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쁨, 천만가족 모두 누리게

어제 서울과 평양에서 반세기만에 이루어진 이산가족의 상봉은 울음과 눈물바다를 이룬 감동의 만남이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갈라 놓은 남북이산가족의 역사적인 만남의 현장은 생이별의 아픔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복바쳐 울부짖는 혈육의 몸부림으로 차라리 처절하기만 했다. 서로 부둥켜 안고 말을 잇지 못하며 흐느낀 오열의 재회는 그러나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것이 혈육이며 가족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분단 반세기, 구구절절 단장의 사연을 간직한 이산가족들은 이제 부모·처자·형제와 만나 이별의 아픔과 서러웠던 사연들을 털어놓음으로써 혈연의 정을 다시 나누고 있다. 그러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상봉자는 고작 남북에서 선발된 각각 100명씩으로, 그 감격의 시간도 한순간뿐 사흘 뒤에는 아쉬움만 남긴 채 기약없이 또 남북으로 헤어져야만 한다.

그리운 핏줄을 만나 50년 한맺힌 응어리를 푸는 이산가족의 재회는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남과 북이 서로 감싸고 이념과 체제의 분열을 극복하고 민족통합으로 가려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극소수의 상봉만으로는 이산의 아픔은 치유될 수 없고, 다만 형식적인 이벤트 행사에 그치기 쉽다.

우리가 그동안 본란을 통해 주장해왔듯이 앞으로 이산가족의 만남은 제한없이 확대되어야 한다. 다행히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 언론사 사장단과의 면담에서 9·10월에도 상봉행사가 계속되고 내년부터는 고향방문도 허용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산가족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사람들만의 고향방문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시적이고 무제한적인 상봉이 곳곳에서 이뤄지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남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은 1세대만 해도 123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가족상봉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사람이 7만6천여명이 넘는다. 이들이 원하는 때 언제나 자유롭게 서신을 교환하거나 왕래 상봉케 함으로써 50여년의 비원을 풀어줘야 한다. 그것이 6·15 남북공동선언의 진정한 의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으로 형성되는 해빙의 기류가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로 이어지고 평화체제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남북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무제한으로 확대해야 함을 재삼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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