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새로운 정부의 과제, 기후위기 대응

123일 만에 광장의 봄을 맞았다. 하지만 그 봄맞이 기쁨도 잠시, 한반도 전역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 청구서를 받으면서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했다. 그나마 마음을 달래준 벚꽃마저 때 아닌 돌풍과 비바람 앞에서 속절없이 져버린 탓에 온전한 봄을 시샘했나 싶다.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맞이할 봄이 매년 새로운 봄으로 기록될 수 있겠다’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이 잠깐 스쳤다. 올봄 전국을 휩쓴 산불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자연생태계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곧 아니면 먼 훗날 받게 될 자연생태계의 손실 청구서와 온실가스 청구서에는 어떤 기록이 담길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산불은 인위적인 발화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실화로 인한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모든 산불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괴물 산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대형 재난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우리나라 산림 관리는 국가기관이 담당해 왔다. 그동안 막대한 세금과 인원을 투입해 왔기에 그 노력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세밀한 확인과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숲은 그 자체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터이기 때문이다. 4월 초,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이상고온, 호우, 대설 등의 이상기후 발생과 분야별 피해 및 대응 현황, 향후 대책을 담은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가 발간됐다. 요약하면 ‘기후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돼 기후 재난이 현실화되고 있기에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최근 수년간 반복되는 진단과 이미 캐비닛이 돼 버린 약속을 되풀이했다. 무너져 버린 국가권력의 쓸쓸한 뒤안길을 보는 느낌이다. 이미 “심하게 뜨거워졌다”는 비상 신호를 계속 보내는 지구 앞에 그나마 남아 있는 인내마저 한계를 보이게 한다. 어쩌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6월3일. 대선이 확정됐다. 곧 대선 후보자들이 수많은 공약을 내놓을 것이다. 사회대개혁 광장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 의제가 하나하나 숙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의제는 단일주제로 후보토론회가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특히 올해 9월까지 유엔에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는 현실에서 수년간 허송세월을 한 것도 모자라 거꾸로 가던 것들을 최소한 원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공론장이 필요해 보인다. 그 공론장에서는 “기후위기가 어떻고 에너지 전환이 어떻고”가 아닌 온실가스를 매년 얼마만큼 어떻게 감축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얼마만큼 어떻게 늘릴지, 화석연료발전을 언제 어떻게 멈출지, 이로 인한 경제와 일자리는 어떻게 보호할지, 행정조직은 어떻게 개편할지, 재정은 얼마나 투입할지 등 구체적인 대안과 계획을 듣고 싶다. 최근 북유럽 최대 석탄 소비국인 핀란드가 탈(脫)석탄발전 대열에 동참했다. 석탄발전의 종주국이던 영국의 뒤를 이었다. 광장의 봄으로 맞이한 6·3 대선에서는 지난 대선 후보토론회에서 가장 낯뜨거운 장면으로 남아 있는 ‘RE100’ 논란이 재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삶, 오디세이] 파스칼의 팡세 이야기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책 ‘팡세’의 저자인 파스칼의 이름은 부활절이라는 라틴어 ‘파스칼리스’에서 온 말이다. 블레즈 파스칼은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 신학자로 과학과 철학, 종교에 걸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천재 사상가다. 16세에 ‘아르키메데스 이래 최고의 업적’이라고 평가된 ‘원추 곡선 시론’을 발표했고 19세에는 세계 최초로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계산기를 발명했다. 이처럼 분명한 과학적 증명과 이성적 논증을 중시했던 과학자 파스칼의 이름이 부활절과 연관된 것에는 그가 ‘성령의 불’로 표현한 개인적 체험을 통해 합리적 이성과 신적 초월성의 만남을 경험했다. 그가 남긴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는 ‘파스칼 내기’다. 파스칼은 신의 존재에 대한 논쟁을 단순한 믿음의 문제로 보지 않고 확률적 접근을 통해 분석했다. 그는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을 믿는 것이 무한한 이익을 가져오지만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믿는 데 큰 손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이후 게임 이론과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남긴 명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이 있다. 그는 31세에 예수 그리스도를 극적으로 만나는 신비한 체험을 통해 인간이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이성을 초월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회심의 순간을 “확신, 기쁨, 평강,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기쁨, 기쁨, 기쁨의 눈물. 나는 나 자신을 그분께로부터 분리시켜 왔다. 오 주여, 나를 결코 그분께로부터 분리되지 않게 해주소서”라고 고백했다. 부활절이 있는 4월에 나는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다가 파스칼의 삶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됐다. 사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온전함을 상실한 채 허망한 나그네의 인생을 산다. 인간의 교만한 이성과 병든 지성은 하나님을 만나야 겸손해지고 온전함을 회복할 수 있다. 부활절을 의미하는 이름을 가진 파스칼은 예수 그리스도를 개인의 구주로 만난 후 자신의 모든 것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남은 생애를 살았다. 그리고 그 시대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팡세’를 유작으로 남기고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시대가 다양성을 중시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결과 절대가치와 기준이 모호해지고 혼란해졌다. 그러기에 타협하지 않는 영원불멸의 진리가 누구에게도 필요하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는 지인이 얼마 전 미국 하원의회 개원식 기도를 부탁받았던 이야기를 나눴다. 하원의회 사무국에서 기도문에 대한 지침으로 예수님의 이름으로는 기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미국에는 많은 종교가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로 기도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목사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지 못한다면 굳이 기도 순서를 맡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기도의 마지막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다고 한다. 생방송으로 전국에 전파된 개원식 후 많은 전화와 손편지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느냐고 질책하거나 문제 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래 상원에 기도 순서를 맡아 또 한번 갔는데 이번에는 작심하고 ‘우리의 구원자요.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기도했더니 함께 기도하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아멘하면서 함께 기도했고 감사의 인사를 받았다고 한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개인과 국가의 가치관과 역사는 분명해진다.

[경기만평] 나홀로 캣타워...

[사설] 서울시는 하는 땅 꺼짐 GPR 탐사, 경기도는 못하나

흙더미 속 근로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는다.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닷새째다. ‘교육동 컨테이너에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지하 20~30m에 묻힌 컨테이너를 수색했다. 6개 컨테이너 가운데 한 곳에 매몰됐을 가능성을 두고 있다. 사고 난 지역은 지반 상태가 5등급이다. 지난 2023년 1월 감사원이 ‘부실 시공’ 경고를 했었다. 지반 변형을 막는 시설인 인버트가 설치되지 않았다. 인재가 초래한 참사다. 우리 주변의 땅 꺼짐 사고는 이제 일상이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의 통계가 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발생한 지반 침하 사고를 보자. 전국에서 1천337건이 발생했는데, 경기도에서만 289건이다. 21.6%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연간 41.2건꼴이고, 한 달 평균 3.4건이다. 택지 개발이 이어지는 경기도다. 지하 교통 개발이 늘면서 땅 꺼짐 사고 위험도 높아졌다. 사고 예방을 위한 기술이 있다. 땅 꺼짐 고위험 지역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해 땅속 상황을 진단한다.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지면으로 쏴 지하구조, 경도를 형상화한다. 이를 토대로 만드는 것이 땅꺼짐 고위험지역 지도다. 지하철 별내선(도봉~옥정 구간)과 7호선(옥정~포천 연장 구간)은 현재 공사 중인 현장이다. 대규모 지하 공사 현장인 만큼 지반 탐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GPR 탐사는 이뤄지지 않는다. 지자체들이 장비·인력·예산 부족을 말한다. GPR 탐사 장비를 보유한 지자체가 한 곳도 없다. 장비 있는 업체에 의뢰해야 하는데 예산이 든다. 겨우 한다는 조치가 굴착 공사 주변 안내다. 정확한 지반 상태 진단 없이 공사 주변을 ‘위험 지역’으로 공지한다. 앞으로 고양, 하남, 남양주에서도 지하철 공사가 시작될 텐데. 이런 주먹구구식 예방 행정으로 계속 갈 판이다. 서울시의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오세훈 시장 주재로 안전점검회의가 열렸다. GPR 탐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서울시에는 도시·광역철도 건설공사 구간 다섯 곳이 있다. 이 49.3㎞와 주변 도로에 GPR 탐사를 하기로 했다. 자치구가 자체 선정한 우선 점검 지역 50곳(45㎞)도 전수 탐사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의 지반 침하 관측망도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반 변화 실시간 계측 시스템이다. 서울시나 경기도나 예산 빠듯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서울시는 첨단 대책을 세웠고, 경기도는 안전표지판을 세웠다. 혹시 예산이 아니라 판단의 차이 아닌가. 경기도 사고 현장에 근로자는 5일째 묻혀 있다. 행정의 차이에서 비교되는 재앙의 차이다.

[사설] 전자칠판 보급 ‘올스톱’... 외양간 무너뜨리는 격이다

백묵으로 쓰던 칠판은 곧 퇴장할 판이다. 디지털화 바람에 전자칠판이 대세다. 아날로그 칠판을 디지털화한 스크린 칠판이다. 그런데 유독 인천에서만 이 전자칠판이 말썽이다. 학교에 전자칠판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사건이다. 인천시의원 2명이 구속됐다. 한 중학교 교감은 직위해제됐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인천시교육청이 아예 전자칠판 보급을 중단한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2022년부터 전자칠판 보급에 나섰다. 해마다 예산도 늘려나갔다. 그래도 뒤늦었는지 지난해 말 기준 보급률이 9.5% 수준이다. 부산이 52.2%로 전국 1위다. 서울도 절반 가까이 전자칠판으로 바꿨다. 경기도도 18%로 인천의 2배 수준이다. 아직 0%대인 대구를 빼면 인천이 전국 최하위다. 이런데도 그나마 이제는 멈춰섰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전자칠판 예산을 사실상 아예 없는 수준으로 삭감해 버렸다. 추가경정예산에 넣을 계획도 아직 없다. 교육청 지원 없이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버거운 사업이다. 전자칠판 1대당 가격이 400만~55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판국에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전자칠판을 사들이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들에서는 전자칠판 보급 중단이 못내 아쉽다. 2023년 인천시교육청이 전자칠판 수요 조사를 했다. 교원 3천380명에게 물었더니 2천714명(80.3%)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학교에서는 새로운 기능이 많은 전자칠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언제 우리 차례가 돌아올까 하고 기다린다. 그런 가운데 돌연 중단되니 실망감이 클 것이다. 현직 교감까지 연루되면서 ‘올해는 글렀구나’ 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2월 전자칠판 게이트 대책을 내놨다. 학교 물품선정위원회 운영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했다. 계약 담당자는 물품선정위원에 참여 못 하도록 했다. 반드시 3개 이상의 물품을 비교평가하도록 했다. 그간에는 전자칠판 등 납품 관리가 너무 엉성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늦었더라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저간의 사정을 보면 이해는 간다. 인천시교육청도, 각급 학교들도 몸 사리기 바빴을 것이다. 전자칠판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수요자인 선생님과 학생들은 전자칠판을 기다린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는 계획만 세워놓고 내년부터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올해 관련 예산을 온통 삭감했다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이었나. 소 잃었다고 외양간 무너뜨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지지대] 청명과 곡우 사이

이십사절기 중 다섯 번째다. 청명(淸明) 얘기다. 이날부터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고 한다. 청명부터 딱 보름이 지나면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해준다. 농민들은 이 두 절기 사이에 바빠진다. 들녘에서 허리를 펼 틈도 없다. 농작물을 심기 위해 기초작업을 시작해야 해서다. 심을 작물들도 준비해야 한다. 벼 파종도 본격화된다. 가축 관리와 밭일 등도 그렇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름한다. 농작물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때 내리는 비는 농작물 성장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한다. 조선 후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도 ‘농가월령가’를 통해 “청명·곡우는 농사 짓기에 딱 좋은 절기”라고 읊고 있다. 벚꽃도 활짝 핀다. 엷은 분홍색을 머금은 산하가 흐드러진다. 축제가 따로 없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 활짝 핀 벚꽃 위로 때 아닌 눈이 내려서다. 그래서 ‘벚꽃 위에 쌓이는 눈’이란 말이 안 될 것 같은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상청은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로 북극 찬 공기를 품고 회전하는 절리저기압 탓이라고 분석한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이 자리해 하층 공기를 상층으로 끌어올리면서 지상에 저기압이 발달해 그렇다는 분석이다. 절리저기압은 영하 30도 이하 찬 공기를 수반해 대기 상하층 기온차가 40~50도로 벌어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이에 눈비가 내릴 때 돌풍이 불고 천둥과 번개도 부른다. 4월의 눈은 생경하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강원 산지의 경우 5월에도 종종 눈이 내린다. 지난해는 5월 중순 향로봉 등에 대설이 내리기도 했다. 관측자료에 따르면 1908년부터 올해까지 4월 중 눈이 온 날(눈일수)은 총 35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이제부터 들녘은 완연한 봄이다. 그게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천자춘추] 지속가능한 육성

경기도는 올해 초 ‘2025년 경기도 사회적경제 통합 사업설명회’에서 사회적경제 조직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사회적금융 지원 확대와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 지원 등이다. 이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가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적극 지원으로 매출 100억원 이상의 임팩트 유니콘 100개 육성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런 적극적인 육성 정책과는 별개로 사회적으로 이런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의 실효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생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2023년 9월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육성’에서 ‘자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런 정책 변화는 관련 기업의 활동 축소와 함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의 타당성 논란을 더욱 강화시켰다. 우리나라는 2007 사회적기업기본법과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등의 제정을 시작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작년 기준 3천700여개의 사회적기업과 2만개에 육박하는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급성장을 이뤘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으로 이룬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바로 문을 닫는 조직이 대다수일 정도로 질적인 성장이 더딘 것도 사실이다. ‘육성’이 정책적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의미를 갖는다면 ‘자생’은 다른 지원이 없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생은 사회적경제기업도 일반 기업처럼 수익성을 추구하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이 취약계층이나 돌봄과 같은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라고 했을 때 일반 기업들과는 다른 육성이나 지원 방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 사회적경제의 규모가 전체 시장의 1% 미만(2023년 경기사회적경제원 추정)이라고 했을 때 아직 대다수의 기업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육성을 위한 지원은 지속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다만 해당 기업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괄적 지원보다는 단계적 지원이 필요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존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과 금융이나 판로 개척 등의 생태계 육성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시론]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국제 이주를 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무국적자가 된 재외동포의 수가 많았던 이스라엘이나 독일 등은 그 재외동포의 귀환권(Right of Return)을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1950년 귀환법을 제정해 모든 유대인에게 이스라엘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로 입국하면 국적을 부여했다. 여기서 유대인이란 할라카(Halakha)라는 유대교법에 따라 어머니가 유대인이거나 유대교로 개종한 사람을 말한다. 1970년 귀환법을 개정해 유대인의 배우자, 자녀와 손자녀 및 그 자녀와 손자녀의 배우자는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귀환권을 부여했다. 독일은 기본법에 따라 1937년 12월31일 현재 독일제국 영역에서 독일 국적을 가졌거나 독일 민족에 속하는 사람 중 망명자나 추방된 사람과 그 배우자 및 자손은 독일인으로 인정한다. 또 1933년 1월30일부터 1945년 5월8일까지 정치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독일 국적을 박탈당했던 자와 그 직계비속에 대해 국적 회복을 허가하고 1945년 5월8일 이후 독일에 주소를 가져온 사람은 독일 국적을 상실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적법에 따라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자에 한해 국적회복(그 미성년인 자녀만 수반취득 허용)을 허용하고 그 외에 일제강점기에 이주한 동포의 직계비속은 그 대상에서 제외한다. 1999년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외국 국적 동포에게 재외동포(F-4) 비자를 발급해 국내 입국을 허용하고 일정한 범위에서 경제활동을 허용하는 등 법적 지위를 향상시켰다. 그러나 중국동포 등의 대량 입국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자(동포 1세)와 그 자녀(동포 2세), 손자녀(동포 3세)에 한해 외국 국적 동포로 인정했고 단순노무 분야에는 취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해외로 이주한 외국 국적 동포에 대해서도 재외동포법을 적용했다. 또 국내 노동시장에서의 인력난이 심화됨에 따라 2007년 중국동포와 옛소련동포 등의 단순노무 분야 취업을 가능케 하고 방문취업제를 시행했다. 2019년 정부는 동포 3세까지만 외국 국적 동포로 인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과거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자의 직계비속에 대해 세대 제한없이 그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법제도의 변화는 해외로 이주한 동포의 직계비속에 대해 다른 외국인과 구분, 점차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동포로 보는 방향으로 변화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아직까지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처를 우리 사회가 완전히 포용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점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제7차 인구센서스 자료(2020년)에 따르면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170만2천479명으로 2000년 제5차 인구 센서스 당시에 비해 22만1천363명 줄었다. 지난해 12월 말 국내 체류 중인 중국동포는 64만3천277명으로 이 중 재외동포(F-4) 자격으로 처우를 받고 있는 중국동포는 38만9천544명이다. 중국동포 인구 감소 추세와 국내 거주를 원하는 인구의 대부분이 이미 국내에 체류 중이거나 고령화로 노동시장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동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국회는 2023년 제정된 재외동포기본법을 통해 재외동포가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재외동포의 대한민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 증진활동 장려 등 대한민국과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을 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정부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 2027년)에서는 방문취업(H-2) 비자를 재외동포(F-4) 비자로 점진적으로 통합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향후 두 제도를 통합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유대감을 가진 사람은 재외동포(F-4) 자격을 부여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하고 중도에 입국한 외국 국적 동포에 대해 한국 언어, 사회, 문화에 대한 이해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의 역사적 상처를 우리 사회가 포용함은 물론이고 미래를 위해 한인의 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단순히 혈연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수용하고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까지 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합법적으로 정주하는 외국인의 자녀가 국내에서 출생해 초·중등교육을 받았고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졌다면 한인의 범위에 포함해 국적을 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세상읽기] 블랙컨슈머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는 상품 및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해 이익을 취하려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소비자는 안전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 공정한 절차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소비자기본법 제4조 제5호에 명시돼 있다. 블랙컨슈머는 ‘소비자’ 용어를 포함하고 있어 마치 하나의 소비자 유형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블랙컨슈머의 행위는 고의로 물품에 하자가 있다고 꾸며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악성 민원을 제기해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합리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 행위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개별 행위에 대한 정도와 방식에 따라 업무방해죄, 강요죄,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공갈죄, 사기죄 등 다양하며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형태로 대응하는 엄연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햄버거 손가락 사건, 2010년 국내에서는 쥐가 들어간 밤식빵 조작 사건 등은 모두 자작극을 통한 사기로 밝혀지면서 12년형과 1년6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은 사건도 대표적인 블랙컨슈머다. 블랙컨슈머는 소상공인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경제적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 경기도 소상공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55.8%가 블랙컨슈머를 경험했고 41.9%가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악성 리뷰나 과도한 보상 요구로 인해 매출 감소와 평판이 크게 훼손돼 생계 위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소상공인은 악성 민원에 대해 그들의 요구에 일일이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아 요구를 들어주거나 피해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연구에서 밝혀낸 바에 따르면 블랙컨슈머 성향은 고의성, 상습성, 억지성을 특징으로 한다. 의도적으로 기업의 약점을 공격하거나 제품 결함을 찾아내 문제를 제기하고 과도한 보상 요구는 보복 의도와 자기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또 이들이 가진 열등감은 공격적 행동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의 갈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거나 우월감을 느끼며 작은 노력으로 금전적 보상이 실현되는 경우 반복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상습성을 띤다. 블랙컨슈머 사건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은 경제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빈부격차가 심화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경제 불황일 때 소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약점을 고의로 찾아내 환불이나 교체, 과도한 보상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즉, 금전적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증가하며 기업의 약점을 악용해 손쉽게 경제적 이득을 취할 기회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블랙컨슈머는 결국 사회 전체적인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악성 민원 처리와 피해 보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결국 비용을 상승시키고 제품 및 서비스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에게도 비용이 전가된다. 또 법적 대응과 같은 관리 비용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적인 부담을 준다. 소비자의 정당한 제품 및 서비스 불평 행동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기업의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는 등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블랙컨슈머의 불법적인 악성 행위로 인해 다수의 합리적 소비자의 문제 해결 방식을 매도할 수 있다. 디지털 환경의 시장경제에서 소비자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는 제도는 더욱 촘촘하게 발전하고 있지만 소비자 역시 높아지는 권리 신장에 부응하며 균형 있게 책임을 행사할 수 있는 인식도 높아져야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 허위 정보 유포의 위험성을 알리고 블랙컨슈머 행동이 다른 소비자와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는 교육 콘텐츠는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경기만평] 도대체 한다는겨... 만다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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