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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신안산선 참변에 드리운 정치인·국토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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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산선 개통 연기를 규탄한다.’ 2024년 7월10일 국회 소통관이다. 국회의원 14명이 현수막을 들었다. 신안산선 노선 경유 지역 의원들이다. 4년 연장을 요구한 사업 시행자를 맹 비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20개월로 단축한 국토부도 비난했다. “부실관리 늑장 대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신안산선 공사 강행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9개월 뒤,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광명 지역 지하터널 제5-2공구다. 4월11일 오후 3시13분이었다. 지하 터널의 상부 도로가 주저 앉았다. 근로자가 사망했고 인근은 초토화됐다. 사고 현장의 증거가 남아 있다. 공사장 폐쇄회로 TV 화면이다. 사고 전날 밤 터널 현장이 무너졌다. 흙더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치 형태 천장 부위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미 사고 하루 전부터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붕괴 조짐이 보이는데 밀어붙인 공사였다.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처분이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기다리면 된다. 이와 별도로 지적하고 가려는 대목이 있다.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였다는 정황이다. 공기에 쫓긴 조급증이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CCTV 속 모습부터 여간 이상하지 않다. 살폈듯이 현장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무너질 곳에 인부를 밀어 넣은 꼴이다.

 

그 이유가 전체 흐름 속에 있다. 2023년 1월 감사원이 경고했다. ‘지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시행사 넥스트레인도 경고에 동의했다. 전 구간 개통 시기를 연기하려고 했다. 2029년 4월을 제시했다. 당초보다 4년 미루는 안이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판단이 옳았다.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공사 일정만은 훨씬 넉넉했을 것이다. 이 계획이 무시 당했다.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는 과정이었다. 당초 요구보다 28개월 앞당겨졌다. 2026년 12월로 완공 목표를 확정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공시했다. 공시된 날짜는 이후 공사의 절대 목표가 됐다.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감사원이 붕괴 위험을 경고했고, 시행사가 공사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 협의에서 공기가 당겨졌다. 감사원 지적을 무시한 것인가. 누가 왜 바꾼 것인가. 확인해 봐야 한다.

 

그 즈음-2024년 7월- 정치가 등장한다. 1명도 아닌 국회의원 14명이 나섰다.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옆에 있었다. 국토부 백원국 2차관도 앉아 있었다. 이 분위기에서 쏟아진 성토다. 국토부와 시행사에는 더 없는 압박이었을 게다. 의원들 스스로 이날 압박의 효과를 자랑했다. 지역민 보라고 이런 자료를 뿌렸다. “○○○의원, 신안산선 완공 연기를 강력히 성토했다.” 그 증거는 여러 언론에 활자로 남아 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8년 4월이다. 4년 연기됐다면 2029년 4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 못한다. 20개월 연기되면 2026년 12월이다. 22대 임기에 개통식이 가능하다. 이래서 ‘4년 연기’에 분노했던 것인가. 송옥주(화성갑), 양문석(안산갑), 김현(안산을), 박해철(안산병), 문정복(시흥갑), 조정식(시흥을), 임오경(광명갑), 김남희(광명을), 강득구(안양만안). 그때 성명 냈던 의원들이다.

 

사람이 빚은 재앙-인재(人災)-임이 분명해 보인다. 경찰 수사는 그 ‘누군가의 잘못’을 찾는 작업이다. 숨진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시킨 책임, 시공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공사에 촉박한 일정을 강제한 책임, 시행사가 져야 할 것이다. 시행사의 안전 판단을 무력하게 만든 책임, 국토부·정치인이 져야 할 것이다. 형사 책임의 경계는 어디선가 끊길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의 경계까지 자르고 갈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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