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수호하는 어르신(神)” 도시의 틈, 모퉁이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다 [전시리뷰]

“수원의 팔달문·지동·못골·영동시장에는 여러 신이 존재한다. 오래도록 그곳을 수호하고 지켜 온 이들의 이름은 ‘주인장 어르신(神)’, ‘경계-신(神)’이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낯선 작품 너머로 사람들의 쉼 없이 이어지는 말소리와 오토바이 소리가 혼재돼 들려온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란색의 탱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낯설지 않은 풍경을 하나둘 발견한다. ‘못골종합시장’의 간판, ‘단체석 완판’이라는 글자 아래 순대곱창 집의 간판, 비워진 뚝배기 그릇과 건어물 상자. 호법신 도상의 일곱 여인은 곧 앞치마를 맨 상인을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소음과 같던 소리는 물고기를 파는 어느 상인의 대화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구도심이 된 상권은 변화하는 도시의 유한한 지역성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도시의 생명력을 꺼지지 않게 해주는 존재다. XXX(윤이도,김태희) 팀은 신작 ‘첩첩시상’(2024) 작업을 통해 수원의 네 시장을 오래도록 지켜온 상인에 대한 존경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시장의 수호신으로 형상화된 상인들과 파리퇴치기, 저금통 등 다양한 시장 기물 속에 독특한 유머를 첨가했다. 작품에는 수원 지역 상인들의 문화와 시장에 인접한 사찰과 민간 신앙 문화 등이 절묘하게 뒤섞여있다. XXX의 윤이도 작가는 “작품에 7명의 상인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담았는데, 시장을 방문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와 종교가 균형을 이루며 독특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게 수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치 이들이 시장을 지켜온 수호신과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 토끼가 심어 놓은 이스터에그 찾아…5팀5색, 각자가 발견한 도시의 숨은 풍경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순항 중인 전시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는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를 발견했듯, 작가들이 수원이라는 도시 곳곳에 숨겨놓은 달걀, ‘이스터에그(게임과 같은 분야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를 발견하는 여행이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수원시립미술관의 신진 작가 공개모집 ‘얍-프로젝트’의 결과인 이번 전시는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밀레니얼 세대작가 다섯 팀을 만나볼 수 있다. ▲김소라(사진, 설치) ▲신교명(회화, 설치) ▲유다영(사진, 영상) ▲정은별(회화, 조각, 설치) ▲XXX(윤이도, 김태희)(회화, 조각, 설치) 작가가 ‘수원, 장소∙기억∙사람’을 주제로 각자의 시선에서 발견한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과 미디어, 설치 작업을 진행하는 김소라 작가는 약 40년 전 아버지가 서 있던 시공간을 지금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서장대, 장안공원 등 1970~80년대 수원화성 곳곳에서 촬영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필름 사진을 출발점으로 작가는 온라인 지도와 현실 세계로 발을 옮기며 아버지의 발걸음을 재현한다. 아버지의 유물인 오래된 아날로그 필름 사진과 편지를 단서로 삼아 이미지와 소리를 수집하고, 기존의 이미지와 중첩한 조각은 선명하면서도 어딘가 빛바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흩어진다. 위아래로 올리는 블라인드, 옆으로 문을 여는 커튼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커튼 조각과 그 속에 담긴 아버지의 옛 시간, 공간 한 구석에 열린 문을 통해 너머의 공간으로 들어설 때면 마치 작가의 꿈 속 세계로 들어가는 듯하다. 김 작가는 “수원화성을 걸으며 공간을 매개로 자신의 기억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며 “모두의 역사에서 기억되는 건 굵직한 위인일 수 있겠지만, ‘나’라는 개인 역시 지나간 역사의 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정은별은 ‘드리우는 그림자 사이로’(2024)를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퉁이 너머의 풍경, 도시의 틈새를 낯선 방식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언뜻 견고해 보이는 사회 속에는 개인이 무력해지는 순간과 불안에 주목한다. 작품은 뒷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장 한 공간에 자리한 마치 빨래 더미에 널린 것 같은 종이 조각들. 도시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있는 기둥을 돌아 골목 뒤로 들어섰을 때 비로소 온전한 작품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수원의 곳곳 재개발, 임대, 폐허의 흔적 등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공간을 빼곡히 칸마다 기록했다. 포크레인으로 갉아 먹힌 조각 등 각 프레임에 담긴 이야기는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개인의 작은 행동이 불러일으킨 변화, 한 번의 숨에서 파장된 일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유행에 따른 상권의 이동, 일명 ‘핫플레이스(명소)’의 탄생과 이면 등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도시의 뒷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교명 작가는 스스로 그림 그리는 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페인팅 로봇 ‘두들러’를 창조해, 장소를 영위하는 인간의 기억을 비인간의 시각으로 추적한다. 신 작가는 수원의 식당가와 관광지, 카페 등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낙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로봇에게 학습시킨다. 낙서에는 추억, 사건, 현상이 담겨있다. 이때 두들러의 학습은 낙서가 담긴 구체적인 장소의 맥락이 제거된 채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해당 장소에 얽힌 낙서의 의도는 본래와 다르게 해석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작가의 의도다. 이미지만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로봇 메커니즘의 ‘인간스러운 기억’을 새로 만들어낸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보며 작가는 오늘날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진철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해 나갈 신진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수원이 아닌 각자가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얍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작가와 작업 세계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까지.

"명나라 한눈에" 중국 국가 1급 유물 6점 한국 최초공개, ‘명경단청 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 [전시리뷰]

달은 밝고 별은 희미한 밤, 기다란 배에 앉은 이들이 노닐고 있다. 적벽 아래 유유자적한 이들은 마냥 평화로워 보이기도,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밝고 아름다운 색채, 세밀한 필체가 느껴지는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과 자연의 풍경을 한없이 들여다보면 그날의 밤으로 빠져들 것 같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면 각기 다른 필체로 써 내려간 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경단청明境丹靑:그림 같은 그림’전에서 만난 구영의 작품 ‘적벽부’는 명나라의 뛰어난 예술가 네 명을 일컫는 ‘명사대가’ 중 한 명인 구영이 송나라 때 학자 소식(소동파)의 글 ‘적벽부’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작품으로 중국 국가 1급 유물이다. 그림 뒷부분에는 명나라 때 지식인(문인) 팽년과 문팽이 쓴 ‘적벽부’와 문가와 주천구가 쓴 ‘후적벽부’가 있다. 도록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만나봤던 작품을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박물관·랴오닝성박물관 공동주관의 ‘명경단청明境丹靑:그림 같은 그림’ 특별전은 지난해 경기도와 중국 랴오닝성 자매결연 30주년 기념 공동선언의 결실로, 경기도와 랴오닝성 대표 박물관 간 교류를 통해 우수 문화유산을 나누기 위해 추진됐다. 중국 선양은 청나라 초기 수도로 이곳에 자리한 랴오닝성박물관은 황실의 유물을 다수 보유한 국가 1급 박물관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한국에서 전시된 사례가 없는, 국보급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 1급 유물 6점을 포함한 명대 서화 53점이 최초 공개됐다. 관객은 ▲명대전기-절파(浙派)의 탄생 ▲명대중기-오파(吳派)의 전개 ▲명대후기-남종문인화로의 집대성(集大成)으로 구분돼, 명대 전·중·후기 각 시대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핵심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그림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엄청난 길이의 제발(題跋·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기록을 적은 것)문 등을 원본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한 것이 특징이다. 명대 전기 궁정화가였던 대진의 작품이자 국가 1급 유물인 ‘선종의 여섯 조사’는 선종의 1대부터 6대까지의 일화를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시대와 장소가 다른 인물을 한 폭의 그림에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은 약 6m 길이에 달하는 글과 그림으로 구성돼 있다. 16세기 전후 명나라에는 기독교와 같은 서구 문물 전래에 따른 사회 대변혁과 함께 ‘성즉리(性卽理)’의 성리학에서 ‘심즉리(心卽理)’의 양명학으로 유가 철학 사조가 전환됐다. 이에 따라 예술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개성이 어느 시대보다 잘 발휘된 때로 평가받는다. ‘명사대가’ 중 한 사람인 심주의 작품 ‘국화감상’은 그가 송·원나라의 산수화 양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화풍으로 그린 대표작 중 하나이다. 특히 동기창은 물아일체의 새로운 경지를 끌어낸 인물이자 조선에는 남종문인화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 ‘남북종론’을 제창한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종문인화의 시대를 연 동기창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정치·경제교류와 함께 뜻을 나누는 핵심에는 ‘문화예술’이 있다”며 “인간의 자유의지가 발현되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물아일체’의 사상이 드러나는 작품들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박물관은 ‘명경단청明境丹靑:그림 같은 그림’에 대한 답방으로 내년 랴오닝성박물관에서 도자기와 초상화 등, 도 박물관의 특화 유물 등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갖는 동아시아 미술사 전개의 중요성을 감안해 내년 2월6일 경기도박물관 뮤지엄아트홀에서 국제학술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현대의 트렌디한 도자기를 한눈에… 국내유일 도자 박람회 ‘경기도자페어’ 12일 개막

도자기의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도자 전문 전시회 ‘경기도자페어’가 막을 올린다. 한국도자재단은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코엑스 B홀에서 이 같은 전시회를 연다. 특히 최신 인테리어 경향을 소개하는 홈스타일링 전시회 ‘서울 홈·테이블데코페어’가 동시에 열려 현대 삶의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도자기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주거생활 양식도 경험할 수 있다. ‘요즘도자 THESE DAYS CERAMICS’를 주제로 한 올해 전시는 ▲전시·판매관 ▲기획전시관 ▲홍보관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판매관’에는 경기도 요장 총 64곳이 참여한다. 트렌디한 생활 도자기부터 전통·작품 도자기, 장신구, 오브제 등 일상 속 다양하고 감각적인 도자 상품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작가와 직접 소통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취향에 따른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기획전시관’에는 올해의 도자 테이블웨어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는 ‘요즘 도자’ 기획전시가 열린다. 기획전시관 1, 2관에서는 플라워랩 그로브의 하수민 디렉터가 참여해 자연의 도자기라는 의미를 가진 ‘자연도’를 주제로 색을 활용한 전시를 연다. 흑과 백 그리고 자연의 상징인 초록색으로 자연과 ‘요즘도자’의 조화를 만나볼 수 있다. 기획전시관 3관에는 푸드스타일링 스튜디오 차리다의 심승규 디렉터와 김은아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도자, 정물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공간을 연출한다. 요즘 도자의 예술적 아름다움과 함께 도자가 단순히 정적인 오브제를 넘어 감정을 담은 일상품임을 보여준다. 기획전시관 4관에서는 아이오이(IOE)의 정찬희 디렉터가 ‘A PiECE OF SWEET’을 주제로 디저트 접시, 커트러리, 캔들 등 도자 오브제를 조명해 ‘디저트의 달콤함을 담는 하나의 CERAMiC PiECE’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선 다양한 강연·시연 행사가 마련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12일에는 하수민 디렉터의 ‘쓰임이 있는 도자기’, 13일에는 이영숙 셰프의 ‘우리시절 음식과 도자기’, 14일에는 김은아 디렉터의 ‘인생을 아름답게, 차리다’, 14일에는 정찬희 디렉터의 ‘MEET YOU AT ①NE TABLE’ 등이 진행돼 도자기의 역사와 실용을 아우르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홍보관’에는 ‘경기도자미술관 창작공방’, ‘경기도자박물관 공예의 언덕’,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등 한국도자재단 입주작가의 작품 전시와 함께 ‘경기도형 스마트혁신 도자공방 지원사업’ 전시관이 운영된다. 한국도자재단은 국내 대형 유통사와 홈쇼핑 등을 초청해 경기도자페어 참가 요장과의 만남을 연결하는 ‘구매상담회’와 더불어 경기도자의 판로 개척과 지속적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네이버 쇼핑라이브’도 진행한다. 최문환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경기도자페어는 경기도의 우수한 도자 업체와 작가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도자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관람객들이 도자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자리”라고 말했다.

최재혁·앙상블블랭크, 현대음악 매력 발산…‘BBC 프롬스 코리아’서 눈길 [공연리뷰]

음악가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가 객석과의 소통법을 연구하는 현대음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BBC 프롬스 코리아가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 한국 공연은 2016년 호주, 2017년 두바이, 2019년 일본에 이은 아시아 네 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프롬스 공연은 영국에서의 핵심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현지 관객의 정서와 여건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구조다. 그 가운데 3일 오후 7시30분 공연장을 수놓은 무대는 음악가 최재혁이 지휘·작곡·예술감독을 맡아 주목받았다. 그가 중심이 돼 2015년 창단한 앙상블블랭크는 국내 최고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다. 또 이날 무대에는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제롬 콤테도 함께 동참했다. 1부는 조커 분장을 한 트럼본 연주자가 베리오의 ‘트롬본 솔로를 위한 시퀜자 Ⅴ’를 선보이면서 시작했다. 그는 객석 속에서 출발해 통로와 무대를 오가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순서는 독일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 알렉산더 슈베르트의 ‘심각한 미소’. 지휘자,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퍼쿠셔니스트가 모두 손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격렬한 손짓과 몸부림이 소리로 변환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연주라는 행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악기를 두드리거나 현을 문질러야만 연주일까. 첼로의 현을 떠난 활이 허공을 가를 때 생성되는 불규칙한 전자음이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번쩍이는 조명, 무너지는 화음, 반복되는 몸짓들을 두고 과연 음악이고 연주라고 할 수 있을까? 음악과 연결되는 여러 감각을 화두로 내세운 퍼포먼스는 다음 무대를 통해서도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0번 B♭장조 ‘그랑 파르티타’ 중 Ⅲ. 아다지오’가 어디에서 울려 퍼졌는지 떠올려 보면 된다. 바로 무대가 아닌 객석 뒤편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음악이 생성되는 곳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객들의 감각 체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최재혁 예술감독과 앙상블블랭크가 마련한 1부 무대는 객석을 향해 익살스런 질문을 던졌다.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무대를 무대답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자유롭게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준 셈이다. 이어지는 2부에선 제롬 콤테의 클라리넷이 무대로 합류했다. 에릭 사티의 ‘백사시옹(앙상블 버전, 편곡 최재혁)’, 최재혁의 클라리넷 협주곡 ‘녹턴Ⅲ’, 베르트랑의 ‘스케일’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현대음악의 흐름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내고픈 연주자와 예술감독의 열망이 담긴 무대라는 점에서 1부와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모토로, 검증된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와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한 풍성한 무대를 준비하고자 했다”는 최 감독의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무대였다.

생생한 현장 ‘순간포착’... 경기지역 보도사진전

한 장의 사진이 증명하는 역사의 기록과 감동이 한데 모인 전시가 열린다.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는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청 1층 로비에서 ‘2024 경기지역 보도사진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전시에는 경기일보를 비롯해 경기신문, 경인일보, 기호일보, 인천일보, 중부일보, 뉴시스, 뉴스1, 연합뉴스 등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 소속 사진기자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취재해 담아낸 역사와 삶, 사건·사고와 사회적 이슈 등 보도사진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경기일보 김시범 기자의 ‘어미 잃은 야생동물 새끼들의 슬프고도 귀여운 눈, 눈, 눈’과 이산가족 고령화가 가속화 된 가운데 시급한 상봉의 필요성을 인물 사진으로 알린 조주현기자의 ‘이산가족 고령화 가속, 상봉 시급’ 등 사건·사고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알린 보도사진을 만날 수 있다. 또 ‘시각장애인도 윷놀이 즐겨요’(윤원규 기자), 부산 KCC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기에서 승리를 알리는 골을 넣은 선수가 환호하는 순간을 담아낸 ‘좋았어! 승기 잡았어’(홍기웅 기자) 등 일상에서 만나는 즐거움과 환호의 순간도 생생히 전한다. 수천 개의 단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 보도사진을 통해 사건·사고, 기후 변화, 인권, 사회적 현상 등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임열수 한국사진기자협회 경기지회장은 “보도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그 이면의 사건과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체다.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시나위, 21일 송년음악회 ‘사유하는 계절’로 한해 마무리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한해를 마무리하며 소중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연말 콘서트를 마련했다. 경기시나위는 오는 21일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송년음악회 ‘사유하는 계절’을 무대에 올린다. ‘사유하는 계절’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며 계절 한 편에 담긴 소중한 추억들을 사유한다는 의미를 담은 따뜻한 감성의 연말 콘서트다. 매년 경기시나위의 명곡 시리즈로 국내 최정상급 협연자들이 함께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 경기시나위가 위촉초연한 대표 곡인 이창의 작곡의 ‘선경’과 손다혜 작곡의 ‘이화 도화 만발하니’로 포문을 연다. 이어 뮤지컬 레베카, 명성황후, 맘마미아, 팬텀 등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컬계의 디바 신영숙이 뮤지컬 모차르트의 ‘황금별’과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 등을 경기시나위와 함께 선보인다. 또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와 영화음악 시네마천국 OST는 섬세하면서도 패기있고 당당한 연주를 선보이는 클래식계의 젊은 연주자 첼리스트 이길재의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 팝클래식 보컬그룹 유엔젤 보이스는 경기시나위와 위촉 초연한 곡 ‘나부코 아리랑’과 ‘You raise me up’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무대를 감싸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연말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김성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4계절에 담겨있는 크고 작은 추억들을 가슴 깊이 사유하며 경기시나위가 선사하는 송년음악회를 통해 따뜻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수험생을 위한 음악회' 개최

인천시립교향악단이 남동문화재단과 함께 오는 13일 남동소래아트홀 소래극장에서 힐링콘서트를 한다. 정한결 부지휘자가 이끄는 이번 공연은 삶에 지친 사람들과 수험 준비로 애쓴 수험생들을 격려할 목적으로 콘서트를 마련했다. 지친 삶을 위로하는 목적으로 시립교향악단은 무엇보다 듣기 편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주제에 맞춰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근심 걱정 없이 폴카’ ▲드뷔시의 ‘달빛’ ▲슈베르트의 ‘마술하프’ 서곡 D.644 ▲베토벤의 교향곡 7번 A장조 작품번호 92, 2악장과 4악장 등을 선보인다. JTBC ‘슈퍼밴드 2’에서 이름을 알린 비브라포니스트 윤현상의 협연 무대도 준비했다. 숲에서의 휴식을 담은 ‘Rest in the forest’, 광활하고 웅장한 우주를 오묘하고 황홀한 사운드로 표현한 ‘은하’ 등 자연과 우주의 아름다움을 담은 자작곡을 선보인다. 신병철 인천문화예술회관은 “내면의 압박과 쫓기는 시간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 1만 원으로 엔티켓, 인터파크티켓, 인천문화예술회관 누리집 등에서 예매 가능하다. 수험생은 50% 할인, 전석 5천원에 관람 가능하며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다.

한국 전통예술의 깊이 되새기고 고유의 미·가치 살핀다…‘경기명인전’

도자, 서예 등 전통 예술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명인’들의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예술문화명인 경기지회는 오는 6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2024 한국예술문화명인-경기명인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서예 명인 이순금 경기지회장을 비롯해 권태영, 김수영, 김애경 등 경기 지역 작가 22명의 작품 7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도자기 명인, 떡공예 명인, 규방공예 명인, 전통보자기 명인, 공예 옻칠 명인, 전통서각 명인 등이 만든 복식, 자수, 음식, 꽃꽂이, 도자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김종민 공예 옻칠 명인은 ‘충효’를 강조하기 위해 용을 문자화 해 자개로 장식한 ‘충효 머릿장’을 선보인다. 서인석 목공예 명인은 차도구 세트인 ‘차 한잔의 여유’를 출품했다. 건조된 물푸레나무를 목선반으로 다듬고 손잡이, 꼭지 등을 조각한 뒤 옻칠을 하고 색을 입혀 화려함을 살렸다. 특히 이순금 명인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을 강조한 ‘무위자연’의 뜻을 담은 작품, 김초혜 시인의 ‘어머니’·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을 담은 서예 작품들을 공개했다. 이 밖에 이양우 청자조각 명인의 ‘백자모란문매병 주병’과 ‘청자상감연속문항아리’, 이유미 공예 명인의 ‘무와유…경계를 넘어서’, 이윤자 화예 명인의 ‘다시, 꽃으로’ 등을 볼 수 있다. 이순금 지회장은 “우리의 예술과 문화는 오랜 역사 속에서 고난과 변화의 시기를 거쳤지만,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오며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한국 고유의 미와 가치를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도 감동이 담긴 예술작품과 명인들이 발굴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말,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연말을 근사하게 보낼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들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인천시립합창단은 오는 12일, 올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희망을 노래하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마련한다. 합창 연출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안지선의 짜임새 있는 무대 구성과 뮤지컬 팝스 오케스트라의 성대한 연주가 더욱 풍성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오는 19일에는 인천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송년음악회 ‘초코케잌’을 선보인다. 조현경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합창곡과 탭댄스를 비롯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창작음악극 ‘초코케잌’을 꾸며 특별한 감동을 전한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은 27일 지난 6년간 시향의 역동적인 비상을 견인해 온 이병욱 예술감독의 퇴임 기념 연주회 ‘The Choral’로 2024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기악의 조화를 도모해, 인류 대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로 합창의 거장 모르텐 로리젠의 ‘오 얼마나 큰 신비인가’와 베토벤의 최후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한다. 인천시립무용단은 20일 우리 절기의 의미를 고찰하며 춤으로 담은 ‘동지(冬至) - 춤 서린 풍경’으로 찾아온다. 정가의 고아한 선율과 함께 왕과 왕비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태평성대’를 통해 평안을 염원하고, 화사한 부채춤과 재액을 막는 의미로 추었던 진쇠춤, 긴 수건을 들고 한을 풀어내는 도살풀이를 통해 액을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동지의 전통적 의미를 담는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대표 브랜드 공연 ‘커피콘서트’도 2024년의 마지막 무대를 펼친다. 18일 동구문화체육센터에서 가곡 ‘겨울나그네’를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와 호흡을 맞춰 슈베르트의 감성을 완벽히 재현할 예정이다. 신병철 인천문화예술회관장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선물같은 송년 무대를 준비했다”며 “인천문화예술회관과 함께 뜻깊은 한 해를 마무리를 하시길 바라며, 더없는 행복과 추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 10일 개최

매혹적인 연주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바이올린의 여제’ 사라 장(장영주)이 성남 공연을 시작으로 5년 만에 독주회에 나선다. 성남문화재단은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사라 장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 장은 1990년 만 8세에 거장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세계 무대에 존재를 알렸다. 이듬해 음반 회사 EMI 레이블(현 워너클래식)과 세계 최연소 음반녹음을, 1994년에는 만 13세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유럽 데뷔 무대를, 1995년에는 전도유망한 연주자에게 수여하는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를 최연소 수상하는 기록을 만들었다. 사라 장은 이후 베를린·빈·뉴욕·런던 필하모닉 등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 핀커스 주커만, 쿠르트 마주어, 콜린 데이비스, 리카르도 무티, 주빈 메타, 사이먼 래틀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신동의 아이콘’에서 ‘데뷔 35년 차 연주자’로 자신만의 눈부신 길을 만들어 나갔다. 이번 공연은 사라 장의 2019년 전국 리사이틀 투어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독주회다. 사라 장은 이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3개 도시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사라 장의 성남아트센터 공연은 2005년 개관 기념 공연 이후 19년 만이다. 무대는 브람스 초기작인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C단조’로 막을 올린다. 브람스가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을 위해 슈만, 디트리히와 함께 작곡한 작품으로, 그 중 브람스가 작곡한 3악장 스케르초가 가장 널리 알려졌다. 이어 브람스의 마지막 바이올린 소나타이자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독창적인 표현력과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와, 활달하고 기민한 바이올린 선율로 유명한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무대에는 이차크 펄만, 레이 첸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협연해 온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함께한다. 티켓은 R석 10만 원, S석 8만 원, A석 6만 원, 합창석 4만 원이며, 성남아트센터 누리집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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