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호왕 박사와 한탄바이러스

2019년 11월 발생해 코로나19로 명명된 현미경으로밖에 볼 수 없는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전 세계적 죽음이라는 공포를 느꼈으며 아직 그 고통을 인내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스페인독감, 메르스,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사람에게 전염되면 죽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미군에게 처음으로 이상한 질병이 발생했고 미군은 이에 새로운 병으로 생각하고 한국형출혈열이라는 병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바이러스가 한탄강 등줄쥐 폐에 존재하는 한탄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인 신증후출혈열(유행성출혈열)이다. 그 당시 이 병에 의한 환자는 한국군보다 미군에서 더 많이 발생했고 환자 수는 3천200명 이상, 그중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그 이유는 출혈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인 중부전선에서 미군이 중공군과 싸웠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6·25전쟁 휴전 후 한국의 의학자였던 이호왕 박사에게 관련 질병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하게 됐고 이 박사는 이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를 1975년 발견했다. 이 박사는 생전에 그 당시를 회고하며 “동두천 송내동 아차노리에서 연구소를 차리고 한탄강에서 서식하던 등줄쥐를 잡아 관찰하던 중 한국형출혈열 회복기 환자의 혈청에만 특이하게 반응하던 새로운 항원을 등줄쥐의 폐에서도 발견했다. 마치 내가 어릴 때 시골의 여름 밤하늘에서 본 은하수의 별처럼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면서 “50년간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그렇게 찾던 신비의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가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낸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한국형출혈열’의 병원체를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라고 명명했고 1980년 미국 동물매개성바이러스 및 척추동물바이러스 카탈로그에 박사가 발견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한탄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등록했다. 이 박사는 연구를 멈추지 않고 한탄바이러스 발견 후 또 하나의 새로운 ‘서울바이러스’를 집쥐의 폐장에서 발견했다. 이로부터 세계 각처의 괴질로 남아있는 여러 이름의 출혈열을 추적해 병원체를 조사했으며 이들 전염병의 이름을 통일해 ‘신증후출혈열’이라 명명하고 1982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공식적으로 통일된 병명으로 인정받아 오늘날까지 학계에 널리 쓰이게 됐다. 이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에게 우연은 없다. 우연은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줄곧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하기까지 여러 차례의 ‘행운’이 따랐다고 밝혀 왔다. 필자는 이 박사의 인터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자신의 인생을 건 연구의 결과물을 우연이라고 지칭하고, 행운이 따랐다고 낮추면서도 동시에 우연이라는 것은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라고 높이는 태도에 감탄사가 나왔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국 계열에 올라, 우리가 뛰어난 의료복지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이 박사와 같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과학자들 덕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유승훈 동두천시 문화체육과 주무관

[기고] 중기부 ‘기업마당’ 中企 성장 발판

코로나19 팬데믹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래한 2022년이 12월에 들어서며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있다. 그간 코로나 영향으로 위축됐던 사회·경제적 활동이 올 2분기에 들어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사적 모임, 영업시간 및 해외 입·출국 등 제한조치가 해제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경제 회복 기대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국내외 여러 환경으로 인한 3고(고환율, 고유가, 고금리)에 직면하면서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및 국회에서도 경기활성화와 국가 성장을 위한 2023년도 예산(안) 확정에 막바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기관과 기업들은 2023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필자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인 간담회 등에서 정부의 소상공인,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그리 많이 있는지 알지 못해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이에 중소기업시책에 대한 현장 및 비대면 설명회를 실시한 적이 다수 있었지만 개별 중소기업의 특성과 관심 분야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정보 전달에는 질적·양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분명하게 느꼈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정책수요자인 소상공인, 중소기업인 등이 관심 있는 맞춤형 정책을 찾고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게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 생각한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중앙·지방정부·공공기관은 2023년도 중소기업지원시책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들이 더욱더 성장하기를 기원하면서 중앙·지방정부·공공기관에 산재된 범정부 중소기업지원 정책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기업마당’(정책정보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하며 소개하고자 한다. 중기부가 운영는 기업마당(중소기업정책정보시스템)은 △정책정보 제공: 지원사업 공고, 행사정보, 입법·행정예고 고시, 최신 정책뉴스 등을 웹사이트, 모바일앱, 이메일, 퀴즈 등 다양한 매체로 홍보 △부가서비스: 교육·세미나·전시회 정보, 공동활용 화상회의실 정보, 입주기업 모집공고 및 기업업무서식(근로계약서 등) 등을 제공한다. 중소기업에서 관심 있는 맞춤형 정책정보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스템에서 뉴스레터를 신청하면 정책정보를 등록 이메일로 수시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중소기업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중소기업통합콜센터 운영, 기업애로 전문가 상담 등을 지원한다. 또 전문가 상담으로 해결이 어려운 과제를 전문가가 기업을 직접 방문해 단기간(7일 이내, 통상 3일)에 해결하는 현장클리닉 지원 등이 있다. 아무쪼록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원 시도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기원한다. 임영주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경기북부사무소장

[기고] 가평군 농업정책분야 6년 연속 챔피언

한 줌의 벼가 육묘상자에 웅크리고 앉아 새로운 생명으로 나오기까지 자신을 낮추며 양분을 흡수하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초록의 새싹이 움튼다. 초록의 새싹은 이앙기의 힘을 빌려 모내기를 하고, 자연의 양분과 농부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거쳐 풍요의 황금 들녘을 완성하는 농부의 1년이 시간이 흘러간다. 가평군 농업정책의 시계도 24시간 열심히 돌아갔다. 2022년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농업인 정부포상 수상(산업포장 1, 대통령 1)과 경기도 농어민대상 수상(2명), 경기도 시군 농정업무평가 최우수 기관상을 수상했다. 챔피언이 되는 것보다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평군은 농업정책 3개 분야 모두 6년 연속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각 분야 6년 연속 챔피언은 개인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개인과 개인의 힘을 모아 협력할 때 가능한 일이다. 농업 관련 공무원과 농업인, 그리고 농업 지도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했기에 오늘의 챔피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 농민기본소득은 농업인 1인당 연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53억원을 확보해 지원했고 귀농·귀촌인 인구 유입을 위한 가평에서 살아보기 사업, 먹거리사업, 농특산물 상품개발사업 등을 새롭게 추진했다. 특히 13만여명이 다녀간 자라섬 꽃 정원 개방 기간 동안 농특산물 판매를 위한 직거래 자라장터를 개설해 7억4천여만원의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성과도 올렸다. 농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가평군정을 책임지는 서태원 군수와 최정용 의장을 비롯한 의원 모두가 농업인들을 위해 아낌 없는 지원을 했기에 챔피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나 또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농업정책을 추진하는 담당과장으로서 농업인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농업은 우리가 지구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며 귀중한 생명산업이다.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을 위해 소명의식을 가지고 나 자신과 농업 관련 공무원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이며 가평 농업정책의 챔피언이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김용주 가평군청 농업정책과장

[기고] 계화도 사람들

계화도 사람이 죽었다. 고향을 떠난 지 10년 만의 일이다. 고인은 물막이 공사가 시작될 때 고향을 떠났다. 계화도에서 같이 지내던 이웃들이 상갓집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그 섬에서 어업에 종사하면서 살다가 전국에 흩어져 사는 이웃들이다. 예전의 이장이었던 태수가 붉어진 눈을 껌벅이며 한마디한다. “아 ~~~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겨, 갈잎을 먹으면 쓰간디, 그랑께 간거지.” 고인의 친구 호영이가 말을 받는다. “그라게 말여, 우덜중에 젤루 건강하던 정근이가 이렇게 쉽게 갈 줄을 누가 알았능가?” 바다를 떠난 사람들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한창나이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탄식하며 하는 말이다. 고인은 섬에서 김을 양식하며 살았다. 새만금강 사업이 시작될 즈음에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건어물 도매상을 차렸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은 것이다. 갈잎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 투병이 시작됐다. 투병 중에도 전에 방조제 쪽을 바라보며 예전의 섬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계화도 사람들은 당시 섬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대화는 계속된다. “이맘때면 생합이며 각종 해산물이 널려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어졌당께.” “울 엄니는 홀몸으로 뻘질을 해서 6남매를 키웠당께로….” “바지락, 생합, 맛조개 등 뻘에서 나는 해산물을 구하러 전국 장사꾼들이 파시(波市)를 이루었자너. 장관이었지.” “김이며 톳 파래는 또 어떻고? 뻘이 우덜을 먹여살렸는디 강제로 물길을 막아 버렸으니 죄를 받는 것이지, 암만….” 바다를 떠난 섬사람들의 넋두리는 새벽녘까지 이어질 것 같다. 갯벌은 그들에게 논과 밭이었고, 경제적 활동을 위한 삶의 터전이었다. 갯지렁이가 끊임없이 갯벌을 헤집어 사방에 구멍을 내서 산소를 공급하면, 풍부한 유기물과 무기질은 갑각류, 어패류와 같은 바다생물을 키운다. ‘한국의 갯벌’은 학계에서도 각종 생물의 보존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2021년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은 지질학적, 해양학적, 기후학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크다.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해 2천150종의 동식물 등 높은 생물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118종의 철새도 서식한다.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 보존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한 것이다. 바다는 스스로 생존한다. 세상의 모든 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정화하고 수많은 해양생물을 길러낸다. 작열하는 태양빛은 기압 차이를 만들어 태풍을 일으킨다. 태풍은 더럽혀진 바닷속을 깊은 곳까지 뒤집어 깨끗하게 정화해 자연에 돌려준다. 모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바다는 모든 강줄기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 오염된 물을 정화해 지구 곳곳에 물을 뿌려준다. 바다에서는 강렬한 햇빛이 하루에도 수백만t의 수증기를 증발시켜 구름을 만들고, 바람은 구름을 지구 곳곳으로 보내 비를 내리게 한다. 비를 맞고 자란 나무들은 산소를 발생시켜 지구를 숨 쉬게 한다. 바다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인류를 위한 대서사시(大敍事詩)를 쓰고 있었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기고] 규제를 마주하는 자세

196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는 낮은 의료기술 수준으로 인해 국민의 평균 수명이 60세에도 못 미쳤기 때문에 61세까지 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환갑을 맞이한 것을 축하하며 크게 잔치를 벌이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현재는 ‘인생은 60부터’, ‘백세시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15세부터 64세까지를 생산연령인구라 하고 만 65세 이상부터 고령인구라 하지만 요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65세 이상을 고령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 든다. 이렇듯 시대가 변해 가며 당시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것에서 이제는 “왜”라는 물음을 남기며 변화를 촉구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제정될 시기에는 합리적이고 정당했던 규제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현실의 목소리와 괴리가 생기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걸맞은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규제의 틀에 얽매인다면 국가 발전을 저해하거나 ‘공무원은 탁상행정을 일삼는다’고 비난을 받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 맞닥뜨릴 것이다. 국가보훈처의 2022년 규제혁신 사례 중 ‘상이 유공자 등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친환경 차량에 대한 충전비 지원’은 현실을 반영한 규제혁신의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에 대해서만 LPG 개별소비세 인상분을 지원했으나 올해부터는 친환경 차량인 전기 및 수소차가 추가됐고 구매보조금 및 충전비도 지원해 국가유공자를 위한 더욱 폭넓은 지원 혜택을 마련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 정책에도 발맞춰 나아갈 수 있게 됐다. 휘발유, 경유 및 가스차만 나오던 시대와는 달리 수소차, 전기차가 점점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국가유공자에게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도 국가유공자에게 더욱 이롭고 발전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훈 새로이’라는 공무원 연구모임을 주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간을 통해 국가유공자와 직접 소통하며 행정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사업 담당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행정을 집행하면서 느꼈던 문제점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불필요한 행정 절차, 중복적인 행정 서류 요구, 과도한 예산 집행 등의 부정적인 행정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한다. 우리는 이러한 규제혁신에 동감(同感)을 가지고 직원과 민원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행정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은 행정을 집행함에 있어 규칙과 규정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다수의 국민에게 이롭지 못한 규제라면 곧이곧대로 실행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국민의 불편함은 덜어주고 살기 좋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규칙과 규정을 해석해 현실을 투영한 정책으로 고쳐 집행하는 것이 이상적인 공직자의 모습일 것이다. 최근 유명 축구선수가 경기 후 언급한 생소한 한 단어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줬다. ‘중꺾마’, 바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규제를 바꾼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며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규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러한 값진 노력은 머지않아 우리 사회를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다. 권은진 경기남부보훈지청 주무관

[기고] 불공정함을 참지 않는 세대

MZ세대와 이전 세대의 가장 큰 차이로 집단에 대한 애착과 희생을 들 수 있다. 이전 세대에게는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에게는 집단이 ‘나’이며, ‘내’가 집단이기 때문에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분들에게는 당연히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아 그들이 본인의 일을 마치면 당당히 사무실에서 퇴근하는 것이나 자신에게 효용을 주지 못하는 집단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MZ세대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MZ세대가 이기적인지는 그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본 후에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 분명히 MZ세대에게는 집단보다 본인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 본인이 행복하기 위해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가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힘들어도 집단이나 상급자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을 생각하며 참는 것이 이전 세대보다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침해당했을 때 집단을 위해 참기가 더 힘들다. 그러나 그들이 가치평가의 기준을 본인의 행복과 이익에만 두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장 가치와 관련 없을 소비재 구매에 있어서도 이들은 환경, 기업문화, 경영진의 도덕성을 판단하고 가성비보다 가치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배반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위해 사익을 포기한 소상공인을 ‘돈쭐’ 내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갑질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신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갑’도 사람을 보고 이 정도는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을’에게 갑질을 했을 것이다. 본인을 생활의 중심에 놓고 살아가는 MZ세대가 왜 남의 일을 보고, 귀찮은 일에 말려들 것이 뻔한데도 신고를 할까? 그들은 자신에게 당장 피해가 없더라도, 혹여 본인들이 피해를 입더라도 ‘공정’이라는 가치가 침해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게 아닐까?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공정한 사회는 부당한 일에 대해 참고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투명한 사회일 것이다. 집단의 대의를 위해, 전례를 보고, 남들이 다 넘어가니까 불공정한 것을 참는 세대가 아니다. 과거에 그랬으니까. 전임자가 그랬으니까. 저 사람은 이해할 만한 사람이니까. 우리 집단, 우리 지역을 위해, 이제 이런 것들이 변명이 되지 않는 시대다. 김원진 국립이천호국원 관리과 주무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반지하 화재, 이제 주택용 소방시설로 지키자

최근 서울 마포구 반지하 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연평균 주택화재 발생률은 약 18%인 반면 화재 사망자 비율은 47%로 절반이 주택에서 발생했다. 또 화재 발생 시 사망 원인의 약 74%가 연기 및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이라고 보고됐다. 즉, 연기를 감지해 ‘화재 발생’이라는 음성을 통해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주는 기구가 설치돼 있었으면 인명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원특례시 인구는 119만 명이며 그중 1만68가구(0.85%)가 반지하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 중 4천297가구가 수원소방서 관내에 거주하고 있다. 수원소방서는 올해 500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우선 보급했고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보급을 확대해 갈 예정이다. 또 전국 소방관서에서는 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을 무상으로 보급하고 있다. 수원소방서에서도 전체 취약계층 1만3천573가구 중 9천603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했고, 2023년 잔여 가구에 대해 100%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 이름만 들으면 아주 대단한 것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하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 화재 발생을 알려줘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고 귀중한 생명까지 지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시설이다. 그러나 아직 주택용 소방시설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국민들이 많아 공감대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로 바뀌면서 소방에서는 매년 주택용 소방시설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명절에는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날까’ 하는 안일한 생각과 혹시나 하는 두려움보다는 ‘우리 집에 불이 나도 안심할 수 있겠어’라는 걱정 없는 마음으로 온 국민이 올겨울 화재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수원소방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승주 수원소방서장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 문화예술도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코로나 재앙으로 겪는 현재의 상황은 혼란의 전환기라 할 수 있다. 후유증 없이 문화 변혁과 지속발전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다시 치유와 공동체를 회복할 대안이 있기는 한 것인가. ‘역사’와 ‘문화’가 없이는 미래가 없다. 근현대사에서 역사와 문화는 삶의 풍성함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일상과 시대 속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와 증언이 주는 감동이 문화를 통해 전해진다. 역사와 문화가 사라진 사회처럼 이상한 것도 없다. 문화예술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겉모습만 보고서 각 장르를 동일하게 보고 일괄적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시도는 문화예술에 대한 바른 이해도 아니고 각 하위 분야의 본질과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주먹구구식의 현재 문화예술에 대한 마인드는 마이너스 상태이고, 장르별 특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가는 점점 더 의문이다. 그러면 다산 선생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다산문화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실종된 다산정신은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남양주 대표 축제가 되고 남양주 대표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깊은 고민과 안타까움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재미를 봤던 관료들의 이분법적 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못 바꾼다면 새로운 시대의 정책들이 설 자리가 없다. 진정한 문화예술 진흥은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문화예술 창작인들이나 문화예술 관련 기관 단체에 족쇄 없는 최대한의 족집게식 예산 지원이 그 성격에 맞는다. 상식을 깨는 자유로운 역발상이나 기상천외한 황당한 실험이 오히려 상식인 문화예술에 현 시스템이나 규제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차라리 무모할 정도의 ‘무대뽀 지원’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문화가 일상화되려면 시민과 함께 문화자치 도시 만들기를 본격 시동해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위원회’와 시민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참여하는 ‘축제위원회’를 마련해야 한다. 의정부시가 경기 북부 최초로 문화도시로 지정받았다. 남양주시도 ‘남양주문화재단’이 생기면 종합적으로 지휘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화예술의 본질을 모르면 행사라는 이름으로 장르를 동일한 카테고리에 함께 묶여 있다는 이유로 그 육성과 진흥 또는 관리와 통제에 획일적 관점과 기준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과녁을 한참 비껴 간 화살과 다름없다. 2025년까지 문화예술도시로 정부의 지정을 받으려면 문화예술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먹고 자란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기 위해선 시민의식을 깨우고 문화예술인들의 참여와 시민문화활동가들이 그 기반이 돼야 한다. 이효상 다산문화예술진흥원장

[특별기고] 지역의료 발전은 선진국 도약의 초석

지방 소멸이 목전에 있다. 최고의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욱 빠르고 심각하다. 지방자치의 강화는 오히려 지방 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는 올해 들어 시작한 자치분권 2.0의 선포를 무색하게 한다. 지역에 적정한 인구를 유지하려면 소득, 거주 및 교육기반에 더해 보건의료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좁은 국토 면적에도 치료가능 사망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응급 중환자는 물론 분만과 소아 진료조차 불가능한 지역이 늘고 있다. 환자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의 대형병원조차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투자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필수적인 보건의료의 형평성 있는 제공을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을 ‘공공보건의료’라고 한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필수〈2022〉공공의료 기반 강화는 의료비 부담 완화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국가과제다. 수준 있는 지역의료를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의료 인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이라는 세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지역에 의료기관이 적정 수준으로 있어야 한다. 2021년 수립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은 전국에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 70개 중진료권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을 공공병원 중심으로 지정하고 연계〈2022〉협력을 통해 지역에 필수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병원이 없는 곳에는 공공병원을 짓고, 기존의 병원은 부족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공공적 역할을 원하는 민간병원은 적절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료 인력의 안정적 수급 방안 마련이다. 우리나라 의사 부족은 국가의료의 재난을 경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1명)의 60%(2.3명)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미용〈2022〉성형〈2022〉통증 등 수익성 높은 진료 영역에 쏠려 있어, 생명을 다루는 필수분야 의료는 이미 붕괴 상태다. 지역별 의사 수 편차는 더욱 커 서울은 3.15명인 데 비해 강원과 제주는 1.75명, 경북은 1.37명(2020년 기준) 수준이며 그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사의 배출 지역과 근무지의 일치도를 조사한 결과 한 지역에서 자라고 공부한 ‘지역인재’들이 그 지역에 남아 근무하는 비율이 의미 있게 높음을 연구·발표했다. 수도권 학생은 지방에서 교육받아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므로 전국의 의대에 해당 지역인재의 선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나 지역 공공의대 설립도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재정 계획이다. 보건의료는 복지이며 국민을 위한 투자라는 개념 아래 공공병원에 재정 지원이 보장됨과 더불어 지역 민간병원 또한 공공적 책무 이행을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 계획 중인 ‘공공정책 수가’가 공공적 거버넌스를 갖춘 민간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고양하게 되기 바란다. 이제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졌지만 선진국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지역 격차 없이 형평성 있는 건강을 국민에게 보장하는 나라, 어디에 살아도 믿을 수 있는 병·의원이 가까이 있고 아이들과 노인의 행복한 웃음이 들려오는 나라가 돼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는 실천할 때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기고]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는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잘사는 삶이다”라고 했다. 노자 철학의 핵심은 ‘무위자연’이다. 생각 없이 살지 말고 물(자연)처럼 살아가라 했다. 즉, 무위자연이란 ‘물처럼 사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노래한다. 물은 막히면 돌아서 흐르고, 깊으면 채워서 흐른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 물은 스스로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處衆人之所惡). 그렇기에 물의 성품은 도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故幾於道).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 거슬러 오르는 법이 없다(居善地). 물은 깊은 연못처럼 고요하고(心善淵), 어질고 선한 사람과 같다(與善仁). 조용하고 도도히 흐를 뿐 말이 선하고 믿음직하다(言善信). 또한 물은 이치를 바르게 다스릴 줄 안다(正善治). 물은 능히 옳은 일을 할 줄 알고(事善能), 스스로 얼 때를 알고 녹아 흐를 때를 알고 있다(動善時). 물은 세상 만물에 생기를 주고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본연의 성질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물은 늘 변화에 능동적인 유연성으로 적응을 잘한다. 둥근 그릇, 네모난 그릇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담긴다. 도가에서는 상선약수처럼 사는 것이 무위자연을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무위자연은 도가사상의 가장 이상적인 선(善)의 표본이라고 한다. 상선약수는 이 같은 물의 성질처럼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한다. 만물이 자라게 아낌없이 도와주고, 비겁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삶의 자세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지천의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대양을 이룬다. 바다는 깨끗하거나 더러운 물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인다. 엄청난 포용력을 보여준다. 바다는 스스로 태풍을 일으켜 파도를 만들어 밑바닥까지 뒤집어 정화한다. 그렇게 바닷속에 산소와 미네랄을 공급해 생명력이 충만한 물로 거듭나게 한다. 태양은 작열하는 태양열로 물을 기화시켜 구름을 만든다. 바람은 구름을 지구 곳곳으로 운반해 비를 내리게 한다. 빗물은 높은 곳, 낮은 곳, 더러운 곳을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나 뿌려 준다. 그렇게 차별 없이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다. 노자는 자연의 이치를 보고 인생을 배우라고 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水)이다”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신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도 했고 “모든 것의 근원은 물이며, 땅은 물 위에 떠 있다”라고도 했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원인 물질’, 즉 ‘아르케(arche)가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탈레스는 그것을 물이라고 말했다. 그전까지 많은 철학자는 자연 현상의 원인을 신의 의지나 변덕 같은 초자연적인 것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탈레스는 신에서 벗어나 그 원인을 자연 안에서 찾으려 했고, 여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사유로 그것을 이해하고자 한 첫 번째 사람이 됐다. 현대에서는 만물의 근원이 양자물리학에서 밝힌 ‘소립자(원자)’라고 하는 것이 맞는 답일 것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기고] 내 가정 내 일터, 내가 먼저 불조심

찬 바람이 부는 12월, 날씨도 제법 쌀쌀해지고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전기장판, 전기난로와 화목보일러 등 다양한 화기 취급 시설의 사용이 잦아지는 만큼 가정 및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그 어느 때보다 화재 예방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꼭 필요하다. 첫째, 겨울철 화재 위험 3대 용품인 전기히터와 장판, 전기열선, 화목보일러 중 전기히터와 전기장판은 사용 후 반드시 전원을 차단하고 이불이나 소파 가까이에서 난방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난방용품은 반드시 고장 여부를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둘째, 화목보일러는 연료 투입구를 닫아 불씨나 재가 날리는 것을 방지하고 연통에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야 한다. 또 화목보일러 주변에 가연성 물질을 두지 말고 소화기를 비치해야 한다. 셋째,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 시 길 터주기다.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1분, 1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화재의 경우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시간이 5분 이내이며 5분이 지나면 화재가 급격히 확산돼 대형화재로 번질 확률이 높아진다. 넷째, 집집마다 잘 보이는 곳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방마다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설치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불조심 강조의 달의 슬로건인 ‘화재 예방 서로서로 화재대피 바로바로’처럼 우리 모두 평소에 화재 예방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이 실현될 것이라 확신한다. 김범진 안성소방서장

[기고] 불교와 양자역학

불교는 ‘無有定法(무유정법)’을 노래한다. 무유정법이란 세상에는 미리 정해진 법도는 없으며 조건과 인연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한다는 뜻이다. 불교 철학은 도가 철학의 ‘무위자연’, ‘상선약수’와 유사성이 있다. 철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제 아무리 훌륭한 철학이라도 시대성이 떨어지거나 실천하기 힘들면 더 이상 진리가 아니다. 목표를 정해 놓고 살다가도 세상이 변하면 목표를 수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무유정법이며 상선약수다.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립자를 연구한다. 우주의 최소 구성 요소는 원자라고 한다. 원자는 원자핵의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형상이다. 우주의 태양계의 모형과 닮았다. 원자핵과 전자의 중간은 모두 비어 있다. 돌고 있는 전자의 움직임은 규칙적이지 않다. ‘양자 도약’으로 유명한 이 학설은 전자는 궤도가 정해지지 않고 조건에 따라 궤도가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불교의 공 사상과 닮았다. 좀 더 어려운 이야기로 넘어가면 '소립자는 관찰자가 관찰하면 입자로 존재하고 관찰을 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인슈타인은 ‘저 달이 저기 있어서 내가 보는 것이냐? 아니면 내가 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냐’라는 의문을 던졌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서는 ‘양자 중첩’을 증명했다.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양이가 죽어 있는 확률과 살아 있는 확률이 중첩돼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무유정법하고 닮지 않았는가. 물(H2O)은 수소 2개와 산소 하나로 구성돼 있다. 원소기호의 주기율표는 그동안 발견된 원소만 나열된 것이다. 우주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많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원소들이 조건과 환경에 따라 서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세상은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란 없다. 오직 서로 연기돼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불교의 ‘12 연기론’이다. 우주는 미립자인 소립자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한다. 또 에너지가 진동하는 끈으로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하는 학설도 있다. 소립자는 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가 비슷한 에너지를 가진 소립자가 서로 모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소립자는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모든 생명이 태어나고 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세상은 변해야만 한다. 대승불교의 핵심은 공 사상이다. 인간을 포함한 일체 만물은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다는 사상이다. 즉, 모든 것은 변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낮과 밤은 수시로 변하며, 계절도 변하지 않으면 지구는 존재할 수 없다.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는다, ‘生者必滅(생자필멸)’. 또한 만나면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된다, ‘會者定離(회자정리)’. 이렇게 우주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아니, 변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진리다. 세상은 불교의 철학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변하지 않고는 지구는 단 하루도 버틸 수가 없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고 수증기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돼 온 대지에 비를 뿌려준다. 변하기 때문에 지구가 유지된다. 전통을 고집하고 옛것을 좋아한 나머지 변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얼마 가지 않아 멸망한다. 변할 것이냐 마느냐는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시대에 맞게, 상황에 맞게 변하는 종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기고]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마이스 아레나가 만나면

몇 년 전 마카오 최대 마이스 복합리조트를 시찰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화려한 카지노와 쇼핑아케이드를 제치고 가장 먼저 보여준 것은 1만3000석 규모의 아레나였다. 아레나는 문화공연, 스포츠, 전시박람회, 콘퍼런스,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이스 행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다목적 마이스시설을 의미한다. 대형 실내 공간이며 행사 내용에 맞게 구조와 바닥 형태가 변형되기 때문에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관계자는 한국의 슈퍼주니어가 여기서 공연했는데 불과 몇 분 만에 전 석 매진됐다면서 젊은 세대와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은 호텔도, 카지노도 아닌 바로 이런 다목적 아레나라고 강조하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우리나라에는 고품질의 음악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내 장소가 매우 한정적이라고 한탄하며 음향에 민감한 가수들에게 대형 야외경기장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한다. 급증하는 케이팝 공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어딘가 고품질 사운드가 가능한 실내공간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얘기를 덧붙였는데, 왜 우리가 BTS 공연을 보러 체조경기장을 가고 마이클 볼턴 내한 공연을 실내야구장에서 봐야 하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인천에 다목적 마이스 아레나가 생기면 어떨까. 인천 원도심에 마이스 아레나를 짓는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또 하나의 성장엔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마이스는 사람을 모으는 산업적 특징이 있고, 사람이 모이면 물자와 정보가 따라오고, 거래와 소비가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평시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앵커시설이자 문화체육복합공간으로 작용하고 케이팝 등 중대형 문화예술공연, 글로벌 스포츠 경기, e스포츠 등을 유치한다면 아레나의 활용 가치는 매우 높을 것이다. 케이팝 가수 공연을 보러 전 세계 팬들이 몰려오는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위상을 생각하면 인천국제공항 바로 앞 아레나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때마침 인천시는 개항장 근처에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 마이스 아레나와 함께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마이스복합지원센터를 인근에 건립해 가칭 인천마이스콤플렉스(MC)를 구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도심의 인천마이스콤플렉스는 송도 국제회의복합지구, 영종도 공항경제권 복합리조트 집적단지와 함께 인천 마이스 트라이앵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 마이스의 중심 송도국제도시, 마이스 복합리조트가 이미 개장했거나 곧 완공되는 영종도 등 기존의 성장 거점들을 중심으로 인천의 더 많은 지역과 시민들이 마이스를 즐기고 누릴 수 있도록 생각의 공간을 넓혀보자. 마이스 참가자들이 마이스 트라이앵글을 따라 이동하면서 지출하는 소비는 지역 곳곳에 촘촘히 스며들어 더 많은 시민들이 경제적 파급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날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중대형 컨벤션 유치를 위한 인천 마이스 공급 역량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와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국내 최초 마이스산업과 신설, 국내 최초 스마트마이스 사업, 국내 최초 국제회의복합지구 지정, 아시아(국내) 최초 친환경 국제 LEED 인증 취득 등 국내 최초 역사로 우리나라 마이스산업 성장의 큰 방향을 제시해 왔던 인천 마이스. 이제 제물포 마이스 아레나로 인천 마이스 도약의 마지막 퍼즐을 채워 보자. 정진영 인천시 관광마이스포럼 마이스분과위원장·인천대 교수

[기고] 어떻게 키울 것인가?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가르쳤다. 자연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라고 한 것이다. 우리 자신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동물들은 새끼를 낳아 키울 때는 목숨을 걸고 돌본다. 그러다가 성장기를 마치면 단호하게 새끼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이는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인 개체로 스스로 살아가게 하기 위함이다. 노자는 사람도 이처럼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가라고 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냉정하게 독립시킨다. 그때부터 아이는 대학 진학도 결혼도 스스로 해야 한다. 이 모습은 마치 자연의 세계하고 닮았다. 서구에서는 남은 재산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좀처럼 자식에게 물려 주지 않는다. 자식이 의타적(依他的)으로 살아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너무나 희생적이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부모가 모든 것을 도맡아 대신해 준다. 지나친 희생이 내 자식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좀처럼 모른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란 자식들은 독립해 스스로 살지 못한다. ‘집 밖은 위험해’라는 신조어는 실소를 자아낸다.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인 ‘캥거루족’이라는 고유명사도 생겼다. 자식들은 취직해 힘겹게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없으니 결혼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부모 밑에서 안주하는 것을 즐길 뿐이다. 그런 자식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다. 다행히 자식이 취직해 결혼하면 혼수 준비도 부모가 대신 해준다. 손주가 생기면 부모는 평생 아이를 돌보며 산다. 부모가 자녀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다가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요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노자는 생이불유(生而不有)라 하여, 낳았다고 소유하려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또 장이부재(長而不宰)라고 하여, 들(땅)은 꽃을 자라게 할 뿐 지배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같이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자식은 독립된 개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오로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한다. 부모는 자식의 소질을 발견해 주고,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만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공무원’이 되거나 ‘교육자’가 돼, 또는 대기업에 입사해 평생 안정되게 살기를 원한다. 절대로 도전하는 삶을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사회를 유지하려면 공무원도 필요하고, 교육자도 필요하고, 대기업의 직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해야 한다. 평생을 피동적으로 살아야 한다. 부모들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자유가 없는 삶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직 안정을 위해, 자기 자식을 ‘나라의 심부름꾼’이나 ‘재벌의 하수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식의 적성과 소질은 좀처럼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부모가 바라는 대로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은 이상한 나라다. 모두가 안정된 삶을 원한다. 그렇다면 “소는 누가 키운단 말인가?”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기고] 전기매트 올바르게 사용해 안전한 겨울 보내자

코끝이 시려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의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집집마다 묵혀둔 전기매트를 꺼내 체온을 올리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귤을 까먹으며 TV를 시청하는 정다운 계절 말이다. 하지만 몸이 따듯해지는 마법의 난방기구 덕분에 겨울은 따듯하게 날 수 있을지 몰라도 화재의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난방기구 중 하나인 전기매트의 경우 2021년 1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68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32명의 인명 피해와 약 8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통계를 보면 가정에서 사용하는 난방기구인 만큼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한 걸 알 수 있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전기매트 구입 시 안전과 품질 등 국가인증 통합마크인 KC마크나 전자파·전기장 등의 허용 기준을 통과한 EMF마크가 있는 것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둘째, 사용 전에는 외관상 전기장판이 파손된 곳이 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고 온도조절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문어발식 전기 사용은 금해야 한다. 난방기구의 경우 사용 전력이 높아 여러 개의 난방기구를 하나의 멀티탭에 사용할 경우 과전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넷째, 장시간 사용 시 저온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전원이 켜진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하면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지니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전원을 꺼야 한다. 다섯째, 보관 시에는 동그랗게 말아 세워 보관한다. 접어서 보관할 경우 전선이 구부러져 단선 등으로 화재 위험성이 높아진다. 난방기구는 겨울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안락함을 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모든 것을 앗아가는 화마로 변하기도 한다. 반드시 이 두 가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화재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하며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해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 정상권 양주소방서장

[기고] ‘청소년의 정치교육’ 시대정신이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됐다. 직접 다양한 수준의 공직 선거에 출마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과 가치, 정책 지향 등을 힘껏 현실에서 주장·실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청소년기는 ‘정치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로 올해 6.1 지방 선거에 고등학생 7명이 출마했으며, 현재 18세 인구는 54만9천여명(1.2%)에 이른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함양할 수 있게 청소년 정치참여의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에서 규정하는 법적 연령 기준과, 사회적 통념에 의해 형성된 연령 기준은 항상 다를 수 있으며, 이는 법적 기준과 사회적 통념이 괴리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청소년의 정치학습’이 요구되며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고민하고 다양한 각도로 해결책을 숙고해 보는 기회를 폭넓게 경험케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정치(선거)학습이 계획돼야 한다. 이때 수업을 이끄는 교사는 특정 정치 이데올로기나 개인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거나 주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교육기본법 6조는 교육이 정치적·파당적 편견을 전파하는 데 이용돼선 안 된다고 규정했고, 동법14조는 “교사가 특정 정당·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인헌고 사태에서 보듯 교사의 정치 편향성은 교복 투표를 우려하는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교육의 신뢰가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선거권이 있다는 건 실질적으로 선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선거법을 어기는 등 위법을 저지르거나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나”(교총 조성철 인용)라는 학부모의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이 없다. 당시 선관위도 “선거권 연령 하향으로 학습권 침해 등 교육 현장의 논란이 우려됨에 따라 관련 조항에 대한 입법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정치교육은 중앙선관위에서 주관하는 ‘일반유권자 대상 프로그램’, ‘미래유권자 대상 프로그램’, ‘다문화유권자 등 소수자 대상 프로그램’, ‘민주시민교육 강사 대상 프로그램’ 등이 유일하다. 이 밖에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운영하고 있으나 편향성 시비에 휘말려 실효성이 의문 시 되고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의 정치교육’은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 수준에서 행해지고 정치적 정체성이 형성돼 간다고 볼 수 있다. 한데 학교에서의 정치교육은 보완입법이 요구되는 상황이고 청소년의 사회교육을 위한 시민·사회단체는 그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효성 있는 ‘청소년의 정치교육’을 위한 사회교육 기관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청소년의 정치교육 관련 NGO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파우스트적 거래(출세와 명예를 위해 자신의 양심과 도덕을 파는 지식인을 말함)’가 아닌 역사적 시민의식이 투철하고 가치중립적이며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북극성 같은 존재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과 청소년들에게 소구력이 있지 않겠는가. 이윤진 대한민국청소년유권자총연맹 회장

[기고] 안전한 유역 물관리 실현을 위한 노력

지난 10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세계자연보전연맹(ICUN) 리더스 포럼에서 “플래닛B(지구를 대체할 행성)가 없기 때문에 플랜B도 없다”며 기후위기에 전 지구적 대응을 호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8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다. 남부지방, 특히 호남지역은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수도권과 정반대의 기후 재난을 겪고 있어 일부 제한급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폭우와 가뭄이 한반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복합기후 재난’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한강 유역은 대도시와 주요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고 향후 K-반도체 산업단지 및 신도시 조성 등으로 홍수 방어와 용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올해 홍수와 가뭄이 번갈아 가며 발생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물 전문기관 K-water는 체계적인 물 관리를 통해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다. 올봄과 초여름, 한강수계 댐은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5월 말 횡성댐을 시작으로 6월 중순에는 소양강댐과 충주댐까지 유역 내 모든 다목적댐이 가뭄 관심 단계에 진입하는 등 댐 유역 강수량이 평년의 57%에 불과한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이상 가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K-water는 환경부 주관으로 매주 가뭄 대응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한강수계 댐, 보 등의 연계운영협의회 의결을 통해 댐 용수 절약 대책을 가뭄 관심 단계부터 먼저 시행해 안정적 용수 확보에 앞장섰다. 그 결과 7월 초 정상 저수량을 조기에 회복함으로써 수도권의 용수 공급 안전성을 높일 수 있었다. 가뭄이 끝나자 8월부터는 홍수가 연이어 발생했다.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서울,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최대 6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는 1시간 최대 141.5mm의 역대급 집중호우가 쏟아져 재난으로 이어졌다. K-water는 집중 호우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댐 수위를 관리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선 소양강댐과 충주댐은 사전 방류를 통해 하류 하천의 홍수량을 저감시켰다. 또 횡성댐의 경우 홍수경보 발령으로 하류 하천 수위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댐의 방류 시기를 최대한 늦춰 하천이 넘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특히 남북 접경지역인 임진강 유역은 여름철 예년의 1.5배가 넘는 많은 강우와 북측 댐의 예고 없는 수문 개방에도 사전에 위기 수준을 상향시켜 하류 하천 순찰, 행락객 계도 등 국민의 인명 피해가 없도록 대응했다. 김동규 K-water 한강유역본부장

[기고] 안전한 겨울나기, 작은 실천에서 시작

소방서의 출동 벨은 365일 밤낮없이 울리지만 소방관이라면 유독 신경이 곤두서는 계절이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 바로 겨울이다. 따듯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난방용품을 꺼내기 시작하고 전기 사용이 많아지면서 화재 건수도 증가한다. 각 소방서에서는 화재 위험이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매년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겨울철 화재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화재 발생건수는 총 3만6천267건이며 특히 겨울철 화재발생 건수는 1만800건으로 전체 화재 발생 건 중 30%를 차지해 유독 다른 계절과 비교해 봐도 많음을 알 수 있다. 화재 장소는 공동주택 등 주거시설이 1만5건으로 28%였으며 화재 원인 중 전기 화재가 1만6천566건으로 46%를 차지했다. 통계에서 보듯이 실제로 화재는 우리의 가정생활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부주의한 전기 사용이 화재의 주원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화재예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전기제품 및 난방기기의 안전수칙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전열기구는 안전인증(KC마크)을 받은 제품으로 전기열선은 과열차단장치와 온도조절센서가 있는 제품을 사용하며 멀티탭은 정격용량 허용기준 내에서 사용하고 사용 후 전원은 반드시 끄고 콘센트는 뽑아 놓아야 한다. 전기장판은 접히거나 전선이 눌리지 않도록 조치하고 전기장판 위에 불이 쉽게 붙는 이불이나 라텍스 제품을 함께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전기히터는 주변 가연물을 정리하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후 사용하고 화기 주변 가까운 곳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전기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난방용품은 겨울철 추위를 녹여주는 고마운 존재인 만큼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화재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전기용품 안전수칙을 실천한다면 올겨울 시민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박기완 분당소방서장

[기고] 해양기상서비스, 소통이 답이다

올해 4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인천 앞바다의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증가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안여객터미널 이용객은 42만1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3%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46만6천여명)의 90% 수준으로 회복된 값이다. 낚시나 서핑 등 해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다시 넓어짐에 따라 해양기상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해양기상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은 다양하다. 해상교통 이용객, 어업 종사자, 해상교통 관련 종사자, 해경, 해군 등 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해양위험 기상으로부터 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사람들이다. 특히 바다가 삶의 터전인 어업인들에게 해양기상정보는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다. 선박 운항에 날씨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양기상서비스의 목표다. 이에 수도권기상청은 해상업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해양기상정보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다. 실제로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2019,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서해중부해상의 특보구역을 세분화했다. 그리고 직접 청취하기 어려운 국민의 생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만족도 조사로 듣고 있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 국민이 해양위험 기상정보를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수도권기상청은 서해중부해상의 특보상황, 위험기상정보 등을 밴드 등 SNS를 통해 국민과 관계자들에게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대(對)국민 밴드에 제공하는 가독성 높은 지역 맞춤형 자료들은 인천운항관리센터 등 다른 관련 SNS로도 공유된다. 다양한 해양기상정보를 접할 수 있는 해양기상정보 포털도 해양기상 서비스에서 빼놓을 수 없다. 기상청이 2019년부터 운영 중인 해양기상정보 포털은 항만, 항로, 레저, 어업, 안전, 안보, 해무 등 7개 분야에 대해 중요 지점별 해상실황, 해상예보, 해상예측정보, 조석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해무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수도권 3개 대교(영종, 인천, 서해대교)의 해무정보, 천리안위성을 활용한 실시간 해양기상 위성방송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바다에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바다로 향할 때는 해양기상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며 특히 서해중부해상은 11월부터 날씨가 나빠지므로 지금은 해양기상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큰 시기라 할 수 있다. 바다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기상청은 해양정보 수요자와 적극 소통하며 해양기상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할 것이다. 많은 목소리가 모여 더욱 질 높은 서비스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기상청은 그 중심에서 해양기상서비스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기고] 대형 참사 막을 수는 없었는가?

또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온 나라가 안전불감증에 걸린 듯하다. 이어지는 참사에 국민은 피로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8년간 일어난 대형사고를 돌아보고, 원인은 무엇이고, 미리 막을 수 없었는지 예방하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1994년 10월21일 오전 7시38분께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다리 상부 트러스가 무너져내려 일어난 사고다. 이 사고로 17명이 다치고 32명이 사망해 총 49명의 사상자를 냈다. 교량 상판을 떠받치는 트러스의 연결 이음새의 용접 불량과 유지관리 소홀이 주원인이었다.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2분께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붕괴했다. 인명피해는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였다. 전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지만, 백화점은 응급조치로만 대응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설계·시공·유지관리의 부실에 따른 예고된 참사였다. 2003년 2월18일 대구광역시 남일동의 중앙로역 구내에서 50대 중반의 남성이 불을 질렀다. 방화로 인해 총 사망 192명, 실종 6명, 부상 151명이 발생한 대형참사였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남성이 자신의 병(身病)을 비관하다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수상한 행동을 하자 반대편에 앉아 있던 승객이 “왜 라이터를 자꾸 켜는 거예요”하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승객 304명이 사망하고 170여 명이 실종된 대형참사였다. 희생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고등학생이었다. 침몰 원인은 화물 과적, 뱃짐 묶기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등으로 발표됐다. 2022년 10월30일 토요일 11시경,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사람들이 156명 이상 희생되고 부상자 196명이 발생한 대참사가 벌어졌다. 전날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해 떠밀려 다니고 있었고, 참사가 발생하기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인파가 많으니 통제해달라”라는 12건의 112 신고가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조치가 없었다. 모두 관리 부실이 원인이었다. 또한, 모두 예방 할 수 있는 사고였다. 사고가 날 때마다 부랴부랴 사고 예방 대책을 내놓았지만, 대형참사는 비웃듯 또 일어났다. 매번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었다. 노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작은 생선을 굽’듯 하라고 했다. 약팽소선(若烹小鮮).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잠시 방심하면 금세 타버린다. 그렇다고 자주 뒤집으면 생선 살이 떨어져서 먹을 것이 없다. 나랏일도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다스려야 한다고 하였다. 나랏일 중에 가장 우선 돼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작은 생선 굽듯 조심스럽게 안전을 살펴야 할 것이다. 사고 예방에는 민, 관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모든 국민이 만일의 사태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마음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 그래서 평온한 상태에서도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대형참사를 막을 수만 있다면 ‘나라를 위한 굿판’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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