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근본대책 세워야

수도권의 전세대란이 또 우려되고 있다. 미분양아파트가 남아 도는데도 한편에선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값이 급등하는 현상은 정상이라고 할수 없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한때 인하소동을 벌인 전세금이 작년 이맘 때 오르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IMF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물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위협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최근 시장조사에 따르면 수원 성남 고양 용인 수지지구 등의 전세주택 보증금이 매매가의 80%까지 육박하고 있다. 24평형의 경우 지난 봄 보다 전세금이 500만∼2천만원 이상 오른 7천만∼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그나마 24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아예 물건을 찾기 힘든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다. 이처럼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매물이 모자라 서민들이 허둥대고 있는 상황인데도 미분양아파트가 도내에만도 2만여세대에 이르고 있으니 주택시장의 왜곡치고는 너무나 뒤틀린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한편에선 미분양 아파트가 남아 도는데 한편에선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한마디로 수급 부조화가 빚어낸 현상이다. 우선 작년 한꺼번에 시작된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사업으로 인한 5만여가구의 전세수요가 고양 성남 용인 등 지역까지 전세물량부족 현상을 빚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다 올해 안양 비산지역 등 저층아파트의 재건축사업으로 4천여가구가 이주를 시작, 인근 지역의 전세물량이 동난 상태다. 앞으로 이같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수도권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전세시장의 물건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폐지한 것도 저소득층의 전세물을 줄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따라서 전세값 진정을 위해선 공공임대 아파트공급에 주력하고 무엇보다 당국 스스로가 급격한 전세수요를 유발하는 재건축사업은 시차를 두고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는 차제에 미분양아파트의 공공임대화는 물론 건설업체의 경영난을 덜어주고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폐지한 소형 평수 의무건설 규정을 되살리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당국은 중·단기적으로 주택시장환경의 추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수급균형을 맞추는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야 한다.

자금세탁방지법을 반대?

재정경제부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지난 97년 국회에 상정했었으나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는 사실은 지나간 일이라 하더라도 국회를 더욱 불신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무엇인가. 중대범죄로부터 획득한 자금인줄 알면서도 정당화하여 사용하려는 부정행위를 단속하자는 법이 아닌가. 그러한 ‘자금세탁방지법’ 심의를 국회의원들이 반발했다는 것은 부정을 방조하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990년대 한국의 돈세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돈세탁 규모는 자그마치 연간 54조∼169조1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69조1천100억원은 국내 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것이다. 돈세탁수법도 날로 지능화·첨단화하여 가짜 매출전표를 만들거나 거액을 현금으로 쪼개 거래하는 수법은 이미 고전에 해당한다. 폭력조직의 ‘카드깡’부터 금융기관의 기업비자금 관리대행, 유령회사를 이용한 장부조작에 이어, 최근에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전자카드와 전자화폐를 이용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돈세탁의 매개체로 이용되는 기관도 예전엔 은행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증권회사, 카지노, 환전소, 보석상 등 비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더욱이 금융개발과 더불어 불법돈세탁이 국제화하는 경향도 날로 확산되고 있는데 뇌물과 알선증·수재, 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 재정경제부가 이번에 재추진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은 돈세탁 묵인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5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무산 3년만에 올 가을 정기국회에 다시 상정할 가칭 ‘자금세탁방지법’과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이번에도 또 국회의원들이 반발하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회는 각성하기 바란다.

이제 內政에 눈돌려야 한다

온 민족을 감동시키고 눈물짓게한 이산가족의 만남이 3박4일의 행사로 오늘 끝난다. 이제 그 감격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집권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내정(內政)에 눈을 돌려야 한다. 모두가 상봉장면에 감격하고 감동해 있는 며칠동안 우리의 정치는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비롯한 대북정책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이것말고도 과제는 많다. 당장 의약분업이 실시됐다고는 하나 의료계의 재폐업으로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의료대란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야는 개회중인 임시국회를 가동시킬 생각은 않고 입씨름이나 벌이고 있다. 추경예산안·정부조직법개정안·금융지주회사법안 등 시급한 현안들도 방치한 상태다. 여·야의 상당수 의원들이 외유중에 있고, 시급한 민생현안을 방치할 수 없다며 단독국회 강행의지를 보이던 민주당은 소속 3의원의 출국으로 단독국회가 좌절된 후 최고위원 경선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야당 역시 광복절 기념식을 정부와 별도로 독립기념관에서 가질만큼 여야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반세기 생이별의 한을 풀고, 혈육의 정은 그 어떤 이념이나 체제도 갈라놓을 수 없음을 깨달으며 민족의 화해 협력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는데도 오히려 우리의 국내 정치는 여·야가 서로 등을 돌린 채 제 갈길만 가고 있다. 이처럼 정치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문제에만 매달려서인지 우리의 경제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신임 산자부 장관이 지적했듯이 체감경기가 우려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경쟁력강화와 투자심리 회복에 정책수단들이 집중돼야 할 시급한 상황이다. 이렇게 정치권의 화합이 절실한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는 신경을 안쓰고 트집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여·야간 화합의 우선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여당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기능회복에 더 진지한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야당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할 것이며, 야당도 여당의 대화제의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남남갈등’도 해소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화해’를 이룰 것인가.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을 재삼 촉구해둔다.

버스카드 조속 전면 시행을

경기도가 지난 7월 31일부터 수원을 비롯하여 경기전역의 버스요금을 시내버스 일반형을 기준으로 무려 20%까지 인상하였으나, 이에 대한 서비스준비가 전혀 되지 않아 도민들의 불만이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불만은 교통카드를 사용케하여 3.3%의 할인을 적용하는 서비스 개선안을 제시하였는데, 현재의 준비 상황을 보면 빠른 시일내에 전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이에 대한 강력한 정책 집행이 요구된다. 서울시는 오래 전부터 교통카드를 적용하여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수원을 비롯한 경기도는 버스카드 보급률이 미미하다. 수원시의 경우, 서울행 좌석 버스를 제외한 약 70%가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경기도 역시 5천700대의 버스중 약 2천대가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대단하다. 카드 사용으로 인한 할인 혜택은 고사하고 항상 현금을 소지하고 다녀야 하며, 때로는 거스름 돈 때문에 운전사와 시비도 잦아 많은 불편을 자아내고 있다. 카드 사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단말기 보급업체가 경영부실을 이유로 기계를 보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떠한 조건으로 단말기 보급업체와 계약을 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계약업체의 경영난을 이유로 단말기보급이 어려워 카드 사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당한 논리는 아니다. 오히려 업체가 제대로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리거나 또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다시 맺어서라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되는 것이 관련기관들의 의무가 아닌가. 경기도 관계자들은 현재 카드 단말기 보급업체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도 있다고 하는데, 경영부실한 업체에 질질 끌려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지 구체적 내용을 밝혀야 된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간의 카드의 호환 사용체제까지 준비하고 있으며, 이런 시스템은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더구나 앞으로 전자화폐 기능까지 포함된 카드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버스 이용 주민에 대한 편의 제공은 물론 버스업체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하여 교통카드의 전면적 실시는 시급한 과제이다. 업체의 경영 부실을 핑계대지 말고 주민 편에서 카드 전면 사용을 위한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직권면직은 공정하게

공무원 2차 구조조정 방법으로 직권면직을 택하고 9월30일까지 대상자를 선정토록한 경기도의 지시에 따라 시·군 공무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직권면직이라는 시퍼런 칼날 앞에서 불안해 하지 않을 공무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더구나 중앙부처와는 달리 이번 대상자들은 대부분 기능·고용직 등 하위직과 여성들이어서 사태가 여간 심각한게 아니다. 직권면직은 직제와 정원의 개폐·또는 예산 감소 등에 의해 과원이 됐을 때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공무원을 면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지방공무원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사실 행정자치부가 주도하고 전국 지자체에 악역을 떠넘긴 셈이다. 각 지자체에 부서·직종별 감축 지침만 내렸을 뿐 구체적인 대상자 선정은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서, 지방 공무원법상 직권면직은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으로 기준을 획일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 바로 악역은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전국적으로는 3천600여명, 경기도의 경우는 고용직 211명, 기능직 119명, 별정직 41명, 연구지도직 6명 등 377명의 공무원이 이번 직권면직 대상이 되는데 이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한파에 시달려온 공직사회가 더욱 혼란해지게 됐다. 이번 직권 면직이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은 공무원 개개인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일반 기업체라 하더라도 감원은 지극히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관공서가 애당초 적정인원을 채용하지 않고 감원을 일삼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이다. 원래 구조조정 취지는 중간 관리직을 많이 줄여야 하는데 하위직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서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 직권면직 대상자로는 각종 자격증 유무·컴퓨터 사용능력·징계기록·연령·병력(病歷)등을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공무원들은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과연 지자체들이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인 잣대를 마련했는지는 앞으로 지켜 보겠지만 공직자의 반발과 행정소송 등이 야기되지 않도록 부작용 최소화에 주력하기 바란다.

지뢰제거작업, 완벽해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올 추석을 전후해 기공식을 갖게 될 경의선 복원시 가장 난관은 철로주변에 매설된 지뢰제거작업일 것이다. 내달 중순께 경의선 복원공사가 시작되면 남한은 문산∼장단 12㎞ 구간을, 북한은 장단∼봉동 8㎞ 구간을 각각 맡게 되는데 지뢰제거가 가장 큰 관건이다. 우리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의 분쟁지역 중에서도 대인·대전차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곳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현재 남한쪽 복원구간인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장단 12㎞ 약 24만평에는 대전차·대인지뢰 10만여개가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방부는 야전공병부대 2개대대와 특수요원 등 2천여명을 동원해 지뢰제거작업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탐지장비로는 완벽한 제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주한미군측에 첨단 장비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속칭 발목지뢰인 M14 대인지뢰에 대한 탐지·제거가 난관이라고 한다. 이 주변에 매설된 지뢰로 지금까지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국방부가 공식 확인한 92년도부터 97년 8월까지만 해도 44건의 지뢰사고가 발생, 35명이 죽고 43명이 부상했다. 지뢰지역은 사고위험이 높아 군인들도 아예 접근하지 않는데다 최근 몇해동안 경기 북부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상당수의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높아 더욱 우려가 된다. 이러한 위험부담이 있는 지뢰제거작업에는 반드시 지뢰전문가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지금 지뢰제거작업에 참여할 장병들의 가족은 전쟁터에 아들과 남편을 보내는 심경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음을 명심해야 되는 것이다. 경의선 복원을 위하여 지뢰제거 작업에 투입되는 장병들이나 민간인들이 단 한 명이라도 다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특별대책이 있기를 거듭 당부한다.

이 기쁨, 천만가족 모두 누리게

어제 서울과 평양에서 반세기만에 이루어진 이산가족의 상봉은 울음과 눈물바다를 이룬 감동의 만남이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갈라 놓은 남북이산가족의 역사적인 만남의 현장은 생이별의 아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복바쳐 울부짖는 혈육의 몸부림으로 차라리 처절하기만 했다. 서로 부둥켜 안고 말을 잇지 못하며 흐느낀 오열의 재회는 그러나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것이 혈육이며 가족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분단 반세기, 구구절절 단장의 사연을 간직한 이산가족들은 이제 부모·처자·형제와 만나 이별의 아픔과 서러웠던 사연들을 털어놓음으로써 혈연의 정을 다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상봉자는 고작 남북에서 선발된 각각 100명씩으로, 그 감격의 시간도 한순간뿐 사흘 뒤에는 아쉬움만 남긴 채 기약없이 또 남북으로 헤어져야만 한다. 그리운 핏줄을 만나 50년 한맺힌 응어리를 푸는 이산가족의 재회는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남과 북이 서로 감싸고 이념과 체제의 분열을 극복하고 민족통합으로 가려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극소수의 상봉만으로는 이산의 아픔은 치유될 수 없고, 다만 형식적인 이벤트 행사에 그치기 쉽다. 우리가 그동안 본란을 통해 주장해왔듯이 앞으로 이산가족의 만남은 제한없이 확대되어야 한다. 다행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9·10월에도 상봉행사가 계속되고 내년부터는 고향방문도 허용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산가족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사람들만의 고향방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시적이고 무제한적인 상봉이 곳곳에서 이뤄지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은 1세대만 해도 123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가족상봉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사람이 7만6천여명이 넘는다. 이들이 원하는 때 언제나 자유롭게 서신을 교환하거나 왕래 상봉케 함으로써 50여년의 비원을 풀어줘야 한다. 그것이 6·15 남북공동선언의 진정한 의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으로 형성되는 해빙의 기류가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로 이어지고 평화체제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무제한으로 확대해야 함을 재삼 강조해 둔다.

이산가족 면회소 조속 설치를

오늘 오후에는 서울과 평양에서 역사적인 겨레 상봉이 이루어 진다. 지난 85년 이후 15년만에 재개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상봉은 지난 6월 15일 남북정상간의 발표된 공동선언문의 구체적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다른 사항의 실천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과거와는 달리 이산가족들은 항공기를 이용, 사상 처음 합법적으로 서해상의 휴전선을 넘어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여 50년이상 떨어졌던 가족들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산가족의 슬픔은 겨레의 슬픔으로서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우선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의 슬픔은 당사자 이외에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사항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이 연로한 세대이기에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때문에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최우선 과제로 삼기를 남북 양측에 강력히 요구한다. 이산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가족간의 상봉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100여명 수준으로 상봉을 추진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지난 주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장단에게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9∼10월에도 추진할 것으로 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준으로는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수십만명의 가족 상봉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는 방안은 우선적으로 판문점에 면회소를 조속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과 장관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양측이 실무적인 접촉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항만 합의하면 큰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면회소의 조속 설치를 위한 실무자회담이 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면회소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며, 또한 많은 신청자가 면회할 수 있도록 매일 실시되어야 한다. 이산가족을 위한 면회소가 조속 설치되어 한(恨) 많은 이산가족들의 슬픔이 다소나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담화는 남북관계개선에 강한 의지를 발견케 한다. 6·15 공동선언 이전엔 김위원장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없었으므로 잘 알수 없었다. 지난 12일 평양목란관에서 가진 방북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는 평양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김위원장의 생각을 듣는 기회가 됐다. 약 3시간 30분동안에 걸쳐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가며 가진 간담회는 비록 깊이는 있을 수 없었으나 폭넓은 대화의 자리였다. 가히 파탈의 면모를 보인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담화내용은 적극적인 변화의 의욕을 보여주었다. 군부의 반대를 물리친 직항로 이용의 언질, 로동당 강령의 과격 및 전투적 표현의 언급 등은 혁명 1세대 등과의 감각차이를 드러내는데 주저치 않았다. 판문점을 50년도 열강각축의 상징으로 보아 기피하는 성향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과거에 대한 계산(집착)은 그만하여 덮어놓을 것은 덮어놓고 그보다 통일의 대업을 강조한 것은 과거보단 현재, 현재보단 미래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과거의 통일문제는 남북 양측의 정권에 모두 잘못이 있었다는 과감한 지적은 특히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도 대미수교, 대일국교 정상화와 미사일문제에 민족정신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밖에 개성개방, 경의선복원 착공일자 촉구 등 여러분야에 걸친 대남문호의 빗장열기는 종전엔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이같은 변화는 오히려 듣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때문에 대남선동선전용으로 보는 사회 일각의 의구심이 없지 않다. 남조선혁명이라는 절대불변의 기본전략속에 구사하는 무한가변의 전술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것은 어떻든 남북냉전구도의 해빙, 민족화해의 대의명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의심하기보단 그대로 수용, 협력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 민족적 염원의 지상과제인 것이다. 북측은 올 가을에 당대회를 열어 로동당규약을 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조선의 적화통일을 규정한 당규약 전문도 바뀔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되도록이면 이를 개정, 의구심을 없애는 실체적 증후를 보여주면 좋겠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조속한 서울답방 역시 호상간 신뢰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두정상 만남이 반세기가 넘도록 얼룩진 동족간의 불행에 종지부를 찍는 새로운 민족사의 희망이 되기를 거듭 간곡히 기대한다.

위헌심사 대상된 공장총량제

정부의 공장건축총량 규제로 공장을 짓지 못하는 도내 2개 기업이 마침내 행정소송과 함께 위헌법률심판재정신청을 냈다. 이들 기업의 이같은 자구노력은 그동안 경기도가 심각한 공장부지난 완화를 위해 건교부에 공장총량제의 개선을 꾸준히 건의해왔으나 번번히 묵살되자 사법적 심판을 통해 법률적 구제를 받아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며, 총량규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의 고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소송에 대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수도권지역의 과도한 2중적 규제로 기업들이 겪고 있는 부지난과 경제활동 위축에서 오는 경제적 피해는 중앙정부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본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기업들은 공장건축총량규제가 헌법 제37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와 제119조 1항이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규정한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제도라며 이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지역의 공장부지난이 문제된 것은 비록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도내 기업들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공업배치법 등의 엄격한 규제로 새로 부지를 마련하고, 신증설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95년 공장건축총량제 실시 이후엔 이같은 공장부지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부지난으로 공장을 신증축하지 못한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차질로 수출계약을 파기하는 일까지 벌어져 기업의 직접적 손해는 물론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렵게 유치한 외국자본들이 이같은 규제로 투자할 곳을 잃고 다시 국외로 떠나 이래저래 피해가 막심하다. 물론 정부는 총량제가 수도권 과밀억제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지 않는 것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돼야 진정한 지자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진대 수도권지역에 대한 일방적 총량제 차별정책으로는 참된 ‘자치’를 구현할 수 없다. 더욱이 국제화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오히려 입지조건이 유리한 수도권내 유망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고 수도권내 기업의 차별정책을 고수,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면 역내 지자체들의 경제기반이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