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국방위원장의 담화는 남북관계개선에 강한 의지를 발견케 한다. 6·15 공동선언 이전엔 김위원장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없었으므로 잘 알수 없었다. 지난 12일 평양목란관에서 가진 방북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는 평양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 김위원장의 생각을 듣는 기회가 됐다.
약 3시간 30분동안에 걸쳐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가며 가진 간담회는 비록 깊이는 있을 수 없었으나 폭넓은 대화의 자리였다. 가히 파탈의 면모를 보인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담화내용은 적극적인 변화의 의욕을 보여주었다. 군부의 반대를 물리친 직항로 이용의 언질, 로동당 강령의 과격 및 전투적 표현의 언급 등은 혁명 1세대 등과의 감각차이를 드러내는데 주저치 않았다. 판문점을 50년도 열강각축의 상징으로 보아
기피하는 성향 또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과거에 대한 계산(집착)은 그만하여 덮어놓을 것은 덮어놓고 그보다 통일의 대업을 강조한 것은 과거보단 현재, 현재보단 미래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과거의 통일문제는 남북 양측의 정권에 모두 잘못이 있었다는 과감한 지적은 특히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도 대미수교, 대일국교 정상화와 미사일문제에 민족정신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이밖에 개성개방, 경의선복원 착공일자 촉구 등 여러분야에 걸친 대남문호의
빗장열기는 종전엔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이같은 변화는 오히려 듣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때문에 대남선동선전용으로 보는 사회 일각의 의구심이 없지 않다. 남조선혁명이라는 절대불변의 기본전략속에 구사하는 무한가변의 전술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것은 어떻든 남북냉전구도의 해빙, 민족화해의 대의명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의심하기보단 그대로 수용, 협력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 민족적
염원의 지상과제인 것이다.
북측은 올 가을에 당대회를 열어 로동당규약을 개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조선의 적화통일을 규정한 당규약 전문도 바뀔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되도록이면 이를 개정, 의구심을 없애는 실체적 증후를 보여주면 좋겠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조속한 서울답방 역시 호상간 신뢰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두정상 만남이 반세기가 넘도록 얼룩진 동족간의 불행에 종지부를 찍는 새로운 민족사의 희망이 되기를 거듭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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