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 ‘질투’, ‘순결’이다. 꽃색마다 담겨 있는 의미가 다른 장미는 꽃의 대명사라 할 정도로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꽃이다. 1867년 이전에는 고대 장미 시대로 오래된 정원 등지에 전통적으로 정원장미가 주로 개발 이용됐지만 이후엔 정원용은 물론이고 절화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해 세계 3대 절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장미는 로사속에 속하는 식물로 200여종의 야생종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북부에 자생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울타리 등 경계부에 심는 덩굴장미와 꽃꽂이용으로 쓰이는 절화장미로 덩굴성으로 자라는 것이 많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그대의 목소리처럼 기분 좋은 파란 하늘입니다 지나가는 행인으로 나타난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기러기 한 마리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날아갑니다 숨김없이 모든 것을 다 보여주는 파란 하늘입니다 최대희 시인 1999년 ‘홍시’로 작품활동 시작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집 ‘넌 별이야’ 등 4권 문화예술인상, 경기시인상, 경기문학인 대상, 농촌문학상 수상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딥테크(Deep Tech) 분야에서 주요 선진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I를 비롯한 최신 첨단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혁신의 결과물이 곧바로 막대한 규모의 신시장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을 ‘기술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로 규정할 수 있다. 우리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이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략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현재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전의 자원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분야는 기술혁신의 많은 부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코드와 알고리즘,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술혁신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딥테크의 발전은 고도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요구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인재다. 자원이 부족한 경제적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것은 ‘사람의 힘’이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한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해외 유학 지원,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이들의 연구 환경 제공을 위한 과학기술 출연연의 설립, 기업 부설 연구소의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핵심적 요인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출연연의 혁신 성과들이 기업으로 이전되면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원자력, 정보통신 등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출연연 소속 연구원들이 기술 창업에도 뛰어들면서 출연연은 현재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에서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현재 우리 과학기술계는 여러 이유로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고 인재들의 의대 쏠림과 이공계 기피가 심화하면서 양과 질의 모든 면에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무역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구 인력 부족 규모는 2024~2028년 약 4만7천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는 불과 5년 만에 약 60배 급등한 수치다. 여기에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감소, 낮은 처우, 사회적 인식 저하 등의 문제로 인력의 해외 유출 규모도 커지고 있어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딥테크 분야의 인재 부족이 더욱 심화하고 국가 경쟁력도 추락할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인재 유출 방지와 인력 양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공계 대학생 및 박사 후 연구원 처우 개선을, 김문수 후보는 AI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을, 이준석 후보는 전문 기술 석·박사 양성을 위한 인재 공급 구조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우리는 ‘심각한 인재 부족’이라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개발기에 정부가 했던 것과 같이 ‘사람’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수한 연구 인력에 대해서는 연구 환경이나 주거, 보상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혁신 국가인 미국 이상의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그야말로 이전에 없었던 파격적인 지원책 말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답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단순한 변화가 아닌, 근본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커다란 나무로 키워낸 희생의 씨앗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용감하게 뿌려진 그 민주주의의 씨앗은 수십년의 시간을 견디고 자라 지금의 울창한 숲을 이뤘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 광주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일상을 지탱하는 민주주의는 허약한 뿌리 위에 흔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40여년이 흐른 지난해 12월3일의 밤, 우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숲을 위협하는 거센 폭풍과 마주했다. 그러나 그 짧은 폭풍은 아무것도 흔들지 못했다. 마치 1980년 광주의 그날처럼 우리 국민은 단단한 뿌리로 서로를 붙잡고 민주주의 정신을 지켜냈다. 45년 전 광주의 정신은 먼 과거가 아닌 여전히 우리의 오늘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정신을 기억함을 넘어 더 발전시켜 그 어떤 폭풍에도 무너짐이 없도록 손질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기도 하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 경사를 다듬고 나무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듯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시 더욱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지방자치·지방분권 강화에 있다. 중앙집권적 그림자에서 벗어나 지역 스스로 빛을 내는 구조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의 분산이 아닌 삶을 이루는 토대에 대한 결정권을 주민과 지역에 돌려주는 일이다. 강한 나무의 뿌리가 사방으로 자유롭게 뻗는 것처럼 우리의 민주주의 또한 지방자치를 통해 더 넓고,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 특히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의 숲에서 주민 손에 가장 먼저 닿는 가지이자 지방자치의 줄기를 지탱하는 중심이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놓인 토양은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에는 여전히 척박하다. 자율적인 조직권, 예산권, 감사권조차 없는 무늬뿐인 인사권 독립 아래 견제·감시의 대상이어야 할 집행 기관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방의회를 위한 새로운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의회법’ 제정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토양을 바꾸는 일이며 지방의회의 진정한 자율성을 통해 주민의 삶을 바꾸는 진짜 ‘자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지방의회는 주민들 삶 속에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다. 그에 맞는 토양이 주어질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더 깊게 뿌리내리고 더 넓게 가지를 뻗어 더 많은 이들의 삶을 품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 1980년 5월 광주가 피워낸 민주주의 숲을 더욱 푸르고 깊게 자라나게 하는 길이라 믿는다.
과연 경기도의원이 필요한 것인가. 중앙정치의 대리 기구에 불과한가. 과거 도민들이 도의회를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 이유에 부실한 공약 정치가 있다. 공약의 상당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었다. 독자적 영역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은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경기도의회 의원 정족수 자체가 늘어났다. 연봉도 올랐고 정책지원관까지 두고 있다. 공약의 독자성과 지역성도 많이 개선됐다. ‘경기도의회 10년’을 본보가 비교했다. 2013년 7월 기획보도가 있다. ‘광역의원들의 사라진 약속’이다. 8대 의원들의 공약 내용과 이행률 등을 분석했다. 2010년 131명의 의원으로 출발했다. 지역구 112명, 비례대표 12명, 교육의원 7명이었다. 당시 중앙정치의 화두는 무상복지였다. 그중에도 무상급식이 대세였다. 그 기류를 도의원들이 그대로 따랐다. 도의원 83명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약속하고 있다. 물론 당위성은 있었다. 하지만 중앙정치와의 차별화는 적었다. 2025년 5월 또 한번의 기획보도를 한다. ‘의원님들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다. 2022년 개원한 11대 경기도의회다. 지역구 141명, 비례대표 15명 등 156명으로 구성됐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공약이 86명으로 압도적이다. GTX 공약도 65명이나 내걸었다. 생태공원·하천 관련 공약도 65명이 내놨다. 반려동물 놀이터, 어린이 병원 유치 등도 눈에 띈다. 지역 단위 개발, 지역 환경 연계, 지역 교통망 확충이 주를 이룬다. 10년 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중앙정치 예속에서 많이 벗어났다. 10년 전 8대 도의회의 지역 맞춤 공약은 504개로 분석됐다. 이번 11대 도의회는 1천204개다. 2.3배나 늘어났다. 경기도 또는 시·군 행정의 영역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지역에서 풀 수 있는 현안을 다룬 셈이다. 물론 전체 공약도 1천456개에서 3천884개로 늘었다. 일단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역민들이 도의회를 주시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행률은 어떤가.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률을 봤다. 임기를 1년 앞둔 동일한 시점에서의 비교다. 2013년 21%, 2025년 23.6%다. 높아졌다지만 여전히 저조하다. 비교된 두 시점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제도다. 의원 두 명당 한 명꼴로 2023년 임명됐다. 일반 임기제 6급이고 최대 연봉 6천여만원이다. 이 조건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행률 0%’ 의원도 34명이나 된다. 분석의 내용은 냉정히 평가돼야 한다. 공약의 다양성과 지역성은 좋아졌다.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가 그만큼 선명해졌다. 칭찬받을 일이다. 공약 이행률은 저조하다.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다. ‘혈세 받으며 일 안하는 의원’들도 존재한다. 본보의 지적이 토론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가 뭐길래 이래야 하나. ‘서부지법 폭동 사태’ 첫 판결이 나왔다. 소모씨(28)와 김모씨(35)에 대한 1심이다. 소씨는 징역 1년, 김씨는 징역 1년6개월을 받았다. 둘 다 아무 전과도 없는 초범이다. 시위 도중 우발적으로 벌인 행위다. 반성문 내고 정중히 사과했다. 법원도 이런 정황은 참작했다. 하지만 징역형이라는 처벌을 면하지 못했다. 앞으로 94명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형량에 기초한 양형이 예상된다. 재판부가 죄의 엄중함을 판시했다. “범행 대상이 법원이고 당시 발생한 전체 범행 결과는 참혹하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영장 발부 여부를 정치적 음모로 해석, 규정하고 그에 대한 즉각적인 응징과 보복을 이뤄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이뤄낸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범행은 지난 1월19일 새벽에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이 결정된 직후다. 김씨는 법원 청사 외벽을 벽돌, 덮개 등으로 훼손했다. 소씨는 타일 조각 등으로 유리문을 부쉈다. 직업 정치인들도 아닌 청년들이다. 선처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애국 청년 석방하라’는 구호도 있다. 당사자와 가족들의 사정이 딱하다. 하루아침에 재소자가 됐고 전과를 얻었다. 하지만 용서받기 힘든 죄를 지었다. 사법부에 대한 전례 없는 폭력이다. 법원의 판시에 어떤 변명도 달 수 없다. 더 큰 걱정이 있다. 정치 폭력의 보편화다. 대통령선거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무대가 경기도다. 서로 다른 정치 성향들이 공존해서다. 12일 평택에서 민주당 대선 출범식이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말했다. 이 후보 지지자가 해당 시민을 폭행했다. 시민들이 ‘왜 사람을 때리냐’며 말렸다. 이 장면이 출범식을 취재하던 본보 카메라에 담겼다. 15일 안양시에서도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김문수 후보 유세 중이었다. 이때 60대 시민이 관계자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국민의힘’을 외치는 게 시끄럽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가해자는 폭행 직후 집으로 달아났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이 정치 폭력에 대해 엄단을 지시했다. 이게 뭔가.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선거가 그토록 중요한가. 본인을 평생 따라다닐 전과와 맞바꿀 정도인가. 혐의 경중에 따라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잔치다. 그깟 정치가 뭐라고 소중한 인생에 흠집을 내나.
‘차부둬(差不多)’는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심심찮게 듣는다. 굳이 따진다면 우리말의 추임새에 해당하는 군더더기다. 물건을 사면서 흥정할 때도 나온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 등을 묻는 질문에도 영락없이 돌아오는 답변이다.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차이가 많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역하면 “대충대충 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딱히 세상 사람들이 깔아놓을 복잡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지극히 계산된 의도가 숨어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 표현이 중국인의 문화 코드를 해독하는 키워드라는 점이다. 호사가들은 이 단어만 잘 활용해도 중국어는 거저먹는다고도 호들갑을 떤다. 과연 그럴까. 차부둬는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의 소설 ‘阿Q正傳’에도 나온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阿Q正)은 완행열차를 타고 상하이까지 가야만 했다. 그는 여유만만하게 역에 도착했다. 2분 정도 늦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열차는 이미 떠났다. 그는 열차가 내뿜는 매연을 보며 머리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이 내일 가야 되겠군. 오늘 가든 내일 가든 뭐 대충 비슷하니까.” 중국은 이 표현을 자주 쓰는 숱한 차부둬의 나라다. 차부둬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인을 비꼴 때도 인용된다. 물론 현대판 차부둬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사회를 거침없이 비판한다. 중국인의 또 다른 자화상이자 민낯이다. 중국의 변혁에 대한 사고가 집약된 아이콘이기도 하다. 차부둬는 고대부터 내려온 정신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중국인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대충대충 살아도 역사는 늘 자신들의 편이라는, (외국인들이 볼 때는) 상당히 불쾌하고도 불경스러운 디테일이 숨겨진 채 말이다. 갑자기 차부둬 이야기를 꺼낸 것은 대선 정국이 뜬금없이 흘러가고 있어서다. 이 땅에 많은 시민들의 잠을 설치게 하고, 뒤척이게 만드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양주시는 지금 찬란한 문화유산을 세계 무대에 올리는 도전에 나섰다. 바로 ‘회암사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다. 지난 3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분과 심의에서 회암사지를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했다. 2022년 7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이후 약 2년8개월 만에 이룬 쾌거이며 국내 14건의 잠정목록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회암사지는 고려 우왕 2년(1376년) 왕사 나옹이 262칸의 대찰로 중창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있을 때 여러 차례 행차하고 상왕으로 물러난 후 궁실을 짓고 머무르면서 본격적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이곳은 단순한 사찰의 기능을 넘어 행궁 역할을 했으며 조선 건국의 사상적 기반이자 태조의 도읍지 이전 구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종교적·정치적 거점이었다. 특히 지공, 나옹, 무학 등 당대 고승들이 활약한 선종 사찰로서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조선 초에는 왕실의 후원이 이어졌고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 명종의 모후 문정왕후까지 회암사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사세가 크게 확장됐다. 회암사에는 262칸의 전각과 수천명의 승려가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그 위상은 경복궁에 비견되기도 했다. 현재는 국가지정문화유산인 무학대사탑(보물), 쌍사자석등(보물), 선각왕사비(보물), 회암사지사리탑(보물) 등이 남아 그 위용을 전한다. 이처럼 회암사지는 고려 말 선종의 전통과 조선 건국기의 국가 종교정책을 연결하는 문화유산으로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양주시는 이 문화유산을 지키고 세계에 알리기 위해 1997년부터 2024년까지 14차에 걸쳐 회암사지 발굴조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적의 정밀한 구조와 배치, 축조기법 등 역사적 사실이 확인됐으며 유네스코 등재 요건에 부합하는 고고학적 가치가 입증됐다. 2016년부터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며 학술연구, 보존관리계획 수립, 모니터링, 홍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회암사지의 세계사적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유사 유산을 대상으로 비교연구를 추진하고 학술대회와 전문가 포럼을 통해 국제적 공감대를 확대하고 있다. 양주시는 8월까지 예비평가 신청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예비평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ICOMOS)가 정식 심사에 앞서 등재 가능성을 진단하는 절차로 통과 여부가 최종 등재의 성패를 가른다. 이를 위해 양주시는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경기도 등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회암사지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을 중심으로 행정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암사지박물관과 연계한 전시, 시민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역사체험 콘텐츠 확대 등 문화 향유 기반도 함께 조성 중이다. 회암사지 출토 유물 4천여점을 대상으로 한 과학적 분석과 디지털 기록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회암사지의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유적 하나의 영광이 아니다. 이는 양주시가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자 시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세계 속 대한민국의 문화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사적 과업이다. 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파급효과 또한 클 것이다. 특히 수도권 북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회암사지 세계유산 등재는 시민의 관심과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양주시는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전문가와 함께, 그리고 대한민국과 함께 이 과정을 한 걸음씩 밟아 가겠다. 회암사지가 세계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날, 양주시는 역사도시에서 문화세계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5월19일은 제60회 발명의 날이다. 우리나라 발명의 날은 서양보다 200년 앞선 1441년(세종 23년) 5월19일(음력 4월2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가 발명된 날에서 유래했다. 아쉽게도 발명의 날은 정부 주관 기념일이 아니다. 개별 법률(발명진흥법)에 따른 기념일이라 인터넷 포털 첫 화면은 물론이고 달력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지식재산의 날인 9월4일도 마찬가지다. 흔히 지적재산권, 지적소유권으로도 불리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은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은 다시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으로 분류한다. 또 저작권은 문화예술 분야의 모든 창작물에 적용되며 새로운 흐름에 맞춰 신지식재산권으로 따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에 따른 모든 창조 활동을 우리는 흔히 ‘발명’이라고 부른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발명의 한 영역인 저작권에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저작권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한 33억6천만달러(약 4조9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12년 연속 흑자 기록이다. 또 게임이 주력인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저작권 수지는 28억4천만달러(약 4조1천410억원) 흑자를 냈다. 특히 음악, 영상, 어문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 저작권은 5억2천만달러(약 7천580억원)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제 저작권은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 콘텐츠 산업 성장의 커다란 기반이 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발표하는 저작권대상 시상식의 수상자들은 매월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의 지식재산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은 저작가가 사망해도 70년까지 보호된다. 영화나 방송 같은 영상물은 작가의 사망과 관계없이 공표 이후 70년까지 보장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올해 발명 교육의 한 과정으로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북作북作 책 쓰기’ 사업 지역 중심 학교로 지정돼 학부모가 함께하는 현판식 행사도 개최했다. 아울러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4가족과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지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에 오리엔테이션 및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저작물들은 올가을 합동출판기념회를 통해 소개된다. 필자도 책 쓰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고자 얼마 전 주문형 출판(POD) 시스템을 통해 단행본을 출간했다. 독서와 책 쓰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오래된 효과적인 창의 발명 교육 방법이다. 책 쓰기를 하려면 관심 갖고 찾아야 하고 계속 고민을 해야 하므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창의 융합 인재 육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도서, 영화, 드라마, 가요 등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발명과 지식재산 교육의 방향도 새롭게 모색할 때가 된 듯하다. 발명이 지식재산(IP)으로 이어지면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의 풍요를 보장한다. 필자가 교직 평생을 발명과 지식재산 교육에 헌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