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호 수원특례시의회 의원
도심 한복판의 전투기 굉음은 수원시민에게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수원 군 공항은 1934년 일제강점기에 건설돼 1954년 지금의 위치로 이전한 이후 70년 가까이 도심 속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도시는 빠르게 팽창했고 수십만 시민은 항공기 소음, 고도 제한, 재산권 침해라는 삼중고(三重苦)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피해는 수치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수원시는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를 2009년 기준 약 2조2천48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군소음 보상금은 최근 3년간 15만명에 가까운 주민에게 총 400억원이상이 지급됐다. 그러나 이는 임시적 보상일 뿐 도시 개발과 지역 발전은 여전히 군사시설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발목 잡혀 있다.
수원시는 2014년 국방부에 군 공항 이전을 공식 요청했고 2017년 화성 화옹지구가 예비 이전 후보지로 지정됐지만 지자체 간의 첨예한 입장 차이와 중앙정부의 미온적 대응 속에 사업은 10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반면 대구 군 공항은 군위·의성으로의 이전이 확정됐고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 제정 이후 국가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결과는 판이하다. 이는 중앙정부의 개입과 책임 의지 차이에서 비롯된다.
문제의 핵심은 명목상 국가 사무인 군공항 이전 사업이 실질적으로는 지방정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제도적 구조다. 국방부 등 관계 부처는 절차의 틀만 유지한 채 조정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갈등은 장기화하고 시민 피해는 고착화되고 있다.
이제는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군 공항은 국가안보를 위한 핵심 기반 시설인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한 지역의 피해는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수원 군 공항 이전은 더 이상 지역 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직접 조정하고 이끌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법과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대안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필자가 제안한 김포공항 활용 방안은 기존 활주로와 관제 시설 등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부지 내 공지(空地)를 통해 이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새로운 부지 조성보다 행정력과 예산을 아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물론 서울시와 인근 지역과의 협의, 정책적 조율이라는 과제는 남아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중재와 설득을 전제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수원시민의 인내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공항 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는 수원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분기점이다. 시민의 삶과 국가의 안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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