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민족을 감동시키고 눈물짓게한 이산가족의 만남이 3박4일의 행사로 오늘 끝난다. 이제 그 감격과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선 집권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내정(內政)에 눈을 돌려야 한다. 모두가 상봉장면에 감격하고 감동해 있는 며칠동안 우리의 정치는 정지된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비롯한 대북정책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이것말고도 과제는 많다. 당장 의약분업이 실시됐다고는 하나 의료계의 재폐업으로 환자들이 큰 고통을 겪는 의료대란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야는 개회중인 임시국회를 가동시킬 생각은 않고 입씨름이나 벌이고 있다. 추경예산안·정부조직법개정안·금융지주회사법안 등 시급한 현안들도 방치한
상태다.
여·야의 상당수 의원들이 외유중에 있고, 시급한 민생현안을 방치할 수 없다며 단독국회 강행의지를 보이던 민주당은 소속 3의원의 출국으로 단독국회가 좌절된 후 최고위원 경선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야당 역시 광복절 기념식을 정부와 별도로 독립기념관에서 가질만큼 여야관계가 소원한 상태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반세기 생이별의 한을 풀고, 혈육의 정은 그 어떤 이념이나 체제도 갈라놓을 수 없음을 깨달으며 민족의 화해 협력이 절실함을 느끼고 있는데도 오히려 우리의 국내 정치는 여·야가 서로 등을 돌린 채 제 갈길만 가고 있다. 이처럼 정치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문제에만 매달려서인지 우리의 경제사정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신임 산자부 장관이 지적했듯이 체감경기가 우려할 정도로 떨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산업경쟁력강화와 투자심리 회복에 정책수단들이 집중돼야 할 시급한 상황이다.
이렇게 정치권의 화합이 절실한데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는 신경을 안쓰고 트집잡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여·야간 화합의 우선적 책임은 여당에 있다. 여당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기능회복에 더 진지한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야당의 요구사항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할 것이며, 야당도 여당의 대화제의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남남갈등’도 해소못하면서 어떻게 ‘남북화해’를 이룰 것인가. 정치권의 각성과 분발을 재삼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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