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1만원 점심 시대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어요. 요즘 밖에서 먹으면 하루 1만원은 기본이어서 부담스럽죠.” 20대 후배의 푸념이다. 최근 점심값,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냉면 한 그릇이 1만6천원, 칼국수가 1만원을 훌쩍 넘는다.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증가한다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납득이 간다. 몇 년 전만 해도 점심에 1만원을 내면 ‘고급 식사’ 축에 속했지만 이제는 그저 기본 식사가 돼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MZ세대 사이에서 ‘가성비 점심’이 뜨고 있다. 직장인들은 구내식당을 찾기 시작했고 편의점 도시락과 삼각김밥, 컵라면이 점심 메뉴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편의점 꿀조합’, ‘가성비 최고 도시락 리뷰’ 같은 게시글이 인기를 끌 정도다. 점심시간은 짧지만 하루를 견디는 소중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잠시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덜고 기운을 차리는 시간이 돼야 한다. 그 소중한 점심이 점점 팍팍해지는 현실이 씁쓸하다. 매일 반복되는 점심 고민은 단지 메뉴 선택이 아니라 비용과의 싸움이 돼 버렸다. 고물가 시대에 점심값은 월급쟁이에게는 큰 압박이다. 특히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젊은층에겐 점심 한 끼 비용의 부담이 무겁게 다가온다. 차기 대통령에게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물가 안정이다. 소소한 행복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물가를 잡아 줬으면 한다. 청년들이 점심 한 끼만큼은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

[김종구 칼럼] 청년 세대에 날아든 ‘중국인 건강보험’ 청구서

젊은 직장인들이 말한다.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뗀다.’ 그러면서 말한다. ‘외국인 치료비를 내줄 여유가 있나.’ 대한의사협회가 밝힌다. ‘외국인의 건보 무임승차는 막아야 한다.’ 그러면서 밝힌다. ‘별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이러자 많은 국민들이 얘기한다.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에 보건복지부가 답한다. ‘상호주의 적용 국가가 많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답한다. ‘인권, 외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2019년 시작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다.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물면 해당된다. 세계 모든 국가의 국민이 대상이다. 실질적으로는 중국인이 압도적이다. 2024년 8월 현재 중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10만여명이다. 정책 분석의 핵심이다. ‘중국인’ 적자가 심각하다. 2019년 987억원, 2020년 239억원, 2022년 229억원, 2023년 640억원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다. 국내 보험료와 세금으로 채워가고 있다. 사취 또는 편취도 심각하다. 2023년 2월 뜬 중국 SNS 영상이 있다. ‘성심성의껏 양털을 뽑아줘야지’, ‘2년에 한 번 무료 건강검진, 스케일링 또는 사랑니 뽑기, 한의원 마사지, 병원 진료 등 혜택을 챙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불법 수급 범죄도 급증했다. 보험증 대여, 도용 등이다. 적발된 외국인만 2024년 1만7천87명이다. 1년 새 16.8% 늘었다. 돈으로 치면 25억원이다. 여기서도 70% 이상이 중국 국적 외국인이다. 나 같은 세대야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세금으로 알고 살아왔다. ‘누군가는 빼 쓰겠지’.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겪는 박탈감은 다르다. 직장 1년 차 A(28)의 월급명세서가 있다. 총액 400만원에 실지급액 320만원이다. 거기서 건보료가 30만원 나갔다. 19일 아침 기사를 A도 봤다. 언론마다 외국인 건강보험료 문제로 도배됐다. -중국인 가입자는 2만7천명 늘었다... 외국인 부정수급액도 28% 늘었다-. 뭐라 했겠는가. ‘내가 왜 중국인들 건강보험료까지 떼 줘야 하냐.’ A를 비인도적이라고 나무랄 건가. 외교 무지렁이라고 욕할 건가. 많은 직장인의 원성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에 이런 게 있다. ‘건강보험 상호주의 원칙’. 그리고 이 대안이 도출한 법안이 있다. ‘건강보험법 개정안’. 상대국과 균형을 맞춰 건강보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당연한 듯 여겨지는 원칙이다. 호혜 평등에도 맞아 보인다. 그런데 담당 부처는 선뜻 받지 못한다. 내세우는 이유가 앞서 살핀 대로다. ‘외국의 예가 많지 않다’거나 ‘인도적·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다. 왠지 궁색하지 않나. 상호주의? 때마침 세계를 덮은 화두다. 트럼프 행정부가 써 먹는 관세 개념이다. 재화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 관세가 있다. FTA라는 국제법상 조약이 근간이다. 이걸 트럼프는 마구 뒤집었다. 미국 이익에 맞춰 해석했다. 앞서의 FTA는 휴지조각처럼 버려졌다. 이게 트럼프식 상호주의다. 그러자 세계 각국도 저마다의 상호주의를 꺼냈다. 중국식 상호주의... EU식 상호주의.... 지금의 상호주의는 극단의 국익주의다. 우리만 참 낭만적이다. 중국 등 세계인을 향해 먼저 베풀었다. 그래놓고 우리도 해달라고는 못한다. 비인도주의적이라고 한다. 외교적 결례가 걱정된단다. 그러는 사이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 외국인 가입자가 늘고, 적자 폭이 커지고, 부정수급이 늘고 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2019년 등장부터 빚이었다. 그 빚이 6년 만에 현실화됐다. 서명도 한 적 없는 청년들에게 ‘중국인 건보료’ 청구서로 날아들었다.

[문화산책] 문명화된 끈질긴 야만

1492년 실수투성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중국 동부 해안의 황금 도시 그랜드 칸을 찾으려다 또다시 예상 목적지에서 8천마일 이상이나 한참 벗어나 있는 카리브해에 잘못 상륙한다. 콜럼버스의 이런 실수는 곧 우리에게 왜곡된 신화를 주입하기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두 집단이 서로 살벌하게 싸운다는 이야기는 가장 치명적이다. 그것이 선과 악의 이분법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아라와크족과 전투적인 카리브족의 대립. 그 편견의 직격탄을 맞은 부족은 카리브족이다. 유독 그들은 잔인하고 호전적인 부족으로 인식됐다. 콜럼버스가 카리브족 사람들의 몸에 난 상처를 보고 전쟁광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카리브해라는 이름이 카리브족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유도 그런 오해가 한몫했다. 그러나 후에 밝혀지지만 그들의 상처는 전쟁이 아니라 이웃 섬 주민들과의 교역에서 얻은 흔적이었다. 당시 부족 간 거래는 제안이 거절되면 적대감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는데 그것을 전투로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이 오해는 유럽 왕실이 부족들을 노예로 삼으려 하면서 더욱 왜곡됐다. 노예화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원주민들은 인간 이하의 야만적인 존재여야 했다. 결국 카리브족은 아이들을 살찌워 잡아먹는 집단이 돼 버렸다. 수세기 동안 유럽인들이 카리브족에게 부여한 이런 고정관념은 식인종을 뜻하는 카니발(Cannibal)이라는 단어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카니발 역시 카리브(Carib)족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09년 잉카의 역사를 기록한 저자이자 페루와 스페인 혼혈 작가인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는 아이는 물론이고 아이의 엄마까지 잡아먹는 잉카 부족의 식인풍습과 적을 많이 잡아먹을수록 천국에 갈 자격이 생긴다고 믿는 어느 잉카 부족의 믿음에 관해 언급한다. 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가르실라소의 태도는 카리브족을 향한 유럽인들의 태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메스티소라는 인종 혼혈의 정체성 탓인지 그는 부족민들을 원시 형태의 종교인으로 묘사하고자 했고 반대로 스페인인이 탐욕스럽고 폭력적인 분쟁을 일으키는 존재라고 폭로했다. 그때부터 식인풍습은 더 이상 노예제도를 위해 희생되지 않고 오히려 인간 정신이나 문명사회에 자리 잡은 은폐된 야만성의 상징으로 다시 인식되기 시작한다. 1690년 인간지성론에서 정치철학자 존 로크는 카리브족의 식인풍습을 그런 차원에서 인용한다. 여기서 카리브족의 식인풍습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실천적 진리, 이를테면 왕권과 부권의 은폐된 자연적 정당성을 반박하는 예시로 쓰인다. 1896년 지크문트 프로이트 역시 권위적이고 배타적인 아버지를 죽이고 그 육체를 나눠 먹은 아들의 상황을 정신분석 이론의 근간으로 삼는다. 그렇게 식인풍습은 로크의 정치철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주석으로 기능한다. 1729년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조너선 스위프트는 겸손한 제안이라는 에세이에서 매우 극단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서 스위프트는 ‘아이를 잡아먹자’는 식인풍습을 직설적으로 강조한다. 식인풍습을 통해 당시 국가의 착취, 빈곤에 대한 무관심 등을 일갈하기 위해서다. 1492년 콜럼버스 이후 시작된 식인에 대한 오해는 가르실라소의 인식 전환을 거쳐 결국 로크와 스위프트에 이르러 국가가 은폐해 온 야만성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국가라는 합리성이 은밀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잡아먹게 한다는 식의 스위프트 풍자는 그래서 여전히 기시감처럼 반복돼 보인다. 그래서일까. 20세기를 코앞에 둔 1896년 식인풍습을 담아 정립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역시 식인이라는 야만이 사실은 우리 문명의 본성이어서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중이라고 집요하게 말해주는 것만 같다.

[천자춘추] 교통안전관리의 개념과 목표

자동차의 대중화, 그로 인한 교통사고는 귀중한 인명 및 재산에 손실을 줄 뿐만 아니라 사고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 가족에게까지도 파멸을 안겨 복지사회 실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개념인 ‘교통안전’은 교통수단을 이용해 사람과 물자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을 뜻하며 교통안전관리는 이를 위한 계획, 조직, 통제 등 기능을 제반 활동에 배분, 조정, 통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교통안전관리의 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민복지 증진을 위한 교통안전의 확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교통안전관리 목적을 체계화하기 위해서는 목표 체계를 가치, 목적, 목표, 중간목표, 실행 목표로 구분해야 한다. 가치는 교통안전 정책이 추구하는 바로 교통안전이 달성되면 복지사회 실현에 기여한다는 뜻이며 목적은 교통정책이 추구하는 총체적 목표로서 교통의 효율화를 말한다. 이어 목표는 교통효율화의 한 가지 지표로서 측정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한 목표인 인적·차량적·도로 물리적 결함요소의 구체적인 시정 방안이다. 교통안전관리의 궁극적 가치는 복지사회의 실현이며 여기에는 교통의 효율화, 주택 보급의 확대, 생산성 향상, 여가시설의 충실화 등이 달성돼야 한다. 여기서 교통의 효율화란 교통 기능의 질적·양적 고도화를 의미하며 시간 단축, 경제성 및 안전성 향상, 무공해와 수송량 증가, 타 교통시스템과의 조화 등이 구현됨을 뜻한다. 교통안전성의 향상은 사고 방지, 사고 발생 과정의 정확한 분석을 통한 근본 원인 파악, 피해 발생의 극소화를 위한 적절한 보상 등을 중간 목표로 한다. 또 중간 목표 중 사고 방지는 교통 안전 관리의 본질적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목표는 인적요인 제거, 차량요인 제거, 도로요인 제거, 교통환경요인 제거 등이 있다. 인적요인 관리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상의 관리를, 차량요인관리는 차량의 제작·유지에 적용하는 안전기준과 자동차등록, 점검, 검사제도 등이 있다. 또 도로요인 관리는 도로 구조와 안전 시설 결함의 시정을, 교통환경요인 관리는 교통상황 규제, 사고 처리와 및 원인 조사, 피해보상 등을 포괄한다. 교통안전관리에 종사하는 사람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노력 여하에 따라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교통사고에 관련되는 각종 요소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겠다.

[인천시론] 젊은 도시 꿈꾸는 인천, 청년 놀거리 부족

인천은 오랜 도시의 역사와 공항, 해양, 산업 등 다양한 산업자원을 지닌 기회의 도시다. 그러나 서울 외곽으로 저평가된 과거의 인식이 있었기에 이를 탈피하기 위한 여러 분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인천은 여전히 ‘지나가는 도시’로 인식된다. 특히 대학생들의 일상은 강의실과 카페, 집과 편의점 사이에 갇혀 있는 듯하다. 교육 인프라는 풍부하지만 정작 ‘놀거리’와 ‘문화적 실험’이 부족한 도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놀거리란 단순한 소비나 오락을 넘어 청년이 스스로 만들어 가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자율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한다. 도시의 매력은 곧 청년의 자율적 상상력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인천의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지역 속에서 놀거리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도시는 청년을 실험자이자 창조자로 인정할 때 비로소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행정은 공간과 재정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청년은 콘텐츠를 실험하며 도시에 생동감있는 문화를 불어넣는다. 일방적인 공급이 아니라 참여와 창조의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은 지금 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 상상력은 대학생들이 참여를 통해 함께 기획하고 놀 수 있는 즐거운 도시를 만들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놀 줄 아는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야말로 진짜 미래를 가진 도시다. 인천대와 연세대, 카톨릭대, 국제캠퍼스 등 11개 대학이 입지한 송도의 경우에도 정작 그곳에 머무는 청년들은 “이 도시에 추억이 없다”고 말한다. 반듯한 도로, 여유로운 녹지, 최첨단 국제학교와 캠퍼스들이 자리한 이곳은 대한민국의 미래도시 모델로 소개되는 계획도시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고, 자기만의 문화와 감성을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은 드물기에 청년의 감성을 담아낼 그들만의 이야기는 비어 있는 셈이다. 왜 송도는 청년의 도시가 되지 못했을까. 문제는 도시 설계가 기능과 이미지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는 데 있다. 주거, 교육, 비즈니스라는 목적이 도시를 채우고 있지만 그 사이에 일상과 유희, 감정이 흐를 공간이 없다. 청년들이 같이 웃고, 무대에 서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그런 장면이 송도에서는 연출되지 않는다. 청년에게 도시는 ‘기억의 무대’가 돼야 한다. 장소성이 있는 골목, 모르는 친구와도 우연히 함께할 수 있는 골목안 가게들, 공감하며 아우성칠 수 있는 열린 광장, 아무 때고 몰려와 창작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지하작업실 같은 것들... 우연한 청년의 감정과 창작이 스며들며 도시의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무대가 절실하다. 기억이 있는 도시는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가 된다. 도시는 단순히 기능과 효율로 완성되지 않는다. 청년에게 도시란 단순히 거주하거나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과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무대여야 한다.

[경기만평] 이제야 좀 달릴만...?!

[사설] 신안산선 시장들, ‘안전’ 말하며 ‘공사’ 희망하다

최대호·박승원·이민근·임병택·정명근 시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안양·광명·안산·시흥·화성시를 대표하는 회동이다. 공사 중인 신안산선이 경유하는 지자체다. 길이 44.7㎞에 이르는 복선전철이다. 지난달 붕괴 사고가 난 광명에서 모였다. 신안산선 공사의 안전하고 투명한 추진을 논의했다. 공동 대응 건의문에 서명하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된 공동 대응 건의문을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 시공사, 시행사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사고가 난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신안산선 제5-2공구 현장이었다. 지하터널 공사 현장 및 상부 도로가 무너졌다. 근로자 2명이 매몰돼 1명이 사망했다. 추가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반 시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시장들의 건의문은 이런 시민 뜻을 담고 있다. 시행사와의 협력 체계 구축, 현장 점검 및 사고 조사위 참여 보장, 실무협의회 정례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신안산선 전체 구간에 대한 정밀안전진단도 건의했다. 이번 사고가 충격인 것은 미리 경고됐다는 점이다. 다른 곳도 아닌 감사원이 붕괴 사고를 경고했다. 2년 전 ‘지반 상태 불량’을 지적했다. 2023년 1월에 낸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라는 감사보고서다. 보고서는 ‘제5공구’ 인근에 단층파쇄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반 상태는 ‘매우 불량’한 5등급으로 판단했다. ‘인버트가 설계에 반영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공법도 지적했다. 이런 감사 내용이 전달됐고, 업체도 동의했다. 완공 목표를 4년 연기하겠다고 했다. 보다 안전한 공사를 위한 선택으로 보였다. 그렇게 진행됐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가 4년의 공기 연장 계획을 2년으로 단축했다. 곧이어 지역 정치인들은 ‘부당한 연장’이라며 규탄했다. 신안산선 지역 국회의원들의 압박이었다. 이런 압박 속에서 공사가 진행됐다. 불행히도 사고가 났다. 사고 지점은 5공구였고, 사고 형태는 지반 붕괴였다. 감사원이 경고했던 그대로다. 신안산선의 현재 공정은 약 55%다. 개통이 2025년 4월에서 2026년 12월로 연장됐다. 이번 사고로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조속한 개통에 대한 지역 요구가 있다. 이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시장들이다. 그럼에도 이날 ‘안전’을 촉구했다. 전 구간 정밀안전진단 요구도 내놨다. 정명근 화성시장의 설명이 이랬다. “신안산선은 경기 서남부권 교통 편의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맞다. 규탄해서 될 공사가 아니다. 참변 이후 지금은 더욱 그렇다. 안전부터 증명하고 가야 한다. 전(全) 구간 점검도 당연하다. 공사 재개는 그 다음의 일이다. 시장들이 ‘개통’ 대신 ‘안전’을 말했다. 그 언어 속에 이런 고민이 있을 것이다.

[사설] 재정적자는 폭증하는데 돈 푸는 공약 실효성 있나

6·3 대통령선거를 향한 후보자들의 치열한 선거운동이 중반을 향하고 있다.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은 전국을 돌면서 자신만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후보라고 역설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경기가 침체되고 국제 경제 환경도 좋지 않아 후보들은 자신이 대선에 승리하면 ‘경제대통령’이 돼 경제 회복에 최우선하겠다며 민생경제를 위한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3월 기준 재정동향에 따르면 1분기 관리재정수지적자는 무려 61조3천억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간 적자는 73조원으로 예상된다. 2008년부터 18년 연속 적자행진을 하고 있어 국가부채가 폭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국가채무가 1천175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결산 시점보다 34조7천억원 늘었다. 재정적자가 쌓여 빚을 내 국가 살림을 할 수밖에 없는 재정 현실이다. 이같이 재정적자가 증가해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대선 후보들은 각종 돈 쓰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번 대선이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므로 공약을 준비하는 데 있어 시간상의 제약이 있음은 감안하더라도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 실천 기간 등이 포함된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제시 없이 포퓰리즘 형태의 공약만 남발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아동수당을 대폭 확대하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현재 ‘만 8세 미만’인 지급 대상을 ‘만 18세 미만’으로, 지급액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증액하는 공약이다. 이는 아동수당 확대로 합계출산율을 2024년 0.75명에서 1.5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 실천에는 앞으로 5년간 72조원 정도 지출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재원 마련 대책은 없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전통적인 성장주의 경제 정책 틀을 내걸으면서 규제 완화와 감세, 인프라 투자 등 기업 친화 정책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감세와 대규모 투자’를 병행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감세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데 이를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전통적인 낙수효과 논리 외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대통령’이 돼 경기 회복을 통해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자들의 의욕은 좋지만 재정적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묻고 싶다.

[지지대] ‘치매 머니’ 154조원

치매 머니라는 용어가 있다. 고령의 치매 환자들이 보유한 동결 자산을 가리킨다. 나이가 들어 뜻하지 않게 치매에 걸리면서 이들이 모아 놓은 재산은 사회·법률적으로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현행 법률적인 체계에선 후견·신탁제도로 활용하는 통로도 있지만 쉽진 않다. 이들이 소비와 투자에 나서지 못해 돈이 돌지 못하고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어서다. 이러한 돈을 노리는 사기나 무단 사용 위험도 늘 수 있다. 국내 치매 머니가 15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분석 결과다. 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이 그렇다. 2050년에는 GDP의 15.6%인 48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현행 법률상 후견제도와 가족신탁을 결합해 고령자가 건강할 때 재산 보존과 활용, 승계까지 미리 계획하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족신탁 가입자에게 보험료 중 일부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 등도 제시됐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2022년 기준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자산액 총액이 2020년 252조엔(약2천400조원), 2030년 314조엔(약 3천조원), 2040년에는 345조엔(약 3천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2040년 추정 전체 가계 자산의 12.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일본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치매에 걸리면 기본적으로 거래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부모가 갑자기 치매 진단을 받으면 자녀 등 가족이 동행해도 예금을 인출하거나 금융상품을 해지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법정 대리인인 후견인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대목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비교 연구해 우리 현실에도 접목해야 한다.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아침을 열면서] 노인도 자아효능감이 필요하다

5월 초 연휴 중 한나절 시간을 내 부모님과 홀로 지내는 고모를 모시고 근교로 향했다. 아흔 넘으신 고모가 좋아하는 식당과 한강 전망이 탁 트인 카페에 갔는데 때가 때인지라 가족 단위 방문객이 정말 많았다. 특히 아이와 부모, 조부모가 함께인 모습이 평소보다 더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모두 고려한 나들이였으리라. 고모는 아흔 넘은 나이에 혼자 지내지만 독립적이다. 움직임이 예전처럼 가뿐하진 않아도 지팡이를 짚고 혼자 잘 다니고 집안일도 깔끔하게 잘 해낸다. 종종 찾아뵐 때마다 도울 일이 하나 없을 정도다. 뭐든 필요할 때 연락을 주시라 권하지만 고모는 제정신일 때는 젊은이나 이웃에게 되도록 의지하지 않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이 든 사람의 미덕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그 연세에 도달했을 때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면 참 잘 살아낸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식사 후 담소를 나누던 중 고모가 “늦기 전에 언니들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뵌 고모 위로 백세 가까운 고모가 두 분 더 있다. 조부모 두 분 모두 아흔 가까운 나이에 돌아가신 장수 집안이니 별일은 아니다. 놀랄 일은 따로 있다. 시골 고모들은 그 연세에 아직도 밭으로 일을 다니신다. 재산도 넉넉하므로 생계를 위한 게 아니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심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촌들도 유심히 살펴보기만 할 뿐 말리지 않는다.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의 소일거리이므로 어머니 스스로 용돈 버는 기쁨을 누리도록 두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청렴하고 일을 잘해 나라가 주는 상도 받았지만 IMF 외환위기 때 조기 정년 정책으로 몇 년 일찍 원치 않은 은퇴를 했다. 원래 정년을 누리지 못한 아버지는 몇 년간 깊은 우울감에 시달렸고 가족들도 아주 힘들었다. 그러나 원래 하던 일도 아닌 주차 관리 업무로 다시 일을 시작한 후론 웃음을 되찾았다. 사회에서 무언가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인지 자식의 만류에도 거의 팔순까지 학교 숙직 수위 아르바이트를 이어갔다. 진짜 은퇴 후엔 지하철, 버스, 기차로 다니는 전국 여행 기록을 스마트폰 영상으로 만들며 즐겁게 사신다. 어머니도 스스로 일상을 꾸리는 편이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모든 노인이 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는 건 아니다. ‘202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19.2%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나 현재 삶에 만족하는 고령자 비중은 31.9%로 2.4%포인트 줄었고 자신의 사회·경제적 성취에 대해 만족하는 비중도 26.7%로 4.6%포인트 감소했다. 초고령사회의 주요 일원인 고령자가 이같이 불행하다면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는 노인도 젊은이 못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기에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의존하거나 짐스러운 존재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 고령자가 자아효능감을 느끼며 독립적으로 살아갈 방법이나 고령자를 위한 진로 교육, 일터 등 사회적 차원에서 주어지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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