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국제연극제에 바란다

오는 29일부터 8월6일까지 9일간 일정으로 수원에서 제4회 ‘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다. 그러나 행사내용을 홍보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포스터 한장, 플래카드 한장 거리에 없어 시민들은 ‘화성’국제연극제가 도대체 어디에서 며칠간 열리는 것인지를 모른다.

국비·도비·수원시비까지 합쳐 2억4천여만의 공연비를 지원받은 국제적인 행사가 이렇게 홍보가 안돼있다면 곤란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화성’국제연극제는 지난 1996년 8월 ‘수원성 축성 2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시작된 이래 매년 실시해온 연극축제다. 그동안 일부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연극예술 활성화에 기여해 온 점은 누구나 인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행사 준비상황을 보면 우려되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자연·城·인간’을 주제로 한다는 이 연극제에 미국 일본 스웨덴 독일 캐나다 러시아 영국 오스트리아 등 8개국의 외국공연단체와 국내 35개국이 참가할 예정이지만 ‘과연 국제적인가’‘통역은 완벽한가’ 등에 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29일의 개막식만 해도 그렇다. ‘한국적’이거나 ‘연극적’, 아니면 ‘수원적’인 성격은 없고 어느 행사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초청가수 공연은 너무 성의가 없다. 만일 가수를 앞세워 연극관람객을 동원하려는 발상이라면 스스로 연극인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것이다. 또 국내작의 경우 한국을 대표할만한 작품인가, 지역단체 참여라는 명분하에 참여한 단체나 학교의 수준은 어떠한가 등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을 주최측에선 소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연극예술과 지역발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프게 비판하고 성의껏 건의하는 것이다.

제2회 때인 1998년 여름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개막했다가 홍수로 인해 무대가 떠내려가 수원야외음악당으로 장소를 옮겨 공연했었는데, 올 행사 때 공연중 계속되는 만일의 장마에 대책을 세웠는지도 궁금하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하고 첫술에 절대로 배부르지 않는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華城)의 문화적·역사적·교육적인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수원을 21세기 세계속의 문화예술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2000 수원 ‘화성’국제연극제가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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