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지정 청원 수용을

환경파괴, 난(亂)개발로 전국이 떠들썩한데 모처럼 그린벨트 해제가 아닌 지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시민과 환경단체에 의하여 제기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도내 용인의 서북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택지지구에 포함되어 사라질 위기에 있는 대지산 일대를 살리기 위해 엊그제 용인 시청과 건교부를 방문, 이 일대를 그린벨트 지역으로 공식 지정해 줄 것을 청원했다.

그린벨트에 관한 한 지금까지 주민의 청원은 수 없이 많았으나, 대부분 생활불편, 재산가치 하락, 불평등한 규제 등의 이유로 해제를 요구한 내용이다. 관계부서에 청원뿐만아니라 물리력을 이용한 시위까지 벌여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권력 동원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주민과 환경단체가 환경파괴를 염려하여 그린벨트로 지정해 달라고 청원한 것은 71년 그린벨트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있는 사례이니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용인지역은 현재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난(亂)개발 지역이다. 이번 청원을 한 지역은 용인시 죽전지구로 대지산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청원 대상 토지가 약 31만평으로 이미 2년전 토지개발공사가 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곳이다. 시민과 환경단체는 이 지역이 예정대로 개발될 경우, 임야는 60% 이상이, 지구 면적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농지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비록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더라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산과 숲을 지켜야겠다는 것이다.

주민 청원에 대해 건교부는 대상지역이 그린벨트 지정 요건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반대입장을 밝혔으며, 토지공사는 이미 일부 토지는 건설업체에 분양됐기 때문에 역시 그린벨트 지정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토지공사는 이 지역을 싼값에 사들여 업자들에게 비싼 가격으로 분양하여 상당한 이익을 볼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건교부와 토지공사는 형식논리에 의거 주민의 청원을 이유없는 것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오직하면 시민들이 자신들의 재산권을 제한 받으면서까지 환경을 지키겠다고 하겠는가. 국토 보존에 심혈을 기울여야 될 정부가 오히려 훼손에 앞장서서는 안된다. 대지산을 살리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난(亂)개발, 환경파괴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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