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이럴까?!...

[사설] 김문수 ‘전국 GTX’, 지역 선정 로드맵도 밝혀라

김문수 후보에게도 특화된 정책이 있다.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다. 김 후보가 경기지사였던 2007년 등장했다. 정책특보였던 이한준씨(현 LH 사장)의 건의였다. 이를 김 후보가 채택했고 2009년 공식 발표했다. 당시에는 대심철도라고 불렸다. ‘지하 수십m 철도로 수도권을 30분에 오간다.’ 와 닿지 않는 개념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운행 중이라는 설명도 막연했다. 시공 경험도 없을 뿐더러 예산 가늠조차 어려웠다. 모두가 회의적이었다. 이걸 전면에 나서 밀고 간 게 당시 ‘김문수 지사’다. GTX 조기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속도를 냈다. 재정이 아닌 민자로 예산 반대를 설득했다. 전문 기관을 통해 사업성도 증명했다. 정부·정치권을 일일이 설득했다. 급기야 2012년 말 이명박 정부가 예산을 반영했다. 이후에는 순풍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과제로 채택했고, 문재인 정부는 시공에 속도를 냈다. 윤석열 정부에서 A노선이 부분 개통됐다. 페루,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이 견학을 온다. 작금의 선거가 단골로 써먹는 것이 교통 공약이다. 철도 공약과 GTX 공약이 그중에도 핵심이다. 이번 대통령선거도 그렇다.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12일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 김 후보가 GTX 확대 공약을 포함시켰다. 전국 5대 광역권 내 ‘전국급행철도망’ 약속이다. 수도권, 부울경권, 대구경북권, 충청권, 광주전남권 등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10대 공약에 직접 언급은 없다. 하지만 주요 공약 이행 방안으로 다 들어있다. 우리는 앞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다뤘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 풀어갔다. 김 후보에게는 GTX가 그런 위치에 있는 공약이다. GTX의 개념, 예산, 방식의 경험자다. 유권자들이 갖는 신뢰가 남다를 수 있다. 더 없는 득표 요소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전국 5대 광역권이라면 사실상 전국 공약이다. 예산과 기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사업이다. 2009년 개념 선포 이후 A노선 개통까지 16년이나 걸렸다. 이걸 동시에 착공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착공의 우선순위가 매겨져야 한다. 선거를 뛰는 후보들의 입장은 있다. 지역을 특정하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착공을 위한 로드맵 정도는 밝히고 가야 한다. 참고해도 좋을 선례가 2024년 총선에 있었다. ‘철도 지하화’ 이슈가 등장했다. 희망 지역이 전국에 수두룩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안이 ‘선도 사업 지역 선정’ 로드맵이었다. 그 절차가 지켜졌고 안산시 등 세 곳에서 실현됐다. 최소한 이 정도의 로드맵은 추가돼야 한다. 표심은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해낼 것이냐’를 본다. ‘GTX 로드맵’은 김문수·이재명 공통의 과제다.

[사설] 공항경제권 개발 시동... 인천 고유 먹거리다

국가 관문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의 정체성이자 가치다. 국력 신장과 한류 확산 등으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국제공항협의회(ACI)도 ‘5성급’을 인증한 허브 공항이다. 그러나 첨단복합항공단지 등 연관 산업은 극히 미흡하다. 항공정비(MRO) 클러스터를 비롯해 호텔 및 컨벤시아, 문화·공연장, 쇼핑센터, 금융 및 비즈니스 단지 등이다. 쉽게 공항경제권이라 한다. 인천시가 최근 항공산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년)을 공표했다. ‘글로벌 선도 항공우주 혁신도시, 인천’이 비전이다. 5대 전략 18개 과제를 선정했다. 인천공항 경제권 활성화, MRO 산업 생태계 구축,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 촉진 등이다. 드론 실증 클러스터 조성과 우주·방산 산업 기반 마련도 있다. 먼저 인천공항과 인근 산업단지를 연계한 ‘공항경제권 기반 항공 산업 클러스터’ 조성이 과제다. 항공 산업의 기획부터 정비, 운항·비행, 산업 및 건설 지원에 이르는 전 과정의 성장 기반이다. 이를 위해 공항경제권 특별법 제정과 인천공항사와의 협력에 집중한다. MRO 분야에서는 항공정비단지 활성화와 민간 정비업체 유치, 항공정비 교육 인프라 확충 등이다. 현재 국외로 빠져나가는 항공 정비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고 자립적인 정비 산업 기반을 완성하는 것이다. 인천이 동북아 MRO 산업의 허브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목표다. UAM 분야에서는 ‘인천형 도심항공교통 생태계’를 마련한다는 방안이다. 인천이 도심항공교통의 혁신을 주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드론 산업은 섬 지역 배송, 해양쓰레기 관리 등 도시 관리 전반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드론 실증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민들의 생활 편의 및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드론 활용 공공서비스도 늘려 나간다. 최근의 우주·방산 가치 증대에 발맞춘 관련 산업 생태계 육성도 포함하고 있다. 우주·방산 기업의 유치와 지원, ‘국방벤처센터’ 설립 추진 등이다. 이 중 가장 선도 산업은 역시 항공정비(MRO) 클러스터다.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정비 산업 기반은 빈약하다. 최근 대선 후보들도 이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천은 군용기 부품 제조 단지, 인천은 민간 항공기 복합 수리 정비 단지로 특화한다는 공약 등이다. 선거 공약 차원이지만 인천과 인천공항의 과제를 제대로 집어낸 셈이다. 여객 5위, 화물 3위의 글로벌 공항만으로는 부족하다. 공항경제권은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인천의 고유 먹거리다.

[지지대] PC방의 쇠락

일렉트로닉 카페가 문을 열었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다. 대표적 게임공간인 PC방은 이렇게 탄생했다. 1990년대 전반기였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PC 확산 정책과 인터넷 인프라 확충 등이 맞물리면서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수십대 설치된 컴퓨터를 요금을 내고 일정 시간 이용할 수 있었다. 라면 같은 인스턴트식품과 커피 등도 제공됐다. 그래서 PC카페라고도 불렸다. 24시간 영업이 일반적이었다. 본래의 목적 이외에도 야간이나 심야에 잠시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도 활용됐다. 늦은 밤 버스 및 전철 등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숙박업소를 찾기 힘들어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차례 크고 작은 변혁을 통해 소비자 중 10~20대가 이용하는 비율이 절대 다수인 독보적인 문화공간이 됐다. 한때는 노래방이나 만화방, 콜라텍 등을 제치고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내 PC방이 매년 100여곳씩 문을 닫는 등 폐업이 속출(경기일보 12일자 8면)하고 있다. 주된 이용자인 청소년들이 다른 여가 공간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어서다. 인건비 및 공공요금 부담 등의 영향도 더해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PC방 수는 2023년 1천972곳에서 지난해 1천883곳으로 89곳 감소했다. 올해 3월 기준 1천789곳으로 이미 전년보다 94곳 줄었다. 연말까지 감안하면 올 한 해 100곳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PC방 쇠락에는 중요한 원인이 있다. 과거에는 고사양 PC와 초고속 인터넷 등이 집에 없었다. 그래서 PC방을 이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충분한 게임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PC방은 ‘저렴한 공간’이라는 인식 속에 가격 인상도 어렵다.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 등은 계속 커진다. 일각에선 단순한 게임 공간을 넘어 체류형·복합형 공간으로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쇠락하는 게 어디 PC방뿐일까.

[천자춘추] 골리앗 시대의 생존법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가 이어지고 공원과 상권마다 가족 단위 인파로 북적인다. 프로야구도 개막 이후 주말마다 매진 행렬이다. 친구, 동료, 가족끼리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며 저녁 공기 속 힐링을 만끽한다. 경기 막판, 투수가 포효하며 스트라이크를 꽂고 타자가 고개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하면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반면 씨름은 조금 다르다. 힘을 다한 후 이긴 선수가 상대에게 손을 내밀고 모래를 털어준다. 함께 박수를 받는 장면은 오래 여운이 남는다.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떤가.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식당, 카페, 동네 슈퍼 곳곳에서 들려온다. 자영업자의 한숨은 깊어지고 여닫는 셔터의 무게도 더해진다. 외식업계는 배달앱 수수료, 광고비, 카드 결제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 상승에 하루하루 버티는 중이다. 손님이 감소하지 않았는데도 수익은 점점 준다. 튀긴 닭은 팔리지만 손에 남는 건 없다. ‘잘돼도 힘든’ 구조다. 공공배달앱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체감효과는 미미하다. 소비자는 익숙한 민간 플랫폼을 여전히 선호하고 소상공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광고비를 지출한다. 일부 플랫폼은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부담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골리앗’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술을 말한다. 거구의 골리앗에 맞선 다윗은 물매라는 강점을 활용해 승리했다. 과거 200년간 강대국과 약소국 간 전쟁에서 약소국이 게릴라 전술을 썼을 때 승률이 60%를 넘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결단할 때다. 시장 흐름에 맡긴 채 거대 플랫폼과 전면전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유리한 방식으로 게릴라전을 펼칠 것인가. 자세히 살펴보면 내게 맞는 방식은 있다. 온라인 시장 진출, 업종 전환, 자금 융통, 인근 가게들과의 협업, 비용 절감 노하우 등.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술은 결국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이만종의 클로즈업] 위로의 대통령이 필요하다

정치는 단순히 권력을 쥐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아픔에 응답하고 공공의 이익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집단적 약속이자 공동체의 의지이다. 결국 정치는 ‘사람을 향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것은 삶을 돌보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 바로 그 본질이다. 그래서 ‘정치는 무엇인가’ 하는 고대 아테네에서 던져진 이 질문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 불렀다. 정치를 공동체 구성원의 선(善)과 행복을 위한 도구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정치를 정말로 사람을 향한 일로 보고 있을까. 정치권의 언어는 때때로 거칠고 비난과 대결을 부추긴다. 그 언어는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고 사람들의 마음을 차갑게 한다. 정치는 진심을 잃으면 국민은 등을 돌린다. 냉소와 무관심은 사회를 잠식하고 그곳에 희망은 사라진다. 한나 아렌트는 “정치는 인간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피어 나는 가능성”이라고 했다. 그런 정치라면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나. 정치인의 말은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한마디는 국민에게 하나의 ‘신호’로 읽힌다. 때로는 위로가 되고 어떤 때는 상처를 준다. 침묵조차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정당 대표의 말 한마디는 국민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그렇기에 정치인의 언어에는 온기와 책임이 함께 담겨야 한다. 1933년 대공황의 절망 속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라며 국민을 위로했다. 그 진심 어린 한 문장이 미국 사회를 다시 일으켰다.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는 혹한의 겨울, 거리에서 얼어 죽은 이웃들을 위해 “친구들이여, 제발 도와주십시오. 세상이 이토록 비정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외쳤고 국민은 그 호소에 응답했다. 진심은 결국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 필요한 시기다. 청년은 희망을 잃고, 중년은 생계에 치이고, 노년은 고립 속에서 살아간다. 자살률 세계 1위, 출산율 세계 최저.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절망에 빠져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끝없는 비난과 공방만을 주고받고 있다. 국민은 더 이상 구호나 슬로건에, 또 보여 주기식 이벤트에 감동하지 않는다. 눈앞의 문제에 진심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어떤 정치도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국민의 고통은 정치적 싸움의 배경으로 소비된다. 이 무너진 신뢰와 반복되는 거짓은 결국 우리 사회의 비극을 낳았다. 국민은 언제까지 희망 없는 정치를 견뎌야 할까. 정치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능적 대응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고통에 공감하며 삶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려는 진심이 필요하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방향을 제시하고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말 속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날 수 있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을 담는 예술이다. 이제는 솔직한 인정과 투명한 설명, 책임 있는 응답이 필요한 시대다. 위기일수록 지도자는 말로써 공동체를 하나로 모으고 국민을 위로하며 길을 열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어렵지 않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며 현장에서 함께 서는 일이다. 그것이 진심의 시작이며 정치를 정치답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곧 대선이 다가온다.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진심이다. 국민의 상처를 진심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를 다시 이어줄 수 있는 지도자. 나는 그런 ‘위로의 대통령’을 원한다. 지금 간절히 그를 꿈꾼다.

[세상읽기] 불안과 소비

우리는 행복할 때와 불안할 때 언제 더 많이 소비하는가. 소비는 불안과 더 큰 관계가 있다. 불안과 소비 행태는 다양한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지난해 12월 기준 금융스트레스지수는 82.9로 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전 주보다 8.1포인트 상승했다. 또 딜로이트의 ‘컨슈머 시그널’은 한국의 과시성 소비금액이 월평균 59달러로 조사 대상 20개국 중 4위를 기록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경제적 스트레스 속에서도 자기 만족을 위한 지출이 지속되고 있음을 뜻한다. 불안은 소비행동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정서적 위안을 얻기 위해 물건을 구매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콤한 음식이나 옷, 화장품 등 자기를 위로할 수 있는 품목을 구매한다. 어린아이가 인형을 꼭 껴안는 것처럼 어른들도 물건을 소유하거나 만지는 행위 자체로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쾌감을 유도하는데 불안한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고 즐거움을 주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잊게 해준다. 특히 촉감이 좋거나 아름다운 제품은 감각적으로 위안을 준다. 쇼핑은 일종의 ‘작은 행복’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보상시스템이다. 또 소비자는 자신에 대한 불안감이 높을 때 자아 상태를 보상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확인받기 위해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명품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시각적 도구인데 국내 명품시장은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대 명품 브랜드(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는 2024년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9.76% 증가했다. 특히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때,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타인의 화려한 삶을 수시로 엿보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찾아오는 불안감은 다양한 소비 방식을 전시하며 ‘좋아요’와 댓글을 통해 사회적으로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와 반대로 불안이 오히려 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게 되면 사람들은 필수재 이외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보수적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심리지수 하락은 자영업자의 폐업 증가와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 신고 건수는 91만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규 창업 대비 폐업률이 79.4%로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여덟 곳이 문을 닫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제 성장 둔화, 미국의 관세 정책, 체감물가 상승, 정치적 불확실성, 금리 변동성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소비는 불안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불안을 키우기도 한다. 충동구매 이후에 찾아오는 후회감, 그리고 지출 과다로 인한 카드 빚 등은 오히려 재정 상황의 불안전성을 확대시켜 개인의 심리적 불안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결국 소비는 불안한 감정에 대한 일시적인 해결책이고 심리적 회복의 도구로 작용하는 것일 뿐 문제 원인을 해결하는 장치는 결코 아니다. 나의 소비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단순히 즉흥적인 만족을 위한 것은 아닌지, 나의 경제력 범위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행복해서 소비하는 게 아니라 불안할수록 더욱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설] ‘기본소득’ 뺀 이재명 공약, 믿어도 되나

정치인 이재명과 기본소득은 떼어 놓기 어렵다. 일개 시장이던 그를 중앙정치에 등장시켰다. 성남시장 시절의 청년배당과 지역화폐가 그랬다. 2009년,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를 견인하고 있었다. 이보다 훨씬 현금성이 강한 두 정책이었다. 청년배당은 당시 박근혜 정부와의 분쟁도 야기했다. 퍼주기 복지라는 일부의 비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이 끝까지 밀었다. 도지사 취임 후에는 대표 정책으로 명명됐다. 기본소득이다. 민선 7기 경기도정이 곧 기본소득이었다. 기본 시리즈 정책 의제가 계속 생산됐다. 획기적인 대출을 위한 기본금융도 있었다. 파격적인 조건의 기본주택도 등장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을 끈 건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이다. 1천400만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1, 2, 3차 재난기본소득에 3조3천845억원을 썼다. 코로나19 위기가 되레 이 지사의 대권 몸집을 키운 셈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기본소득은 당의 문패가 됐다. 지난 대선도 기본소득 선거였다. 임기 첫해 25만원, 임기 내 10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대책도 설명했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증세를 그 해결책으로 원용했다. 기본소득은 이렇듯 이재명 후보의 상징이다. 약점은 재정건전성이다. 시·도에 남긴 부담이 상당하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은 대폭 손질이 가해졌다. 경기지사 시절 기본금융, 기본주택은 흐지부지됐다. 재난기본소득은 ‘9년짜리 빚’이 됐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국가가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준다. ‘평등’의 가치를 직접 실천하는 정책이다. 당연히 진보 진영이 아끼는 의제다. 반면에 보수 진영의 거부감은 크다. 공적 영역의 과도한 확대를 경계한다. 자율 시장 경제의 본질과 충돌할 수 있다. 보수가 ‘이재명 이념’을 공격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랬던 기본소득이 사라졌다. 이재명 10대 공약이 12일 발표됐다. 거기 다 있는데 기본소득만 없다. 해석이 나뉜다. ‘우클릭 행보’의 연장이라는 해석이 있다. 경제 위기에 맞춘 선택이라는 해석이 있다.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대통령선거다. 기본소득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누군들 알겠나. 그럼에도 현재를 시점으로 밝혀둘 우리 입장은 있다. 현금 복지는 포퓰리즘이다. 생산 없는 분배는 거짓말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우리의 우려다. 그 기본소득이 ‘일단 정지’했다. 셈법이 무엇이든 평가할 일이다.

[사설] 7년째 땅 밑에 갇힌 학익역... 시민 불편은 ‘모르쇠’였나

수원~인천 간 수인선은 1937년 개통했다. 꼬마 열차로 불리던 이 협궤철도는 1996년 운행을 멈췄다. 2020년 표준궤도의 전철로 다시 개통했다. 그 수인선에 학익역을 새로 짓는 사업이 장기간 꼬여 있다 한다. 이미 7년 전에 역 지하 구조물 공사는 완공했다. 그러나 정작 역 출입구는 내지 않아 그냥 땅 밑에 갇혀 있다. 시민 접근 불가의 지하철역이다. 어찌된 일인가. 수인선 학익역은 인하대역과 송도역의 중간 지점이다. 인천 미추홀구의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지구를 배후로 한다. 학익역 신설 사업은 이미 2013년 시작했다. 사업비 1천58억원은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시행사 디씨알이(DCRE)가 전액 부담한다. 역 신설 사업 시행자는 국가철도공단이다. 2018년 지하 1·2층 본선 구조물 공사 등 1단계 사업을 끝냈다. 폭 27m, 길이 165m의 지하 2층 규모 역이다. 그러나 역과 지상을 연결하는 출입구 등을 짓는 2단계 사업은 멈췄다. 미추홀구 학익동 587 일대 학익역 공사 현장은 7년째 그대로다. 회색 펜스와 초록색 그물망으로 가려져 있다. 역사 출입구 등을 표시해 둔 트래픽콘(라바콘)이 늘어서 있고 철근 등만 잔뜩 쌓여 있다. 국가철도공단과 인천시, DCRE 간의 이견 때문이라고 한다. 영업손실보전금 및 사업 주체 등에 대한 입장 차이다. 영업손실보전금은 역 운영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것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사업비 부담자인 DCRE 측에 이 손실보전금까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 사업 인허가권자인 인천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1단계 사업 완공 이후 공단은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사업 지연에 따른 학익역 신설사업 타당성 용역 등을 다시 하는 등이다. 2023년에야 뒤늦게 2단계 사업 실시설계에 나섰다. DCRE 측이 영업손실보전금을 부담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학익역은 2019년 개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런 갈등 때문에 앞으로도 3년 뒤인 2028년 6월에나 개통이 가능할 전망이다. 학익역 개통이 기약 없는 사이 용현·학익지구에는 2천300여가구 주민들이 입주했다. 주민들은 바로 앞의 학익역 대신 20분을 걸어 인하대역까지 가야 한다. 2028년까지 총 1만3천149 가구가 입주하는 대규모 배후 단지다. 이들 입주민은 ‘수인선 역세권’ 광고를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누가 잘했고 못했고를 따질 가치도 없어 보인다. 역 하나 개통하기까지 15년이 걸린다니, 기가 찰 일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인천시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점이다.

[지지대] 전곡리 유적에서 펼쳐질 미래

30만년 전 인류의 삶이 녹아든 연천 전곡리 유적은 세계 구석기사(史)에서 중요한 현장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출토된 예가 없던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1978년 미군인 그렉 보웬에 의해 발견되자 그야말로 세계사가 뒤바뀌었다. 세계 고고학계는 주먹도끼의 유무를 기준으로 문화권을 나눴다. 주먹도끼가 출토되지 않은 아시아 지역이 유럽과 아프리카에 비해 문화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던 때였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굴된 전곡리 주먹도끼는 이런 이론을 뒤집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 고고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대중의 인식은 낮았다. 눈에 띄는 형상이 없었다. 구석기 유물을 품은 지층이 유물이다 보니 대중에게 가닿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내 학자들은 전곡리 유적과 선사문화를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당시 발굴조사를 진행하던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유적관을 준비했다. 주변의 도움과 사재를 털어 발굴조사단의 현장사무실로 쓰던 공간에 전시공간을 구성하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 1993년 4월11일 전곡리 구석기 유적관 건립을 기념해 ‘짐승인간들의 현대나들이’란 테마공연이 펼쳐졌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제32회 연천 구석기축제의 시작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품은 이곳이 구석기문화의 세계적 거점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전곡선사박물관서에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국내외 고고학자와 전문가들은 “전곡리 유적이 대중 고고학의 출발점인 만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고고학적 가치를 살려 국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천군은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추진을 선포했다. 전곡리 유적은 구석기 유적을 활용해 지역의 축제로 발전시켰다. 지역 축제를 넘어 세계 선사문화 축제로 매년 세계 고고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 가치는 이미 입증됐고 충분하다. 전곡리 유적지에서 펼쳐질 국제적 교류와 협력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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