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가온 ‘바다 위 텅 빈 다리’... 선 착공 후 보상이라도

우려가 현실로 가는 모양이다. 영종도와 신도를 잇는 신도대교 얘기다. 바다를 가로질러 2개 섬을 잇는 해상교량은 이미 위용을 드러냈다. 영종도 삼목선착장 근처를 지나노라면 ‘대단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올해 말 모든 공정을 마치고 개통에 들어갈 참이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복병이 숨어 있었다. 이 다리와 섬을 이어줄 접속도로 건설은 시작도 못했다. 그럼 신도대교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인천시는 2021년 1월부터 신도대교 건설에 들어갔다. 인천 중구 영종 운서나들목(IC)~옹진군 북도면 신도리 3.26㎞ 구간 왕복 2차로 교량이다. 오는 12월 완공 및 개통이 목표다. 그러나 이 다리의 신도 접속도로 건설은 아직 땅도 확보 못했다. 심지어 대상 토지 소유주 20명은 최근 법원에 소송까지 냈다.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이다. 인천시 제안 보상금이 적다며 더 올려 달라는 소송이다. 인천시는 2023년 118억원의 예산으로 토지 소유주들과 보상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가 너무 커 결렬됐다. 인천시는 2024년 130억원의 보상금으로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한 협의에 나섰다. 이 또한 실패했다. 인천시가 올해 일대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해 나온 금액은 34억9천만원이다. 그러나 토지 소유주들은 미래 부동산 가치 등을 반영, 감정평가를 다시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발목이 잡혀 개통을 8개월 앞두고도 접속도로 사업은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전체 도로 부지 3만1천802㎡(9천620평) 중 27.6%인 8천700㎡(2천600여평)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토지를 확보해야 접속도로 공사에 나설 수 있다. 토지보상 문제가 소송까지 가면서 올해 신도대교 개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감정평가부터 증액 소송합의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토지보상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간도, 절차도 늘어질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를 감안, 더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가 닥쳐온 문제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부터 우려했던 ‘바다 위 텅 빈 다리’를 피할 수 없다. 수천억원을 들인 대역사가 인천을 넘어 전국에서 얘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인천시는 올해 개통을 위해 선(先)착공 후(後)보상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토지 소유주들의 대승적 협조가 필요한 방안이다. 그들이 인천 사람들인지 서울 사람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토지 소유주들이 요구하는 미래 부동산 가치도 결국 신도대교 덕분 아닌가.

[김종구 칼럼] 신안산선 참변에 드리운 정치인·국토부 책임

‘신안산선 개통 연기를 규탄한다.’ 2024년 7월10일 국회 소통관이다. 국회의원 14명이 현수막을 들었다. 신안산선 노선 경유 지역 의원들이다. 4년 연장을 요구한 사업 시행자를 맹 비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20개월로 단축한 국토부도 비난했다. “부실관리 늑장 대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신안산선 공사 강행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9개월 뒤,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광명 지역 지하터널 제5-2공구다. 4월11일 오후 3시13분이었다. 지하 터널의 상부 도로가 주저 앉았다. 근로자가 사망했고 인근은 초토화됐다. 사고 현장의 증거가 남아 있다. 공사장 폐쇄회로 TV 화면이다. 사고 전날 밤 터널 현장이 무너졌다.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치 형태 천장 부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미 사고 하루 전부터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붕괴 조짐이 보이는데 밀어붙인 공사였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처분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기다리면 된다. 이와 별도로 지적하고 가려는 대목이 있다.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정황이다. 공기에 쫓긴 조급증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CCTV 속 모습부터 여간 이상하지 않다. 살폈듯이 현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무너질 곳에 인부를 밀어 넣은 꼴이다. 그 이유가 전체 흐름 속에 있다. 2023년 1월 감사원이 경고했다. ‘지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시행사 넥스트레인도 경고에 동의했다. 전 구간 개통 시기를 연기하려고 했다. 2029년 4월을 제시했다. 당초보다 4년 미루는 안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판단이 옳았다.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공사 일정만은 훨씬 넉넉했을 것이다. 이 계획이 무시 당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초 요구보다 28개월 앞당겨졌다. 2026년 12월로 완공 목표를 확정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시했다. 공시된 날짜는 이후 공사의 절대 목표가 됐다.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이 붕괴 위험을 경고했고, 시행사가 공사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 협의에서 공기가 당겨졌다.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것인가. 누가 왜 바꾼 것인가.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즈음-2024년 7월- 정치가 등장한다. 1명도 아닌 국회의원 14명이 나섰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옆에 있었다. 국토부 백원국 2차관도 앉아 있었다. 이 분위기에서 쏟아진 성토다. 국토부와 시행사에는 더 없는 압박이었을 게다. 의원들 스스로 이날 압박의 효과를 자랑했다. 지역민 보라고 이런 자료를 뿌렸다. “○○○의원, 신안산선 완공 연기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 증거는 여러 언론에 활자로 남아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8년 4월이다. 4년 연기됐다면 2029년 4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 못한다. 20개월 연기되면 2026년 12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이 가능하다. 이래서 ‘4년 연기’에 분노했던 것인가. 송옥주(화성갑), 양문석(안산갑), 김현(안산을), 박해철(안산병), 문정복(시흥갑), 조정식(시흥을), 임오경(광명갑), 김남희(광명을), 강득구(안양만안). 그때 성명 냈던 의원들이다. 사람이 빚은 재앙-인재(人災)-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찰 수사는 그 ‘누군가의 잘못’을 찾는 작업이다. 숨진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시킨 책임, 시공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공사에 촉박한 일정을 강제한 책임, 시행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행사의 안전 판단을 무력하게 만든 책임, 국토부·정치인이 져야 할 것이다. 형사 책임의 경계는 어디선가 끊길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의 경계까지 자르고 갈 순 없을 것이다.

[지지대] 콘서트 아닌 유명 페스티벌

보통의 콘서트(Concert)는 특정 가수 1명 또는 1개 그룹이 나와 관객들에게 생생한 공연을 펼친다. 가끔 같은 기획사 가수들만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이 아니라 다양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경우에는 흔히 ‘페스티벌(Festival)’이라 부른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지난 19일 인천 강화군 강화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25 강화 봄 콘서트’는 뭔가 이상하다. 록을 비롯해 댄스, 발라드, 힙합, 트로트까지 많은 가수가 무대에 올라오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에는 트로트의 경우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박서진과 ‘엔카의 여왕’ 김연자 등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했다. 게다가 파워풀한 퍼모먼스의 ‘댄스 디바’ 박미경, 힙합의 독보적 아티스트 비와이(BewhY)까지 무대에 올랐다. 발라드에선 감성보컬리스트 전상근과 국내 대표 여성 솔로 가수 경서가 출연해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고 국카스텐이 K-록의 진수를 선보이며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출연 가수 한 명, 한 명이 모두 대한민국 대표급이다. 게다가 이들은 통상 행사장에 온 것처럼 단순히 2~3곡만 부르고 무대를 내려가지 않았다. 많은 노래를 부르고, 중간에는 관객들과 길게 소통하는 등 마치 본인의 콘서트를 축소한 것처럼 보일 정도. 3시간이 넘는 긴 공연 시간 때문에 단순 콘서트가 아니라 마치 유명 페스티벌에 온 듯한 느낌이다. 그것도 다양한 음악 분야를 모아 놓은 페스티벌. 이 때문에 10대 청소년부터 20~30대 청년, 40~50대 중장년층, 60대 이상 어르신까지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강화 봄 콘서트는 ‘강화 봄 뮤직 페스티벌’ 등 좀 더 거창한 이름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물론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등을 더 넣어 아예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일 만큼. 이를 통해 인천을 대표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천자춘추] 화마로부터 문화유산을 지키자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29명이 사망하고 건물 2만채가 불타 없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0명이 사망하고 수많은 시설이 소실되거나 파손되는 피해가 났다. 이번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 사례는 지난 4월4일 기준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그중 국가지정 유산과 시·도지정 유산은 각각 13건, 22건이다. 특히 경북과 경남 등 영남권에서 피해가 컸다. 보물 ‘의성 고운사 연수전’, ‘의성 고운사 가운루’가 이번 화재로 전소했고 보물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은 석불 일부가 파손됐다. 명승 안동 만휴정 원림, 안동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 천연기념물 안동 구리 측백나무숲, 영양 답곡리 만지송 등도 피해를 입었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전소의 악몽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분포된 목조 문화유산이 화재에 특히 취약한 만큼 소중한 유산을 잃지 않도록 방재 대응 체계를 다시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비한 법과 제도를 손 보고 방재 대책도 세세히 보완해야 하지만 해당 부처의 관련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문화유산 안전방재 기술개발연구 예산은 4억원이 채 되지 못하며 그마저 전년 대비 13% 줄어들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개정된 관련 법은 국가유산청장과 시·도지사가 지정 문화유산에 소방장비를 설치하고 화재 예방을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산불 사태에서 보듯이 지자체 차원의 효율적인 방재대책은 찾기 어려웠다. 필자는 기후 위기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칼럼을 지난해 12월 쓴 바 있는데 이번 산불로 그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 4월9일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도 차원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도내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림 인근에 위치해 있어 재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국가에만 떠넘기지 말고 도 차원의 문화유산 방재정책의 수립과 함께 전문 인력 및 효율적인 복원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의 우(愚)를 범하지 말자. 지역의 문화유산은 지역이 앞장서 지켜내야 할 것이다.

[인천시론] 고귀한 영성에 빚진 도시

‘어른 김장하’에서 우리는 고귀한 영혼을 본다.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거룩함을 확장하고 고양해 기어이 다다르고야 만 신성과 조우한다. 대개 사람들은 지상에 발 디디고 진토에 몸 더럽히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퍼뜩 정화수를 들이부은 듯 영혼이 깨어날 때가 있다. 종교가 담당해 온 순기능이 있다면 그것이다. 세례 의식이 잘 보여주듯 인간은 타락에도 능한 존재라서 씻김을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내 영혼, 내 영혼”을 부르며 찾는 순간, 인간 안에 숨어있던 영성이 화들짝 반응한다. 성인들은 영성의 부름 앞에 진솔하고 범인들은 자주 외면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겨우 회개한다. 그렇게나마 인간은 신성을 닮으려 몸부림치는 존재라서 갸륵하다. 김상봉 교수는 ‘영성 없는 진보’라는 진단서로 오늘 우리가 마주한 위기를 예견했다. 우리는 물질로도 진보했고 민주 정치 체제로도 진보해 왔다고 여겼다. 하지만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혐오와 배제로 점철된 일상이 내전인 사회와 맞닥뜨리고야 말았다. 영성 없이 진보해 온 업보라고 여기며 70년대 개신교와 가톨릭을 되돌아본 김 교수의 글을 다시 펼친다. 그는 전태일이 믿었던 기독교가 타자를 위해 자신을 불사를 수 있었던 영성의 토대라고 봤다. “종교는 나와 타인, 나와 세계가 하나의 절대자 속에서 하나라는 믿음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자기희생적 응답을 가능하게” 만든다. 기독교를 통해 영성과 만나 거룩한 영혼 전태일이 탄생했다. 일찍이 신학자 서남동 교수는 전태일을 ‘우리 시대의 예수’라고 칭했다. 예수가 부활을 예고하며 십자가에 달리던 고난 성주간에 자유공원 초입 성공회 내동교회에서 ‘닥터 랜디스’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랜디스(남득시) 박사는 1865년 미국에서 태어난 의사이자 선교사다. 개항기 인천에 성 루가병원을 세워 환자들을 돌보고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거둬 가르쳤다. 한국문화를 사랑하며 연구해 후학들은 그를 ‘한국학’의 선구자로도 여긴다. 이날 추모사는 인천 개신교 역사에 남은 슈바이처, 예수 말씀대로 실천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그를 불러냈다. 불과 32세 젊은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오전 7시에 진료를 시작해 오후 8시30분에 일과를 마감했다는 기록을 보면 예수만큼 치열했을 그의 생애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낯선 나라 헐벗은 고장 제물포를 위해 생을 바친 그의 영혼에 인천이 진 빚이 크다. 답동성당 옆 천주교 인천교구 역사관에서는 ‘바다가 불러 세운 교회’라는 특별기획전이 진행 중이다. 메리놀외방전교회가 한국 사회와 인천을 위해 헌신해 온 선교 기록이자 사회 구원 역정이 펼쳐져 있다. ‘메리놀’은 미국 선교 본부 건물이 자리한 마리아의 언덕(Mary’s Knoll)에서 유래했고 아시아 지역 선교를 목적으로 창립했다. 전쟁 피란민 구제 사업으로 인천과 인연을 맺었고 당시엔 선교 활동이 활발했다. 이 전시는 ‘배고픈 이에게 음식을’, ‘집 잃은 자에게 안식을’, ‘앓는 이에게 돌봄을’ 베푸는 일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바다 위에 세워진 교회’의 역할로 조명한다. 가톨릭 선교사들은 “소멸은 언제나 서글픈 것이지만 무용해 질 때 비로소 임무가 끝났음을 실감하는 존재들”을 자처했다. ‘씨 뿌리는 자의 사명은 무용해 질 때 완수’된다는 그들의 믿음은 우리 인천이 영성에 빚진 도시임을 일깨운다. 이 자각이 인천에 내재한 고귀성을 되살려낼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기고] 주민과 함께 만드는 녹조 대응 새 해법

여름철 반복되는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의 증가로 인한 녹조 발생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예년보다 많은 강우와 지속된 폭염으로 역대 최장 기간(882일)의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한강유역 역시 2년 연속으로 소양강댐에서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했으며 횡성댐은 2022년 이후 2년 만에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가, 팔당댐 역시 2015년 이후 9년 만에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환경부는 2023년 녹조종합대책 수립 이후 고농도 가축분뇨 및 야적퇴비 집중조사 등 오염원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폭염과 강우, 수온이라는 외부 변수는 인위적 통제가 어렵기에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인 오염물질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오염원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심화되는 극한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 주도 사업추진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오염원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비점오염원은 도로, 농지, 생활공간 등 광범위하고 비정형적인 지점에서 발생해 기존의 시설 중심 점오염원 관리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소양강댐 유역의 총인(T-P) 배출량 중 약 73%는 비점오염원관리지역 외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녹조발생 지역 상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장 중심의 밀착형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연중 오염원 변화를 맵핑(Mapping)하고 실시간 점검·감시가 가능한 지리정보체계(GIS) 기반의 ‘오염원통합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해 자율적인 오염원 관리를 실천할 수 있게 하며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스마트폰이나 웹페이지를 통해 지역의 오염원을 직접 등록하고 주기적으로 오염원 상태를 점검하고 공유한다. 이 정보는 시스템에 실시간 반영돼 누적되며 이를 기반으로 집중관리지역을 선별하고 맞춤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단순 제보 수준을 넘어 주민이 수질관리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오염원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을 내 야적퇴비, 부유물, 탁수발생 우려지역 등에 대한 주민 중심의 감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또 완효성 비료, 물꼬조절장치, 야자매트, 심층시비 같은 농업 최적관리기법(BMPs)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주민참여형 오염원 관리사업이 지속가능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는 수자원공사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수계기금’ 등 공공 재원을 활용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 환경청, 수자원공사 등 여러 기관이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오염원 저감사업을 통합관리체계로 확대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단순히 감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과 공공기관, 지자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실천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수질 개선의 동력이며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향후 타 유역으로의 확대 추진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깨끗한 물은 기술과 예산만으로 지킬 수 없다. 지역사회와 주민, 공공기관이 ‘공동 책임자’로서 역할을 나눌 때 비로소 녹조 대응의 해법이 현실화된다.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자원공사의 오염원 관리 시범사업이 이러한 전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산책] 문화강국을 위하여

음악은 시대의 거울이다. 고통의 순간에는 저항의 언어가 되고 기쁨의 순간에는 희망의 합창이 된다. 그래서 음악은 늘 권력과 긴장관계를 보였다. 정치는 음악의 힘을 빌리고 싶어 하고 음악은 정치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 미묘한 관계를 가장 건강하게 설명하는 말이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 음악은 모든 장르가 동일한 시장 논리로 운영되기 어렵다. 특히 전통음악, 클래식, 인디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적인 음악은 상업적 수익보다 예술성과 공공적 가치, 그리고 문화의 지속가능성이 우선시된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에 대한 국가의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지역의 문화축제, 청소년 창작지원, 해외진출 사업 등에도 공공예산의 투입이 필요하다. 예술은 공공재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과 사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토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지원이 간섭으로 변질되는 순간 예술은 제 기능을 잃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다. 정치적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수천명의 예술인이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고 이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에는 세계적 명성의 영화감독, 대중가수, 국악인 등도 포함돼 있었고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음악은 통제의 대상이었다. 김민기, 신중현, 한대수는 ‘청년을 선동한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이 금지됐고 창작곡은 검열을 받아야 했다. 반면 민주화 이후 1990년대부터 한국 음악은 폭발적인 다양성을 보이며 세계로 뻗어 나갔다. 케이팝의 글로벌 성공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율성이 뒷받침된 결과다. 해외에도 유사한 사례는 많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들은 인종차별, 총기 문제, 빈부격차 등을 가사에 담으며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켄드릭 라마, 차일디시 감비노, 비욘세 같은 아티스트들은 정치적 메시지를 정면으로 담은 공연과 음반으로 문화적 충격을 줬지만 미국 사회는 이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고 토론의 장으로 확장했다. 이는 예술을 억누르기보다 사회를 반영하는 목소리로 수용하려는 문화민주주의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차원에서도 간섭 논란이 제기된다. 일부 지역 축제에서는 정치적으로 ‘무난한’ 아티스트만을 선호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내는 뮤지션들은 배제되기도 한다. 비판적 예술을 ‘리스크’로 간주하고 무색무취한 콘텐츠만 허용하는 기류는 문화 다양성을 저해한다.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창작자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결국 산업경쟁력도 떨어뜨린다. 정책이 창작의 자율성을 보장할 때 음악산업도 성장한다. 자유로운 창작 환경은 독창적인 콘텐츠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이는 뮤지션의 지식재산권(IP) 확장으로 연결된다. 음원, 공연, MD, 영상, 글로벌 협업까지 뮤지션 한 명이 하나의 브랜드가 돼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다. BTS 같은 사례는 단순한 스타의 성공이 아니라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 IP 생태계가 만들어낸 구조적 성과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제도적 지원이 함께 어우러질 때 가능한 일이다. 국가는 음악을 도와야 한다. 그러나 무대에 어떤 노래가 울려 퍼질지를 정해서는 안 된다. 정치의 역할은 창작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것이지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자유로울 때 가장 진실하다. 그리고 그 진실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를 바꾼다. 음악은 정치보다 오래간다. 시대를 넘고 국경을 넘는다. 그 울림을 지켜야 할 책임이 지금 우리에게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 이 한 문장이 문화강국의 출발점이다.

[경기만평] 파업이 줄어들라나...?

[사설] 폭설 땐 ‘충분’-보상 땐 ‘쥐꼬리’, 이럴 줄 알았다

농민들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재앙이었다. 2024년 11월 말 눈 폭탄이다. 농·축사용 비닐하우스가 무너졌다. 화훼가 깔리거나 얼어 죽었다. 소, 돼지, 닭도 폐사했다. 경기도에서 신고된 총 피해 금액만 3천919억원이다. 농작물 피해 규모가 386.7㏊에 달한다. 경기 동남부지역 피해가 특히 컸다. 안성 1천122억원, 평택 1천12억원, 화성 735억원, 용인 353억원, 이천 314억원, 여주 180억원 등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 현장을 찾았다. “통상적인 방법을 뛰어넘는 절차와 방법을 (강구하겠다)... 재정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대책과 지원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피해 농민을 위해) 신속하고 세밀한 지원을 추진하겠다.” 이상일 용인시장도 피해 농민과 함께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참담하다.” 피해 지역 시장 모두 한목소리였다. 성과도 있었다. 12월18일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지자체 부담 복구비 일부가 국비로 전환됐다. 피해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지원됐다. 국세와 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혜택도 주어졌다. 안성을 기준으로 살펴 본 지원금 내용은 이랬다. 소상공인 1인 1천만원, 농업 재난지원금 1인 300만원, 축산 재난지원금 1인 600만원, 산림 재난지원금 1인 100만원 등이다. 석 달 반이 지났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깊은 탄식이 나온다. 턱없는 비닐하우스 보상 액수 때문이다. 본보가 나건우씨(용인시 처인구 남사읍)를 만났다. 관엽·분화류 등을 키우는 화훼 농민이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재건비로 10억원을 추산했다. 인근에서 호접란을 키우는 박승동씨도 만났다. 피해 본 비닐하우스가 20동이다. 역시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예상한다. 그런데 두 농가에 지원된 지원금은 각 5천만원이다. 인근에 율마(관엽류) 2천㎡를 키우던 80대 농민이 있다. 300만원 나왔다. 농가가 주장하는 피해 복구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시설 피해를 당한 모든 농가가 이런 상황이다. 문제의 시작은 ‘정부의 셈법’에 있다.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이 뽑는 보상액이 이렇다. 보상 품종이 인정 범위가 좁고 비현실적이다. 비닐하우스의 전파(全破) 개념부터 잘못돼 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L씨도 비닐하우스 붕괴 피해를 당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본보 사설에 이런 견해를 남겼다. “보상이라야 쥐꼬리만큼 나온다. 그것도 수개월을 질질 끈다. 이번에도 두고 보라.” 농민이 정확히 예견한 보상의 현주소다. 담당 공무원들은 알고 있지 않았겠나. 도지사나 시장들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았겠나. ‘충분한 보상’ 약속보다 ‘보상 기준 개선’ 약속이 더 옳았을 것 같다.

[사설] 이천화장장 후보지 결정, 타 지자체 선례 되기를

이천시의 시립화장장 건립을 위한 후보지가 드디어 결정됐다. 그것도 전국 최초로 주민제안방식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이천시는 지난 10여년간 결론이 나지 않던 시립화장장 후보지가 결정됨으로써 오는 2027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화장장, 쓰레기소각장과 같은 혐오시설 설치 문제로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지자체 행정에 새로운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17일 이천시는 호법면 단천리 산55-1번지 일원 13만3천690㎡ 부지에 이천시립화장장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6일 단천리 화장장 유치추진위원회는 단천1리 마을주민 77%의 동의와 함께 인근 지역인 단천2리, 각평리, 표교2리 마을주민들의 유치 찬성 서명부를 받아 이천시에 화장장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후 이천시는 지난 3월14일 화장시설건립추진위원회의 회의를 개최했으며, 추진위원회는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상기 위원회는 해당 화장장 후보지가 산으로 둘러싸여 차폐성이 우수한 점, 시도 12호선과의 접근성과 진출입로 개설이 용이한 점 등과 같은 우수한 입지 여건을 확인하고 화장장 건립을 이천시에 권고했다. 이에 이천시는 화장시설건립추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주민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마장면, 호법면 기관사회단체장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해 화장장 건립에 대한 이천시민의 지지를 확인하고 최종 부지를 결정했다. 따라서 이천시립화장장은 향후 타당성 용역, 도시계획시설 결정 등 행정절차를 거쳐 화장로 6기 규모로 건립되며, 사업비는 300억원 정도 된다. 이천시는 화장장 설치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친환경 완전 연소 기술과 대기오염 방지시설이 탑재된 최첨단 시설로 건립할 예정이다. 또 인근에 있는 광역자원회수시설과 롯데아울렛을 아우르는 복합문화단지이자 체육, 여가, 쇼핑, 먹거리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종합관광벨트로 조성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 예정이다. 그동안 경인지역 지자체뿐만 아니라 국내 다른 지자체도 소위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인해 화장장은 물론이고 쓰레기소각장, 장애인 시설, 공동묘지 등과 같은 주민들이 혐오하는 특정 시설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시설들은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필요한 시설이므로 지역 내에 설치돼야 한다. 주민제안 방식으로 화장장 설치가 결정된 이천시 사례가 좋은 선례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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