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이재명과 기본소득은 떼어 놓기 어렵다. 일개 시장이던 그를 중앙정치에 등장시켰다. 성남시장 시절의 청년배당과 지역화폐가 그랬다. 2009년,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를 견인하고 있었다. 이보다 훨씬 현금성이 강한 두 정책이었다. 청년배당은 당시 박근혜 정부와의 분쟁도 야기했다. 퍼주기 복지라는 일부의 비난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이 끝까지 밀었다. 도지사 취임 후에는 대표 정책으로 명명됐다. 기본소득이다.
민선 7기 경기도정이 곧 기본소득이었다. 기본 시리즈 정책 의제가 계속 생산됐다. 획기적인 대출을 위한 기본금융도 있었다. 파격적인 조건의 기본주택도 등장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을 끈 건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이다. 1천400만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했다. 1, 2, 3차 재난기본소득에 3조3천845억원을 썼다. 코로나19 위기가 되레 이 지사의 대권 몸집을 키운 셈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기본소득은 당의 문패가 됐다.
지난 대선도 기본소득 선거였다. 임기 첫해 25만원, 임기 내 10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을 충당할 대책도 설명했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증세를 그 해결책으로 원용했다. 기본소득은 이렇듯 이재명 후보의 상징이다. 약점은 재정건전성이다. 시·도에 남긴 부담이 상당하다.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은 대폭 손질이 가해졌다. 경기지사 시절 기본금융, 기본주택은 흐지부지됐다. 재난기본소득은 ‘9년짜리 빚’이 됐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국가가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준다. ‘평등’의 가치를 직접 실천하는 정책이다. 당연히 진보 진영이 아끼는 의제다. 반면에 보수 진영의 거부감은 크다. 공적 영역의 과도한 확대를 경계한다. 자율 시장 경제의 본질과 충돌할 수 있다. 보수가 ‘이재명 이념’을 공격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랬던 기본소득이 사라졌다. 이재명 10대 공약이 12일 발표됐다. 거기 다 있는데 기본소득만 없다.
해석이 나뉜다. ‘우클릭 행보’의 연장이라는 해석이 있다. 경제 위기에 맞춘 선택이라는 해석이 있다. 다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대통령선거다. 기본소득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누군들 알겠나. 그럼에도 현재를 시점으로 밝혀둘 우리 입장은 있다. 현금 복지는 포퓰리즘이다. 생산 없는 분배는 거짓말이다. 기본소득에 대한 우리의 우려다. 그 기본소득이 ‘일단 정지’했다. 셈법이 무엇이든 평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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