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천 찾지 않는 대선 주자

인천은 선거 때마다 ‘전국 선거 바로미터’, ‘전국 민심의 풍향계’ 등으로 불린다. 역대 선거 결과 인천의 표심이 전국 득표율 등과 거의 같은 것은 물론이고 정치 지형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인천의 유권자는 261만8천461명이다. 전국 유권자 4천436만3천148명의 5.9%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인천은 매번 전국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주요 정당의 지도부 등은 인천을 자주 찾아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유독 인천이 외면받는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이 인천을 찾는 유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아쉬워하고 서운하다는 속내를 종종 내비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기간 인천을 딱 한 번 찾아 선거 유세를 했다.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이 같은 인천 유세 일정이 적은 것은 인천시민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아직 인천 유세를 하지도 않았다. 오는 29일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하는 일정은 있지만 구체적인 유세 일정은 미정이다. 지도부에서도 나경원 의원이 한 차례 지원 유세를 왔을 뿐이다. 반면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 경력을 내세우며 인천과 인접한 경기 고양, 김포, 부천, 시흥 등은 찾아 유세를 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최근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은 뒤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일반 시민을 만나 소통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선 후보들이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전국 17개 시·도 곳곳을 모두 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인천이라는 대도시에 얼굴 한번 제대로 비치지 않는 것은 한 인천시민의 입장에선 조금 섭섭하긴 하다.

[천자춘추] 스포츠 활성화 국민의 소임

스포츠는 개인이 직접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움직임을 눈으로 감상 할 수 있고 메시지와 저서(논문) 그리고 사이트 등으로 고안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지식적, 관계적 에너지 형성과 인간적 감정의 발로에도 기반하고 있다. 이렇듯 움직임 자체가 희로애락을 좌우할 정도의 파급력을 형성하는 주요 문화 중 하나로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스포츠의 전체 맥락 점검을 통해 보다 발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공교육에서 학교운동부 활동이 미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생활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를 병합한 기구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양 진영의 의식적 방향성과 추구하는 관심 영역의 부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학교체육 및 운동부, 생활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가 공동의 목표 및 방향으로 연계될 수 있는 실리적 시스템으로의 개선이 절실하다. 즉, 학교체육클럽 대회와 엘리트 스포츠 경기 간의 교류 및 공동운영 활동으로 학교 운동부를 우선적으로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엘리트 선수의 확대를 위해 지역사회의 클럽 및 학교 체육활동을 연계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하고 스포츠 종목별·수준별 이동을 유연하게 해 엘리트 스포츠 입문의 경로를 광범위하게 확대해야 한다. 아직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는 일반 시민들과의 괴리감이 드러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 관람의 기회를 보다 확대하고 다양한 스포츠 캠프를 활성화함은 물론이고 스포츠 스타와의 만남을 빈번히 유도해 인간관계적 친숙함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엘리트 선수들은 경기뿐만 아니라 봉사나 멘토링을 통해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확대해야 한다. 또 스포츠 스타나 은퇴 선수들에게 재능기부 및 생활스포츠 지도사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일반인의 건강 및 종목별 기본동작을 지도하는 체제를 양성화함으로써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엘리트 스포츠 구조’로의 조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구조적 개편 외에도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서는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되고 있는 예산을 유아 및 청소년 그리고 일반인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활성화하는 시스템으로 돌려 움직임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전문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소년, 생활스포츠, 엘리트 스포츠를 연결하는 국가 단위 통합 프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또 스포츠 참여율, 만족도 및 건강 지표를 분석하는 데이터 분석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온 국민의 개인별(목적별) 분석을 시스템화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세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포츠를 결정짓는 그 결과 값은 문명의 이기가 아닌, 매일같이 실행되는 선수의 고된 훈련과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 그리고 그 모든 제반 환경의 과정에서 겪는 의지와 각오의 순간들일 것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성장을 위한 스포츠가 엘리트적 행태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니, 전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감을 영위하기 위한 그 대안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로 생활스포츠를 확대시키고 엘리트 선수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격려와 배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기반돼야만 이 모든 것이 실현되리라 여겨진다.

[기고] 112 거짓 신고, 처벌 강화해야

지난 2월 충남 아산시에서 술에 취해 ‘나는 빠져나왔는데 사람이 죽었다’고 112에 거짓 신고한 남성이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신고 당시 ‘칼 들었어 칼’이라고 말해 경찰이 즉시 위치를 조회해 현장으로 출동했으나 신고한 남성은 보이지 않았다. 신고한 남성의 위치로 확인되는 인근 편의점 안에 들어가 본 경찰은 계산대 앞에서 과자를 먹으며 점원에게 시비를 거는 남성을 발견 후 신고자인지 확인했으나 남성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찰이 신고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자 남성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경찰은 남성을 데리고 나가 사건 현장이 어디인지 물었으나 남성은 계속해서 과자를 던지며 횡설수설했다. 결국 남성의 신고는 거짓으로 드러나며 ‘거짓 신고’ 주거부정의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러한 거짓 신고는 경찰에서 매년 수차례 강조하고 있음에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신속하게 경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거짓 신고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개선이 요구돼 왔다. 작년 7월부터 112 신고 접수부터 처리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규정하는 등 112 신고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법으로 112 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약칭 112 신고처리법)이 시행 중이다. 112 신고처리법에 따라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은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타인의 건물 등에 진입할 수 있고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또 연간 4천건에 이르는 112 거짓·장난 신고에 대해서는 그동안 경범죄처벌법 ‘거짓 신고’로 60만원 이하의 벌금·구료 또는 과료를 통해 처벌해 왔지만 112 신고처리법을 통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변경됐다. 필자는 반복적이고 계속되는 거짓 신고에 대해서는 112 신고처리법을 적용, 엄중하고 강력한 조치를 통해 올바른 신고문화 정착과 시민 인식을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양치기 소년 같은 신고로 경찰이 느끼는 피로감과 허탈함으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지 않길 바라 본다. 반복해 강조하는 점은 범죄와 관련 없는 경찰민원은 182, 생활민원은 110으로 문의하고 112는 긴급범죄 신고 체계로 정착돼 자칫 내 가족과 이웃, 주변에서 거짓 신고 등으로 절실한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 한층 더 강화된 사회안전망 구축 및 체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시론] ‘학교 내 갈등’ 해법 찾아야 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5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수업권을 위한 ‘교권’이 강화됐는가. 학교 내 갈등은 줄어들었는가. 지난 14일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024학년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는 총 4천234건으로 서이초 사안이 있었던 2023학년도 5천50건에 비해 일부 감소한 편이나 2021학년도 2천269건, 2022학년도 3천35건에 비해서는 여전히 증가 추세다. 소위 교권보호 5법이 개정·시행되고 다양한 보호 정책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무적으로 교육활동 침해행 위는 피해 교원의 공식적인 신고를 통해 사안 처리가 진행된다는 점까지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수치는 건수 자체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교원이 교육활동 침해자인 학생이나 보호자와의 관계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이나 보호자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있었다면 지역교권보호위원회까지 오지 않았을 사안도 많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제주 한 중학교 교사가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안이 또 발생했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 또 보호자는 교육활동의 범위에서 교원과 학교의 전문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교육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현장에서 일부 학생들의 심각한 수업 방해나 보호자로부터의 악성민원은 오롯이 교사 개인이 받아내야 하는 구조다. 학생 및 보호자가 의견을 개진하거나 한두 번의 불만을 토로하는 것 자체를 모두 나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나 충분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민원, 건전하고 통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속적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악성민원으로 보고 더 이상 해당 교사에게 직접 접촉(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악성민원이나 특이민원으로까지 치닫지 않기 위해 학교(교사)와 보호자 간 이뤄지는 일상적인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일부 학생 및 보호자가 악성민원, 특이민원을 일상적인 소통이나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므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가 우리 아이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강력한 안내와 교육, 그리고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엄중한 대처는 분명 필요하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보복성 등으로 이뤄지는 악성민원 제기, 아동학대나 업무상과실치상 신고(고소) 단계의 허들을 높일 필요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학교 내 갈등이 교육활동 침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 간 이뤄지는 학교폭력 사안에 있어서도 학교 내 갈등은 꽤 위험한 수준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학교폭력 아님’ 결정을 받은 사안 역시 증가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사법부조차 학생들 간 갈등이나 다툼, 학교폭력에 있어 법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고 교육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학교 안에서는 교육적 해결의 회의론이 들려온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학생들 간 관계 회복의 가능성이 있는 건이라면 학교장 자체 해결로 종결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건이라 하더라도 조정이나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심의 취소가 되도록 하며 그럼에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면 피해 학생 및 가해 학생 측이 납득할 만한 교육적 조치가 나오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한 조정이나 중재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학교 현장에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학교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에 이뤄지는 다양한 갈등(교육활동 침해 행위, 학교폭력 등)의 해결을 지원해줄 17개 시·도교육청 단위의 분쟁해결센터 건립 등 보다 실효적인 정부 차원의 방법을 고민해보자. 더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말이다.

[인천시론] 시를 잊은 그대에게 권하는 시 낭송

지나간 시절 ‘라디오키즈’가 있었다. 라디오를 끼고 ‘밤을 잊은 그대에게’ 를 들으며 울고 웃었다. 잠 못 드는 한밤중, 하얗게 지새우는 밤을 채우는 건 노래였다. 흥얼대며 따라 부를 노래가 없다면 제 아무리 그리운 이가 새벽길을 건너온다 해도 어둡고 길기만 한 게 밤이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밤을 선생으로 삼았지만 범인들이 날로 새우는 밤은 허적하다. 밤을 선생으로 떠받드는 데는 광막한 시공과 침묵만으로도 족하다. 밤을 벗 삼아 마음을 달래려는 이들에겐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별빛조차 없는 밤길에선 휘파람과 콧노래가 길을 인도한다. 외로이 밤을 건너야 하는 청춘들 곁에 달랑 라디오만 있던 시절, 밤을 잊은 사연들이 모여 별빛이 되고 달빛이 돼 줬다. 낭만이 밤과 라디오를 타고 흐르던 시절이었다. 라디오키즈로 자라서였을까. 정재찬 교수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로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최고” 시 선생이 됐다. 숫자와 수학기호만 알아도 생은 충분하다 여겼던 공대생들이 시 강좌에 열광했다. 시를 소개하고 시인을 알린 강좌를 에세이로 엮은 책은 공전의 베스트셀러로 남았다. 시를 잊어도 무방한 게 삶이지만 밤이 사람에게 깊이를 안기듯 시야말로 사람을 흔들어 존재를 일깨운다. 저자가 소개한 여러 시편들 중, 소월이 남긴 ‘부모’를 따라 읊는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이야기 들어라//나는 어쩌면 생겨나와/이 이야기 듣는가?/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소월이 어머니를 통해 듣는 애닯은 사연이 몸에 와 박힌다. 이미 부모가 돼버린 이들은 섧게 따라 부르며 소주잔 기울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시를 잊은 삶일지라도 노랫가락에 얹힌 시구는 밤과 함께 찾아든다. 젓가락 두드리며 노래 부르던 시절, 뒷골목마다 노랫말이 흥건했다. 가락에 시를 얹은 노래로 그날 시름을 달랬다. 시를 잊은 게 아니라 시만으로 족하지 않아서 고래고래 시를 읊었다. 노래방이거나 단란주점이거나 노랫말로 신분을 바꾼 시들이 밤을 채웠다. 그리운 이들을 그리워할수록 시가 고팠다. 시를 낭송하는 이들이 ‘생겨나왔고’ 자연스레 시 낭송 모임으로 뭉쳤다. 낭송자들을 만나면서 시는 제대로 시가 됐다. 인천에는 ‘섬섬옥수커뮤니티’가 시 낭송회를 열어 박제된 글자들을 소리로 살려냈다. 눈으로 훑어 내려가는 감상에선 맛볼 수 없던 가락이 입말로 되살아났다. 지난주, 섬섬옥수커뮤니티가 아홉 번째 시낭송회를 가졌다. 소월 시집 ‘진달래꽃’ 출간 100주년을 기념해 스무 명 낭송자가 소월 시를 읽었다. 노래가 된 소월의 시들 몇 편은 가객 목소리에 실려 객석으로 퍼져나갔다. 동요 ‘엄마야 누나야’는 다 함께, ‘개여울’은 가수가 홀로 불렀다. 신포동 소극장 ‘떼아뜨르 다락’에 밤이 깊어 가면서 시를 잊었던 이들은 귀와 입으로 소월을 다시 만났다. 고재봉 교수는 소월 시를 낭송하는 의미를 “저마다 느낌과 해석이 다르므로 상대방 의견을 귀담아 듣고 존중”하면서 “노래와 같이 유려한 리듬감을 함께 읊으며 즐기는 사이에 어느덧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긴다”고 해제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노래가 시절을 견디는 힘이 됐듯 ‘우리’와 시를 잊은 그대에게 시 낭송을 권한다. 소월이 100년 전 남긴 시집은 여전히 낭송자를 기다리고 있다. 시를 비롯해 문화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스스로 해 보는 일이라면 시낭송은 참 만만한 문화 향유법이다.

[경기만평] 무럭무럭 자라렴...

[사설] 대법관 독립이 곧 사법부 독립이다

입법은 국회, 사법은 대법원, 행정은 정부다. 이 세 권력은 서로 견제하며 존재한다. 이 삼권분립이 국가를 국가답게 유지한다. 2024년 12·3 계엄에서도 우리는 목도했다.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심야 의결로 그 계엄을 풀었다. 사법부는 현직 대통령을 구속했다. 혼란이 그렇게 물골을 따라 가듯 정리됐다. 그때 작동된 국가 시스템이 바로 삼권분립이다. 침해받지 않는 입법·사법·행정이 그렇게 소중하다. 갑자기 그 삼권분립을 논할 현안이 생겼다. 대법관에 비법조인을 앉힌다는 얘기다. 국회의안정보 시스템에 떠 있는 내용이다. 제안 법안 법원조직법 개정안, 제안 일자 2025년 5월23일, 제안자 ‘박범계 의원 등 10인’이다. 법안 목적이 설명돼 있다. 대법관의 업무 부담 경감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보장이다. 구체적 법률 개정 방향을 밝히고 있는데 두 가지다.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것이 하나고, 비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다른 하나다. 여기서 논쟁이 불거진 것은 후자다. 최종심을 비법조인에게 맡기자는 제안인데 옳은가. ‘비법조인’의 자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 이런 이들을 임명하면 얻게 되는 기대도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배경, 경력,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대법원으로 진입할 기회가 확대되고 변화하고 있는 사회적 흐름과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다원적 가치? 판결에 다양한 가치가 반영돼야 하나.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법률은 그런 법을 규범화한 것이다. 재판은 그 법률 해석을 행위에 적용하는 절차다. 배경, 경력, 가치관이 선입견을 줘선 안 된다. 또한 법관은 달라도 판결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양형 기준이라는 약속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금의 ‘판결 충돌’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판사에 따라 ‘징역형-무죄-유죄’를 오갔다. 진영이 서로 ‘오염됐다’며 불신했다. 이걸 아예 외부인에게 맡기자는 건가. 좌·우, 노·사의 한 쪽에 재판봉을 주자는 것인가. 정도는 다르지만 비법조인의 참여 방식은 있다. 2008년부터 운영되는 국민참여재판이다. 20세 이상 국민이면 배심원이 될 수 있다. 법관 독점 견제, 각계 여론 반영 등 취지가 이번과 닮아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 이 판단은 유보하는 대신 미국의 예를 설명해본다. 대표적인 배심원제 국가였다. 그런데 법관 재판이 높아지고 있다. 거꾸로 배심원 재판은 1%까지 낮아졌다. ‘비전문·편향’이 초래한 불신 때문이다. 정치 빼고 토론해 보자. 논쟁거리도 아니다. 대법관 독립이 사법부 독립이다.

[사설] 주한미군 감축설, 안보 불안 철저히 대비해야

지난 22일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의하면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총 병력 2만8천500명 중 4천500여명을 미국령 괌이 포함된 인도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는 수립 중인 국방전략(NDS)과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상기 보도에서 이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에도 불구하고 안보·통상위기를 맞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15일 심포지엄에서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는 등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분석한 ‘2025년 세계 위협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한국을 침투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3일 “주한미군을 감축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부인했다. 우리 국방부도 23일 미국과는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했다. 주한미군 주둔 규모는 미 국방수권법(NDAA)에 의한 사항이다. 올해 NDAA는 한국에 배치된 2만8천500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할 것을 못 박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상·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하고 트럼프의 당 장악력도 강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규모 감축이나 역할 재조정 문제는 언제든지 대두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를 통상문제와 연계시켜 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국의 안보 상황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도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한 바 있음을 상기한다면 주한미군 감축설을 미국 정부가 부인했다고 해서 추측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상징임과 동시에 북한 위협에 대비하는 핵심 전력이다. 오는 6·3 대선 직후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군사안보 등을 비롯해 한미 관계 전반을 협의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선운동 기간은 물론 대선 후에도 주요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심각함을 인식해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국익 관철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지대] 안산갈대습지와 붉은발말똥게

이 도시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촉촉한 대지에서 갈대들이 바람에 따라 눕고 일어선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인근에 위치한 안산갈대습지 얘기다. 2005년 말 완공됐다. 당시 관할 주체는 한국수자원공사였고 ‘시화호 습지공원’으로 불렸다. 당초 명칭에 시화호가 들어간 연유는 인근에 시화호가 있어서였다. 이후 2014년 관할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 등으로 나뉘었고 안산 쪽 이름은 안산갈대습지가 됐다. 이 대목을 좀 더 들여다보자. 1994년 1월 시흥 오이도와 안산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시화호라는 인공호수가 형성됐다. 그런데 물이 가둬지자 공장 오폐수 등으로 수질이 악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습지 조성에 나섰다. 안산갈대습지가 탄생된 배경이다. 이후 이곳에는 야생동물들이 쉴 수 있는 인공섬과 수중식물 및 야생동물 활동공간 등이 마련됐다. 전시장과 전망대를 갖춘 환경생태관도 들어섰다. 습지에서 정화된 물이 빠져나가는 생태 연못도 있다. 2014년부터는 람사르 습지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가 국내 최초로 발견(본보 23일자 8면)됐다. 녀석은 잡식성으로 진딧물, 지렁이, 죽은 물고기, 식물 잎 등을 먹는다. 그동안 주로 서해 일부 지역과 제주도 등지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안산갈대습지에는 500여개체가 분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환경재단은 안산갈대습지 입구부터 장전보까지 약 600m 구간에 걸쳐 이 녀석들의 집단 서식을 확인했다. 내시경 조사기를 활용한 현장 관찰과 서울대 연구팀과의 공동 조사 등을 통해서다. 시화호 최상류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염분 농도가 낮은 진흙 지형과 넓은 갈대 군락이 형성됐다. 그래서 먹이활동과 은신에 적합한 최적의 서식환경을 갖췄다. 후손들에게 빌린 자연은 온전하게 물려줘야 한다. 환경 보전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여서다.

[아침을 열면서] 미역국으로 기억하는 생일

가정의 달 5월이 숨 가쁘게 지나가고 바람과 적당한 비를 맞고 새롭게 단장한 나무들은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5월은 역시 ‘탄생’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달이다. 며칠 전 조용한 생일을 보냈다. 소란스러운 축하보다는 고요한 하루가 더 간절한 날이었다. 미역국도 챙기지 못하고 바삐 출근하던 시절엔 아침부터 축하 메시지가 쏟아지고 케이크와 꽃이 넘쳐 났지만 중년이 된 지금은 가족과의 시간과 마음의 안정을 먼저 챙기게 되는 날이다. 다른 날보다 느긋하게, 천천히 시작하는 생일 아침, 미역을 꺼내 불리면서 부모님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고 미역국으로 따뜻한 하루를 시작했다. 생일은 나이 한 살을 더하고 파티하는 날이 아니라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스스로의 존재를 축복하는 날이라는 것을 중년에야 깨달으니 문득 아쉬움이 감돈다. 이 소중한 의미를 이제라도 깨달아 감사할 따름이다. 한 매체에서 조사한 ‘생일 요리’에 관한 설문에서도 ‘연인을 위한 생일 메뉴’ 1위는 단연 미역국이었다. 생일 아침에 챙기는 미역국은 단순한 생일 음식이 아니라 우리의 지혜로운 음식이다. 언제부터 생일에 미역국을 먹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은 없지만 미역의 영양학적 가치는 고려시대 문헌에도 등장한다. 새끼를 낳기 위해 미역밭을 찾아드는 고래는 미역을 먹으며 몸을 회복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양이 부족하던 시절 미역국은 삼면이 바다인 이 땅에서 산모의 기력을 보하고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였다. 미역을 식재료로 먹는 국가는 많지만 생일에 우리처럼 미역국을 먹으며 탄생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생일날, 세계의 식탁에는 어떤 축복의 음식이 올랐을까. 중국에서는 장수면(長壽麵)이라고 불리는 길고 가는 국수를 먹으며 장수를 기원한다. 면을 끊지 않고 먹는 것이 중요하며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복숭아 모양의 찐빵도 장수를 상징하며 생일상에 자주 오른다. 가나의 ‘오토(Oto)’는 으깬 얌이나 고구마로 만든 생일 아침 식사로 풍부한 탄수화물은 활기찬 시작을 상징한다. 네덜란드 남부에서는 생일에 케이크 대신 ‘블라이(Vlaai)’를 낸다. 체리, 살구, 쌀 푸딩 등을 채운 커다란 전통 파이로 한 조각만으로도 따뜻한 축하의 마음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친구나 가족들이 함께 만드는 경우가 많아 유대감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호주의 ‘페어리 브레드(Fairy Bread)’는 버터를 바른 빵 위에 알록달록한 스프링클을 얹은 간식으로 아이들 생일 파티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다. 다양한 생일 음식은 먹거리를 넘어 생일 축하 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되새긴다. 생일을 축하하는 건 같지만 생일을 고마워하는 건 어쩌면 우리만의 방식이다. 그 마음은 미역국 한 그릇에 담겨 식탁 위에 올라온다. 미역국 한 그릇에서 시작된 우리의 생일문화와 세계 각국의 독특한 생일 음식은 단순히 개인의 식사가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나누는 축하 언어다. 생일 음식을 함께 나누며 따뜻한 마음이 음식으로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도 또 하나의 축복이다. 생일은 그렇게 식탁 안에서 우리 모두를 이어준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