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설 땐 ‘충분’-보상 땐 ‘쥐꼬리’,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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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경기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용인특례시 처인구 남사읍 한 화훼농원이 17일 오후 복구되지 않은 채 처참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경기일보DB

 

농민들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재앙이었다. 2024년 11월 말 눈 폭탄이다. 농·축사용 비닐하우스가 무너졌다. 화훼가 깔리거나 얼어 죽었다. 소, 돼지, 닭도 폐사했다. 경기도에서 신고된 총 피해 금액만 3천919억원이다. 농작물 피해 규모가 386.7㏊에 달한다. 경기 동남부지역 피해가 특히 컸다. 안성 1천122억원, 평택 1천12억원, 화성 735억원, 용인 353억원, 이천 314억원, 여주 180억원 등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해 현장을 찾았다. “통상적인 방법을 뛰어넘는 절차와 방법을 (강구하겠다)... 재정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김보라 안성시장은 대책과 지원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피해 농민을 위해) 신속하고 세밀한 지원을 추진하겠다.” 이상일 용인시장도 피해 농민과 함께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참담하다.” 피해 지역 시장 모두 한목소리였다.

 

성과도 있었다. 12월18일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지자체 부담 복구비 일부가 국비로 전환됐다. 피해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이 지원됐다. 국세와 지방세 납부 유예, 공공요금 감면 혜택도 주어졌다. 안성을 기준으로 살펴 본 지원금 내용은 이랬다. 소상공인 1인 1천만원, 농업 재난지원금 1인 300만원, 축산 재난지원금 1인 600만원, 산림 재난지원금 1인 100만원 등이다.

 

석 달 반이 지났다. 현장에서 농민들의 깊은 탄식이 나온다. 턱없는 비닐하우스 보상 액수 때문이다. 본보가 나건우씨(용인시 처인구 남사읍)를 만났다. 관엽·분화류 등을 키우는 화훼 농민이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재건비로 10억원을 추산했다. 인근에서 호접란을 키우는 박승동씨도 만났다. 피해 본 비닐하우스가 20동이다. 역시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예상한다. 그런데 두 농가에 지원된 지원금은 각 5천만원이다.

 

인근에 율마(관엽류) 2천㎡를 키우던 80대 농민이 있다. 300만원 나왔다. 농가가 주장하는 피해 복구비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 시설 피해를 당한 모든 농가가 이런 상황이다. 문제의 시작은 ‘정부의 셈법’에 있다. 국가재난안전관리시스템(NDMS)이 뽑는 보상액이 이렇다. 보상 품종이 인정 범위가 좁고 비현실적이다. 비닐하우스의 전파(全破) 개념부터 잘못돼 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L씨도 비닐하우스 붕괴 피해를 당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본보 사설에 이런 견해를 남겼다. “보상이라야 쥐꼬리만큼 나온다. 그것도 수개월을 질질 끈다. 이번에도 두고 보라.” 농민이 정확히 예견한 보상의 현주소다. 담당 공무원들은 알고 있지 않았겠나. 도지사나 시장들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았겠나. ‘충분한 보상’ 약속보다 ‘보상 기준 개선’ 약속이 더 옳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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