 따른 레퀴엠이 아닌 브람스 자신이 발췌한 성경 구절을 조합했으며 종교는 없었지만 신교에 영향을 받은 브람스였기에 라틴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보통의 레퀴엠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e)’, 즉 세상을 떠난 이의 넋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반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로 시작해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 ‘제1곡: 합창’은 ‘찬가(Hymn)’ 그 자체였다. 가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다 괜찮다, 지나간다’는 위로를 느낄 만한 정제된 합창의 진수였다. 오케스트라의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 파트의 더블베이스, 첼로, 비올라와 금관악기의 튜바 및 트롬본, 목관악기의 바순 등이 최소한의 선율을 연주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이날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주영과 바리톤 양준모는 각각 제5곡과 3, 6곡을 노래했다. 바리톤 양준모는 독일 레퀴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협연자 중 한 명으로 제3장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의 절절함을 영락없이 소화해냈다. 단, 독일 레퀴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 솔리스트와 합창이 만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을 예상했으나 서로 주춤거리는 인상이 아쉬웠다. 반면 6곡에서 등장한 바리톤 솔로와 합창은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음’을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뒤에 우리 모두에게 올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균형감 있게 노래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솔리스트가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84명의 합창단이 뿜어내는 음색의 일체감과 화려함, 섬세함과 웅장함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 브람스가 직접 편곡한 ‘피아노 듀엣과 합창을 위한’ 독일 레퀴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자의 슬픔을 덮고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리고 있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두 명의 색채 대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하며 색채 예술에 관한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다음 달 4일까지 광주시에 위치한 갤러리 아트리에 본사에서는 스페인의 추상미술 거장 카밀 지랄트(Camil Giralt)와 독일 출신의 세계적 스타작가 피터 론스도프(Peter Ronsdorf)의 첫 아시아 개인전을 만날 수 있다. ■ 카밀 지랄트, 감각의 탐색 카밀 지랄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추상 미술화가로 캔버스 위에 한 겹씩 색을 덧입히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깊이 있는 색의 층과 질감, 빛의 변화가 한데 어우러져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단순한 색채 표현에서 나아가 색의 물리적 특성과 감정적 깊이를 탐구하는 작품 세계는 추상적이지만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갤러리 2층에선 유럽과 미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카밀 지랄트의 회화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클래식 음악과 피아노, 통신공학을 전공한 그의 독특한 이력은 ‘내면의 균형’이란 주제로 그를 탐구하게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요함, 침묵, 사람과의 거리와 같은 그의 ‘내면의 균형’이 형태, 공간, 색상의 균형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 감상할 수 있다. ■ 피터 론스도프, 젊은 색채 갤러리 1층에선 SNS를 뜨겁게 달군 피터 론스도프의 회화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독일 베를린 출신의 피터 론스도프는 그라데이션 기법을 활용한 색채 작업으로 해외 미술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색이 자연스럽게 변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감성적으로도 깊은 울림이 특징.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빠르게 성장한 그의 예술 세계가 이번 전시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작품은 생동감 넘치는 색상 구성을 중심으로 강렬함과 부드러운 색조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종종 대비와 조화를 조작하며 아크릴과 물을 결합해 특유의 흐르는 질감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구성은 직관적이면서도 의도적이다. 관람객은 색조 필드와 명암 층의 의도적인 배치가 전하는 시각적 효과를 차분히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아트리에는 20여 년간 경기도를 기반으로 국내외 작가 전시를 펼쳐온 갤러리로 광주시의 본사와 성남시 분당, 파주시 헤이리 등에 소재해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윤정한 갤러리 아트리에 대표는 “최근의 미니멀하고 색채 중심의 경향을 반영하려 했다”며 “색에 대한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두 작가인 만큼 색채에서 오는 감동을 향유하고, 그대로 느끼며 편하게 감상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극단이 따뜻한 소재로 감동을 나눴던 두 편의 창작극을 한 무대에서 선보인다. 경기도극단은 다음달 20일부터 2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2023년 ‘제3회 창작희곡공모’를 통해 선정된 대상작 ‘부인의 시대’와 우수상을 받은 ‘우체국에 김영희씨’를 ‘2025년 창작희곡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린다. 경기도극단의 올해 첫 기획공연이다. 앞서 경기도극단은 지난 2020년부터 극작가의 창작 여건을 마련하고 연극장르를 활성화하기 위해 ‘창작희곡공모’를 하고 있다. 지난 1, 2회 공모에서는 대상을 수상한 한 편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여 왔는데 도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3회 공모부터는 우수상을 함께 수여했다. 이번 공연은 경기도극단이 처음으로 공모 당선작 두 편을 한 무대에 올린다. 1부 공연에서는 이미경 작가의 ‘부인의 시대’가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의 제목인 ‘부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어느 피부관리실에서 일하는 ‘부인’에 해당하는 네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네 여자 모두 ‘부인’하고 싶은 비밀이 서로에 의해 발가벗겨지는 이야기로, 네 여자 모두 이 세상에서 부인되는 현시대의 사회적 문제를 간결하면서 유쾌한 상상으로 전한다. 이어지는 2부 공연은 박강록 작가의 ‘우체국에 김영희씨’다. 잊고 지낸 일상의 소소함을 MZ세대 ‘김영희’라는 인물을 통해 극의 재미를 높여준다. 미소, 인사, 돈, 물건 등 많은 것들에 다양하게 ‘주고 받는다’는 행위의 상징 공간으로 우체국을 설정해 기묘한 소문이 도는 지역 우체국을 배경으로 사연과 마음이 오가는 순간을 담아낸다. 두 작품은 무대 구현성, 작품의 발전가능성 뿐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김광보 경기도극단 예술감독이 맡아 텍스트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작품의 밀도감을 높일 예정이다. 경기도극단 관계자는 “총 29편의 공모 심사작 중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들이다. 특히 박강록 작가는 신진 작가로, 한 무대에서 기성 작가와 신진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보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연을 통해 국내 창작 희곡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벽면에 오디오 테이프를 펼쳐놓고 관객이 마그네틱 헤드로 직접 소리를 만들어 내게 한 백남준의 작품, ‘랜덤 액세스’. 당시 규범화된 개념과 형식을 탈피했던 백남준의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정형화된 예술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아트’라는 미지의 영토를 개척해나갔던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공유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한데 모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국내외 7개 팀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동시대의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는 전시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백남준아트센터의 첫 전시로, 백남준아트센터가 동시대의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을 소개해 온 프로젝트의 네 번째 버전이다. 참여 작가들은 현대 문명의 이면과 잠재된 가치들을 드러내고, 우리가 규정해 놓은 사고방식과 관행에 의문을 제기한다. 일본 작가 얀투는 물류창고에서 사용되는 자동 운반 차량(AGV)을 활용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넘어 예술과 글로벌 자본주의의 관계를 탐구한다. ‘진행 중인 설치’는 AGV가 전시 공간을 누비면서 다양한 오브제를 선택하고 운반하며 전시, 철거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설치 작품이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작품을 설치하는 행위’를 기계가 대신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예술품’과 ‘예술품이 아닌 것’이 혼재된 오브제를 옮기는 과정으로 기술적 판단의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호남 작가는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 작품으로 전 세계 네트워크 시스템의 근간인 해저 광케이블에 주목했다. 첫 번째 TV 모니터는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실의 서버와 전 세계 9개 도시 서버간의 실시간 통신을 통해 데이터가 광속으로 오가는 소요시간을 도시별로 보여준다. 뒤이어 배치된 9개의 디스플레이는 지연시간만큼 서로 다르게 재생이 시작된다. 작품은 텔레비전의 가능성에 주목한 백남준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광케이블의 동작원리를 가시화해 기술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하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에선 인간과 자연, 기술과의 공존을 모색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장한나 작가는 자연 속에서 돌처럼 변형된 플라스틱을 ‘뉴 락’으로 정의하고, 이들을 수집·관찰하면서 자연의 새로운 지층을 탐구한다. 작품 ‘신 생태계’는 자연과 인공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유도한다. 정혜선·육성민 작가는 GPS 태그를 장착한 동물을 소재로 미래의 초연결적인 동물 생태계에 대한 탐구를 ‘필라코뮤니타스’ 작품으로 표현했다. 이와 함께 고요손 작가는 이 전시를 기획한 임채은 학예연구사의 신혼여행기를 담아 ‘임채은의 오로라 여정기’를 선보였다. 임 학예사가 촬영한 사진들과 결혼을 상징하는 면사포 등 오브제를 활용한 조각 작품으로, 예술 창작의 동반자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여 조각의 경계를 넓혔다. 이 밖에 전시에선 현대 기술문명의 아이러니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한우리 작가의 ‘포털’, 미디어에 의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왜곡되는 현상을 포착한 태국 작가 사룻 수파수티벡의 ‘콰이강: 고인을 기리며 열린 추모식’ 등을 볼 수 있다. 임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통해 백남준의 예술정신을 공유할 뿐 아니라, 동시대 미술의 실험성과 창의성을 인큐베이팅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서 미래의 백남준을 발굴할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경계들을 부드럽게 허물어내고,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음을 일깨우게 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용인문화재단은 오는 3월 29일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2025 브런치 콘서트 ‘전람회 속 멜로디’ 시즌3의 막을 올린다. 2025 브런치 콘서트 ‘전람회 속 멜로디’ 시즌3는 미술사와 클래식이 어우러진 상설공연으로 꾸며진다. 올해 3월로 탄생 550주년을 맞이하는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가 미켈란젤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석학이자 예술가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본다. 이날 브런치 콘서트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유럽의 유명 미술관, 영화관에서 미술사 강연을 하고 있는 이서준 도슨트가 해설에 나선다. 트리니티 필하모닉 수석단원들로 이뤄진 앙상블 트리니티와 브라스퀸텟 서울브라스, 소프라노 정하은, 테너 김재민, 바리톤 이승환의 연주를 통해 고풍스럽고 화려한 르네상스부터 환상과 현실을 횡단하며 시대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까지 한 시대를 대표했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공연은 3월 29일 ‘피렌체의 두 천재 : 레오나르도 다빈치 vs 미켈란젤로’를 시작으로 5월 10일 ‘민중을 그린 작가 : 장 프랑스와 밀레 vs 에두아르 마네’, 9월 13일 ‘수수께끼 속 초현실주의 : 살바도르 달리 vs 르네 마그리트’, 10월 11일 ‘새 시대, 새로운 예술 : 이중섭 vs 백남준』, 11월 8일 ‘그림 속에서 재즈를 듣다 : 앤디워홀 vs 키스 해링’까지 총 5회에 걸쳐 열린다. ○ 로 티켓은 1층 2만 원, 2층 1만 5천 원이며, 용인문화재단 누리집 또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전통의 국악이 젊은 감각의 대중가요와 만나 아름다운 화성으로 울려 퍼지고, 우리의 노랫가락이 서양 오케스트라로 재탄생한다. 수원시립합창단은 오는 27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2025 수원시립합창단 신년 음악회 ‘꽃 피는 날’을 개최한다. 한국음악의 세계화를 이끌어가는 지휘자 김성진(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공연은 한국민요 아리랑을 중심으로 국악의 전통 리듬과 클래식의 풍부한 화성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곡가 이지수의 ‘아리랑 랩소디’를 피아니스트 김은찬의 협연 무대로 시작한다. 이어 가곡 ‘봄이 오면’, ‘수선화’ 등 한국 가곡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작곡가 김동진의 ‘가고파’ 무대가 관객과 만나며 한양대 설립자이자 음악가로도 존경받은 작곡가 김연준의 ‘청산의 살리라’가 각각 작곡가 조혜영, 이현철의 편곡 버전으로 선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위촉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Echo of Gyeonggi 노랫가락’을 원곡의 국악관현악과는 또 다른 서양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버전을 선보인다. 경기민요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는 작곡가 우효원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돼 색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2부는 영화 ‘대부3’와 ‘베테랑’ 속 음악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으로 막이 오른다. 이어 남성 사중창이 영화 ‘라붐’의 ‘Reality’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며 영화 속 한 장면을 재생한다. ‘가장 한국적인 소리’라는 평을 받는 가객 장사익은 대표곡 ‘찔레꽃’을 비롯해 ‘님은 먼 곳에’, ‘봄날은 간다’ 등을 부를 예정이다. 무대의 마무리는 대중가요와의 만남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조지 거슈윈의 ‘I Got Rhythm’과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전 세계 열풍을 일으킨 블랙핑크의 멤버 로제의 ‘APT.’, 국민가요로 불리던 god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명곡 ‘촛불 하나’까지 다양한 곡이 예정돼 있다. 무대는 전석 1만원이며 만 5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수원시립합창단 사무국과 누리집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