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최고의 숙련 기술인을 가리는 2025년 경기도 기능경기대회가 지난 4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의 열전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는 건축설계, 산업용 드론 제어 등 49개 직종에서 495명의 젊은 기술 인재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합을 펼친 끝에 147명이 경기도를 대표하는 우수 숙련 기술인으로 선발됐다. 이들은 9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리는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각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오로지 인적 자원의 역량에 의지해 눈부신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기능경기대회는 산업화의 최전선에서 국가 경제를 견인할 핵심 인재를 발굴하는 중요한 무대였고 이를 통해 배출된 숙련 기술인은 국민의 응원에 보답해 기술입국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기능경기대회를 향한 관심과 숙련 기술인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밤낮으로 기술을 연마하며 흘린 땀방울은 대학 진학과 취업의 높은 문턱에서 그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숙련 기술인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제라도 숙련 기술의 가치를 재조명해 땀과 열정으로 다져진 기술이 제대로 평가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능경기대회는 단순한 기술 경연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 숙련 기술의 매력을 전하고 미래성장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다. 경기도는 이번 대회에 숙련 기술에 관심 있는 중학생 600여명을 초청해 치열한 경연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한편 숙련 기능인력 배출 우수기관을 지원하고 인공지능, 바이오 및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 신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등 체계적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숙련 기술은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혁신을 통해 완성되는 고도의 전문 역량이다. 숙련 기술인을 존중하고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합당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기능경기대회가 젊은 기술인재들의 꿈을 키우고 자긍심을 높이는 희망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기술은 시대를 넘어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힘이다. 숙련 기술의 가치를 끊임없이 조명하고 젊은 세대가 당당히 기술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교서는 선조 37년(1604년) 임진왜란 때 경상우도수군절도사로서 왜군과 대적해 크게 이기고 정유재란 때 통제사가 돼 적선을 물리치다 장렬하게 전사한 원균(1540∼1597)에게 공신으로 임명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신교서다. 내용은 왜군을 물리치고 장렬하게 전사한 원균에게 사후에도 그 후손들을 계속해서 보살필 것임을 밝히고 노비 13명, 전 150결, 은 10냥, 옷감 1단, 말 1필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 교서와 함께 있는 치제문은 선조 38년(1605년) 정월 18일 임금이 의정부좌찬성으로 증직된 원균의 영전에 그의 죽음을 기려 제사를 지내게 한 글을 담은 문서다. 이 교서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물리치는 데 많은 공을 세운 원균 장군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할 수 있는 좋은 자료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 제공
‘불량품은 폐기돼야 마땅한 법.’ 27세 유신형 중위가 남긴 마지막 독백이다. 지난해 5월 평택의 한 부대에서 사망했다. 자신을 ‘불량품’이라고 자책하며 생을 마감했다. 공군 감시정찰 무인기 체계팀 소속이었다. 2023년 공군참모총장 지시로 개발 업무를 맡았다. 군 공항 주변 민간인 드론 비행 승인 절차 알림 시스템이다. 군 보안과 민간 드론 운용의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연구를 책임졌던 유 중위의 비극이다. 발단은 상급자의 가혹행위였다. 경찰에 의해 지금까지 확인된 점을 살펴보자. 가해자는 지휘관급인 소령이다. 고(故) 유 중위가 속한 개발 연구팀 팀장이었다. 팀장 부임 전 진행된 연구 방향이 있었다. 소령은 이 부분에 상당 부분 변화를 줬다. 폐기했던 방향도 다시 연구토록 했다. 여기에 예산 확보 업무도 지시했다. 연구 과제는 계획대로 완성됐다. 그리고 한 달여 뒤 유 중위가 사망했다. 공군수사단이 가혹행위를 확인했다. 도대체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일까. 통상적인 업무의 범위로 이해하기 힘들다. 동료 군인들의 증언이 있다. 1분 단위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다고 한다. 1시간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라고 했다고 한다. 보고서를 하루 일곱 번 수정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보고서 반려 이유도 황당하다. 글꼴, 자간, 배치 등도 트집 잡았던 것 같다. ‘28번의 보고서 반려가 있었다’고 경찰도 확인했다. 휴가 기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한다. 결국 젊은 장교는 죽음을 택했다. 사건에서 보이는 특이점이 있다. 하나는 사병이 아니라 장교에 대한 가혹행위라는 점이다. 중위가 피해자이고 소령이 가해자다. 다른 하나는 신체가혹행위가 아니라 업무가혹행위라는 점이다. 업무 지시가 괴롭힘에 이른 흔치 않은 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동료 군인들의 적극적인 처벌 촉구다. 가해자 소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식 탄원서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까지 한 상태다. 소령은 전출됐지만 현역인 상태다. 가혹행위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릴 것이다. 현재는 공군수사단과 경찰이 확인한 수준이다. 사건의 전모를 예단하는 데는 조심스럽다. 다만 이 상태에서도 미흡해 보이는 군의 대응은 있다. 공군 관계자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설명했다. ‘군 기강 확립 및 사고 예방 활동 강조 지시’를 하달했다고 했다. 사후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이나 동료 군인들의 요구가 뭔가. 진실 파악과 관련자 엄벌 아닌가. 동떨어진 감을 지울 수 없다.
6·3 조기 대선 열기가 뜨겁다. 이 와중에도 꼭 해야 할 일은 밀고 나가야 한다. 수도권매립지를 대신할 대체매립지 찾기다. 지난해 6월의 3차 공모까지 실패했다. 그러고는 정국 혼란의 격랑에 떠밀려 왔다. 2021년의 첫 공모 이래 4년째 표류 중이다. 이번 4차 공모는 어떠할 것인가. 기대에 앞서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은 왜 일까.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4차 공모가 시작됐다. 환경부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4자협의체는 지난 13일 ‘자원순환공원 입지 후보지 4차 공모’를 알렸다. 오는 10월10일까지 150일 동안이다. 지난해 6월 3차 공모 실패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번 공모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응모 조건을 대폭 낮췄다. 공모 문호도 확대했다. 대체매립지 응모를 위한 최소 면적기준을 종전 90만㎡에서 50만㎡로 대폭 줄였다. 대체매립지를 30년 사용한다고 봤을 때 시·도별 폐기물 감량 목표 등을 감안한 것이다. 또 면적기준 대신 용량이 615만㎥ 이상인 경우에도 응모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지 면적이 좀 부족해도 골짜기 등 지형 조건이 맞으면 응모에 참여할 수 있다. 응모 문호도 개방했다. 3차 공모까지는 기초지자체만 응모가 가능했다. 이번에는 민간 부문에서도 응모할 수 있다. 개인이나 법인, 단체, 마을공동체 등이다. 다만 민간 응모자는 대상 토지 소유자 80% 이상의 매각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타인의 재산권 침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주변 지역주민 50%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종전의 요건은 없앴다. 이 밖에 매립시설에 필요한 부대시설은 응모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사후에 해당 지자체장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간에는 사전에 부대시설의 종류와 규모 등을 정하도록 하는 필수요건으로 내세웠다. 인센티브도 확대했다. 입지후보지의 관할 기초지자체에 지원하는 특별지원금은 3천억원에 이른다. 부지 규모가 커 전처리시설, 에너지화시설 등 다양한 부대시설까지 들어설 수 있으면 특별지원금을 한층 높일 방침이다. 여기에 관련 법률에 따라 최대 1천300억원 상당의 주민편익시설과 매년 100억원의 주민지원기금도 주어진다. 언제부턴가 무엇 하나 생산성 있는 결정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불임의 시대’다. 그러나 이번 공모는 배수의 진을 친 자세로 성사시켜야 한다. 인천시도 이미 ‘5차 공모는 없다’고 선언한 터다. 그러니 실패하면 각자도생만 남는다. 서울 종로구든 경기 수원시든, 각자 알아서 쓰레기를 파묻을 일이다. 어물쩍 현재 매립지의 사용 연장에 기대려는 것은 자치도, 행정도 아니다.
참외는 과일이 아니다. 오이처럼 시원하고 멜론처럼 달콤한 맛이 조화로운 데다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수박과 함께 여름 대표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채소로 분류된다. 참외는 5~6월에 50% 이상 소비되는 품목으로 연간 20만t이 생산된다. 경북 성주에서 전체의 79%를 생산하지만 여주 금사면에서 생산되는 ‘금싸라기 참외’는 당도가 높고 향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당도가 궁금하다면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은 후 참외를 띄워 보면 안다. 둥둥 뜨는 것은 달고 가라앉는다면 물을 많이 먹어 당도가 떨어진다. 참외는 굵고 노란 바탕에 흰색 줄이 특징이다. 수확 시기가 오래될수록 흰 부분은 줄어들고 노란색은 넓고 짙어진다. 물론 개구리참외처럼 녹색을 띨 수도 있으니 모두 같은 기준을 들이댈 순 없다. 어린 시절 집 뒤 밭에는 참외가 자랐다. 밭농사에서 작은 수확이라도 거둬 보려는 아버지는 밤낮없이 서리꾼들을 경계했다. 그런 아버지의 속도 모르고 낮에는 작고 귀여운 배꼽참외를 골라 먹고 밤에는 장독대 옆 참외밭을 들락거렸다. 그렇게 단맛을 끊지 못하고 줄기가 말라 마지막 열매를 힘겨워할 때까지 식탐은 계속됐다. 냉장고가 없던 어려운 시골살이였다. 아버지는 잘 익은 참외를 따다 펌프질을 해서 끌어올린 시원한 지하수에 담가놨다가 주시곤 했다. 오래전 농사를 접으면서 아버지와의 추억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지만 참외를 보면 아버지와의 일들이 드문드문 떠오르곤 한다. 어느새 아버지가 작고하신 지 30여년이 흘렀다. 곁을 떠난 가족이 더욱 그리워지는 5월이다.
필자는 목사이지만 교회 주변,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커피를 배워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게 됐다. 나의 바리스타 자격증은 그냥 인터넷 온라인 강의로 적당히 배운 것이 아니라 거금의 수강료를 내고 명성이 있는 교수님을 찾아 세종에 가서 수개월 동안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다. 커피를 공부할 때 교수님이 ‘맛에는 사회성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강의했는데 아주 많이 공감했고 커피를 배우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맛있다’와 ‘맛없다’를 구분해 표현한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그 사람의 성장 배경과 사회성에 의해 형성된다. 한국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된장찌개를 외국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정착해 산다면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맛의 사회성 때문이다. 사자성어 가운데 연목구어(緣木求魚)라는 말이 있다. ‘나무 위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라는 뜻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목적만 이루려 하다가는 수고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물고기를 구하는 사람은 마땅히 물가로 가야 하는데 나무 위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사회성의 과정을 뛰어넘어 고집과 강요로 목적을 이루려 할 때가 많다. 상대방을 설득해 목적을 이루려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쉽게 빠지는 함정은 강요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강요와 위협은 가장 단순하고도 쉬운 설득 방법이다. 강도가 칼을 들이미는 것이 굶고 있는 자기 가족들의 비참한 사진을 보여주며 필요를 요청하는 설득보다 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에 사람은 절박한 상태에서는 적절한 다른 수단을 찾기보다 강압적인 방법인 강요를 택하기 쉽다. 구약성경 민수기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40년 동안 광야를 지나 가나안 땅에 가까워졌을 때 모압 왕 발락이 선지자 발람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주해 달라고 요청하는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이때 발락 왕이 하나님이 싫어하는 일에 발람 선지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설득하는 방법이 감동과는 전혀 거리가 먼 위협적인 강요였다. 필요를 설명하거나 정당한 이유로는 설득할 수 없으니까 결국 발락 왕은 높은 지도자들을 발람 선지자에게 보내고 또 보내며 감동이 빠진 강요를 한 결과는 모압의 멸망과 발람 선지자의 죽음이었다. 어떤 상담학 통계에 따르면 커피 향이 있는 상담실에서 상담할 때 대화가 더 원활하게 진행되고 내담자도 속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쉽게 말하기 때문에 상담의 결과가 좋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강요하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키지 못할 약속인 줄 알지만 “언제 만나서 식사 한번 해요”, “커피 드실래요”라는 말에도 감동한다. 필자는 아침마다 교회에 나와 카페 문을 열고 행복한 향기가 가득한 커피를 내리고 음악 소리를 높이고 창문을 활짝 연다. 그리고 교회 앞을 지나가는 분에게 “커피 한잔하고 가실래요”라고 말을 건다. 오늘 아침에는 지난번 만났던 동네 아저씨가 먼저 말을 걸어와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대통령선거 이야기에서 시작해 먹고살기 힘들다는 이야기와 수원kt 야구팀 이야기까지 커피 한잔이 모자라도록 마음을 열고 시간을 보냈다.
최근 발표된 세계기상기구(WMO)의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는 작년 한 해 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상승한 것으로 발표했다. 2015년 국제사회가 파리협약을 통해 약속했던 제한선인 ‘상승 폭 1.5도’가 불과 9년 만에 깨져 지구촌의 노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보고서는 북극 해빙 면적이 지난 18년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티핑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는 남극 해빙 면적도 지난 3년간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지구 해수면은 10년 동안 연평균 4.7㎜씩 높아지고 있다는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내용들이 담겨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그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은 1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다. 국제사회가 약속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단순 명료하다.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력과 에너지원을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탄소흡수원을 확대하거나 보호하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국가도 소외 및 배제되지 않도록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해야 하는 ‘시급성’을 견지하고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바로잡는 ‘정의성’을 지키며 지구의 생태적 한계선과 인간의 사회적 기초를 반영하는 ‘충족성’을 동시에 이행해야 가장 현명하고 빠르게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얼마 전 환경단체가 발표한 ‘전기 생산하는 시원한 주차장-전국 주차장의 태양광 잠재량 평가 보고서’에서 분석한 자료만 보더라도 전국 50구획 이상 주차장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경우 2.91GW 용량으로 연간 5천115GWh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작은 공간만 이용하더라도 손쉽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제21대 대선을 향한 법정 선거운동이 시작돼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보자와 정당에서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가 ‘지구 가열화’란 절체절명의 위기 시대에 같은 행성에서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기후 유권자는 대선 후보자들이 내놓는 정책에서 미래 비전을 찾고 그들이 찾는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시대 변화의 중심성을 확인하고, 그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희망을 찾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와 불확실성이 높아진 농민과 농업이 있고, 폭우로 인한 수재민이 있고, 삶의 기초마저 위협받는 지하·반지하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로 고통받는 야외 노동자와 온열과 한랭질환자들의 생존마저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석탄발전소의 폐쇄로 인해 일과 생계를 걱정하는 노동자와 가족이 있으며 대규모 송전선로로 인해 삶의 터전과 일터마저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는 경쟁과 불평등, 부정의를 심화시키고 있다. 후보자와 정당은 그 해법을 현장 속에서 찾으시길 바란다. 다행히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기후 단일 의제 대선 TV 토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한 번도 듣지 못한 대답, 대선 후보들은 기후위기 해법을 말하라!’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기후정치를 호소하며 대선 후보자들에게 듣고 싶은 질문을 취합하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기후’ 단일 의제로 후보 토론회를 개최해 달라는 유권자의 목소리가 성사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면 가족 간 자연스럽게 대화가 늘고 산책 등으로 함께하는 시간이 증가해 관계도 깊어진다. 단순한 ‘애완’을 넘어 삶의 단짝인 ‘반려’가 되는 것이다. ‘반려’는 동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식물까지 확대돼 ‘반려식물’을 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비를 맞으며 새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반려식물을 들이기에 좋은 때다. 정성스럽게 돌보고 교감하는 반려식물은 실내장식을 넘어 삶에 녹색 숨결을 불어넣는다. 반려식물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은 조상의 삶과 지혜가 담긴 민속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민속식물은 조상들의 일상과 정서, 신앙에 뿌리내린 식물이다. 쑥, 감나무, 대나무, 매화, 도라지 등은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 문화와 정신의 상징이다. 단오절에 나쁜 기운을 쫓던 쑥, 정절과 절개의 매화, 청렴과 강직의 대나무, 약이자 나물이었던 도라지는 우리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민속식물을 키우면 단순히 보기 좋은 초록이 아닌 ‘이야기가 있는 식물’로 더 깊은 의미를 느낀다. 쑥잎을 보며 조상의 지혜를 떠올리고 매화가 피는 것을 보며 인내의 가치를 배우게 된다. 이는 자녀들에게 전통과 정신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교육의 기회가 된다. 민속식물은 우리 기후와 환경에 잘 적응해 키우기 쉽다. 감나무와 대나무는 정원이나 베란다에서, 쑥과 도라지는 화분에서 무리 없이 잘 자란다. 익숙한 향과 모습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외래 식물에 비해 더 큰 교감과 만족을 안겨준다. 지속가능성, 지역성, 정체성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민속식물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다시 우리 삶으로 들어와 미래세대와 소통하는 문화적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정성 들여 키운 쑥 한 포기, 도라지 한 송이가 실내를 따뜻하게 밝히고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게 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반려의 진정한 가치다. 이제 반려식물을 고를 때 단지 예쁘고 키우기 쉬운 식물을 넘어 우리의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민속식물’을 선택해보자. 그 속에서 잊혀가던 전통을 되살리고 삶의 뿌리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챗GPT에게 물어보는 시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챗GPT에게 ‘공정한 선거’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챗GPT) 공정한 선거란 모든 후보자에게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유권자들은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자유롭고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법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선거를 대하는 태도, 언론의 보도 방식, 유권자의 의식 수준까지 모두가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특정 후보자에게만 유리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유포되거나 상대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질 경우 유권자의 선택은 이미 왜곡된다. 또 자금력이 선거판의 지형을 바꾸거나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면 선거는 쇼가 돼 버린다. 이처럼 선거의 공정성은 매우 섬세하며 시민의 참여 없이는 지켜낼 수 없다.” 눈 깜빡할 사이에 쏟아졌지만 이 시대를 잘 반영한 글이다. 역시 똑똑한 녀석이다. 요즘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허위 정보 탓에 유권자의 의사나 인식이 자신도 모르게 왜곡되기 쉽다. 또 법과 제도가 높은 수준으로 갖춰져 있는 만큼 그 법과 제도를 활용하는 시민의 참여는 더욱 중요해졌다. 시민의 참여가 중요해진 시대에 유권자는 선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주체, 기간, 방법에 대해 엄격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유권자에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유권자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선거운동에는 말(言) 또는 전화(송·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에 한정)를 이용한 선거운동, 인터넷 홈페이지·문자메시지(자동동보통신의 방법은 제외)·전자우편(전송대행업체에 위탁해 전송하는 방법은 제외)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있고 이러한 선거운동은 평상시에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다. 다만, 말이나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선거일(6월3일)에는 할 수 없다. 다음으로 유권자는 선거운동기간(5월12일부터 6월2일까지)에 소형의 소품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소품의 규격은 길이·너비·높이 모두 25㎝ 이내로 제한되지만 허위 사실이나 후보자 비방 등의 내용이 아니라면 선거운동기간에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선거운동은 후보자와 정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반 유권자도 후보자나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지지·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선거운동은 미성년자(18세 미만인 자), 선거권이 없는 자, 공무원 등 법에서 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아니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는 유권자로서 직접 선거운동도 해보고 소중한 한 표도 행사하는 등 진정한 킹메이커가 돼 선거 참여의 효능감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