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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변호사의 역할에 대해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연구소 변호사

변성숙 에듀로교육법률연구소 변호사

필자는 교육청에서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로 만 9년2개월을 근무했다.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란 무엇인가.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교육(지원)청에 상근하며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을 한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전반적인 컨설팅을 하고 관련 민원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직접 맡아 진행하거나 지원하기도 한다. 필자가 교육청에 들어온 시점이 2015년 1월인데 그때만 해도 교육청에 근무하는 변호사 수는 손에 꼽았고 몇 안 되는 전국 교육청 변호사들이 모여 협의하는 자리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2020년 들어 학교폭력을 포함한 학교 내 갈등이 눈에 띄게 늘었고 해당 갈등을 대화가 아닌 ‘법’의 논리로 풀어가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교육(지원)청 직원으로 채용된 변호사 수가 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전담 변호사의 역할도 보다 구체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며칠 전 한 매체를 통해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 제도의 현황이 공개됐는데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교육(지원)청에 소속된 변호사가 총 50명이라고 한다. 변호사 1인당 약 10만2천600명의 학생을 맡는 셈이라 여전히 현실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충분한 법률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 제도란 운영하기 나름이고 업무를 하는 담당자의 역량이나 의지에 따라 많은 것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최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사안 처리가 점점 구체화되고 관련한 업무 처리 지침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학교폭력이 학생생활지도, 교육활동 침해, 아동학대 사건 등과 얽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당사자 간 갈등이 극심한 경우도 잦다. 이에 따라 학부모, 학교와 교육청이 느끼는 사안에 대한 무게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교육전문가인 학교 내 교사로서 이러한 업무 처리를 법률전문가처럼 해내기란 참 어려운데 보호자들은 학교와 교사가 변호사처럼 그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내길 기대한다. 학교폭력 관련 법률 정보는 삼삼오오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만 가도 넘친다. 학교폭력을 검색해 나오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도 어렵다. 나만 정보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한 다음에 뒤따르는 건 종종 의심이다. 잘못된 정보를 사실이나 진실로 믿고 그와 같이 처리되지 않는 경우 학교와 교사를 불신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교육(지원)청 내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다. 단순히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갈등의 직접 당사자인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변호사의 조력 여하에 따라 알게 되는 정보의 양이 달라지는 것을 막고 정보의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는 것. 교육(지원)청에 소속된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는 이러한 일도 해야 한다.

 

필자는 아동·청소년과 교육의 문제에 관심이 깊다.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교육의 사법화든 외주화든 그리고 사교육시장의 엄청난 팽창이든 학교와 공교육이 바로 서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학교 내 갈등까지 외부의 힘을 빌려서는 안 된다. 대화로 관계의 어려움을 풀 수 있도록 공동체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되 혹여 대화로 해결되지 않아 갈등이 사건화됐다 하더라도 교육(지원)청 내 전담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균등한 양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해당 학교폭력이 외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 사안 처리나 추후의 민원 및 불복 대응은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교육의 사법화와 외주화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법률 지원을 하는 전담 변호사 제도는 필수적이다. 이들로 하여금 학생 및 보호자에 대한 교육이나 자문을 하게 해 외부로 쏠리던 법률 지원 요청을 교육(지원)청 내 자원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교육청에서도 우수한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우 개선 등의 노력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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