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과 더불어 사치풍조가 되살아나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IMF와 같은 위기체제가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름철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휴가인파로 김포공항은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비행기표는 이미 8월말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예년과 달리 초중고생들의 해외 여행이 어학연수라는 이름으로 봇물을 이루고 있으며, 일부 어학연수 알선업체는 이미 겨울방학 프로그램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하며, 학부모들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자녀들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관세청이 집계한 상반기 수출·입 실적을 보면 지난 해에 비하여 사치성 소비재의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외제승용차의 경우, 무려 143%가 증가했으며, 의류는 100%, 가전제품은 80%, 담배는 78%가 늘었다. 골프채 수입도 55% 증가되었으며, 압류된 골프채가 2만3천여개에 달하며, 400달러 이상의 고가양주 적발 건수가 무려 10배나 증가했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아직도 어려운 경제 환경에 놓여 있다. IMF 체제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IMF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 가장들이 아직도 길거리를 헤매고 있으며, 서울역 지하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는 수만명의 노숙자들이 하루의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극심한 자금 유동성에 시달려 부도를 내는가 하면, 아직도 1백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는데, 강남 일대의 룸살롱은 예약이 없으면 갈수도 없다고 하니 이 얼마나 왜곡된 사회구조인가. 이런 사치풍조가 상류층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데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IMF 체제 이후 양극화된 경제구조는 오히려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으며,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상류층들이 국가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않고 개인의 향락과 부귀영화만을 추구한다면 과연 이 사회는 발전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 IMF의 쓰라린 경험을 되살려야 된다. 건전한 소비문화가 정착되지 못하고 무분별한 사치풍조가 만연된다면 우리는 제2, 제3의 IMF 관리체제가 다시 올수 있음을 명심해야 된다. 새삼 사치풍조의 만연을 경계하고자 한다.
사설
경기일보
2000-07-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