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는 5㎝ 남짓하다. 옆으로는 납작한 편이다. 꼬리 자루는 가늘다. 푸른 형광빛 가시가 매력적이다. 눈망울도 둥글고 귀엽다. 한국, 일본에서 서식 중인 민물고기인 잔가시고기의 이력서다. 더 들어가 보자. 수컷이 암컷보다 몸이 더 높다. 주둥이는 끝이 날카롭다. 그 끝에 입이 비스듬하게 위를 향해 열린다. 옆구리에서 온몸에 걸쳐 작은 비늘 판이 있다. 뒷지느러미 앞에 있는 가시는 강하고 배지느러미에도 가시가 있다. 가시가 유난히 작고 섬세하다. 이 가시는 위협이 가해질 때나 영역을 두고 싸울 때 펼쳐진다. 몸의 빛깔은 회녹색으로 불규칙한 암녹색 세로줄과 가로반점이 있다. 아가미막은 검다. 수컷의 등 쪽은 회황록색이나 암컷은 암녹색 무늬가 섞여 있다. 어떤 곳에서 살까. 하천 중류의 물의 흐름이 약하고 풀이 많은 곳이다. 먹이는 작은 수생곤충들이다. 먹이활동은 잦고 예민하다. 깔따구 애벌레 같은 생먹이를 주로 잡아먹는다. 이 녀석들의 가치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각별하다. 하천 생태계에서 작은 포식자로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해서다. 수생식물과 공생하며 서식지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종 역할도 담당한다. 최근 이 녀석들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일본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져서다. 이유가 궁금하다. 환경 당국에 따르면 일본에선 하천의 콘크리트화, 서식지 파괴, 수질 오염 등으로 멸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위태롭다. 2018~2020년 이뤄진 동해안과 낙동강 일원 193곳에서 고작 39곳에서만 발견됐다. 2007~2017년과 비교하면 서식지가 42.6% 감소했다. 배스 같은 외래종 유입, 하천 공사, 가뭄, 수질 오염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천 정비공사를 최소화하고 수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자연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된다. 서식지 복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까닭이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소매업의 강자는 전통적인 대형 유통업체들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시스템과 혁신적인 물류 네트워크로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 방식을 도입해 기존 제조사들이 수십년간 구축해 온 경쟁력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이처럼 정보기술의 발전은 기업의 성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데이터 분석과 기술 활용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기업 운영의 중심이 되면서 경영자는 단순한 의사결정자가 아닌 ‘디지털 혁신의 리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요구되는 경영자의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첫째, 정보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력이다. 디지털 시대의 경영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 운영과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단순히 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내연기관 차량의 기술력을 쌓는 동안 테슬라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었다. 경영자는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기업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또 조직 내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인재와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이다. 디지털 시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방대한 데이터의 실시간 생성, 분석 그리고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이제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 최적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빠른 배송을 동시에 실현했다. 이처럼 데이터 활용 능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 경영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빠르게 감지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업 역량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조직 구조와 업무 수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내부 자원을 활용한 독립적인 경영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모든 업무와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최고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함으로써 아이폰을 탄생시켰다. 경영자는 조직 내부의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외부 파트너,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영자가 새로운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의 민첩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네트워크 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기업은 대변혁의 시대에서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자세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함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이색적인 협업을 시도하거나 공간과 콘텐츠에 ‘음식 이야기’를 입힌다. 음식에 이야기를 더한 체험은 오래전부터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스토리 다이닝(Story Dining)’은 이야기(Story)와 식사(Dining)의 합성어로 음식뿐 아니라 공간, 분위기, 그 안에 담긴 정서와 경험까지 아우르는 감성적 콘텐츠다. 매년 4월 미국 조지아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다. 이 대회에는 독특한 전통이 하나 있는데 바로 ‘챔피언스 디너(Champions Dinner)’다. 전년도 우승자가 역대 챔피언을 초청해 마련하는 이 식사는 단순한 만찬이 아닌 챔피언의 기억과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메뉴로 구성된다. 오직 마스터스 우승자들과 가족만이 초대받는 영예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챔피언스 디너는 1952년 전설적인 선수 벤 호건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마스터스 대회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대회 개막 이틀 전 디너 메뉴는 자연스럽게 취재의 관심이 쏠리는 뉴스거리가 되며 음식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지난해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는 고향 텍사스를 대표하는 바비큐 립과 크림 콘을 내놓았다. 여기에 아버지가 만들어주던 미트볼과 라비올리를 더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2년 전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텍사스의 맛을 살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음식은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매개체가 됐고 따뜻한 이벤트 테이블을 완성했다. 고급 스포츠 이벤트에서 음식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VIP 이벤트에서의 메뉴는 단순한 접대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감도와 메시지를 전하는 핵심이다. 특히 마스터스처럼 전통과 명예가 중시되는 자리에서 챔피언의 지역, 환경, 가족 이야기까지 반영한 맞춤형 메뉴는 디너 자체를 하나의 강력한 이야기로 만든다. 올해는 아일랜드의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하면서 내년 챔피언스 디너 메뉴에 벌써 관심이 쏠린다. 그는 언젠가 우승하면 어머니가 해주던 아일랜드식 스튜를 꼭 메뉴에 포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챔피언스 디너는 선수 개인의 문화, 기억, 가족의 온기를 담아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음식은 국경을 넘어 정체성과 진심을 전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는 일본식 된장소스를 곁들인 은대구살 구이와 미야자키산 최상급 와규 등심구이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의 디너는 전통과 지역성을 함께 담아내며 일본인의 자긍심을 고스란히 전했다. K-푸드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한식이 주목받는 지금 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에 한식이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고 믿는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임성재 선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념갈비’를 내놓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의 정서와 집밥의 따뜻함을 담은 메뉴가 그 식탁에 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한식 역시 계절과 삶, 정서가 깃든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외식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단순한 요리 이상의 감동이 필요하다. 이야기가 담긴 음식은 스마트폰에 저장되고 입소문을 타며 반복해서 이야기되는 힘을 지닌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다. 결국 음식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기억되고 이야기되고 사람과 문화를 잇는 문화적 언어다. 오늘 우리 식탁 위의 한 그릇에도 나만의 이야기를 담아보자.
지난 10일은 ‘경기학회’가 10돌을 맞이한 날이었다. 경기학회는 2015년 4월10일 경기지역학을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경기도의 정체성과 경기지역사회의 현재 및 미래를 통합 학문 관점에서 연구해 경기학을 정립하고 지역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창립됐다. 창립 취지에 따라 경기학회는 경기학을 정립하기 위해 경기지역학을 연구한다. 경기도라는 지역을 대상으로 역사, 문화, 사회, 정치,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기존의 향토학 혹은 지방학이라는 용어와 달리 확장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역학은 행정구역에 따라 연구 대상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역사·문화적으로 공유되거나 인접한 지역을 유연하게 접목시키며 다양한 관점과 방법을 통해 접근한다. 그래서 지역학은 지역의 물리·지리적 공간뿐 아니라 그 공간을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지역 정체성, 지역민의 자긍심,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지역 공동체, 지역 자원의 보존 및 활용 등을 연구함으로써 지역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다. 경기학회가 경기지역학을 표방하는 것은 경기도를 이루는 행정단위로서 31개 시·군의 경계를 넘어 경기지역의 고유한 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며 나아가 이를 활용함으로써 경기지역의 발전과 함께 경기지역민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가꿔 나가기 위함이다. 동시에 지방자치단체로서 31개 시·군의 고유한 지역학이 시·군별로 정립될 수 있도록 학문적 노력을 함께함과 동시에 행정단위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경기지역학 연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창립 이후 10년의 시간 속에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논했으며 대학, 연구소, 기관 및 단체 등에 소속된 회원들의 자유로운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 왔다. 지역학이 단지 과거 자료에 기반한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공간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만들어가는 초석을 놓는다는 점에서 경기지역학 연구 플랫폼으로서 경기학회의 새로운 10년은 경기도뿐 아니라 31개 시·군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한 축이 됨과 함께 글로컬 시대를 선도하는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동력이 되고자 한다. 창립 20주년인 2035년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지역학 연구자들이 모이는 연구 플랫폼으로서 경기학회가 되길 기대한다.
자작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다. 겨울에 불쏘시개로 자작나무 껍질을 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자작나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 껍질이 흰색인 것은 추운 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지방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공해에 약해 가로수로는 곤란하며 흰색의 수피가 아름다워 조경이나 정원수로 애용되는 식물이다. 자작나무 껍질은 좀처럼 썩지 않는다고 한다. 또 요즘에는 자작나무에서 감미료를 추출해 껌을 만든 제품도 나와 있다. 약용, 식용, 가구재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대표적인 양지식물로 내한성이 강하고 생육이 빠르나 따뜻한 곳에서는 성장이 좋지 않다. 반사열을 싫어하므로 뿌리 주변에 지피식물을 심어 보호해야 한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 봄은 나의 첫사랑 솟아오르는 따스한 마음 봄을 맞이하는 기쁨이 샘솟고 사계절의 첫 소식 전하는 봄이여 겨우내 잠자고 있던 우주를 두드리는 소리여 앞뜰의 산수유 여릿여릿 살포시 내민 꽃망울 내일이면 노란 꽃물 들겠다 사랑도 희망도 마음도 봄꽃처럼 피어난다 인생 희망을 일깨우는 아, 봄은 나의 첫사랑 김경숙 시인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마을’ 동인
연천군의 재정자립도는 경기도 30위다. 14.5%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성남시 62.2%, 화성시 58.6%다. 경기도 평균 61.6%다. 연천군은 수도권이 아니다. 경제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접경지역에 따른 각종 규제가 있다. 먹고살 산업이 들어서기 어렵다. 그나마 주민의 희망이 관광이다. 군사유적지, 접경지 환경 등이 소재다. 그중 하나가 백마고지역이다. 철도중단점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조차 군민에게는 자산이다. 관광 산업은 외지인이 방문해야 산다. 교통망이 필요하고 철도가 핵심이다. 백마고지역을 오가는 열차가 있다. 이게 2019년 4월 중단됐다. 경원선 전철 연장 공사 공정 단축이 이유였다. 코레일은 추후 운행 재개를 약속했다. 그 뒤 셔틀버스가 대체 운행되고 있다. 인접한 철원군도 같은 사정이다. 연천·철원군이 지난해 운행 재개를 공지했다. ‘이르면 2025년 8월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기대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코레일이 들고나온 운영비 부담 조치다. 44억원을 연천군과 철원군에 부담시켰다.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내야 할 돈이다. ‘전철이 개통되면 재개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운영비 부담이 등장했다. 이 조건에 부딪혀 철로 개·보수 공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열차 개조에 2~3개월, 선로 수선에 수개월이 소요된다. 8월은 물론 연말 개통도 불가능해졌다. 코레일 주장대로면 아예 폐선될 수도 있다. 연천군에는 그런 돈이 없다. 재정자립도 14.5%다. 가용 재원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여기서 어떻게 매년 20억~30억원을 떼어 내나. 당초 약속도 아니었다. 버젓이 운행되던 노선이다. 전철 공사를 위해 중단된 상태다. 그때만 해도 운영비 부담 얘기는 없었던 듯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코레일이 들고나왔다. 아마 수지타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철로 개·보수에만 128억원이 든다고 한다. 투입되는 예산 부담이 큰 모양이다. 그 손실 보전의 수단인 것 같은데. 연천군 입장이 안타깝다. “2019년 (백마고지역) 통근 열차 운행 중단 때 전철이 개통되면 운행을 재개한다고 했었다.”, “(계획에 없던) 막대한 비용을 떠맡을 수 없다.”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는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연천·철원군에 부담이 너무나 크다. 일방적으로 결정된 절차적 부당성도 있다. 타 지자체에서 같은 선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달리고 싶은 철마’가 연천의 관광이었는데, 그 철도가 또 멈춰서게 될 판이다. 연천군과 경기도, 경기도와 코레일 등 다양한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한덕수 대행이 주재한 경제안보전략TF 회의가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비하는 회의였다. 이 자리에서 한 대행이 던진 몇 가지 발언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인도 3개국과 즉각 협상을 지시한 것 같다”고 했다. 또 “하루이틀 사이에 액화천연가스와 관련해 화상회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도 했다. “조선·LNG·무역균형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찌 보면 대미 통상 협상의 기본을 정리한 수준의 발언이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준 안정감은 적지 않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대미 외교는 실종됐었다. 캐나다, 멕시코, EU는 싸우고 있었다. 우리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협상도 아니고 대결도 아닌 상태였다. 이런 불안에 가닥을 잡아준 한 대행의 ‘길 안내’다. 트럼프 정부의 향후 계획을 예상했다. 중점을 둬야 할 품목을 지목했다. 그 뒤 일정은 그의 말처럼 진행 중이다. 앞서 트럼프와 통화한 일부 내용이 공개됐었다. 영어 실력에 트럼프가 ‘뷰티풀’이라며 호평했다는 얘기,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것이냐고 물었다’는 얘기 등이 전해졌다. 다분히 한 대행의 몸값을 정치적으로 환산하는 듯한 에피소드였다. 경제통이면서 미국통이라는 평가 역시 정치적인 가치에 방점이 찍혔다. 14일 전략회의는 이런 정치적 해석과는 사뭇 달랐다. 트럼프 압박에 대응할 실질적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한 대행은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했다. 1차로 8명의 후보군이 추려졌다. 그 속에 한 대행은 없다. 그럼에도 한덕수 카드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선거 막판 극적인 영입의 시나리오도 나돈다. 민주당의 한덕수 때리기도 계속되고 있다. 친야 성향 언론도 연일 그를 깎아내리고 있다. 정파가 하나 돼 싸워도 버거울 판국이다. ‘한 대행 대망론’이 이런 시대적 대오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 모습이 나라에 무슨 이익이 될까 싶다.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조원씨앤아이)가 있다. 한 대행이 29.6%로 김문수 전 장관(21.5%)을 앞섰다. 보수층의 선택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여론조사(NBS)도 있다. 66%가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바람직하다’는 24%였다. 보수층 여론 다르고 전체 여론 다르다. 불확실성이다. 여기에 정치인 한덕수에 대한 검증도 미지수다. 역시 불확실한 미래다. 이런 상태이기 때문에 논해 보려는 ‘한덕수 활용법’이다. 한 대행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일본이 어제부터 미국과 협상을 시작했다. 한국은 그 다음 순서로 매겨져 있다. 곧 누군가 나서 담판해야 한다. 대선 전 타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대선까지 질질 끌 수 있어야 한다. 타협이든 지연이든 만만치 않은 능력이다. 한 대행이 갖고 있는 특출한 능력이 이것이다.
개구쟁이 시절부터 유난히 뜀박질을 좋아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랬다. 고교에 진학해선 지역 대표 육상선수로 전국 단위 대회에 나갔다. 운동장에서 트랙을 힘차게 내디딜 때마다 관중의 환호가 쏟아졌다. 이들의 박수가 있었기에 늠름하게 달릴 수 있었다. 마침내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금의환향했다. 부모와 형제는 물론이고 이웃들도 자랑스러워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가 됐다. 전쟁의 포연이 지구촌을 엄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의 조국도 휘말렸다. 육상선수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국방의 의무가 다가왔다. 육군항공대 장교로 참전해 폭격기의 폭격수 역할을 맡았다. 구조 임무 수행 중 바다로 추락해 40여일간 표류했다. 실종 당시 대통령이 조문을 보냈다. 이후 마셜제도에 상륙해 포로로 잡혔다. 그의 순연은 여기까지였다. 미국의 육상선수 루이 잠페리니의 역정이다. 포로로 잡혔지만 수용소에서도 뛰는 연습은 계속됐다. 일본군의 엄중한 감시가 뒤따랐다. 고문도 당했다. 이 대목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갇혀 있던 포로수용소의 수장이 장교가 아니라 병사였다. 전쟁이 끝난 뒤 알려졌지만 말이다. 미군 장교를 일본군 병사가 통제했던 셈이다. 비상식적인 처사였다. 종전 후 인생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다행스럽게도 살아남아 미국으로 돌아 왔다. 종전 이후에는 용서에 대한 신념을 펼치면서 기독교 복음주의자로 변신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당시 성화 봉송 주자로 일본도 방문했다. 40여년 만이었다. 이후 폐렴으로 로스앤젤레스의 자택에서 세상을 떴다. 2014년 4월18일이었다. 사후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언브로큰’이 개봉됐다. 20세기 전반부를 살았던 육상선수가 겪었던 삶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에둘러 보여 주고 있다. 특히 포로수용소에서 일본의 불합리한 행태가 눈에 거슬린다. 전쟁은 인류의 민낯을 드러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