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서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BBC 프롬스 코리아 열려 최재혁, 앙상블블랭크·제롬 콤테와 음악에서 확장된 퍼포먼스
음악가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가 객석과의 소통법을 연구하는 현대음악의 매력을 선보였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 BBC 프롬스 코리아가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올해 한국 공연은 2016년 호주, 2017년 두바이, 2019년 일본에 이은 아시아 네 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프롬스 공연은 영국에서의 핵심 요소를 가져오면서도 현지 관객의 정서와 여건에 맞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구조다.
그 가운데 3일 오후 7시30분 공연장을 수놓은 무대는 음악가 최재혁이 지휘·작곡·예술감독을 맡아 주목받았다. 그가 중심이 돼 2015년 창단한 앙상블블랭크는 국내 최고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다. 또 이날 무대에는 세계적인 클라리넷 연주자 제롬 콤테도 함께 동참했다.
1부는 조커 분장을 한 트럼본 연주자가 베리오의 ‘트롬본 솔로를 위한 시퀜자 Ⅴ’를 선보이면서 시작했다. 그는 객석 속에서 출발해 통로와 무대를 오가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순서는 독일 출신 현대음악 작곡가 알렉산더 슈베르트의 ‘심각한 미소’. 지휘자, 피아니스트, 첼리스트, 퍼쿠셔니스트가 모두 손목에 센서를 부착했다. 격렬한 손짓과 몸부림이 소리로 변환되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연주라는 행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악기를 두드리거나 현을 문질러야만 연주일까. 첼로의 현을 떠난 활이 허공을 가를 때 생성되는 불규칙한 전자음이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번쩍이는 조명, 무너지는 화음, 반복되는 몸짓들을 두고 과연 음악이고 연주라고 할 수 있을까?
음악과 연결되는 여러 감각을 화두로 내세운 퍼포먼스는 다음 무대를 통해서도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간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10번 B♭장조 ‘그랑 파르티타’ 중 Ⅲ. 아다지오’가 어디에서 울려 퍼졌는지 떠올려 보면 된다. 바로 무대가 아닌 객석 뒤편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과 음악이 생성되는 곳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관객들의 감각 체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최재혁 예술감독과 앙상블블랭크가 마련한 1부 무대는 객석을 향해 익살스런 질문을 던졌다. 음악을 음악답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무대를 무대답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자유롭게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준 셈이다.
이어지는 2부에선 제롬 콤테의 클라리넷이 무대로 합류했다. 에릭 사티의 ‘백사시옹(앙상블 버전, 편곡 최재혁)’, 최재혁의 클라리넷 협주곡 ‘녹턴Ⅲ’, 베르트랑의 ‘스케일’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현대음악의 흐름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내고픈 연주자와 예술감독의 열망이 담긴 무대라는 점에서 1부와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모토로, 검증된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분야와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한 풍성한 무대를 준비하고자 했다”는 최 감독의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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