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산기슭에서 잘 자랐다. 열매도 달렸다. 도토리라고도 불렀다. 깍정이 겉면 비늘 조각은 뒤로 젖혀졌다. 떨어진 걸 주워 가루를 내 떡이나 묵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상수리나무 이력서다.
더 들여다보자. 키는 15~20m다. 웃자라면 그랬다. 가을에는 단풍도 들었다. 꽃은 매년 이맘때 피었다. 수꽃은 10㎝ 이삭이 작은 꽃들을 붙이고 밑으로 늘어졌다. 암꽃은 매우 작고 빨갛게 보이는 작은 꽃을 붙인 꽃차례가 곧게 선다.
성장은 빨랐다. 심은 뒤 10년 정도 지나면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무를 베어 내도 그루터기부터 계속 자라 다시 여러 해가 지난 뒤에는 생육 상태를 회복했다. 재질은 다른 참나무속 나무처럼 딱딱하고 건축재나 기구재, 차량, 선박에 사용되고 땔나무로도 쓰였다.
갑자기 금이 가고 쪼개지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울타리 만드는 목재로 전락했다. 낙엽도 쓰임새가 있었다. 작물의 비료에 쓰였다. 껍질은 염료로도 이용됐다. 가장 중요한 건 온실가스(탄소) 흡수량이 나무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이다.
최근 상수리나무 465그루를 심어야 국민 1명이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나무 중 탄소흡수량이 많은 10종을 선정해 2023년부터 연평균 탄소흡수량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연간 탄소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탄소를 연평균 30.12㎏ 흡수했다. 이는 공단이 탄소흡수량을 조사한 나무 84종의 평균(7.37㎏)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상수리나무 다음으로는 물박달나무(21.51㎏), 소나무(20.07㎏), 졸참나무(20.04㎏), 들메나무(19.01㎏) 등이 연평균 탄소흡수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덕꾸러기라도 꾸준히 심어야 하는 까닭은 명쾌하다. 찰스 다윈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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