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은 폐기돼야 마땅한 법.’ 27세 유신형 중위가 남긴 마지막 독백이다. 지난해 5월 평택의 한 부대에서 사망했다. 자신을 ‘불량품’이라고 자책하며 생을 마감했다. 공군 감시정찰 무인기 체계팀 소속이었다. 2023년 공군참모총장 지시로 개발 업무를 맡았다. 군 공항 주변 민간인 드론 비행 승인 절차 알림 시스템이다. 군 보안과 민간 드론 운용의 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 연구를 책임졌던 유 중위의 비극이다. 발단은 상급자의 가혹행위였다.
경찰에 의해 지금까지 확인된 점을 살펴보자. 가해자는 지휘관급인 소령이다. 고(故) 유 중위가 속한 개발 연구팀 팀장이었다. 팀장 부임 전 진행된 연구 방향이 있었다. 소령은 이 부분에 상당 부분 변화를 줬다. 폐기했던 방향도 다시 연구토록 했다. 여기에 예산 확보 업무도 지시했다. 연구 과제는 계획대로 완성됐다. 그리고 한 달여 뒤 유 중위가 사망했다. 공군수사단이 가혹행위를 확인했다. 도대체 어떤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일까.
통상적인 업무의 범위로 이해하기 힘들다. 동료 군인들의 증언이 있다. 1분 단위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라고 했다고 한다. 1시간 단위로 무엇을 했는지 보고하라고 했다고 한다. 보고서를 하루 일곱 번 수정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보고서 반려 이유도 황당하다. 글꼴, 자간, 배치 등도 트집 잡았던 것 같다. ‘28번의 보고서 반려가 있었다’고 경찰도 확인했다. 휴가 기간에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한다. 결국 젊은 장교는 죽음을 택했다.
사건에서 보이는 특이점이 있다. 하나는 사병이 아니라 장교에 대한 가혹행위라는 점이다. 중위가 피해자이고 소령이 가해자다. 다른 하나는 신체가혹행위가 아니라 업무가혹행위라는 점이다. 업무 지시가 괴롭힘에 이른 흔치 않은 예다. 가장 주목할 것은 동료 군인들의 적극적인 처벌 촉구다. 가해자 소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정식 탄원서를 작성해 수사기관에 제출까지 한 상태다. 소령은 전출됐지만 현역인 상태다.
가혹행위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릴 것이다. 현재는 공군수사단과 경찰이 확인한 수준이다. 사건의 전모를 예단하는 데는 조심스럽다. 다만 이 상태에서도 미흡해 보이는 군의 대응은 있다. 공군 관계자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설명했다. ‘군 기강 확립 및 사고 예방 활동 강조 지시’를 하달했다고 했다. 사후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유가족이나 동료 군인들의 요구가 뭔가. 진실 파악과 관련자 엄벌 아닌가. 동떨어진 감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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