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익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
여름철 반복되는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 상류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의 증가로 인한 녹조 발생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예년보다 많은 강우와 지속된 폭염으로 역대 최장 기간(882일)의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한강유역 역시 2년 연속으로 소양강댐에서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했으며 횡성댐은 2022년 이후 2년 만에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가, 팔당댐 역시 2015년 이후 9년 만에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환경부는 2023년 녹조종합대책 수립 이후 고농도 가축분뇨 및 야적퇴비 집중조사 등 오염원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폭염과 강우, 수온이라는 외부 변수는 인위적 통제가 어렵기에 녹조 발생의 주요 원인인 오염물질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오염원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심화되는 극한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 주도 사업추진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오염원 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비점오염원은 도로, 농지, 생활공간 등 광범위하고 비정형적인 지점에서 발생해 기존의 시설 중심 점오염원 관리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소양강댐 유역의 총인(T-P) 배출량 중 약 73%는 비점오염원관리지역 외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녹조발생 지역 상류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현장 중심의 밀착형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연중 오염원 변화를 맵핑(Mapping)하고 실시간 점검·감시가 가능한 지리정보체계(GIS) 기반의 ‘오염원통합감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해 자율적인 오염원 관리를 실천할 수 있게 하며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스마트폰이나 웹페이지를 통해 지역의 오염원을 직접 등록하고 주기적으로 오염원 상태를 점검하고 공유한다. 이 정보는 시스템에 실시간 반영돼 누적되며 이를 기반으로 집중관리지역을 선별하고 맞춤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단순 제보 수준을 넘어 주민이 수질관리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오염원 관리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마을 내 야적퇴비, 부유물, 탁수발생 우려지역 등에 대한 주민 중심의 감시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또 완효성 비료, 물꼬조절장치, 야자매트, 심층시비 같은 농업 최적관리기법(BMPs)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주민참여형 오염원 관리사업이 지속가능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는 수자원공사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수계기금’ 등 공공 재원을 활용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지자체, 환경청, 수자원공사 등 여러 기관이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오염원 저감사업을 통합관리체계로 확대해 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단순히 감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과 공공기관, 지자체가 정보를 공유하고 실천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가 수질 개선의 동력이며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향후 타 유역으로의 확대 추진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깨끗한 물은 기술과 예산만으로 지킬 수 없다. 지역사회와 주민, 공공기관이 ‘공동 책임자’로서 역할을 나눌 때 비로소 녹조 대응의 해법이 현실화된다.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자원공사의 오염원 관리 시범사업이 이러한 전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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