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자금세탁방지법’을 지난 97년 국회에 상정했었으나 국회의원들의 반발로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는 사실은 지나간 일이라 하더라도 국회를 더욱 불신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무엇인가. 중대범죄로부터 획득한 자금인줄 알면서도 정당화하여 사용하려는 부정행위를 단속하자는 법이 아닌가. 그러한 ‘자금세탁방지법’ 심의를 국회의원들이 반발했다는 것은 부정을 방조하겠다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990년대 한국의 돈세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법돈세탁 규모는 자그마치 연간 54조∼169조1천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69조1천100억원은 국내 총생산(GDP)의 25%에 달하는 것이다. 돈세탁수법도 날로 지능화·첨단화하여 가짜 매출전표를 만들거나 거액을 현금으로 쪼개 거래하는 수법은 이미 고전에 해당한다.
폭력조직의 ‘카드깡’부터 금융기관의 기업비자금 관리대행, 유령회사를 이용한 장부조작에 이어, 최근에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전자카드와 전자화폐를 이용하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돈세탁의 매개체로 이용되는 기관도 예전엔 은행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증권회사, 카지노, 환전소, 보석상 등 비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더욱이 금융개발과 더불어 불법돈세탁이 국제화하는 경향도 날로 확산되고 있는데 뇌물과 알선증·수재, 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
재정경제부가 이번에 재추진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법’은 돈세탁 묵인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5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무산 3년만에 올 가을 정기국회에 다시 상정할 가칭 ‘자금세탁방지법’과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은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이번에도 또 국회의원들이 반발하는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회는 각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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