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압송전로·LNG 발전소, 끼인 안성에 보상은 없는가

갈 길 바쁜 용인시는 피가 마른다. 원삼면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준공 계획을 맞추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이런 사정을 안타깝게 하는 갈등이 있다. 고압 송전선로 반대와 LNG발전소 반대다. 둘 다 반도체 산단 가동에 필수 요건이다. 인근 안성시의 격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용인시 고위 관계자가 이렇게 상황을 설명했다. “국가 경쟁력의 문제인데 너무 지역 이기주의만 말하고 있다.” 안성시 반대는 실제로 격하다. 최근에도 안성시의회 앞에서 규탄 회견이 있었다. 안성시의회 의장과 부의장,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비난한 건 용인 LNG발전소 건설이다. 원삼면 죽능리에 들어설 1.05GW 규모다. 안성 경계로부터 2.5㎞ 떨어졌다. 대기질 안정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LNG발전소는 탄소 배출이 석탄 발전의 50% 정도다.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5배라고 알려졌다. 시민의 건강 걱정이다. 고압 송전선로 반대도 거세다. 안성시를 지나는 송전선로 3개 공사다. 용인 원삼·남사 반도체 산단이 목적지다. 송전선로는 전자파 노출의 우려가 있다. 지역 미관 저해로 인한 지가 하락도 있다. 과학적 증명에는 여러 이견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갖는 거부감은 현실이다. 송전선로가 놓이는 곳마다 마찰이 컸다. 안성시도 지난해 11월부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에 공식 제기도 했다. 역시 주민 건강 걱정이다.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시의원들에 대한 재신임의 시간이다. 반대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다. 기자회견, 성명 발표, 서명운동, 항의 방문도 늘어날 것이다. 산단 조성 공정을 맞춰야 할 용인시다.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는 사업이다. 추진해야 할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용인시 고위 관계자의 주장도 일리 있다. 하지만 안성시민의 박탈감 또한 현실이다. 지역이 받는 유무형의 피해도 사실이다. 강요하고 밀어붙일 게 아니다. 안성시민을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대안이 없다면 보상이라고 내놔야 한다. 직접적 보상이 안 된다면 우회적 보상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속성은 무한 경쟁이다. 용인시와 안성시 모두 이런 공통의 목표에 산다. 용인시를 천지개벽할 반도체 클러스터다. 용인시민이 부자 되는 대개발 사업이다. 행정구역 너머의 안성시민이 있다.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도-국가에 맡겨진 책무다.

[사설] 반입협력금 유예... 쓰레기 떠넘기기 조장한다

지난주 인천시민·환경단체들이 환경부를 겨냥한 공동성명을 냈다. 요지는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다. 반입협력금 징수 유예 조치가 이 원칙을 흔들고 있다고 했다. 자기 동네 쓰레기를 남의 동네에 떠넘기면서도 아무 부담이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쓰레기가 거리낌 없이 인천·경기로 흘러 들어오는 중이라 했다. 틀린 말 하나 없어 보인다. 국회는 지난 2022년 폐기물관리법을 개정, 반입협력금을 도입했다.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쓰레기를 반출하는 지자체에 대해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지자체가 징수하는 보상적 금액이다. 남의 폐기물을 받아 소각 처리한 지자체는 이 돈을 소각장 주변 환경 개선 및 주민 지원에 쓴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이를 3년 유예 조치했다. 종량제 폐기물이 공공소각시설로 반입되는 경우에만 예정대로 반입협력금을 시행한다. 그러나 민간소각장에서 처리되는 경우는 2028년 1월1일부터 반입협력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설명은 이러하다. 반입협력금이 부과되면 타 지역 민간소각장에서 처리되는 폐기물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주민 반발 등 혼란이 예상돼 축소 시행한다는 것이다. 지난주 공동성명에는 인천지역 4개 시민·환경단체가 참가했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가톨릭환경연대,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등이다. 이들은 “환경부가 공공소각장 확충에 실패한 서울시의 생활폐기물 처리 방안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인천·경기지역 주민에게 환경 피해를 전가하는 ‘서울 쓰레기 외주화’나 마찬가지라 했다. 특히 민간소각장에 대한 반입협력금 유예는 폐기물 이동에 대한 공적 통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부가 서울시의 공공소각장 확충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인천·경기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은 매우 엄중하다. 생활폐기물은 발생한 그 지역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장소성의 원칙이다. 이유가 있다. 환경 보호, 지역사회 안전,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책임성 등이다. 당연하고도 상식적이며 현재 전 세계에서 두루 통하는 명제다. 대한민국 자원순환 정책의 근간이 발생지 처리 원칙과 직매립 금지다. 발생지 처리 원칙이 흔들리면 쓰레기 처리 의무 주체가 불분명해진다. 소각장도, 대체매립지도 ‘내 알 바 아니다’ 생각하게 한다. 환경부는 장차 어쩌려고 스스로 발생지 처리 원칙을 뒤흔드는가.

[지지대]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설 자리’

특성화고의 변천사만큼 복잡한 게 또 있을까. 특성화고는 처음에 전문계고 또는 실업계고로 불렸다. 이후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표로 한 특성화고로 전환됐다. 2012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근거해서다. 그러다 정부가 기술명장 육성을 내세우며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특성화고는 70개교로 2023년 기준 23.7%의 취업률을 보였다. 특성화고가 취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6년 취업률이 정점을 찍었다가 이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2023년 진학률은 50.5%로 취업률을 앞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학교를 직접 찾아가 진학설명회를 할 때도 주요 학과에 대한 소개와 함께 ‘특성화고 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취업담당 교사들은 낮아진 취업률과 높아진 진학률은 ‘환경이 달라져서’라고 설명한다. 가정 형편 때문에 직장으로 향하던 청소년들이 줄었고 학부모도 자녀가 고졸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 일자리가 제조업일 경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외국인 밑에서 배워야 할 만큼 인력구조가 바뀐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취업비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비자정책 개선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갈 곳 잃은 국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건 아닌지 세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문화산책] 다시 봄 ‘벚꽃엔딩’

벚꽃엔딩.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던 이 노래를 올해는 유독 듣기가 힘들었다. 그간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혼란과 항공기 사고, 대형 산불 등으로 인해 전 국민이 봄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가슴 졸이던 시간이 지나고 진짜 봄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때마침 이번 주부터 수도권은 본격적인 봄꽃 개화기에 돌입한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아픔을 생각하면 봄 꽃놀이를 논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난 봄꽃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과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 선조들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화류, 화전, 화취, 답청놀이로 불리는 봄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화류놀이를 ‘음력 3월 무렵 화창한 봄날,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산기슭이나 산골짜기에서 하루 종일 즐기는 민속놀이, 세시풍속’, 화전놀이는 ‘진달래가 피어나는 춘삼월에 여성들이 인근의 산천을 찾아 벌이는 집단적 놀이활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과거의 봄놀이는 진달래, 살구꽃, 복사꽃이 필 무렵 절정을 이뤘고 단순히 꽃 감상에 그치지 않고 시와 가무를 함께 즐겼다고 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봄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시와 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봄꽃을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많은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라면 저마다 나만 아는 봄꽃 명소 한두 곳쯤은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좀 더 색다른 봄꽃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동두천에 위치한 니지모리 스튜디오는 일본 에도시대로 떠나 봄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종종 왜색문화를 전파하는 곳으로 오해받지만 이곳은 원래 일본 로케이션을 대체하기 위해 조성된 촬영 세트장으로 미스터선샤인 등의 시대물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타 지역의 촬영세트장과 달리 모든 시설물을 카페, 전시장, 숙박시설 등으로 실제 활용해 수준 높은 전시와 일본문화 체험이 가능하다. 특히 봄에는 쇼죠마쓰리가 개최돼 좀 더 색다른 봄꽃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인천 강화군의 북문길은 인천관광공사가 선정한 10대 봄꽃 명소 중 한 곳으로 벚꽃의 개화 시기가 늦고 야간조명이 설치돼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고려시대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강화산성 북문에서 고려궁지까지 아름드리 벚꽃터널 구간을 지나 강화군의 원도심으로 내려오면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이화견직 담장길, 소창기념관, 조양방직 카페 등 우리나라 근현대의 이야기를 품은 장소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강화군의 이색 먹거리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과 함께한다면 더욱 특별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삼국시대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연천군의 호로고루는 봄꽃은 아니지만 청보리밭과 주상절리를 함께 볼 수 있는 봄여행 명소로 6·25전쟁 이전 번성했던 고랑포구 일대의 역사와 이후 분단된 한국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또 예부터 복사골로 유명한 부천시는 3대 봄꽃(진달래, 벚꽃, 복사꽃)과 튤립, 장미를 릴레이로 즐길 수 있는 봄꽃관광주간을 운영 중으로 좀 더 오래 다양한 봄꽃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경기도 곳곳의 수목원들도 수선화 등 봄꽃을 테마로 축제와 이벤트를 운영한다고 하니 인근의 봄꽃 명소를 찾아 치유와 위로의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물론 우리 주변의 상처 입은 사람들과 자연을 돌아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생각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천시론] 인천 짠물과 소금박물관

인천은 흔히 ‘짠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짠 바닷물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유독 인천만 ‘짠물’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사실 바다가 아니라 염전 때문이다. 1907년, 바닷물을 햇볕에 말려 소금을 만드는 천일제염(天日製鹽) 방식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곳이 바로 인천의 주안염전이다. 조선 중기 문헌에서부터 보이는 ‘주안’은 원래 지금의 남동구 간석동과 부평구 십정동 일대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 천일제염 방식이 십정동 일대 염전에서 처음 성공하자 동네 이름을 따서 이곳을 ‘주안염전(정식 명칭은 ‘주안 천일제염 시험장’)’이라 이름 짓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어 조선을 완전한 식민지로 삼은 일제(日帝)는 질 좋은 소금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 주안염전을 확장하는 한편 남동과 소래, 군자 등지에도 계속 염전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1930년대 이후 인천의 소금 생산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 됐다. 1940년대 정부에서 운영한 전국의 천일염전 면적 통계를 보면 인천의 염전 면적이 1천664정보(1정보는 3천평)로 나온다. 이는 당시 정부가 운영한 전국 천일염전 전체 면적 5천925정보의 28.1%로 다른 행정구역에 비해 가장 넓은 면적이었다. 이뿐 아니라 이들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을 정제(精製)하는 공장들까지 계속 늘어나 인천은 온통 ‘짠 동네’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천 짠물’은 이런 이유로 탄생한 별명이다. 그러나 그 뒤 인천의 도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여기에 정부의 수출 주도 정책에 따른 산업단지 계획이 적극 추진되면서 주안염전은 1968년 무렵부터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 대신 그곳에는 수출공단 5·6 단지가 만들어졌다. 1980년대에는 남동·군자염전 등지에도 줄줄이 공단이 들어섰다. 그래서 이제 인천은 염전과는 거의 관계없는 도시가 됐지만 한때를 풍미했던 소금밭의 기억은 ‘짠물’이라는 별명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 이런 역사를 따져보면 인천에는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시설이 진작에 생겼어야 옳았다. 하지만 십정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이 있었음을 기념하는 ‘천일제염 시험장 표지석’이 1989년 세워진 것 이외에는 지금까지 별다른 후속 사업이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얼마 전부터 부평구의 구의회와 주민들을 중심으로 소금박물관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제염 발상지인 십정동에 박물관을 만들어 인천과 소금에 얽힌 여러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널리 알리자는 뜻이다. 생각해 보면 2천여년 전 주몽의 아들 비류가 굳이 인천(미추홀)에 도읍을 정했던 것도 소금 무역을 통한 해상권(海上權) 장악을 꾀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짠물 인천’에 당연히 있었어야 할 박물관의 건립이 이제야 논의되다니 반가움과 함께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동안의 무심함을 반성하게 된다. 부평구뿐 아니라 인천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이 이뤄져 멋진 소금박물관이 태어나길 기대한다.

[경기시론]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필자는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로 만 9년2개월을 근무했다.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란 무엇인가.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교육(지원)청에 상근하며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을 한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전반적인 컨설팅을 하고 관련 민원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직접 맡아 진행하거나 지원하기도 한다. 필자가 교육청에 들어온 시점이 2015년 1월인데 그때만 해도 교육청에 근무하는 변호사 수는 손에 꼽았고 몇 안 되는 전국 교육청 변호사들이 모여 협의하는 자리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들어 학교폭력을 포함한 학교 내 갈등이 눈에 띄게 늘었고 해당 갈등을 대화가 아닌 ‘법’의 논리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교육(지원)청 직원으로 채용된 변호사 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전담 변호사의 역할도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며칠 전 한 매체를 통해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 제도의 현황이 공개됐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교육(지원)청에 소속된 변호사가 총 50명이라고 한다. 변호사 1인당 약 10만2천600명의 학생을 맡는 셈이라 여전히 현실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충분한 법률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 제도란 운영하기 나름이고 업무를 하는 담당자의 역량이나 의지에 따라 많은 것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사안 처리가 점점 구체화되고 관련한 업무 처리 지침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학교폭력이 학생생활지도, 교육활동 침해, 아동학대 사건 등과 얽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자 간 갈등이 극심한 경우도 잦다. 이에 따라 학부모, 학교와 교육청이 느끼는 사안에 대한 무게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교육전문가인 학교 내 교사로서 이러한 업무 처리를 법률전문가처럼 해내기란 참 어려운데 보호자들은 학교와 교사가 변호사처럼 그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내길 기대한다. 학교폭력 관련 법률 정보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만 가도 넘친다. 학교폭력을 검색해 나오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도 어렵다. 나만 정보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한 다음에 뒤따르는 건 종종 의심이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이나 진실로 믿고 그와 같이 처리되지 않는 경우 학교와 교사를 불신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교육(지원)청 내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다. 단순히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변호사의 조력 여하에 따라 알게 되는 정보의 양이 달라지는 것을 막고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 교육(지원)청에 소속된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이러한 일도 해야 한다. 필자는 아동·청소년과 교육의 문제에 관심이 깊다.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교육의 사법화든 외주화든 그리고 사교육시장의 엄청난 팽창이든 학교와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학교 내 갈등까지 외부의 힘을 빌려서는 안 된다. 대화로 관계의 어려움을 풀 수 있도록 공동체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되 혹여 대화로 해결되지 않아 갈등이 사건화됐다 하더라도 교육(지원)청 내 전담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균등한 양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해당 학교폭력이 외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 사안 처리나 추후의 민원 및 불복 대응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교육의 사법화와 외주화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을 하는 전담 변호사 제도는 필수적이다. 이들로 하여금 학생 및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나 자문을 하게 해 외부로 쏠리던 법률 지원 요청을 교육(지원)청 내 자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교육청에서도 우수한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우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천자춘추] 트럼프가 쏘아 올린 자유무역의 종언

하버드대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역사의 종언’에서 냉전 말기에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종말과 함께 세계는 자유민주주의가 인류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을 예측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자마자 우방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자유무역의 종식을 알리는 국수주의와 보호주의를 선포했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이라는 보편적 가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이다. 자유무역 체제 아래 세계는 수십년간 협력과 공동 번영을 추구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고 경제적 민족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는 그 규모와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로 ‘상호주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존 20%에서 추가 34%가 부과돼 총 54%의 관세를 부담하게 됐고 베트남 46%, 유럽연합(EU) 20%, 일본 24%, 한국25% 등으로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중국은 즉각 미국산 농산품과 자동차, 항공기 등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EU도 미국산 상품에 대해 맞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자동차 및 첨단 기술 제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검토 중이며 베트남과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무역 전쟁의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 불황과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여서 이번 관세 폭탄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양국 간 무역 갈등은 한국의 수출을 감소시키고 산업경쟁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자동차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성장 둔화와 고용 불안도 우려된다. 이러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된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동남아시아, EU,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기술자립도와 내수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 체질을 만들어야 한다. 또 국제사회와 적극 공조해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지켜야 한다. 다자무역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WTO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외교적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은 지금까지 서방세계의 경쟁자이고 잠재국 적대국이었던 중국에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결론은 미국이 의도하지 않았던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고] 106년 전, 독립선열들이 그린 나라 ‘대한민국’

오는 4월11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6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 풍찬노숙의 고난과 죽음의 위험을 견디며 평생을 독립에 헌신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선열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광복을 맞이한 그날까지 독립운동 세력을 하나로 모으고 독립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했던 독립운동의 구심점으로서의 ‘독립운동사적’ 측면뿐 아니라 나라 잃은 절망과 일제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을 세우고 27년간의 임시정부 활동으로 자칫 끊길 뻔한 유구한 오천년 역사의 ‘정맥’을 잇게 한, 민족의 심장부로서의 ‘국가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우리가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1919년 4월10일 저녁, 나라 안팎에서 활동하고 있던 독립운동가들이 이념과 독립투쟁 방법의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그려낸 ‘후손들에게 물려줄 나라, 대한민국’의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가치를 되새겨 보자. 첫째, 완전한 ‘자주독립국가 대한민국’이다. 1919년 4월10일, 각 도 대표와 비례대표로 구성해 개원한 임시의정원은 4월11일 제정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선포문에 “국민의 신임으로 완전히 다시 조직한 임시정부는 항구 완전한 자주독립의 복리로 아 자손 여민(黎民)에게 세전(世傳)키 위하여… 임시헌장을 선포한다”고 명시했고 이어 광복군 창설, 외교적 노력 등을 더해 자주독립 국가를 물려준 것이다. 둘째,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국호를 대한이라는 이름에 국가의 주권자를 나타내는 민(民)국을 붙여 ‘대한민(民)국’으로 정했다. 이전의 왕이 주인인 나라에서 역사상 최초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운 것이다. 셋째, 정부와 의회를 갖춘 ‘민주공화제’ 나라다. 임시헌장 제1조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 제2조에서 “임시정부는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해 통치함”이라고 규정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 국가임을 선언했다. 넷째, ‘모든 국민이 평등하며, 평등하게 참정권’을 갖는 나라다. 임시헌장 제3, 제5조에 모든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규정하고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했는데 실제 임시의정원의 여성 의원 7명이 배출됐다. 미국의 1920년 여성참정권제, 영국의 1928년 남녀평등선거제 도입보다 앞선 것이다. 독립선열들이 온갖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나라는 ‘완전한 자주독립국가’이면서 기본권이 보장되고 자유평등, 성별·빈부·지역·계층·이념을 아우르는 ‘화합과 통합’의 나라였으며 그 정신과 가치는 고스란히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유산을 물려주신 독립선열들께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그 정신과 뜻을 받들고 모두가 하나 돼 발전된 미래 대한민국을 열어 가도록 하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캐비닛이 열리려나

[사설] 경기지사들끼리 대선 가능성, 이런 게 경기도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주자는 이재명 대표다. 9일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알려졌다. 대선 후보 경선에 독주를 예상하는 전망이 많다. 비명계에서 경선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현 국민참여경선은 국민 50%, 당원 50%다. 이를 100% 완전 국민경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 그러면 사실상 추대 경선’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이 대표가 강력한 대선 후보라는 얘기다. 민선 제7대 이재명 경기지사다. 민주당 후보군은 많다. 박용진 전 의원이 의사를 밝혔다. “평당원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고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경선 출마의 뜻을 밝혔다. 7일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출마도 점쳐 진다. 이번 주 중으로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된 것으로 알려진다. 비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김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반반 정도”라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있다. 경선 출마 의지가 가장 크다. 탄핵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의지를 노출한 바 있다. ‘닥치고 경선’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이런 의지를 믿고 그의 주변에 형성된 세가 만만치 않다. 전해철 경기도정자문위원장, 고영인 경기도경제부지사 등이 도정을 통해 공식 합류한 부류다. 여기에 박광온 전 의원 등 비명계 유력 인사들 일부가 외곽에 포진해 있다. 민선 제8대 김동연 경기지사다. 국민의힘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대중적 인기와 정통 보수라는 장점이 크다. 범보수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있다. 젊은 표 흡입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모두 ‘명태균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추락시킨 ‘추문’이다. 해명을 해야 할 부담이 있다. 한동훈 전 대표의 거취는 당의 가장 큰 변수다. 외부 인사 영입설도 비중 있게 나온다. 중심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있다.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 1위 자리를 지켰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신 있는 언행에 힘입었다. 여기에 ‘청렴하다’는 이미지가 주는 차별화도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은 결국 본인과 부인 김건희씨의 비위 잡음이었다. 유력 야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에게도 사법리스크가 있다. 지사 8년 구호 ‘부패즉사(腐敗卽死)’가 자산일 수 있다. 민선 제4·5대 김문수 경기지사다. 대선은 하루 앞도 알 수 없다. 심한 격랑이 몰아칠 두 달이다. 예상해 본들 다 부질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찾을 의미가 두 개 있다. ‘보수 진보가 공존할 수 있는 경기도’가 하나고, ‘여야 대선 후보가 동시에 거론되는 경기도’가 다른 하나다. 이념으로 쪼개진 대한민국 지방이다. 그런 곳에선 허락되지 않을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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