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이십사절기 중 다섯 번째다. 청명(淸明) 얘기다. 이날부터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고 한다. 청명부터 딱 보름이 지나면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다.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해준다.
농민들은 이 두 절기 사이에 바빠진다. 들녘에서 허리를 펼 틈도 없다. 농작물을 심기 위해 기초작업을 시작해야 해서다. 심을 작물들도 준비해야 한다.
벼 파종도 본격화된다. 가축 관리와 밭일 등도 그렇다.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가름한다. 농작물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때 내리는 비는 농작물 성장에 필요한 수분을 공급한다. 조선 후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도 ‘농가월령가’를 통해 “청명·곡우는 농사 짓기에 딱 좋은 절기”라고 읊고 있다.
벚꽃도 활짝 핀다. 엷은 분홍색을 머금은 산하가 흐드러진다. 축제가 따로 없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 활짝 핀 벚꽃 위로 때 아닌 눈이 내려서다. 그래서 ‘벚꽃 위에 쌓이는 눈’이란 말이 안 될 것 같은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상청은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로 북극 찬 공기를 품고 회전하는 절리저기압 탓이라고 분석한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이 자리해 하층 공기를 상층으로 끌어올리면서 지상에 저기압이 발달해 그렇다는 분석이다. 절리저기압은 영하 30도 이하 찬 공기를 수반해 대기 상하층 기온차가 40~50도로 벌어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이에 눈비가 내릴 때 돌풍이 불고 천둥과 번개도 부른다.
4월의 눈은 생경하지만 극히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강원 산지의 경우 5월에도 종종 눈이 내린다. 지난해는 5월 중순 향로봉 등에 대설이 내리기도 했다. 관측자료에 따르면 1908년부터 올해까지 4월 중 눈이 온 날(눈일수)은 총 35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도 이제부터 들녘은 완연한 봄이다. 그게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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