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통신사 데이터 요금, 소비자 눈높이 맞춰야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자연히 모바일 데이터도 우리 삶의 필수재가 됐지만 현재 통신사들의 요금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데이터 요금의 불투명성이다. 음성 통화나 문자 사용량이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면서 통신사 수익의 대부분은 데이터 요금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일례로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나 일반 문자 메시지는 ‘무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무심코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일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데에도 데이터가 소모된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는 이를 간과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 현재의 데이터 요금제는 대부분의 요금제가 한 달 사용량을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거나 속도 제한을 거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정해진 양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 남은 데이터는 이월되지 않고 소멸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불합리한 처사다. 데이터 이월제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 세 곳의 통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고 통신사들의 불합리한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카카오톡 같은 특정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부추기고 데이터 요금제에 영향을 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수많은 이용자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고용량 파일을 주고받으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마치 통신사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암묵적인 공조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Wi-Fi)로 데이터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데이터는 요금제에 따라 과금되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어 동일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때만 유독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정보 접근성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이동통신사 역시 망 투자 및 유지 보수 등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제가 결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불합리한 요금제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 체계는 건전한 시장 발전의 토대이며 이는 결국 통신사에도 장기적인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데이터 이월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닌 즉각 시행해야 할 조치이며 복잡하기만 한 요금제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단순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데이터 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는 없어야 한다. 정부와 통신 사업자들은 더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경기만평] 정말 이쯤되면...?

[사설] 김동연 제안 닷새만에 이재명 ‘분도는 사기’

사용된 표현이 매우 거칠다는 느낌을 준다. 의정부를 찾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연설이었다. 경기 분도론의 허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 북부는 각종 규제로 인해 산업·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분리한다고 해서 규제가 자동으로 완화되는 것도 아닌데, 마치 규제가 해제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기’이자 ‘기만’이다”, “(경기도) 분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환상”이라고도 했다. ‘사기’, ‘기만’, ‘환상’ 등 거친 표현을 언론이 주목했다. 경기지사 시절 북부 정책을 설명했다. SOC 예산을 남부보다 2배 가까이 투자했다고 했다. 경기도 산하기관을 북부와 동부로 이전한 점도 상기시켰다. 통근 버스를 반대해 직원들의 현지 정착을 유도했다는 것도 소개했다. “이 문제로 표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안다. 하지만 당장 표를 의식해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경기지사 재임 시절 이후 소신을 바꾼 적 없다. 다만 이번에는 수위와 시기가 특별하게 들린다. 통상 선거 경쟁자는 다른 정당 후보자다. 이번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맞상대다. 그런데 경기도 분도라는 주제는 조금 다르다. 김 후보도 지사 재임 시절 이후 줄곧 분도를 반대해 왔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포퓰리즘’(2014년 6월19일) 등의 관련 발언이 있다. 이번에도 수도권 공약으로 검토했지만 제외됐다.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이 후보가 김 후보를 공격할 여지는 없지 싶다. 남는 대상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김동연 지사다. 역점 사업으로 2022년 취임 이후 끌고 왔다. 규제 해소 등을 제도화하는 구상이다. 자체 절차를 갖춰 정부에 올려놨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는 경기도 공통 공약으로 주문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북자도 공약’을 밀었다. 그리고 지난 16일, 이 후보의 공약 채택을 제안했다. 민주당 김승원 경기도당 위원장을 통한 공식 제안이었다. 그런데 이 후보의 공약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닷새 만에 이 후보의 거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김 지사 역할은 ‘조화로운 경쟁자’였다. 경선에 순응했고, 결과에 승복했다. 그래서 읽힌 ‘김동연 정치’가 있다. 그중 하나가 도지사 연임설이다. 내년 선거에서 경기지사를 연임하고, 차기 대권을 도모한다는 관측이다. 지역 정가에서 비중 있게 돌았다. 이런 때 등장한 ‘이재명의 분도론 맹폭’이다. 이 후보의 정확한 메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해석만 구구하다. 대부분 김 지사에는 반갑지 않은 내용들이다. 왜 안 그렇겠나. ‘사기’, ‘기만’이라는 표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유력한 차기 주자의 발언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설] 지지부진 인천판 ‘롯폰기 힐스’... 저성장 시대의 그늘인가

롯폰기 힐스는 일본 도쿄의 구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미나토구의 낙후 지역을 오피스·쇼핑·문화 복합단지로 바꿔 놓았다. 구도심 개발의 세계적 성공 모델이다. 인천에서도 이런 꿈이 있었다. 인천터미널·구월농산물시장 복합개발 사업이다. 낙후된 공공 인프라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다. 롯데그룹 자회사인 롯데인천개발은 지난 2013년 인천시로부터 인천터미널 부지를 사들였다. 매입가 9천억원이었다. 이듬해엔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일대 부지(5만9천㎡) 및 건물을 3천60억원에 사들였다. 롯데는 인천터미널을 확장·이전하고 쇼핑몰과 업무·문화시설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엔 아파트·오피스텔 2천313가구를 짓는다. 쇼핑·문화·주거시설이 함께하는 복합 신도시 개발이다. 롯폰기 힐스급의 다운타운 재개발 구상이었다. 최근 롯데가 인천시에 사업 기한을 2030년으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을 내세웠다. 사업성이 안 나오니 개발계획 변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롯데는 처음 2018년이던 사업 기한을 2022년으로 연장받았다. 이후 행정절차 지연 등으로 다시 2026년까지 연장했다. 세 번째 연장이다.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이미 2020년 남동구 남촌동으로 이전했다. 사업 진척이 없으니 옛 농산물도매시장 일대는 5년째 폐허로 방치 중이다. 텅 빈 시장 건물은 낡아가고 주변은 내다 버린 폐기물만 쌓여 간다. 주민들은 인천시가 좀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다. 롯데로 하여금 방치 농산물 시장을 정비·관리토록 해 더 이상의 슬럼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터미널 부지는 2단계로 나눠 개발할 계획이었다. 1단계 터미널 이전·확장은 2022년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공정 70% 상태다. 2단계 쇼핑몰·문화시설의 복합용도 건축물 공사는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사업 기한이 자꾸 미뤄지는 것은 당초 계약이 허술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토지매매계약 당시 사업 기한에 대한 강제조항이나 페널티 조항이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낙후됐지만 대형 백화점과 종합터미널이 함께 있는 인천의 다운타운이다.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더 낙후돼 가는 사정이 못내 아쉽다. 개발을 맡은 민간기업 입장에서도 답답할 것이다. 결국 경기 침체 장기화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그러니 민간기업에 출혈성 투자를 강요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과거처럼 도시가 끝없이 팽창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인천판 롯폰기 힐스의 꿈도 저성장의 터널에 갇힌 것인가.

[지지대] 드론의 역사

최초의 형태는 오스트리아에서 나왔다. 1849년이었다. 열기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가동됐다. 미국에선 남북전쟁이 한창인 1863년 등장했다. 1918년 공중에서 수평으로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폭탄 300파운드를 싣고 비행에 성공했다. 1930년대 영국서 최초로 왕복이 가능한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400대 이상 양산됐다. 1950~1960년대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적진 감시 목적으로도 이용됐다. 2000년대 들어선 군사 목적 이외에도 촬영, 배송, 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로 뻗어 나갔다. 하늘 위의 만능 재주꾼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농업은 물론이고 영상 촬영부터 배송, 시설 점검, 교통 관측까지 일상에서 쓰임새를 늘려 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전쟁 등에선 다시 숱한 인명을 해치는 공포스러운 무기로 둔갑하고 있다. 초경량 비행기구인 드론의 간단찮은 역사다. 드론이 최근 5년 새 국내에서 7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분석 결과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6만7천902대가 등록됐다. 지난해 말 6만4천863대에서 3천여대 증가했다. 2016년 2천226대에서 2019년 9천848대로 늘었다가 2020년대 들어 증가폭을 키웠다. 이후 2020년 1만6천159대에서 2021년 3만1천314대, 2022년 4만1천694대, 2023년 5만2천387대로 늘었다. 지난 3년간 한 달에 1천대씩 증가한 셈이다. 유형별로는 무인멀티콥터(프로펠러 여러 개를 사용하는 비행체)가 5만9천여대로 전체의 89.7%를 차지했다. 무인비행기 7.4%, 무인헬리콥터 2.8%, 무인비행선 0.1% 등으로 나타났다. 4만2천627대(62.8%)는 사업용, 나머지는 취미·레저용 등 비사업용이었다. 과학의 발달로 기구들도 첨단화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를 살상하는 흉기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시론] 대통령 후보들이 만들겠다는 세상

다음 달 3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분들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면서 중간중간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각각 차별화된 이름의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지만 공통분모는 딱 하나로 집약된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좋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 물론 각자의 이념적 지향과 정당의 입장을 깔고 있어 그 좋다는 것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고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겠다는 것만큼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 각종 공약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인간의 기저 심리에 깔린 근원적 욕망과 바람, 그리고 도덕 기준이 뒤섞여 작동하는 메카니즘의 작동 결과가 투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언어 프레임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 다시 말해 이슈 담론의 핵심 키워드를 누가 잘 설정하느냐와 긴밀히 연결된다. 그렇다면 현 대통령선거에서 사람들의 심층에 자리한 문제 의식과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는 키워드가 무엇일지 살펴보자.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근본 버팀목이 되는 기본이 제대로 서 있는 사회인가.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더 나아가 이러한 기본 토대 위에 더 성장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기회를 키워 가고 있는가. 그것이 중심이 돼 돌아가는 사회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이러한 질문 속 핵심 키워드는 기본, 성장, 역량, 기회라 할 것이다. 민주주의, 공정, 정의, 분배, 복지, 통합, 균형 등의 키워드도 중요하지만 이는 기본, 성장, 역량, 기회의 이면에 반드시 따라붙는 주제인 만큼 일단 뒤로 미뤄 두자. 무엇이든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으면 뒤로 갈수록 흔들리고 결국 무너지고 마는 법이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더 크게 성장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기본이 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구성원 대다수가 적자생존을 해야만 하는 현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기본이 탄탄한 사회도 여러 모습이 있을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자원이 그것을 제대로 이뤄 내기에 역부족일 수도 있는 만큼 현실에서의 유연한 적응은 필요한 법이다. 중요한 점은 우리 사회가 기본이 안 되고서는 그 위에 세운 그 무엇도 사상누각이기 쉽다는 것이다. 반면 아무리 기본이 바로 선 사회라 해도 기본에 안주하려는 순간 단지 하향 평준화한 사회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는 데 힘을 쏟는다고 해서 세상의 생존 질서가 이를 허용하고 보조를 맞춰 주는 것도 아니다. 어느 분야든 경쟁이 치열하고 심지어 패권을 놓고 싸워서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 짓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더 성장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8%로 전망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경제가 곤두박질 칠 지경이란 얘기다. 이것만 봐도 당장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의 실현은 우리의 역량이 충분히 커야 가능한 일이다. 역량 제고는 인재 양성에도 있고 기술 혁신에도 있다. 거국적인 사회 대전환을 이뤄내야 가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무엇인가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수많은 다양한 기회가 고르게 분포되고 이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기본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상 경영의 극점은 이들 간 조화로운 균형점을 찾는 데 있고 거기서 빛을 발하는 법이다. 이는 새로운 대통령의 몫이라 하겠다.

[천자춘추] 스포츠기본법과 보편적 시청권

2022년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은 스포츠를 국민의 권리로 규정하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스포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의 책무를 명시했다. 이는 스포츠가 더 이상 일부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공재이자 권리임을 법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도 이 법의 정신 안에서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는 국가적 자긍심과 국민적 감동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자산이기도 하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이벤트는 국민 세금으로 선수들이 훈련받고 파견되는 만큼 그 결과를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스포츠 중계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특정 기업이 중계권을 독점하고 유료화함에 따라 시청을 위해 추가 요금을 내야 하거나 주요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는 상황은 스포츠 접근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마저 중계권 독점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고령자, 농어촌지역 주민, 저소득층 입장에서는 스포츠 향유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는 평등성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보편적 시청권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법적 권리로서 보장돼야 할 국민의 스포츠 접근권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관계자들이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협력해 스포츠기본법에 근거해 국민적 스포츠 경기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 근거를 마련하고 공공 플랫폼 제공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제는 스포츠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권리’로 구체화하고 이를 실현할 제도적 장치를 스포츠기본법과 보편적 시청권의 취지 안에서 논의할 때다. 스포츠는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감동이며 사회 통합의 중요한 매개체다. 국가적 스포츠 이벤트마저 일부 자본이 콘텐츠를 독점하고 접근을 제한하는 방향은 스포츠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보편적 시청권은 단지 ‘공짜로 보게 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스포츠기본법의 취지와 맞물려 공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 요구다.

[기고] 수원 군공항 이전, 이제는 국가가 책임질 때

도심 한복판의 전투기 굉음은 수원시민에게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수원 군 공항은 1934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돼 1954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이후 70년 가까이 도심 속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도시는 빠르게 팽창했고 수십만 시민은 항공기 소음, 고도 제한, 재산권 침해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피해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수원시는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를 2009년 기준 약 2조2천48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군소음 보상금은 최근 3년간 15만명에 가까운 주민에게 총 400억원이상이 지급됐다. 그러나 이는 임시적 보상일 뿐 도시 개발과 지역 발전은 여전히 군사시설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발목 잡혀 있다. 수원시는 2014년 국방부에 군 공항 이전을 공식 요청했고 2017년 화성 화옹지구가 예비 이전 후보지로 지정됐지만 지자체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와 중앙정부의 미온적 대응 속에 사업은 10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반면 대구 군 공항은 군위·의성으로의 이전이 확정됐고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 제정 이후 국가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결과는 판이하다. 이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책임 의지 차이에서 비롯된다. 문제의 핵심은 명목상 국가 사무인 군공항 이전 사업이 실질적으로는 지방정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제도적 구조다. 국방부 등 관계 부처는 절차의 틀만 유지한 채 조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갈등은 장기화하고 시민 피해는 고착화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군 공항은 국가안보를 위한 핵심 기반 시설인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한 지역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수원 군 공항 이전은 더 이상 지역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직접 조정하고 이끌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법과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필자가 제안한 김포공항 활용 방안은 기존 활주로와 관제 시설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부지 내 공지(空地)를 통해 이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새로운 부지 조성보다 행정력과 예산을 아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물론 서울시와 인근 지역과의 협의, 정책적 조율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중재와 설득을 전제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수원시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공항 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는 수원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다. 시민의 삶과 국가의 안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삶, 오디세이] 블랙리스트 작가

필자는 블랙리스트 작가다. 필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질문과 분석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것이 성인이나 신이라 할지라도 분해되고 다시 조립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정치나 종교에 대해 견해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필자는 청탁받은 원고를 쓸 때도 정치나 사회를 비판했고 단체의 성명서 발표가 옳다고 생각되면 이름을 올렸다. 모 문예지에선 필자의 글을 실어야 할지에 관해 편집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어느 날 필자는 블랙리스트 작가가 돼 있었다. 한강도 블랙리스트 작가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필자와 함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됐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이슈와 인권 문제를 다루고 이를 확장하려는 작가들을 불순 세력으로 봤다. 블랙리스트 명단이 밝혀지자 한국 문학계에 비상이 걸렸다. 군사독재정권의 악몽이 되살아나며 작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제 글을 쓸 때마다 정부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없어지고 문학작품의 소재는 축소된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작가들은 정부의 억압적인 태도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블랙리스트 작가는 늘 불안하다. 관리 대상이 돼 예술가 지원 혜택에서 배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작가들은 글을 쓸 때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강이 쓴 ‘소년이 온다’도 정부에 의해 유해 도서가 되고 세종도서에 배제됐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위다. 문화와 예술이 발전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예술의 부가가치는 국가의 국격을 높이며 제조업의 경쟁력도 높인다. 간섭받지 않는 절대 자유 속에서 작품을 집필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작가의 기본적 인권이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는 작가의 살생부다. 군사독재 시대에는 군인들이 작가의 책을 검열했고 박근혜 정부는 작가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지원 삭감으로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를 없앴다. 문학나눔 도서 보급은 우수 출판물을 선정해 전국 주요 도서관에 보급하는 사업이다. 문학나눔에 선정되면 출판사는 아르코 지원금으로 2쇄를 발행하고 저자는 2쇄의 인세를 받는다. 결과적으로 독자들은 작품성이 검증된 도서를 읽는다. 그런데 문학나눔이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가 블랙리스트에 적힌 소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배제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문학나눔을 없앰으로써 문학인 모두에게 불이익을 줬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더 나쁘다. 필자는 블랙리스트 작가로 윤석열 정부 초기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때만 해도 정부가 문학나눔을 없애는 등 광범위하고 심각한 행위를 할 줄은 몰랐다. 이제 6월3일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작가로서 새 정부에 바란다. 제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지 마라. 예술과 문학에 대한 지원 서류를 간단히 하라. 원로 예술인들은 서류 제출이 어려워 지원 신청도 못 하는 실정이다. 그리고 예술과 문학에 대해 올바로 인식하고 정책을 펴기 바란다. 블랙리스트로 살생부를 만들어 관리하는 국가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왔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작가의 정신이다. 작가들은 절대 자유 속에서 글을 쓰고 싶다.

[경기만평] 놀다온거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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