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은 광장정치에서 협치정치로 전환해야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따라서 국회는 여야정당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돼 더불어민주당은 명실공히 제1당, 국민의힘은 제2당이 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이끌고 있으나 사실상 국회가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됐다. 그동안 국회는 여소야대로 극단적인 정치판이 됐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절대과반수 의석을 가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가 독점 운영됨으로써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야당에 의해 탄핵과 입법 폭주가 남발되고, 야당이 통과시킨 상당수 법안은 여당과 정부에 의해 번번이 거부권이 행사되는 등 여야 간 사사건건 갈등 속에 파행 운영됐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정당은 국회보다는 광장정치에 몰두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지지자들과 더불어 한남동 대통령관저 등에서 개최된 시위에 앞장서서 참가해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했는가 하면 헌재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탄핵반대 지지자들의 열기가 고조되자 이에 맞서기 위해 당 차원의 당원 동원령을 내렸는가 하면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국회의원들이 앞장서 도보행진까지 했다. 심지어 광화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리기도 했다. 이러한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하에서도 이번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 후 탄핵찬반 시위자들 사이에 우려했던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 때문이다. 경찰은 선고 당일 갑호비상령까지 내렸지만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한국 민주정치가 상당 수준 성숙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헌재의 선고문에서도 재판관들은 정치권에 대해 협치정치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즉, 선고문에서 “국회는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 그리고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했다”고 꾸짖은 것을 정치권, 특히 국회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제 국회는 광장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당파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의 공동체 이익을 위해 상호 양보와 타협에 의한 협치정치를 해야 한다. 국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부합하는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지지대]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

산기슭에서 잘 자랐다. 열매도 달렸다. 도토리라고도 불렀다. 깍정이 겉면 비늘 조각은 뒤로 젖혀졌다. 떨어진 걸 주워 가루를 내 떡이나 묵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상수리나무 이력서다. 더 들여다보자. 키는 15~20m다. 웃자라면 그랬다. 가을에는 단풍도 들었다. 꽃은 매년 이맘때 피었다. 수꽃은 10㎝ 이삭이 작은 꽃들을 붙이고 밑으로 늘어졌다. 암꽃은 매우 작고 빨갛게 보이는 작은 꽃을 붙인 꽃차례가 곧게 선다. 성장은 빨랐다. 심은 뒤 10년 정도 지나면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무를 베어 내도 그루터기부터 계속 자라 다시 여러 해가 지난 뒤에는 생육 상태를 회복했다. 재질은 다른 참나무속 나무처럼 딱딱하고 건축재나 기구재, 차량, 선박에 사용되고 땔나무로도 쓰였다. 갑자기 금이 가고 쪼개지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울타리 만드는 목재로 전락했다. 낙엽도 쓰임새가 있었다. 작물의 비료에 쓰였다. 껍질은 염료로도 이용됐다. 가장 중요한 건 온실가스(탄소) 흡수량이 나무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이다. 최근 상수리나무 465그루를 심어야 국민 1명이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나무 중 탄소흡수량이 많은 10종을 선정해 2023년부터 연평균 탄소흡수량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연간 탄소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탄소를 연평균 30.12㎏ 흡수했다. 이는 공단이 탄소흡수량을 조사한 나무 84종의 평균(7.37㎏)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상수리나무 다음으로는 물박달나무(21.51㎏), 소나무(20.07㎏), 졸참나무(20.04㎏), 들메나무(19.01㎏) 등이 연평균 탄소흡수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덕꾸러기라도 꾸준히 심어야 하는 까닭은 명쾌하다. 찰스 다윈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이다.”

[이슈&경제] 탄핵과 조기대선 그리고 부동산

111일간 이어진 탄핵 레이스는 8 대 0 전원일치 탄핵 인용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60일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책에 민감한 부동산시장 입장에서 정권이 바뀌는 대선이라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등장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한 조기 대선 이후 집값이 급등했던 학습효과가 있어 이번에도 조기 대선 결과가 나오면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다르다. 상승기 구간에서 발생했던 그때의 탄핵과 달리 조정기 구간에서 발생한 이번 조기 대선은 불확실성이 제거되더라도 큰 폭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은 다주택자 규제와 저성장과 불경기로 인한 똘똘한 한 채 현상 때문이지 부동산시장 흐름이 상승기여서 오른 것이 아니다.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서울 강남 집값이 이상 급등을 하면서 계엄과 탄핵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녹은 상태이고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으로 이미 숨 고르기 보합세로 접어든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대선까지는 정중동 보합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기 대선 이후에는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따라 부동산시장은 요동칠 수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조용하게 지나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 둬야 하니까. 국민의힘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여당과 야당의 대립 구도 속에서 입법 지원을 받기 어려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처럼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를 통해 시장을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아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보다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먼저 정리를 해보면 취득세 중과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될 것 같다,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 폐기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도 브레이크가 걸리며 전국 개발사업을 대규모 조정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확대하고 전세 갱신 10년을 추진하며 국토보유세도 추가될 것이다. 예전 공약이나 추진하려던 정책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행정권과 입법권의 절대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만큼 막대한 책임이 따른다. 누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기에 야당 시절 쉽게 반대하고 쉽게 내지르던 말의 무게를 강하게 느낄 것이기에 시장이 우려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취득세 중과는 이미 지금도 유지되고 있고 서울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하고 있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민주당의 공약사항이기도 했기에 중단할 수는 없다. 전세 갱신 10년은 이미 이재명 대표 입으로 안 한다고 한 정책인데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추진할 만큼의 명분은 없다. 반시장적인 정책을 밀어붙일수록 절대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질 수밖에 없어 절대 일방적인 도주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이념보다는 눈치가 빠르고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이 대표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 공시가격 현실화는 다시 추진할 것이고 강남 집값이 다시 폭등하면서 과열되면 종합부동산세는 더 강화하겠지만 시장이 안정을 찾는다면 굳이 선제 규제를 해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남발의 부작용을 몸소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며 공급 확대 정책은 더하면 더했지 중단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양극화 문제는 현실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해결하기는 어렵다. 부자 감세 논란을 무릅쓰고 다주택자 규제를 폐지할 수 있겠는가.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출산율을 올리면서 지방의 인구와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정책을 하겠는가. 결국 정권이 바뀌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정책은 시장이 만드는 것이기에 시장이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으면 급격한 부동산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천자춘추] 농업에도 필요한 희망퇴직·세대교체

농업에도 ‘희망퇴직’과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오랜 경력을 쌓아온 직원들이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희망퇴직을 선택하고 그 자리를 신규 채용된 인재들이 이어받는다. 이를 통해 기업은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갈 수 있다. 농업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선순환이 필요한 산업이다. 현재 농업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세대교체다. 농업인 평균 연령이 68세를 넘어서고 10년 후에는 농사를 지을 사람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농업에 뛰어들고 싶어도 농지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다. 농업에도 희망퇴직 개념을 도입해 고령 농업인에게 안정적인 은퇴를 보장하고 신규 진입하는 농업인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다. 많은 농업인이 연로함에도 불구하고 농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사를 그만두면 안정적인 소득이 사라지고 땅을 팔더라도 이후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불금을 받으면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는 최근 10년 이상 농업 경영을 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 만 84세 이하의 농업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청년농업인 등에게 양도하고 은퇴하는 경우 1ha 기준 최대 10년간 매월 최대 50만원의 직불금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보조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일시지급 방식을 도입해 가입자의 경제 상황에 따라 보조금 지급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매도조건부 임대로 선택할 경우 직불금과 더불어 농지연금과 임차료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또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로 이전된 농지는 ‘맞춤형농지지원사업’을 통해 창업과 성장을 꿈꾸는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성장하는 미래 세대에게 저렴하게 우량 농지를 제공해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게 하고 더 나아가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사업’을 통해 스마트팜 시설이 설치된 농지를 장기간 임대해 시설에 큰 비용을 투자하기 어려운 농업인을 지원한다. 땅을 물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농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농지이양 은퇴직불제도는 농업의 미래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다. 농지은행 사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은퇴와 청년 농업인의 진입장벽 완화, 농업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등 농업인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농지 거래를 넘어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다.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땅을 맡길 때다.

[아침을 열면서] ‘민들레 홀씨’는 없다

이게 뭐임? 갸웃거림이 많을까, 다 지난 얘기라는 웃음이 나올까. ‘민들레 홀씨’는 무슨 관용구처럼 쓰였던 표현. 그런데 정작 민들레 홀씨란 없다. 민들레는 홀씨식물이 아닌 까닭이다. 그럼에도 ‘민들레 홀씨’가 여전히 많은 것은 단어며 명칭에 대한 돌아보기가 부족한 탓이다. 아니면 동그랗게 멀리 날아가는 민들레 꽃씨 모습을 ‘홀’로 표현해야 더 시적 은유 같고 사랑스럽기 때문일까. 하지만 홀씨는 일반적 씨앗이 아니다. ‘단세포로 발아해서 새로운 개체를 형성’하는 식물의 무성생식세포. 홀씨는 민꽃식물인 양치식물, 이끼류, 곰팡이류 등에 있다. 확 닿지 않는 양치식물은 ‘꽃이나 씨앗을 만들지 않는 관다발의 일종’이니 고사리 같은 식물이다. 이렇게 조금만 살펴봐도 무의식적으로 쓴 ‘민들레 홀씨’가 좀 면구스러워진다. 안 맞는 표현에 대한 반성적 지적이 나온 지도 한참 지났건만 ‘민들레 홀씨’가 도처에서 여전히 피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가수 박미경이 ‘민들레 홀씨’와 관련된 사과를 한 적이 있다. ‘민들레 홀씨되어’(1985년 MBC강변가요제 장려상) 유행으로 잘못 고착된 표현에 대한 가수의 책임감에서다. 그럼에도 이후 기사나 시 같은 전문인의 글에서조차 ‘민들레 홀씨’가 간간이 등장한다. 간판이며 상호에 나붙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을 정도다. 그렇게 쓰는 이들은 틀린 줄 알면서도 안 고치는 것인지, 아니면 그게 뭐 대수냐고 웃어넘기는 것인지. 오히려 지적을 하는 쪽이 좀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부끄러움은 왜 저지른 사람보다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몫이냐는 세간의 탄식처럼. 일찍 굳어 버린 표현을 고쳐 쓰기란 어려울 수 있다. 평소의 말이나 글을 정확하게 쓰려면 스스로 그것을 찾아야 한다. 그만큼 우리가 매일 쓰고 읽는 글에서도 의외로 많이 발생하는 오류 표현이 있다. 애초에 잘못 알려진 단어들의 이식도 문제다. 전에 잘못 쓴 말 앞에 화끈한 적이 있었는데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로 쓴 기억 때문이다. 잘못 알려진 것도 모르고 여러 글에서 본 이름(나무이름표에도 한동안 후박나무로 있었음)을 그대로 썼던 것이다. 지금은 돌아보기 습관화로 익숙한 단어도 다시 확인, 오류를 줄이려고 애쓴다. 언중(言衆)의 쓰기에 따라 의미 변화나 확장이 일어난 최신 버전 단어가 많아져 확인이 늘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여느 존재의 이름 불러주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안도현 시인의 다정한 반성처럼.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얼마나 서운했을까요?//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애기똥풀) 한때 ‘이름 모를 새, 꽃, 벌레’ 등을 마구 쓴 시인들은 이 시에 죽비를 맞았다. 미물이라도 이름 제대로 불러주는 일이 말의 바른 쓰임이고 쓰는 자의 소임이다. 이번에 파면 선고를 보며 문장이 참 명료하다 끄덕였다. 단어나 문장이 정확하면 뜻은 자연스레 명징해지는 법. 틀림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고 소소한 이름이라도 명확히 쓸 때 말도 글도 아름다워진다. 민들레 홀씨는 민들레 꽃씨라 불러주듯.

[경기만평] 총대를 제대로...

[사설] 트럼프의 무역 협박, 시위대 성조기가 불편하다

자동차의 경우만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 “미국 자동차는 일본(한국)에서는 매우 조금만 판다.” 그 이유를 ‘비금전적 무역제한’이라고 지목했다. 25%의 관세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실제로 한국 내에서 미국차의 점유율은 낮다. 2024년 기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는 83%, 수입차는 17%였다. 초유의 관세 폭탄을 던진 트럼프의 이유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지적에 어이 없어 한다. 시장 점유율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만드는 영역이다. 미국산 자동차가 시장에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가격이다. 한국, 일본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증명된 미국산 자동차의 한계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자국 자동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트집 잡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을 관세로 뒤집어엎겠다는 거다. 국가에는 무역수지 악화다. 젊은 세대에게는 일자리 강탈이다. 이런 무역 횡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화와 설득을 통해 조정 국면을 만들어야 하나. 가능하다면 가장 옳은 대응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25% 관세가 현실로 공표됐다. 일본(24%), 유럽(20%)보다도 가혹하다. 원칙적이고 외교적인 체면만 따지고 있을 시점이 지났다. 각국에서는 반(反)트럼프 바람이 불고 있다. 해당 국민들이 지지한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무역, 방위 압박을 받는 나라의 지도자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산품장려운동, 보복 관세 부여, 국민 선동, 핵 무장 공언 등이 무기다. 이들의 1~3월 여론조사 추이가 보도됐다. 국민 지지율이 7~18% 치솟았다. 반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지율이 추락했다. 트럼프 정책에 순응하거나 대항하지 못한 지도자들이다. 트럼프에 맞선 지도자와 굽힌 지도자의 극명한 대비다. 이 분석에 특별한 과학은 필요 없다. 일자리, 먹거리를 지키겠다는 각국 국민의 의지다. 우리는 앞선 모든 나라보다 혹독한 관세를 맞았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대항해야 한다. 국민 정서를 표현하는 게 정치다. 그런 면에서 지적해둘 게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 있다. 우파 시위 현장에 등장하는 성조기다. 우호를 강조하는 순수한 뜻임을 안다. 하지만 그것도 때가 있고 상황이 있는 것이다. 트럼프 압박에 경제가 질식하기 직전이다. 도내 수출 1, 2위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아우성이다. 올해 신규 연구 인력 모집이 없다는 얘기도 돈다. 현대제철소는 최근 공장 문을 아예 닫았다. 뭐 고마운 게 있다고 성조기를 흔들어대나. 젊은 세대, 직장인들 보기에 미안하고 민망하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힘, 본선거 1년 앞두고 참패

경기도의회의 여야 동수 균형이 무너졌다. 더불어민주당이 78석으로 국민의힘 76명보다 많아졌다. 개혁신당은 1석, 무소속이 1석이다. 무소속인 박세원 의원도 조만간 민주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의원은 민주당 소속에서 탈당했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 의원은 79명이 된다. 단독 의결이 가능해지는 의석 분포다. 단순히 여야 동수가 무너졌다는 의미를 넘는다. 의회 운영권이 사실상 넘어갔다는 얘기다. 4·2 재보선 투표율은 전국적으로 낮았다. 성남6선거구는 25%, 군포4선거구는 28.8%였다. 통상 낮은 투표율은 보수에 유리하다고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통설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두 선거구 모두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성남6선거구는 김진명 후보가 53.38%를 획득했다. 군포4선거구는 성복임 후보가 58.25%를 얻었다. 주목해 볼 것은 양당 후보의 득표율 차다. 성남6선거구는 분당이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보수 텃밭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의원을 뽑았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였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 6.55%포인트 앞섰다. 그 득표율이 이번에는 반대가 됐다.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6.77%포인트차로 이겼다. 군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여기에서 관심은 차이였다. 민주당 후보가 20%포인트 앞섰다. 결과를 헌재 결정과 연결하는 민주당 논평이 있다. 김승원 경기도당위원장이 ‘탄핵 염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윤석열은 사전 파면됐다”고 밝혔다. 분당갑 이광재 당협위원장도 “불법 계엄을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중앙당의 시각으로는 충분히 펼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지역의 관심은 이와 다르다. 완패(完敗)와 참패(慘敗)의 당사자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다. 표심이 3년 만에 쏠렸다. 이 부분이 중요해 보인다. 3년 전, 도민은 78석 동수를 만들어줬다. 민주당과 선의의 경쟁을 하라는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엉뚱하게 당내에서 싸웠다. 당 대표 자리를 두고 법정까지 갔다. 또 다른 표심에는 도의회를 주도하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기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하반기 의장도 못 받았고 상임위 장악도 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황당한 궤변으로 언론과 갈등까지 불렀다. 이번 참패를 난데없다 할 순 없다. 이제 1년여 뒤면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소속 의원 76명이 모두 평가 대상이다. ‘2석 참패’ 속에 ‘76석 평가’가 포함됐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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